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아버지를 난장이라고 불렀다. 사람들은 옳게 보았다. 아버지는 난장이였다. 불행하게도 사람들은 아버지를 보는 것 하나만 옳았다. 그 밖의 것들은 하나도 옳지 않았다. 나는 아버지.어머니·영호·영희, 그리고 나를 포함한 다섯 식구의 모든 것을 걸고 그들이 옳지 않다는 것을 언제나말할 수 있다. 나의 ‘모든 것‘이라는 표현에는 ‘다섯 식구의 목숨‘이 포함되어 있다. 천국에 사는 사람들은 지옥을 생각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우리다섯 식구는 지옥에 살면서 천국을 생각했다. 단 하루도 천국을 생각해보지 않은 날이 없다. 하루하루의 생활이 지겨웠기 때문이다. 우리의 생활은 전쟁과 같았다. 우리는 그 전쟁에서 날마다 지기만 했다.  - P80

할아버지의 아버지대에 노비제는 사라졌다. 증조부 내외분은 아무것도 몰랐다. 나중에서야 해방을 맞았다는 것을 알았으나 두 분이 한 말은 오히려 "저희들을 내쫓지 마십시오"였다. 할아버지는 달랐다. 할아버지는 유습에서 벗어나려고 했다. 늙은 주인은 할아버지에게 집과 땅을 주었다. 그러나 쓸데없는 일이었다. 모르는 면에서는 할아버지나 증조부나 같았다. 증조부대까지는 선조들이 살아온 경험이 도움이 되었으나 할아버지대에는 그것이 도움을 주지 못했다. 할아버지에게는 어떤 교육도 없었고 경험도 없었다. 할아버지는 집과 땅을 잃었다. - P88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뫼비우스의 띠

수학 담당 교사가 교실로 들어갔다. 학생들은 그의 손에 책이 들려 있지않은 것을 보았다. 학생들은 교사를 신뢰했다. 이 학교에서 학생들이 신뢰하는 유일한 교사였다. - P13

"그래도 받아놓고 잘래요. 밤마다 일찍 자면서도 수도꼭지 앞에 앉아 있을 엄마를 생각하면 불안했어요. 한밤중에도 엄마는 깨어 있었어요. 다른엄마들이 깊은 잠에 빠져 있을 시간에 다른 집 엄마들은 가정부한테 맡기고 일찍들 자잖아요. 앞뒷집엔 자가 수도까지 있어서 수돗물은 조금만 받아도 돼요. 밤마다 잠이 들면서 엄마는 캄캄한 무인도에 사는 사람 같다는 생각이 들어 괴로웠어요. 오늘밤엔 제가 받아드릴 테니까 일찍 주무세요."
"학교에 가서 졸기나 하려구."
말은 이렇게 했지만 신애의 가슴은 높게 뛰었다. 우리 혜영이가 어느 틈에 이렇게 컸구나. 그러니까 내가 또 모르는 사이에 "피로해요, 엄마"라고 말할 나이가 될 거야.
- P4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그렇게 함께 오래도록, 힘차게 수영을 즐긴 후에 모두 집으로 올라가서 리처드와 저녁을 먹었다. 래칫은 복숭앗빛으로 물든 하늘 아래로 다시 나와 꿀벌들을 살피러 갔다. 행복에 겨워외양간에서 닭장으로, 다시 밭으로 옮겨 가며, 포근한 여름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는 세상 속으로 평화롭게 나아갔다. - P275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진화가 집단을 대상으로 작동한다면 암컷이 다수를 차지하는 편이분명 유리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제 관찰에서는 수컷과 암컷의 수가 동일하다. 이러한 사실은 다윈의 주장이 옳다는 것을 훌륭하게 입증해준다. 즉 자연선택은 개체들의 번식 성공을 극대화하려는 투쟁을 통해 작용한다는 주장 말이다. 영국의 뛰어난 수리 생물학자인 로널드 에일머 피셔(Ronald Aylmer Fischer, 1890~1962년)가 처음으로 다윈주의적 주장의 골격을 세웠다. 피셔의 주장은 다음과 같다. 이를테면 어느 한쪽의 성이 우세해졌다고 가정하자. 예를 들어 수컷이 암컷보다 적게 태어났다고 하자. 그러면 수컷은 수가 적어지는 만큼 교배할 기회가 늘어나고, 따라서 암컷보다 많은 후손을 남기게 된다. 즉 평균 한 마리 이상의 암컷을 임신시키게 된다. 따라서 어떤 유전적 요인이 한 부모에게서 태어난수컷의 상대적 비율에 영향을 준다면(실제로 이러한 요인은 존재한다.), 수컷을낳는 유전적 경향을 가진 부모는 다윈적인 이득을 얻는 셈이 된다. 다시말해 후손에게는 수컷이 많아야 번식에서 성공할 확률이 높기 때문에, 2대 후손에서는 평균 이상의 수컷이 태어나게 된다. 그에 따라 수컷의 번식을 선호하는 유전자가 확산되고 따라서 수컷의 출생 빈도도 높아진다. 그러나 이러한 수컷의 이득은 수컷의 출생이 증가함에 따라 저하되며, 이윽고 수컷과 암컷이 동수가 될 때 완전히 사라진다. 이것은 암컷의 수가 적을 때에도 암컷의 출생을 돕는 방향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성비(性)는 다윈적인 과정을 통해 ‘1대 1‘이라는 평형값을 유지하게 되는것이다. - P93

 우리가 자연학의 과학을 수립할 수 있었던 것은 무엇보다 자연의 풍부함 덕분이다. 즉 그 다양성이 규칙을 찾아내는 모든 과정에서 적절한 예외들이 발견될 수 있음을 실질적으로 보증하기 때문이다. 특이함이나 괴이함은 보편성에 대한 검증이지, 한차례의 놀라움이나 웃음거리로 넘기고 지나갈 무엇이 아니다. - P95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프롤로그

래칫 클라크와 엄마 헨리엣은 플로리다 펜서콜라에 있는 작고 우중충한 아파트 지하2층에 살았다. 모녀가 사는 집엔 창문이 없었다. 창문이 있다면 온갖 벌레와 유충과 이상하고 무서운 곤충들을 보게 될 거라고 래칫은 상상했다. 그중에는 시체를 먹는 유충도 있는데, 사람들이 어둠을 틈타 아파트 앞뜰에 몰래 파묻고 간 시체를 먹고 산다. 이런 악몽을 쫓아내 주는것은 엄마랑 같이 누워 자는 침실의 얇은 벽뿐이었다. - P9

 늙으면 삶과 죽음을 잇는 과도기처럼 잠이 온다고 틸리는 말했다. 예전만큼 먹지 않게 되었고, 꿈의 복도를 더 많이 헤매고 다녔다. 때로는 세상을 뜬 어머니와 다른 사람들을 만나기도 했다. 시간은 의미가 없어진 건지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한꺼번에 뒤섞여 버렸다. 누구하고도 진득하니 함께 지낼수가 없었고, 시간대를 공유할 수도 없었다. 어쩐 일인지 시간순서도 그렇게 중요한 것 같지 않았다. 마치 모든 것이 한꺼번에 펼쳐지고 난 후에야 비로소 이해하게 된 것 같았다. 미래에서 빌려 온 것으로 과거에 놓친 것을 알아내려고 애쓰면서, 산자와 죽은 자가 모이는 통로를 뚫고 나아가는 것 같았다. - P60

펜펜은 잡초 몇 뿌리를 두엄 위로 던지고는, 사람들은 밭이 썩는 꼴을 못 봐 주지만 썩는 것도 있어야 모두 제대로 자랄 수 있다고 말했다. 펜펜은 이 말을 래칫에게 하고 또 했는데, 그렇게 반복해 들은 말은 으레 마음에 남기 마련이다.  - P61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