어느 겨울 아침에도, 그는 그녀에게 가고 있었다(심부름꾼이 전날 저녁에 왔으나 그때 그는 없었다). 도중에 있는 학교까지 바래다주려고 딸과 함께 갔다. 습기를 머금은 눈이 펑펑 쏟아졌다.
「지금 기온은 3도인데, 그래도 눈이 내리는구나.」구로가 딸에게 말했다. 「하지만 따뜻한 건 땅의 표면이지, 대기의 상층에서는 기온이 전혀 다르단다.」 - P336

그들은 남의 눈을 피해야 하고 속여야 하며 서로 다른 도시에서 살며 자주 만날 수 없는 이런 처지에서 어떻게 벗어날수 있을까에 대해 오랫동안 이야기하고 또 이야기했다. 어떻게 하면 이 견딜 수 없는 굴레에서 벗어날 것인가?
「어떻게 하면? 어떻게 하면?」 그는 머리를 감싸고 물었다.
「어떻게 하면?」좀 더 있으면 해결책을 찾을 수 있을 것이고 그때는 새롭고 멋진 생활이 시작될 거라고 여겼다. 그렇지만 두 사람은그 끝이 아직 멀고 멀어, 이제야 겨우 아주 복잡하고 어려운 일이 시작됐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 P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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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샤가 눈을 크게 뜨고 하늘을 올려다보며 말했다.
「눈을 깜빡이지 않고 하늘을 쳐다보면 천사들을 볼 수 있어.」모찌까도 하늘을 쳐다보기 시작했다. 잠시 정적이 흘렀다.
「보이니?」 사샤가 물었다.
「안보여.」 모찌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나는 보이는데, 모기만큼 아주 작은 천사들이 조그만 날개를 흔들며 하늘을 날아다니고 있어, 팔락, 팔락.」 - P259

그들은 거칠고 성실하지 못하고 더럽고 술에 취해 있었으며, 서로를 존중할 줄모르고 꺼려 하고 의심했기에 화합하지 못하고 언제나 다투기만 했다. 누가 술집에서 사람들을 취하게 하는가? 농부들이다. 누가 마을과 학교와 교회의 기금을 술을 마시는 데 탕진하는가? 농부들이다. 누가 보드가 한 병을 위해 이웃의 것을 도둑질하고 불을 지르며 법정에서 거짓 증언을 하는가?
누가 자치 회의를 비롯한 여러 회의에서 제일 먼저 농부들과 싸우는가? 농부들이다. 그렇다, 그들과 함께 지내는 것은 끔찍했다. 그렇지만 그들도 모두 사람이고, 고통당하고 우는존재이다. 그들의 삶에서 해명될 수 없는 것은 하나도 없다.
힘든 노동, 그로 인해 밤마다 아픈 몸, 혹독한 겨울, 부족한수확, 협소한 집, 전혀 기대할 수 없는 도움, 그들보다 더 부유하고 힘 센 자들도 실은, 거칠고 성실하지 못하고 술에 취해 있으며 마찬가지로 혐오스럽게 욕지거리를 해대기 때문에 도울 수가 없다. 아주 하찮은 관리나 지주의 하인도 농부들을 마치 부랑자처럼 취급하여, 심지어 마을의 노인들과 교회의 집사들에게도 하대하면서 그것을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모욕하고 강탈하고 위협하려고 마을에 마차를 타고 오는 탐욕스럽고 음탕하며 게으른 사람들에게서 무슨 도움이나 좋은 모범을 바라겠는가? 올가는 끼리약이 겨울에 태형을 받으러 끌려갈 때 노인들이 보인 애처롭고 굴욕적인 표정을 잊을 수가 없었다………. 이제 올가는 이 모든 사람들을 안타까워하고 애처롭게 여겼다. 올가는 걸어가면서 자꾸 농가를 뒤돌아보았다. - P2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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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이런 의문도 생긴다. ‘왜 유럽인이 절실히 필요로 하고 열광하는 향신료가 유럽이 아닌 인도에서 주로 생산되었을까?‘ 이 의문에 대한 답은 향신료가 가진 생태적 특성에서 찾아야 한다.
향신료의 향미 성분은 본래 식물이 병원균과 해충으로부터 자기몸을 지키기 위해 축적하는 물질이다. 잘 알려진 대로 기온이 높은 아열대 지역과 습도가 높은 몬순 기후의 아시아에는 병원균과 해충이 많다. 그러므로 이곳에서 자라는 식물은 향미 성분 등을갖춰 스스로 자기 몸을 지켜야 했다. 반면 기후가 서늘한 편인 유럽은 상대적으로 병충해가 적은 편이라 식물이 향미 성분을 갖출 필요가 없었다. - P92

고추는 어떤 맛을 낼까? 일단 고추를 먹으면 혀가 아려오면서 매운맛이 느껴진다. 알아두어야 할 것은 인간이 지닌 미각에 ‘매운맛‘이 없다는 사실이다. 본래 인간의 미각은 살아가는 데 필요한 정보를 얻기 위한 수단 중 하나다. 예를 들어 쓴맛은 독을 식별하는 수단, 신맛은 상해서 시큼해진 음식을 판별하는 수단이다.
단맛은 인간으로 진화하기 전 원숭이가 먹이로 삼던 과일의 익은정도를 식별하는 수단이다. 그러나 흥미롭게도 혀에 매운맛을 느끼는 부분은 없다.
그렇다면 우리가 느끼는 고추의 매운맛은 어디서 왔을까? 사실 캡사이신 성분의 매운맛은 미각이 아닌 통각이다. 캡사이신은 혀를 강렬하게 자극해 통각을 만들어낸다. 캡사이신의 매운맛은 일종의 통증인 셈이다. 일단 혀가 통증을 느끼면 몸은 그 통증의 원천인 고추를 빠르게 소화하고 분해하기 위해 위장을 활발하게 움직인다. 고추를 먹었을 때 유난히 물이 마시고 싶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 P108

원숭이 같은 포유동물은 매운 고추를 먹지 못하지만 새는 태연하게 앉아 잘 익은 고추를 맛있게 먹어치운다. 실제로 닭에게 새빨갛게 독이 오른 고추를 주면 녀석은 신이 나서 쪼아 먹는다. 새에게는 고추의 매운맛 성분인 캡사이신을 느끼는 수용체가 없기 때문에 매운맛을 느끼지 못한다. 그러므로 어쩌면 새는 매운 고추를 먹으면서 토마토나 딸기를 먹을 때처럼 달콤하다고 느낄지도 모른다.
고추는 씨앗을 퍼뜨려줄 동반자로 포유류 등의 길짐승이 아닌 날짐승을 선택한 식물이다. 하늘을 훨훨 날아다니는 새는 일반적인 동물에 비해 먼거리를 이동하므로 더 넓고 빠르게 씨앗을 퍼뜨릴 수 있다. 또한 씨앗을 오도독오도독 씹어 먹는 길짐승과 달리 식물 열매를 통째로 삼키는 데다 소화기관도 짧아 씨앗이 소화되지 않고 무사히 몸밖으로 빠져나온다. 한마디로 고추는 땅에 사는 동물이 기피반응을 보이는 반면 새는 전혀 그렇지 않은 매운맛이라는 절묘한 방어기제를 선택한 셈이다. - P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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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유가 당신에게 좋다는 건 당신도 잘 알고 있잖아요.」「그럼, 아주 좋지!」 꼬브린이 코웃음쳤다. 「여러분께 축하드릴 일이 있어. 금요일 이후 내 몸무게가 1파운드‘ 늘었거든」 두 손으로 머리를 세게 움켜쥐고는 비통하게 웅얼거렸다. 「왜, 도대체 왜 나를 치료하려는 거지? 브롬화칼륨, 게으름, 따뜻한 목욕, 감시, 말 한마디 움직임 하나에도 전전긍긍하는 모습, 이 모든 게 결국 날 바보천치로 만들고 말거야. 미치고 과대망상에 걸렸을 땐 즐겁고 활기차며 행복했었는데, 그때 난 흥미를 가졌고 독창적이었단 말이야. 지금은 신중하고 착실해졌는지 모르지만 남들과 다를바 없어졌어. 나는 아주 평범해, 사는 게 따분해………. 당신들이 나에게 얼마나 잔인한 일을 했는지 알아! 내가 환각을 본다고 그게 누구에게 해가 되기라도 했단 말이야? 누구에게 해가 됐는지 묻고 싶어!」 - P1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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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
인간의 원초적 욕망을 자극하며
세계사의 큰 흐름을 만들어낸 위대한 식물 이야기

모든 것은 ‘후추‘ 때문이었다. 아니,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후추를 향한 인간의 ‘검은 욕망‘에서 시작되었다.
크리스토퍼 콜럼버스(Christopher Columbus)의 아메리카 대륙 발견도, 바스쿠 다가마(Vasco da Gama)의 위대한 항해도, 페르디난드 마젤란(Ferdinand Magellan)의 최초 세계 일주 탐험도 모두 ‘후추‘에서 비롯되었다. 스페인과 포르투갈이 대항해시대를 활짝 열고 영국이 ‘해가 지지 않는 나라‘ 대영제국을 건설한 것도, 그 후 미국이 영국의 바통을 이어받아 세계 유일 패권국으로 자리매김하고 승승장구한 것도 따지고 보면 모두 ‘후추‘가 원인이었다. - P8

프리드리히 2세는 이렇듯 ‘당근과채찍‘을 모두 사용하고도 애초 기대하던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고심 끝에 그는 한 가지 묘안을 떠올렸고 즉각 다음과 같은 공고를 내라고 명령했다.
"앞으로 이 나라에서 감자는 귀족만 먹을 수 있다."
프리드리히 2세의 마지막 전략은 효과적이었을까? 그렇다. 그가 ‘당근과 채찍‘을 비롯한 온갖 방법을 다 사용하고도 효과를 거두지 못한 감자 보급이 마지막 방법으로 멋지게 성공을 거둔 것이었다. 감자를 전체 국민에 보급하여 식량 문제를 해결하고 부국강병의 길로 나아가고 싶었던 프리드리히 2세. 그는 갖은 궁리와 노력 끝에 인간의 묘한 심리를 간파했고 그 심리를 역이용하여 그토록 간절히 원했던 감자 보급을 성공적으로 이루어냈다. - P36

유럽 대륙에 대기근이 들었을 때의 일이었다. 프랑스 정부는 막대한 상금을 내걸고 주식인 밀을 대신할 구황작물을 모집했다.
이때 파르망티에는 자신의 포로 시절 경험을 살려 감자 보급을 제안했다. 그의 제안에 따라 루이 16세는 단춧구멍에 감자꽃을꽂아 장식했고 마리 앙투아네트 왕비에게도 감자꽃 장식을 달게함으로써 대대적인 감자 홍보에 나섰다.
왕과 왕비까지 적극적으로 나선 홍보 효과는 대단했다. 프랑스 상류계급은 감자를 관상용 꽃으로 키우기 시작했고 귀족들은 앞다투어 자기 집 정원에서 감자를 재배했다.
다음 단계로 루이 16세와 파르망티에 남작은 국영농장에 감자를 전시 재배하게 했다. 그리고 파수꾼을 보내 감시하게 하고 다음과 같은 문구의 표지판까지 세워놓았다.
"여기에 심은 것은 감자라는 작물로 맛이 좋고 영양이 풍부해 앞으로 왕족과 귀족의 먹을거리로 삼고자 한다. 따라서 이를 훔쳐 먹는 자는 엄하게 처벌할 것이다." - P40

감자 역병으로 인한 대기근은 아일랜드를 송두리째 바꿔놓았다. 식량이 바닥나고 굶주림으로 고통받던 아일랜드 사람들은 고향을 버리고 신천지로 여겨졌던 미국을 향해 길을 떠났는데 그 수가 400만 명에 달했다.
19세기 중·후반 미국은 서부개척을 끝내고 바야흐로 본격적인 공업화 단계에 들어서고 있었다. 이 시기에 미국으로 이주한 수많은 아일랜드인은 대규모 노동자 집단으로 변신해 미국 공업화와 근대화에 크게 기여했다. 결국 대규모 노동력 유입으로 국력을 키운 미국은 초강대국 영국을 앞지르며 세계 최고의 공업 국가로 발돋움했다. - P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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