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래칫 클라크와 엄마 헨리엣은 플로리다 펜서콜라에 있는 작고 우중충한 아파트 지하2층에 살았다. 모녀가 사는 집엔 창문이 없었다. 창문이 있다면 온갖 벌레와 유충과 이상하고 무서운 곤충들을 보게 될 거라고 래칫은 상상했다. 그중에는 시체를 먹는 유충도 있는데, 사람들이 어둠을 틈타 아파트 앞뜰에 몰래 파묻고 간 시체를 먹고 산다. 이런 악몽을 쫓아내 주는것은 엄마랑 같이 누워 자는 침실의 얇은 벽뿐이었다. - P9

 늙으면 삶과 죽음을 잇는 과도기처럼 잠이 온다고 틸리는 말했다. 예전만큼 먹지 않게 되었고, 꿈의 복도를 더 많이 헤매고 다녔다. 때로는 세상을 뜬 어머니와 다른 사람들을 만나기도 했다. 시간은 의미가 없어진 건지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한꺼번에 뒤섞여 버렸다. 누구하고도 진득하니 함께 지낼수가 없었고, 시간대를 공유할 수도 없었다. 어쩐 일인지 시간순서도 그렇게 중요한 것 같지 않았다. 마치 모든 것이 한꺼번에 펼쳐지고 난 후에야 비로소 이해하게 된 것 같았다. 미래에서 빌려 온 것으로 과거에 놓친 것을 알아내려고 애쓰면서, 산자와 죽은 자가 모이는 통로를 뚫고 나아가는 것 같았다. - P60

펜펜은 잡초 몇 뿌리를 두엄 위로 던지고는, 사람들은 밭이 썩는 꼴을 못 봐 주지만 썩는 것도 있어야 모두 제대로 자랄 수 있다고 말했다. 펜펜은 이 말을 래칫에게 하고 또 했는데, 그렇게 반복해 들은 말은 으레 마음에 남기 마련이다.  - P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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