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위험을 정복한 진보는 이상하리만치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한다. (이 장의 초고를 읽은 독자들 가운데 어떤 이들은 진보를 다룬 책에 이런 내용이 왜들어가는지 의아해 했다.) 최악의 전쟁을 제외하면 사고는 다른 어떤 요인보다 많은 사람의 목숨을 빼앗지만, 도덕의 렌즈를 통해 사고를 바라보는일은 드물다. 우리는 사고는 일어나게 마련이라고 말한다. 신나게 속도를 내며 자기 소유의 차를 모는 편리함이, 과연 매년 100만여 명의 목숨을 빼앗고 수천만 명에게 상해를 입혀도 될 만큼 가치 있는 일이냐고 물으면, 그렇다고 대답할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은연중에 그런 괴물 같은 선택을 하고 있다. 다만 질문이 그런 형식으로 제기된적이 없을 뿐이다." 간혹 위험이 도덕적 교화의 대상이 되고 이를 근절하기 위해 십자군 전쟁이 벌어질 때도 있다. 재난이 뉴스가 되고 재난을 일으킨 악당(탐욕스러운 공장주나 태만한 공무원)을 쉽게 지목할 수 있을 때면 더욱 그렇다. 하지만 이내 사고는 다시 각자의 운에 달린 일이 되고 만다.
사람들은 적어도 자기가 희생자가 되지 않는 이상) 사고를 일종의 잔혹 행위로 보지 않을뿐더러, 안전 측면에서 거둔 성과를 도덕적 승리로 여기지도 않는다. (그나마 그런 성과를 인지했을 때 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수백만 명의 목숨을 살리고 신체적장애, 손상, 고통을 대폭 경감시킨 그 같은 성과는 충분히 감사할 만한 일이자 설명할 필요가 있는 주제이다.  - P295

다른 위험 요인에 비해 피해가 미미한 편임에도 테러리즘이 거대한 혼란과 히스테리를 불러일으키는 것은 테러리즘이 바로 그런 효과를 겨냥하고 설계되었기 때문이다. 현대의 테러리즘은 언론의 도달 범위가 넓어진 데 따른 부산물이다. 집단이나 개인은 조금이나마 세계의 이목을 끌기 위해 가장 확실한 수단을 사용한다. 그들의 표적은 무고한 사람들, 특히 기사를 접하는 독자들이 쉽게 상상할 수 있는 상황에 놓인 사람들이다. 언론사는 미끼를 물고 잔혹한 범죄를 대대적으로 보도한다. 그 뒤에는 가용성 휴리스틱이 작동하고, 사람들은 위험의 크기와 무관하게 공포에 사로잡힌다.
끔찍한 사건은 눈에 띄기 쉽다는 사실만 테러의 배를 채워 주는 것은 아니다. 우리의 감정은 불운한 사고가 아니라 사악한 의도에서 비롯된 비극에 더 깊이 몰입한다. - P303

무장 단체에 속한 다른 테러리스트들은 그들이 내세우는 대의에 이목을 집중시키기 위해, 힘을 사용해서 정부의 정책을 바꾸기 위해, 극단적인 반응을 일으켜서 새로운 동조자를 모집하거나 무질서 상태에 빠진 지역을 착취하기 위해, 혹은 정부가 시민을 보호할 능력이 없다는 인상을 확산시켜 정부의 힘을 약화하기 위해 테러를 저지른다. 그들이 "미국의 존망을 위협하고 있다."라는 결론을 내리기 전에, 우선 실질적으로 그들의 전략이 얼마나 빈약한 것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역사가유발 노아 하라리 (Yuval Noah Harari, 1976년~)는 테러리즘이 적군의 강한 반격 능력에 손상을 입히고자 하는 군사 행동과는 정반대라고 지적한다. 1941년 일본의 진주만공습은 미국이 동남아시아에 파견할 수 있는 영격(迎擊) 함대를 궤멸시켰다. 일본이 군사 행동을 벌이는 대신 테러 사건을 일으켜, 이를테면 미국을 도발한답시고 반격할 수 있는 해군력은 그대로 놔둔 채 여객선을 노려 격침시켰다면 그만한 미친 짓도 없었을 것이다. 열세에 놓인 테러리스트가 노리는 것은 손상을 입히는 것이 아니라 극적 효과를 일으키는 것이라고 하라리는 지적한다. 거의 모든 사람이 9.11을 생각할 때 떠올리는 이미지는 알카에다가 펜타곤 - 실제로그들의 사령부를 일부 파괴하고 지휘관들과 분석가들의 목숨을 빼앗은 군사 시설을 공격했다는 것이 아니라, 미국인의 토템 기둥인 세계 무역 센터를 공격해서 중개인, 회계사, 그밖의 민간인들을 죽였다는것이다. - P305

사실 대중의 인식에 테러리즘이 부상한 것은 세계가 얼마나 위험해졌는지를 나타내는 징후가 아니라 오히려 그 반대라고 할 수 있다. 정치과학자 로버트 저비스(Robert Jervis, 1940년~)는 위협의 목록에서 테러리즘이 최상단에 자리한 것은 "어느 정도는 놀랄 만큼 긍정적인 안보 환경에서 연유한다."라고 논평한다."국가간 전쟁만 드물어진 것이 아니다. 국내를 무대로 정치적 폭력을 활용하는 것도 줄어들었다. 중세에는 사회의 모든 영역 - 귀족, 조합, 마을, 심지어 교회와 수도원 - 이 사설 군사조직을 갖추고 있었으며, 무력으로 자신들의 이익을 보호했다고 하라리는 지적한다. "만약 1150년에 예루살렘에서 소수의 무슬림 극단주의자들이 한 줌의 시민을 살해하면서 십자군에게 성지를 떠나라고 요구했다면, 공포가 아니라 조롱 섞인 반응이 돌아왔을 것이다. 진지하게 받아들여지고 싶다면 적어도 요새화된 성을 한두 곳 정도는 점거해야 했을 것이다." 무력의 독점에 성공한 현대 국가는 국경 안쪽에서 발생하는 살인 사건 발생률을 떨어뜨렸고, 자연히 테러리즘이 들어설 자리가 마련되었다. - P306

민주주의가 뿌리를 내리기 위해서는 영향력 있는사람들(특히 총을 쥔 사람들의 생각이 신권 정치, 왕권신수설, 식민주의적보호주의, 프롤레타리아(실제로는, 그 ‘혁명적 전위의) 독재, 혹은 인민의 뜻이직접 구현된 카리스마 넘치는 지도자의 전제적 통치 같은 대안들보다 민주주의가 더 낫다는 지점에 이르러야 한다. 이것은 민주주의가 교육수준이 낮은 나라, 서양의 영향이 미치지 않는 나라 (예를 들어, 중앙아시아), 정권이 이데올로기를 토대로 폭력적인 혁명을 통해 탄생한 나라(중국, 쿠바, 이란, 북한, 베트남 등)에서 뿌리내리기 어려운 이유를 비롯해 민주화의 연대기에 나타나는 다양한 패턴을 설명하는 데 유용하다. 거꾸로, 사람들이 민주주의 국가가 상대적으로 살기 좋은 곳이라는 점을 깨닫게 되면, 민주주의 사상이 널리 전파되어 장기적으로 민주주의 국가의 수도증가할 것이다. - P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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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서유럽은 독일의 사회학자 노르베르트 엘리아스(Nobert Elias, 1897~1990년)가 문명화 과정(Civilizing Process)이라고 부른 광범위한 역사적발전을 통해 14세기부터 덜 폭력적인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시작했다. 엘리아스는 남작령과 공작령이 짜깁기된 땅덩이에서 출현한 중앙집권적인 왕국에 변화의 공을 돌린다. 그때부터 지방 간 분쟁, 약탈, 군벌의 통치 등이 "왕의 평화(king‘s peace)" 아래 길들여졌다. 19세기에는 지방 도시의 경찰력과 심의 기능이 강화된 법정을 통해 형사 사법 제도가더욱 전문화되었다. 같은 기간에 유럽의 상업적 기반도 잘 포장된 도로와 성능 좋은 운송수단 같은 물질적인 측면에서나, 화폐와 계약 같은 재정적인 측면에서 모두 발전했다. 온화한 상업이 확산됨에 따라 토지를 약탈하는 제로섬 게임은 재화와 용역을 거래하는 포지티브섬 게임에 자리를 내주었다. 사람들은 법률 및 행정상의 규칙이 정한 상업적, 직업적 의무라는 네트워크 안에 엮이게 되었다. 일상의 행동을 규율하는 규범은 모욕에는 폭력으로 답하는 마초적인 명예의 문화에서 예의와 자기통제의 표현을 통해 지위를 얻는 신사적인 품위의 문화로 전환되었다. - P265

아이스너는 30년 내에 살인 사건 발생률을 반 토막낼 방법을 한 문장으로 설명한다. "적법한 법집행, 피해자 보호, 신속하고 공정한 판결, 적정한 처벌, 인도적인 수감 시설 등에 기초한 효과적인 법치는 치명적인 폭력을 지속적으로 줄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효과적인, 적법한, 신속한, 공정한, 적정한, 인도적인 같은 형용사를 보면 그의 조언이 범죄는 강력하게 응징해야 한다는 우파 정치인들의 수사와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일찍이 250년 전에 체사레 베카리아가 그 이유를 설명했다. 가혹하게 처벌하겠다는 위협은 비용이 저렴하고 감정적으로도 만족스럽지만 효과는 딱히 크지 않다. 상습적인 범죄자는 가혹한 처벌을드물게 발생하는 사고쯤으로, 물론 끔찍하기는 하지만 직업에 수반되는자연스러운 위험으로 간주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사람들은 가혹하지 않더라도 확실한 처벌을 일상적인 의사 결정에 더 잘 반영한다. - P273

무정부상태, 충동, 기회와 더불어 폭력 범죄를 촉발하는 또 다른 주된 원인으로 밀거래가 있다. 불법적인 상품과 오락을 거래하는 사업가들은 사기를 당했다고 느끼더라도 소송을 제기할 수 없고, 누가 자신을 위협해도 경찰을 부를 수 없으니, 자신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보다 확실한 폭력의 위협을 사용한다. 미국에서는 주류 판매를 금지한 1920년대와 크랙 코카인(crack cocaine)이 유행하던 1980년대에 폭력 범죄가 급증했으며, 오늘날 코카인, 헤로인, 마리화나가 밀거래되는 라틴아메리카와 카리브 해 연안 국가들에서도 같은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마약과 관련된 폭력 사건은 여전히 해결되지 못한 국제 문제로 남아 있다. 어쩌면 현재 진행되고 있는 마리화나의 합법화와 미래에 있을지 모를 다른 약물의 합법화가 관련 산업을 무법천지의 지하 세계에서 지상으로 끌어올릴지 모른다. 한편 앱트와 윈십은 "마약을 공격적으로 단속하면 마약퇴치효과는 거의 없고 일반적으로 폭력이 증가하는 반면에, "마약 법원과중독 치료는 실효성을 보인 오랜 역사가 있다."라고 평한다.  - P2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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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에는 사자가 살지 않는데요." 레니나가 쏘아붙이듯 말했다.
"그리고 비록 산다고 해도 보아하니 사람들은 헬리콥터를 타고 독가스나 뭐 그런 것으로 사냥을 하겠죠." 갑자기 못마땅해서 경멸하는 어조로 야만인이 덧붙여 말했다. "난 그런 짓은 못 하겠어요, 레니나 그는 어깨를 활짝 펴고 용기를 내어 그녀를 바라보았지만, 납득이 안 가서 짜증스러워하며 빤히 쳐다보는 그녀와 눈이 마주쳤다. 당황한 그는 "난 무엇이라도 하겠어요"라고 말하고는 점점 더 두서없는 말을 늘어놓았다. "당신이 시키는 건 무엇이든지요. 아시겠지만, 어떤 운동들은 고통스럽습니다. 하지만 그 고통 속에서 즐거움이 생겨납니다. 내가 느끼는 기분이 바로 그렇습니다. 그러니까 당신이 원한다면 나는 마룻바닥이라도 쓸겠어요."
"하지만 우린 진공청소기를 사용해요." 어리벙벙해진 레니나가 말했다. "그럴 필요가 없어요."
"그래요. 물론 그럴 필요는 없죠. 하지만 어떤 경우에는 천한 일들을 고귀하게 행할 수도 있습니다. 나는 무언가 고귀한 일을 하고 싶습니다. 모르시겠어요?" - P291

야만인은 얼어붙은 듯 침묵을 지키며 잠시 가만히 서 있더니, 침대 옆에 무릎을 꿇고 앉아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는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흐느껴 울었다.
간호사는 침대 옆에서 무릎을 꿇은 남자의 모습을 보고 (어처구니없는 광경에 기가 막혔다!) 어찌할 바를 몰라 머뭇거렸다. 그리고 지퍼 찾는 놀이를 중단하고 병동의 끝에 서서 모든 콧구멍과 눈을 이쪽으로 향한 채 20호 침상 주변에서 벌어지는 충격적인 장면을 멍하니 지켜보던 (불쌍한 아이들!) 쌍둥이들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그에게 말을 해야 하나? 정신을 차리고 품위를 지키라고? 이곳이 어디인지 그에게 상기시키고, 순진하고 불쌍한 아이들에게 얼마나 치명적인 잘못을 범하고 있는지를? 마치 죽음이 어떤 무서운 사건이라도 된다는 듯, 그렇게까지 중요한 인간이 한 명이라도 세상에존재한다는 듯, 이렇게 역겨울 정도로 울부짖고 소란을 떨어서 그들이 지금까지 행한 죽음에 길들이는 훈련을 몽땅 헛수고로 만들어놓고 있다는 사실을! 이런 행동은 죽음에 관해서 아이들에게 지극히 위험한 편견을 불어넣고, 그들을 불안하게 함으로써 철저히 그릇되고 반사회적인 면으로 반응하게끔 만들지도 모를 노릇이었다.
그녀는 앞으로 나서서 그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 "좀 점잖게 굴면 안 되나요?" 그녀는 나지막하고 성난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주위를 둘러본 그녀는 대여섯 명의 쌍둥이들이 이미 몸을 일으켜 병동쪽으로 내려오는 것을 보았다. 그들이 이루었던 둥근 원이 흩어졌다. 다음 순간에는....…. 안 된다. 위험성이 너무 컸다. 그녀가 맡은 집단 전체가 길들이기 훈련에서 여섯 달이나 일곱 달을 손해 볼지도 모를 일이었다. 간호사가 위험에 빠진 아이들에게로 서둘러 되돌아갔다. - P314

통제관이 어깨를 추켜올렸다. "오래된 책이라는 사실이 가장 큰 이유입니다. 이곳에서는 낡은 것들은 전혀 쓸모가 없으니까요."
"아름다운 것들도요?"
"아름다운 것들이라면 특히 더 그렇죠. 아름다움은 마음을 끄는 힘이 있는데, 우린 사람들이 옛것에 끌리는 걸 원하지 않아요. 우린그들이 새로운 것을 좋아하기를 바랍니다."
"하지만 새로운 것들은 너무나 한심하고 바보 같아요. 헬리콥터들만 나오고, 사람들이 키스하는 걸 실제로 느끼게 하는 연극들만 해도 그렇죠." 그는 얼굴을 찡그렸다. "염소와 원숭이들!"" 그는 자신의 혐오와 증오를 충분히 전달할 수단을 오셀로의 말에서 밖에는 찾아낼 길이 없었다.
"하지만 길이 잘 들고 착한 동물들이기는 하죠." 통제관이 한마디했다.
"왜 당신은 사람들이 「오셀로」를 읽게 그냥 내버려두지 않나요?"
"얘기했잖아요. 낡은 것이라고요. 더구나 그들은 그런 책을 이해하지도 못합니다."
그렇다, 그것은 사실이었다.  - P332

" 그리고 혹시 무엇이 잘못되는 경우에는 소마가 기다립니다. 그것을 자유라는 이름으로 당신이 창밖에 던져버렸어요. 야만인 씨. 자유 말입니다!" 그가 웃었다.
"델타들이 자유를 이해하리라고 기대하다니! 그리고 이제는 그들이「오셀로」를 이해하리라고 기대하고요! 참 순진한 청년이군요!"
야만인은 잠시 침묵을 지켰다. "그렇기는 해도 말입니다. 그는 굽히지 않았다. 오셀로는 훌륭합니다. "오셀로는 촉감 영화들보다 훌륭합니다."
"그야 물론이죠." 통제관이 시인했다. "하지만 그것은 안정을 위해서 우리들이 치러야 할 대가입니다. 당신은 행복 아니면 과거에 사람들이 고급 예술이라고 일컫던 것 가운데 양자택일을 해야 됩니다. 우리들은 고급 예술을 희생시켰어요. 대신 우리들에게는 촉감 영화와 냄새 풍금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것들은 아무런 의미가 없어요."
"그것들은 자체적으로 가치가 있으며, 관객에게 큰 쾌감을 제공합니다."
"하지만 그것들은.....… 그것들은 백치가 하는 얘기입니다." - P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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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런 사실을 시인하면서도, 친구의 동정과 공감이 이제는 그에게 남은 유일한 위안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버나드는 야만인에 대한 순수한 애정과 함께 은밀한 불만을 뒤틀린 마음속에 계속 품고 있었다. 그래서 그에게 약간의 분풀이를 하려고 여러 작전을 곰곰이 궁리해보았다. 합창원대원장에게 불만을 품어봤자 아무 소용이 없었고, 유리병 처리실 실장이나 기능 설정 보조원에게 복수를 할 가능성 또한 없었다. 버나드는 야만인이라면 희생자로 삼기에다른 사람들보다 무척 만만해 보였고, 다루기가 아주 쉬운 대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친구가 지닌 한 가지 중요한 기능이란, 적들에게 가하고 싶기는 하지만 그렇게 하기가 어려운 보복들을 (보다 온건하고 상징적인 형태로) 기꺼이 감수한다는 것이다. - P2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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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 고어(Al Gore, 1948년~) 에서 유나바머(Unabomber, 본명이 시어도어 존 카진스키(Theodore John Kaczynski, 1942년~)인 우편물 폭탄 테러리스트 -옮긴이), 프란치스코 교황에 이르는 다양한 지지자의 선언에서 볼 수 있듯이, 1970년대에들어 주류 환경 운동은 어느 정도 종교적인 면을 지닌 이데올로기, 녹색주의(greenism)와 결합했다.‘ 녹색주의 이데올로기의 출발점은 지구를 인간의 탐욕으로 더럽혀진 순진한 소녀의 모습으로 표상하는 것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5년에 모든 성직자에게 보내는 회칙 「찬미받으소서(Laudato Si)」를 통해 이렇게 말했다. "우리의 공동의 집이 우리와 함께 삶을 나누는 누이이며 두팔벌려 우리를 품어 주는 아름다운 어머니와같다는 것을 상기시켜 주십니다. 이 누이가 지금 울부짖고 있습니다. 하느님께서 지구에 선사하신 재화들이 우리의 무책임한 이용과 남......용으로 손상을 입었기 때문입니다." 이 서사에 따르면 피해는 멈출 수없이 악화되고 있다. "우리의 집인 지구가 점점 더 엄청난 쓰레기 더미처럼 보이기 시작합니다." 그 근본 원인은 이성, 과학, 진보를 향한 계몽주의의 노력이다. "과학과 기술 발전이 인류와 역사의 발전과 동일시될 수없다고 교황은 썼다. "더 나은 미래로 향하는 길은 근본적으로는 다른데 있다. 이를테면 "문제가 얽히고설킨 관계의 비밀과 (당연히도 "그리스도교 영성 체험의 보화를 올바르게 이해함으로써 그 길을 갈 수 있다.
우리가 역성장, 역산업화를 통해 우리의 죄를 회개하고, 과학, 기술, 진보라는 가짜 신을 거부하지 않는다면 인류는 환경에 닥칠 심판의 날에무시무시한 벌을 받을 것이다.
다른 종말론적인 운동들과 마찬가지로 녹색주의에도 인간을 혐오하는 염세적인 태도가 가미되어 있다. 기아 문제를 외면하고, 인구를 감소시키겠다는 잔인한 환상을 품고, 나치가 그랬듯이 인간을 해충, 병원균, 암에 비유하는 것이다.  - P196

경제 성장은 기술 발전뿐 아니라 가치관의 변화를 통해서도 환경 쿠즈네츠 곡선을 휘게 만든다. 환경에 관한 우려 가운데 일부는 철저하게 현실적이다. 이를테면, 도시의 스모그나 녹지를 뒤덮은 아스팔트에 불만을 제기하는 것이다. 하지만 어떤 우려는 더욱 정신적이다. 검은코뿔소의 운명이나 2525년을 살아갈 후손들의 행복은 중대한 도덕적 관심사이기는 하지만 당장 그것부터 걱정하는 것은 일종의 사치라 할 수 있다. 사회가 부유해지고 식탁에 올릴 음식이나 머리 위를 덮을 지붕을 걱정할 필요가 없어지면 사람들은 욕구의 위계를 타고 오르고, 관심의 범위 역시 시공간적으로 더욱 확장된다.  - P200

어쨌든 이 증가는 일시적이다. 적어도 두 가지 이유로, 출산율은 정점에 이른 뒤 하락한다. 우선 부모로서는 자녀가 일찍 사망할 것에 대비해 아이를 많이 낳을 필요가 없어진다. 그리고 여성은 교육 수준이 높아질수록 결혼과 출산을 미루게 된다. 그림 10.1은 세계인구 증가율이 1962년에 2.1퍼센트로 정점에 이른 뒤 2010년에 1.2퍼센트로 떨어지고, 아마 2050년에는 0.5퍼센트 이하로 하락한 뒤, 2070년에 0에 가까워져서 한동안 그 상태를 유지하리라 예측한다. 출산율이 가장 눈에 띄게 하락한 곳은 유럽과 일본 등 선진국이지만, 종종 그렇듯이 세계의 다른 지역에서 갑자기 쑥 떨어져 인구학자들을 놀라게 할 수도 있다. 이슬람 사회는 서양을 변형시킨 사회적 변화에 거부감이 크고 따라서 영원히 유스퀘이크(youthquake, 젊은 세대의 인구 비율이 높아 그들의 행동이 다른 세대보다 사회에 큰 영향을 미치는 현상.-옮긴이)에 시달릴 것이라는 통념과는 달리, 출산율은 이란에서는 70퍼센트, 방글라데시와 아랍 7개국에서는 60퍼센트가 하락하는 등 지난 30년간 40퍼센트가 하락했다. - P201

게다가 사람들이 ‘자원을 필요로 한다.‘라고 생각하는 것부터가 잘못이다."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것은 먹을거리를 키우는 방법, 이동하는 방법, 집을 밝히는 방법, 정보를 나타내는 방법 등과 같은 인간 안녕과 복리의 원천들이다. 사람들은 생각을 통해 이런 필요를 충족시킨다. 물질 세계를 조작해서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는 요리법이나 공식, 기술, 청사진, 알고리듬 등을 활용하는 것이다. 인간의 정신은 끝없는 조합능력을 통해 무한한 생각의 공간을 탐사할 수 있으며, 이것은 땅에 묻힌 특정한 물질의 많고 적음에 제한되지 않는다. 한 생각이 더는 유효하지않게 되면 다른 생각이 그 자리를 대신할 수 있다. 이것은 확률의 법칙을 거스르는 것이 아니라, 따르는 이야기이다. 인간이 자기 욕망을 물리적으로 충족할 수 있는 방법을 자연 법칙이 많지도 적지도 않게 꼭 한 가지만 허락해 주었을 이유가 어디 있겠는가? - P204

한가지 열쇠는 생산성과 자원의 결합을 깨는 것이다. 이제 인간은 더적은 물질과 에너지에서 더 많은 이득을 뽑아낼 수 있다. 이제는 밀도에 프리미엄이 붙는다." 더 적은 땅, 물, 비료를 사용해서 더 많은 단백질, 열량, 섬유질을 만들어 내도록 품종 교배를 하거나, 개량 작물을 재배해서 농업을 집약화하면 그만큼 농지를 절약할 수 있고, 절약한 만큼을 자연 서식지로 되돌릴 수 있다. (생태 모더니스트는 식량 1킬로그램을 생산하는 데 훨씬 많은 땅을 필요로 하는 유기 농법은 더 환경적이지도 않고 지속 가능하지도 않다고 지적한다.) 사람들이 도시로 이주하면 시골 지역의 땅이 남게 될 뿐 아니라, 누군가의 천장이 누군가의 바닥이 되어 출근, 건축, 난방에 필요한 자원도 절약하게 된다. 고밀도 조림지에서 자연림의 5배에서 10배에 이르는 목재를 수확하면 임지를 확보하고 그곳에 서식하는 깃털과 털과 비늘이달린 동물을 지킬 수 있다.
이 모든 과정에는 지구의 또 다른 친구라고 할 탈물질화(dematerialization)가 큰 도움이 된다. 기술 진보 덕분에 우리는 더 적은 것으로 더 많은 일을 하게 되었다. 85그램이었던 음료용 알루미늄 캔은 이제 15그램도 되지 않는다. 휴대 전화는 수백 킬로미터에 달하는 전신주와 전화선을 더는 필요로 하지 않는다. 디지털 혁명은 원자를 비트로 대체함으로써 우리 눈앞에서 세계를 탈물질화하고 있다. 내가 수집한 몇 세제곱미터의 LP판들은 몇 세제곱센티미터의 CD들에 자리를 내주었고, 뒤이어 CD는 아무 부피도 없는 MP3에 자리를 내주었다. 아이패드(iPad)는내 아파트를 채우던 신문의 홍수를 잠재웠다. 테라바이트 단위의 저장공간을 갖춘 노트북이 있어 이제는 상자 단위로 책을 구입할 필요가 없다. 게다가 스마트폰 하나로 대신할 수 있는 것들을 생각해 보라. 전화기,
자동 응답기, 전화번호부, 카메라, 캠코더, 녹음기, 라디오, 자명종 시계, 계산기, 사전, 주소록, 달력, 거리 지도, 손전등, 팩스, 나침반, 심지어 메트로놈과 실외 온도기, 음주 측정기 등 40여가지 물품에 사용되는 플라스틱, 금속, 종이를. - P214

주목할 만한 이 경향에는 강제력, 법률, 혹은 도덕적 교화 운동도 필요하지 않다. 사람들이 삶을 살아가는 방식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환경 법안이 불필요하다는 의미냐면 전혀 아니다. 어떻게 보아도 환경 보호 기구, 에너지 기준의 의무화, 멸종 위기종의 보호, 국가적이고 국제적인 대기질 및 수질 개선을 위한 법안은 엄청나게 유익한 효과를 가져왔다. 오히려 그것은 인류를 휩쓴 근대성의 물결이 역사적으로 유례없는, 지속 불가능한 수준의 자원 사용과 낭비의 카니발을 불러온 것이 아니라는 점을 시사한다. 기술의 본성, 특히 정보 기술의 본성에 포함된 무언가가 인류의 번영을 물리적인 물질과의 결합으로부터 떼어 놓고 있는 것이다. - P216

여기에 우리가 기후 변화에 대처하는 과정에서 마주하는 두 가지 심리적 장애물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첫 번째는 인지적인 장애물이다. 사람들은 규모를 생각할 때 어려움을 겪는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1,000톤, 100만 톤, 10억 톤 단위로 감축하는 행동들을 서로 구분하지 않는 것이다." 수치, 속도, 가속도, 고계 도함수를 구별하지도 않는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증가 속도에 영향을 미치는 행동이 있고, 이산화탄소 배출의 비율에 영향을 미치는 행동이 있고, 대기 중 이산화탄소의 수치에 영향을 미치는 행동이 있으며, 지구의 기온에 영향을 미치는 행동이 있다. (이산화탄소 수치가 증가하지 않고그대로 유지되더라도 기온은 상승할 것이다.) 사람들은 내가 언급한 것들 가운데 마지막 사안에만 집중한다. 그러나 규모와 변화 순서를 고려하지 않는다면 무의미한 정책에 만족하기 십상이다.
두 번째는 도덕적인 장애물이다. 2장에서 언급했듯이, 인간의 도덕감각은 특별히 도덕적이지 않다. 인간의 도덕 감각은 탈인간화("돼지 같은 정치인")와 처벌 목적의 공격성("오염을 일으킨 기업에 돈을 물려서")을 부추긴다. 또한 낭비를 악에, 금욕을 선에 빗대 아무 의미도 없는 희생 정신을 신성화한다. 다양한 문화에 속한 사람들이 금식, 순결, 자기 부정을 다짐하고, 장식품을 불태우고, 동물(때로는 인간) 제물을 바침으로써 자신의 올바름을 과시한다. 현대 사회에서조차 타인에 대한 존경심은 상대가 얼마나 훌륭한 성취를 이루었는가보다는 이타적인 행위를 위해 얼마나 많은 시간과 돈을 포기했는가에 달려 있다.  - P223

해로운 결과를 막는 데 필요한 급격한 탄소 배출량 감소의 징후는 아직 어디에서도 나타나지 않고 있다. 그것보다는 정책과 기술을 활용해 탈탄소화 과정을 강화할 필요가 있는데, 이런 의견을 ‘대폭적 탈탄소화(Deep Decarbonization)‘라고 부른다.
대폭적 탈탄소화의 시작은 탄소 유료화(carbon pricing)이다. 탄소 유료화는 사람과 기업이 공기 중에 탄소를 배출해서 일으키는 피해에 비용을 청구하는 것으로, 탄소 배출에 세금을 매기거나 국가들끼리 할당량을 거래할 수 있는 ‘탄소 배출 상한제‘를 도입하면 된다. 서로 다른 정치적 입장을 가진 경제학자들도 정부와 시장의 고유한 이점을 잘 조합하고 있다는 점에서 한목소리로 탄소 유료화를 지지한다. 원래 대기에는 소유자가 없으니, 사람(그리고 기업) 입장에서는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탄소 배출을 막고자 굳이 에너지 사용을 자제할 이유가 없다. 이와 같은 고약한 결과를 경제학자들은 ‘부정적 외부 효과‘라고 부른다. (또 다른 이름으로는 공공재 게임에서 말하는 ‘집단 비용‘, 공유지의 비극에서 말하는 ‘공유지 훼손‘ 등이있다.) 정부만이 부과할 수 있는 탄소세를 도입해서 공공 비용을 ‘내재화‘하면 사람들은 탄소를 배출하는 모든 결정에서 피해정도를 계산에 넣을 수밖에 없다. 수십억 인구가 자신의 가치관과 가격이 말해 주는 정보에 근거해서 무엇이 절약에 가장 유리한 방법인지 직접 결정하게 하는일은 분명 정부 분석가를 책상 앞에 앉혀 놓고 최선의 조합을 계산하게 하는 것보다 훨씬 효율적이고 인도적일 것이다.  - P230

대폭적 탈탄소화의 두 번째 열쇠는 전통적인 환경 보호 운동의 불편한 진실을 끄집어낸다. 바로, ‘핵에너지‘가 세계에서 가장 풍부하고, 동시에 확장 가능한 탄소 없는 에너지원이라는 사실이다." 태양광과 풍력을 중심으로 재생 에너지는 상당히 저렴해졌고, 세계 에너지 공급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3배 이상 증가하기는 했지만, 그래 봐야 전체 에너지 대비 1.5퍼센트에 지나지 않고, 앞으로 증가할 수 있는 정도에도 한계가 있다. - P231

긴 평화는 현실 정치의 도움을 받기도 했다. 미국과 (구)소련 군부가가진 강력한 파괴력(핵무기는 제쳐 놓더라도) 앞에서 냉전시대의 초강대국들은 상대와 전장에서 겨루겠다는 생각을 재고할 수밖에 없었다. 세계로서는 놀랍고 다행스럽게도 그런 상황은 일어나지 않았다. "
하지만 국제 질서에 일어난 가장 큰 변화는 오늘날 우리가 그 진가를제대로 평가하지 못하고 있는 개념의 등장이다. 이제 전쟁은 불법이다. 인류사에서 거의 없었던 일이다. 힘이 곧 정의였고, 전쟁은 수단만 달리한 정치의 연장이었으며, 전리품은 승자에게 돌아갔다. 만일 어떤 국가가 다른 국가의 대우가 부당하다고 느끼면, 그 국가는 선전포고를 하고잘못된 대우의 보상으로 상대 국가의 영토를 점령한 뒤, 합병에 대한 다른 세계의 인정을 기대할 수 있었다. 애리조나, 캘리포니아, 콜로라도, 네바다, 뉴멕시코, 유타가 미국의 주인 것은 1846년 미국이 받지 못한 빚을 이유로 멕시코를 침략했기 때문이다. 오늘날에는 일어날 수 없는 일이다. 세계의 국가들은 자위(自衛) 목적이나 유엔 안전 보장 이사회의 인준 없이는 전쟁을 벌이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국가는 불멸을 얻었고, 국경은 정해졌으며, 정복 전쟁을 벌이는 국가는 다른 세계의 묵인이 아닌 비난을 예상해야 한다. - P257

해서웨이와 샤피로는 국가간 전쟁의 불법화에도 폐해는 있다고 지적한다. 유럽이 자신들이 점령했던 식민지 영토에서 철수한 뒤 그 자리에는 국경이 모호하고 인정을 받는 계승자가 단 한 사람도 없는 취약한 국가가 들어서고는 했다. 그런 국가는 자주 내전과 공동체 간의 폭력 사태에 휘말리고는 했다. 그러나 새로운 국제 질서 아래에서는 그런 국가들도 더욱 효율적인 힘을 가진 국가들의 정당한 침략 대상이 될 수 없게 되었고, 몇 년, 혹은 몇 십 년씩 준(準)무정부상태로 보낼 수밖에 없게 되었다. - P259

 또한 국가가 부유해지면 내전이 일어날 가능성이 줄어든다. 의료, 교육, 치안 등의 행정 서비스를 제공할 여유가 있으면 정부는 시민의충성심을 결집하는 측면에서 저항 세력보다 큰 경쟁력을 갖게 되고, 이를 통해 군벌, 마피아, 게릴라(같은 사람들인 경우가 많다.)가 우두머리 노릇을하는 국경 지역에서 통제권을 회복할 수 있다. 또한 전쟁은 선제 공격을 하지 않으면 자신이 선제공격을 당해 전멸할지 모른다는 상호 공포에서 불붙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게임 이론 시나리오에서 안보의 딜레마(security dilemma) 혹은 홉스의 덫(Hobbesian trap)이라고 부른다.) 최초의 원인이 무엇이든 일단 한 지역에 평화의 빛이 밝혀진다면, 그 빛은 저 스스로 밝아질 수 있다. (거꾸로, 전쟁은 전염성이 강하다.) 이것은 지구의 대부분에서 평화가 유지되는 동시에 전쟁의 지리적 범위가 점점 줄어드는 현상을 설명해 준다. - P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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