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과학은 결코 신과 멀리 떨어져 있지 않다. 인도의 위대한 수학자 스리니바사 라마누잔은 이렇게 말했다. "방정식이 신의 생각을 나타내지 않는다면 내게는 아무 의미도 없다."보스도 자신의연구가 무의식적으로 신학에 편향된다고 공개적으로 인정했다. 많은 서양 과학자들이 그러리라고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보스의 설명에 따르면 이렇게 세상에 접근하면 그의 발견과 같은 것이 터무니없어 보이지 않는다. "과학은 모순되거나 변덕스럽게 보이던 것을 새롭고 조화로운 단순성으로 포괄시켜 한 발짝 한발짝 나아가는 일"이기 때문이다 - P320

여기서 핵심어는-종종 간과되는 말이지만 지혜sagacity다. 우연한 발견이 일어나기는 하지만 아무나 발견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알렉산더 플레밍은 미생물학을 오랫동안 연구했기에 페트리접시에서 뭔가 이상한 점을 눈치챌 수 있었다. 알프레드 노벨은 휘발성 강한 화학 물질인 니트로글리세린을 여러 형태로 오랫동안 실험했기에 이를 안정화하는 방법을 찾아 오늘날 다이너마이트로 알려진 것을 발명할 수 있었다. 젊은 베두인족 양치기 무함마드 에드디브는 고고학에 문외한이었지만, 1946년에 예루살렘 근처에 위치한 한 동굴에 돌멩이를 던졌을 때 이상한 소리가 나자 뭔가 "잘못되었음"을 직감했다. 그는 사해 두루마리를 발견했다. 행운은 준비된자에게만 미소 짓는다. - P324

관찰하는 자에게도 행운은 미소 짓는다. 우연한 발견을 하려면 관찰력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창의력 백과사전』에 따르면 약 50년전 또 다른 과학자도 페트리접시에서 알 수 없는 이유로 죽은 세균세포를 발견했지만 그는 자세히 알아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지 않았다. 그랬다가는 연구 방향이 틀어질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행운을 잡는 데 능숙한 과학자는 빗나가는 일을 기꺼이 감수한다. 그는 환경의 작은 변이. 특히 이례적인 부분에 민감하다. 남들이 예외로치부하는 것에 주목하는 일이야말로 행운을 잡는 비결이다.
세렌디피티에는 부단한 노력도 필요하다. 세렌디프의 왕자들은 레이지보이 안락의자에 늘어져 있다가 행운을 맞은 게 아니다. 그들은 주위 환경과 다양하게 상호작용하며 끊임없이 움직였다. 이를 케터링 원리라 한다. 이름난 자동차공학자 찰스 케터링은 끊임없이 움직이라고 직원들을 닦달했다. "앉아 있다가 무언가를 발견했다는 소리는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다"며 - P325

왜 역사책에는 여성 천재가 그렇게나 전무할까? 이유는 간단하다. 최근까지 대부분의 세상이 이를 용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정확히 우리가 원하고 우리에게 걸맞은 천재를 가진다. 창조적 천재의 형성에 환경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강조하는 뭔가가 있다면, 바로 만신전에 여성이 확연히 적다는 것이다. 역사적으로 여성은 창조적 탁월함에 필요한 자원 그러니까 멘토, (내적 및 외적)보상, 후원, 청중을 얻지 못했다. 대부분의 천재가 주목받을 만한 업적을 처음으로 내놓는 이십대에 여자들은 아이 양육과 집안일에시달렸다. 프루스트처럼 코르크로 방음 작업실에 틀어박힐 수도없었고 볼테르처럼 음식이 들어올 때만 문을 열 수도 없었다. - P3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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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으로 밀려오는 가난한 난민에게 공감을 가져달라는 호소만으로는 왜 충분하지 않은지는 이미 1세기 전 오스카 와일드가 밝힌 바 있다. 에세이 『사회주의에서의 인간의 영혼』서두에서 그는 이렇게 강조했다. "인간은 누군가의 생각보다는누군가의 고통에 훨씬 더 쉽게 공감을 느끼는 법이다."

그들은 끔찍한 가난과 끔찍한 추레함과 끔찍한 굶주림에 둘러싸여 있다. 그리고 필연적으로 그 모든 것들에 커다란 영향을 받는다. 인간의 감정은 지성보다 훨씬 더 빨리 자극에 반응하기 때문이다. (…………) 따라서 사람들은 방향이 잘못되긴 했어도 훌륭한 의도로, 매우 진지하게 그리고 매우 감상적으로 자신들이 목격하는 악들을 바로잡고자 하는 임무를 스스로에게부여한다. 하지만 그들이 제시하는 처방은 질병을 치유해주지못한다. 처방은 병을 연장시킬 뿐이다. 말하자면 그들의 처방은 질병의 일부인 셈이다. 예를 들어, 사람들은 가난한 이들의 생을 유지시킴으로써, 혹은 매우 진보적인 한 학파의 경우처럼 가난한 이들을 즐겁게 해주는 것과 같은 방식으로 빈곤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 하지만 그런 것들은 해결책이 될 수 없으며 어려움을 더욱더 가중시킬 뿐이다. 바람직한 목표는,
가난이 존재할 수 없는 기반 위에 사회를 재건하는 것이 되어야 한다. 그런데 고결한 이타주의가 그 목표를 실현하는 데 걸림돌이 되어온 게 사실이다. - P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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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마 자이가르닉은 러시아의 심리학자다. 그녀는 어느 날 식당에서 종업원들이 주문을 완벽하게 처리한 뒤 접시를 손님의 테이블에 내려놓자마자 그 정보를 삭제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일련의 실험을 통해 우리가 미완성 과제와 연관된 정보를 다른 어떤 형태의 정보보다 훨씬 쉽게 떠올린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미해결문제에 대한 무언가가 기억을 촉진하고 머리를 맑게 한다.
내 생각에 천재는 일반인보다 자이가르닉 효과에 더 민감한 듯하다. 그들은 미해결 문제를 맞닥뜨리면 그걸 해결할 때까지 멈추지 못한다. 창조적 천재를 설명하는 특징은 출처가 불분명한 ‘깨달음의 순간‘보다는 이 끈기다. 중력법칙을 어떻게 발견했느냐는 질문에 아이작 뉴턴은 떨어지는 사과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없이 이렇게 대답했다. "생각하고 또 생각했습니다." - P254

에든버러에서 볼 수 있는 무엇보다 큰 기적은 지형과 기후의 난관을 겪으면서 이 도시가 존재한다는 사실 그 자체다. 길 잃은 햇빛이 외계의 우주광선처럼 거실을 꿰뚫을 때 도널드에게 이에 대해 묻는다.
그는 사실이라고 대답한다. 에든버러가 창조적 장소였고 지금도 그런 것은 멋진 곳이어서가 아니라 힘든 곳이어서다. 스코틀랜드인으로 태어나 좋은 점은 무언가 맞설 대상이 있다는 점입니다.
무언가에 맞춰 살아야 하는 것이 아니라 무언가에 맞서 살아야 합니다. 그래서 노력을 더해야 하죠." 에든버러뿐 아니라 모든 천재의 장소를 적절하게 묘사하는 표현이다. - P261

하지만 이 설명은 성에 차지 않는다. 무엇보다 모든 상호작용이 똑같이 좋은 것은 아니다. 모든 아이디어가 똑같이 좋은 것은 아니듯 말이다. 교도소는 지독하게 밀집되어 있으며 상호작용이 무척 많이 일어나지만 창조성은 그다지 많이 생겨나지 않는다. 빈민가도 밀집되어 있고 그곳 사람들이 일상생활에 관한 창의성에서 두각을 나타낼 수는 있지만, 일반적으로 볼 때 노벨상을 받거나 새로운 문학 장르를 만들어내지는 못한다. 밀집 외의 무언가가 관여하는 것이 틀림없다.
에든버러의 좋은 점이 뭐냐고 물었을 때 도널드 캠벨의 답변이 떠오른다. 그가 여기 머무는 이유는 무엇일까? 도널드는 생각에 잠기더니 한 단어로 대답했다. ‘친밀함‘이었다. 기대한 단어는 아니었지만, 듣는 순간 머릿속에서 전구가 번쩍였다. 이제 모오오든 것이 이해될 것만 같다. 천재의 장소는 단순히 인구가 밀집한 장소가 아니라 친밀한 장소이기도 하며 친밀함에는 반드시 어느 정도의 신뢰가 포함된다. 심포지엄에 모인 그리스의 철학자와 시인은 서로를 신뢰했기에 어느 정도의 친밀감을 다졌다. 베로키오는 제자들이 임무를 완수할 거라고 믿었다. 오늘날 창조성이 뛰어난 도시와 회사는 신뢰도와 친밀도가 높은 곳이다. - P263

여기는 글래스고가 아니다. 적어도 내 머릿속에서는 아니다. 나는 캘리포니아에 돌아왔다.딘 사이먼턴의 비좁은 연구실에서 그가 맹목적 변이wind variation와 선별적 유지selective retention에 대해 이야기하는 동안 고전음악이 잔잔하게 흘러나온다. 이는 사이먼턴이 지난 25년간 발전시킨 창의성 이론으로, 에든버러의 천재들과 직접적으로 연관된다. 사이먼턴은 창조적 천재가 초유동성 super fluidity및 역추적성backtracking 과 관계가 있다고 믿는다. 초유동성은 막다른 골목에 부딪히는 한이 있더라도 감을 밀어붙이려는 의지이고 역추적성은 막다른 골목이나 그렇게 보이는 것에서 돌아와 다시 살펴보는 것이다. 앞에서 보았듯 천재들이 나머지 사람보다 타율이 높은 것은 아니다. 그들은 헛스윙을 더많이 하지만, 이게 중요한데, 자신이 어디서 그리고 왜 헛스윙을 했는지 정확히 복기할 수있다. 심리학자들은 이런 특징을 ‘실패 지수failure index‘ 라고 한다.
천재들은 이 마음의 책갈피를 좋아하고 이를 게걸스럽게 체계적으로 수집한다. - P280

지식을 전달하는 데 뛰어났던 것 아닐까? 큰소리로 자문해본다.
어느 정도는 그랬다고, 브로디가 말한다. 하지만 지식은 천재성과 같지 않으며 오히려 천재성을 방해한다. 오늘날 우리가 가장 존경하는 천재들이 반드시 자기 분야에서 가장 박식한 사람인 것은아니다. 이를테면 아인슈타인의 동시대인 중에는 물리학에 대해 그보다 많이 아는 사람이 많았다. 아인슈타인은 전지全知하지 않았다. 전견全見했다. 예상치 못하지만 중요한 연결고리를 잇는 능력이 창조적 천재의 특징이라면, 확실히 지식의 깊이보다는 너비가 중요하다.

천재의 장소가 어떻게 다양한 문화 흐름의 중심을 차지하는지는 이미 살핀 바 있다. 고대 아테네의 대형 범선이나 르네상스 피렌체의 상인을 떠올려보라. 이러한 혼합에서 생겨난 창조적 문화는 잡종일 수밖에 없었다. 인도의 한 학자는 "문화보다 덜 순수한것은 없다"라고 말했는데 내가 보기에도 그의 말이 옳다. 순수한 천재라는 말은 형용 모순이다. 천재에게 순수한 면은 아무것도 없다.천재는 빌리고 훔친다. 물론 거기에 자신의 재료를 섞긴 하지만,
순수함이 설 자리는 어디에도 없다.
콜카타의 혼합에서 특별한 점은 그게 우연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콜카타의 혼합은 어느 역사가의 말마따나 "인도의 천재성과 서구적 감수성의 결혼으로 생겨났다. 이는 중매결혼이다. 콜카타는계획된 천재성을 보여주는 세계 최초의 (어쩌면 유일한 사례이기때문이다. 벵골 르네상스 끝 무렵에 살았던 시인 수딘 다타는 이렇게 말한다. "현대 세계의 새로운 문화 중에서 오래된 문화 둘을 의도적으로 섞어 만들지 않은 것은 하나도 없다."
••••••
영국령 인도의 수도 콜카타는 일종의 실험실이었다. 유망하지만 검증되지 않은 아이디어가 이곳을 거쳤다. 범죄 수사에서 쓰는 지문감식법을 처음 사용한 것도 여기다. 기억하다시피 이 기법은 우리의 오랜 친구 프랜시스 골턴이 발명했다. 맨체스터보다 먼저 콜카타에 하수도와 가스등이 갖춰졌다. 이곳에서는 늘 창조성이 혈액처럼 흘렀다. - P297

황금기는 슈퍼마켓과 같다. 선택의 여지가 무궁무진하다. 무엇을 선택할지는 당신에게 달렸다. 슈퍼마켓에서 장을 본다고 해서 반드시 맛있는 음식을 만드는 것은 아니지만, 그럴 가능성은 있다.
타고르가 성년이 되었을 즈음에는 벵골 르네상스의 토대가 이미 마련돼 있었다. 슈퍼마켓은 영업을 시작했다. 그는 슈퍼마켓을 뻔질나게 드나드는 창의적인 손님이었다. 타고르는 여느 천재와 마찬가지로 파벌주의를 멀리했다. 그는 불교, 고대 산스크리트어, 영문학, 수피즘, 마을을 방랑하는 음유 가수인 바울 등 무엇에서나 영감을 얻었다. 타고르의 천재성은 종합에서 비롯했다. - P304

창의적인 사람은 혼란과 손잡지만, 손잡는 것이 굴복과 같지는않다. 끊임없는 혼란은 완벽한 질서만큼이나 창의성에 무익하다.
하지만 벨기에의 화학자이자 노벨상 수상자 일리야 프리고진은 이렇게 말했다. "둘 사이의 어딘가에서 전체상과 놀람의 황홀한 만남이 이루어지는데, 여기서 창의성이 생겨난다. 그 안에 모든 가능성이 존재한다." 창의적인 사람들은 영원히 이 공간에서, 혼란의 가장자리에서 춤춘다. - P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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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의 협박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는 고전의 반열에 오른 연구서 죽음과 죽어감』(1971)에서 불치병이라는 진단에 반응하는 다섯단계라는 유명한 모델을 선보였다. 첫번째 단계는 부정이다.
부정은 사실을 받아들이지 않고 거부하는 태도다("나한테 그런 일이 일어날 리 없어). 두 번째 단계는 사실을 더는 부정할 수 없어 터지는 분노다(‘왜 하필 나한테 이런 일이 일어나는 거야?‘). 세 번째 단계는 사실을 어떻게든 미루거나 축소시키려는 타협의 태도다(‘적어도 애들이 학교 마치는 것은 보게해줘‘), 네 번째 단계는 우울증이다(성적 관심의 급감, 공허한감정, ‘어차피 죽을 텐데 그런 게 나랑 무슨 상관이야). 마지막 다섯 번째 단계는 체념과 수용이다(‘어차피 내가 바꿀 수있는 게 없구나. 준비라도 잘 해두자‘). - P7

아프리카와 중동에서 물밀 듯 몰려오는 난민 행렬을 바라보는 서구 여론과 각국 정부의 반응도 이 다섯 단계 감정이 혼재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것은 아닐까? 부정. 한사코 인정하지 않으려는 태도가 보인다(갈수록 줄어드는 태도이기는하다). ‘뭐 별일 아니네, 그냥 무시해버려‘ 분노의 목소리가 터져 나온다. ‘난민은 우리 생활방식을 심각하게 위협해. 그들중에는 이슬람 과격분자도 숨어 있다고, 어떤 대가를 치러서라도 반드시 막아야 해!‘ 타협을 해보려는 안간힘도 나타난다. ‘좋아, 난민을 몇 명이나 받아들일지 할당량을 정해 나누자고.
그들 나라에 난민 수용시설을 세워 지원해주는 것은 어때! 우울증 반응이 나타난다. ‘우린 망했어. 유럽은 우리 눈앞에서 유로파스탄Europastan이 되고 말 거야!‘ 끝내 없는 것은 난민을 수용하려는 자세다. 다시 말해 난민 문제를 범유럽적 차원에서 접근하려는 일관된 계획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 - P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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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놀라운 사실을 알 수 있다 지난 50년간 학위 논문과 학술 논문의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었지만, 사회학자 J. 로저스 홀링스워스가 『네이처』에서 썼듯 "사실 창의적인 연구는 비교적 일정하게 배출되었다". 우리는 전문성의, 심지어 재능의 홍수를 겪고있지만 창조적 도약의 급증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 원인 중 하나는 앞에서 말했듯 전문화다. 우리는 세상을 점점잘게 쪼갰다. 이 때문에 오늘날 각 분야마다 어마어마한 양의 지식이 쌓였다. 천재가 자기 분야에서 축적된 지식을 모두 습득한 뒤에야 나름대로 기여할 수 있다면, 엄두가 나겠는가? 물리학자나 생물학자는 평생 남의 연구를 공부해본들 간에 기별도 안 갈 것이다.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열등생이었다. 그가 엘리트와 지성인의 언어인 라틴어를 그럭저럭 배운 것은 중년이 훌쩍 지나서였다. 하지만 레오나르도는 통념을 견디지 못했다. 약 500년 뒤 심리학자 에드윈 보링이 "나쁜 지식에는 무지한 것이 상책이다"라고 말했는데, 레오나르도도 같은 생각이었을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피렌체에 대학이 없던 것은 축복이었다. 도시학자 피터 홀의 표현을 빌리자면 그 덕에 피렌체는 ‘학문의 구속복‘에 갇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 P201

다시 르네상스 여명기 피렌체의 상태를 떠올려보라. 교회는 재정적으로나 도덕적으로나 취약했다. 수도사들은 덕을 독점할 수 없었다. 아무도 그럴 수 없었다. 아테네와 항저우에서 보았듯 모든황금기는 옛 질서가 무너졌으나 새 질서는 아직 확립되지 않은 공백기 무한 경쟁이 벌어진다. 농구의 점프볼처럼 누구나 모든 것을 잡을 수 있는 시기, 창조적 천재가 승승장구하는 시기다. 하지만 이런 이행기는 어떻게 찾아오는 걸까? - P204

물론 끔찍한 시기였지만 이런 게 르네상스와 무슨 관계가 있을까? 아주 많은 관계가 있다. 흑사병은 1348년에 발생했다고 알려져 있는데, 그로부터 고작 두 세대 만에 피렌체에서 르네상스가 만개했다. 두 사건의 발생은 우연의 일치가 아니다.
역병은 참화를 불러오긴 했지만 기존 질서를 뒤흔들었다. 신분제가 순식간에 와해되었다. 문 반대편에 있던 사람이 죽어버리자 닫힌 문이 갑자기 열렸다. 역병은 황금기의 필수 요소인 불안정을낳았다.
다시 한번 돈이 반짝이는 머리를 쳐든다. 역병은 ‘상속 효과‘도 만들어냈다. 인구의 절반 이상이 졸지에 사라지면서 도시의 자본이 더 소수의 손에 들어왔다. 여윳돈으로 무언가를 해야 했다. 하지만 대체 무엇을? 그럴 만도 하지만 상인들은 새 사업에 투자하기를 꺼렸다. 왜였는지는 여전히 수수께끼지만 그들은 문화에 투자했다. 경제사가 로버트 로페즈에 따르면 위대한 예술품과 희귀본서적이 갑작스럽게 "개인이나 국가를 엘리트 집단에 들여보내는 마법의 암호"가 되었다. 문화는 이제 이길 수밖에 없는 내기였다.
미국 재무부 증권 못지않은 안전한 투자처였다.
이런 새로운 현실을 맞닥뜨린 후원자와 미술가는 수 세기 뒤까지도 여전히 우리의 숨을 멎게 하는 미술품을 의뢰하고 창작했다.
한편 역병의 창궐을 막지 못한 교회는 도덕적 정당성을 대부분 잃었으며, 세속적 인문주의자들이 그 공백을 메웠다. 이 사건들 중어느 것도 흑사병이 없었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 P206

"미술사에서 <다비드>상과 같은 것은 한 번도 등장하지 않았어요. 표현해야 할 것을 가장 완벽하게 표현한 작품이었으니까요. 피렌체인들은 이 작품을 보자마자 알았어요. <다비드> 상이야말로 고대작품을 능가한 첫 미술품이라는 사실을요. 그들은 고대의 정점을보았어요. 제2의 <다비드> 상은 결코 탄생하지 않을 거예요."
어쩌면 이게 천재적 작품의 가장 정확한 정의인지도 모르겠다.
업그레이드 시도가 헛되고 어리석은 작품. - P212

하지만 5분 이상 지난 아이디어를 철저히 경멸하는 실리콘밸리의 새것 집착 성향은 공유하지 않았다. 계몽된 스코틀랜드인들은 의학을 비롯한 여러 분야에서 역사를 깊이 존중했다. 역사를 적어도 읽을 만한 역사를 발명한 것은 스코틀랜드인이다(투키디데스, 미안). 그들은 이 분야를 ‘추측한 역사‘라고 부르는데, 오늘날 데이비드 매컬로 같은 작가의 작품이나 역사소설이 이에 해당한다. 하지만 스코틀랜드인에게 역사는 단순히 흥밋거리가 아니었다. 역사는유용했다. 스코틀랜드인이 과거를 공부한 것은 현재를 이해하고 당연히 개선하기 위해서였다. 고대 로마인과 고대 중국인처럼 그들은 예리한 역사 감각이 없는 자는 데이비드 흄 말마따나 "영원히 어린아이의 이해에 머물‘ 운명임을 알았다. 천재에게는 액셀뿐 아니라 백미러도 필요하다. - P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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