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 고어(Al Gore, 1948년~) 에서 유나바머(Unabomber, 본명이 시어도어 존 카진스키(Theodore John Kaczynski, 1942년~)인 우편물 폭탄 테러리스트 -옮긴이), 프란치스코 교황에 이르는 다양한 지지자의 선언에서 볼 수 있듯이, 1970년대에들어 주류 환경 운동은 어느 정도 종교적인 면을 지닌 이데올로기, 녹색주의(greenism)와 결합했다.‘ 녹색주의 이데올로기의 출발점은 지구를 인간의 탐욕으로 더럽혀진 순진한 소녀의 모습으로 표상하는 것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5년에 모든 성직자에게 보내는 회칙 「찬미받으소서(Laudato Si)」를 통해 이렇게 말했다. "우리의 공동의 집이 우리와 함께 삶을 나누는 누이이며 두팔벌려 우리를 품어 주는 아름다운 어머니와같다는 것을 상기시켜 주십니다. 이 누이가 지금 울부짖고 있습니다. 하느님께서 지구에 선사하신 재화들이 우리의 무책임한 이용과 남......용으로 손상을 입었기 때문입니다." 이 서사에 따르면 피해는 멈출 수없이 악화되고 있다. "우리의 집인 지구가 점점 더 엄청난 쓰레기 더미처럼 보이기 시작합니다." 그 근본 원인은 이성, 과학, 진보를 향한 계몽주의의 노력이다. "과학과 기술 발전이 인류와 역사의 발전과 동일시될 수없다고 교황은 썼다. "더 나은 미래로 향하는 길은 근본적으로는 다른데 있다. 이를테면 "문제가 얽히고설킨 관계의 비밀과 (당연히도 "그리스도교 영성 체험의 보화를 올바르게 이해함으로써 그 길을 갈 수 있다.
우리가 역성장, 역산업화를 통해 우리의 죄를 회개하고, 과학, 기술, 진보라는 가짜 신을 거부하지 않는다면 인류는 환경에 닥칠 심판의 날에무시무시한 벌을 받을 것이다.
다른 종말론적인 운동들과 마찬가지로 녹색주의에도 인간을 혐오하는 염세적인 태도가 가미되어 있다. 기아 문제를 외면하고, 인구를 감소시키겠다는 잔인한 환상을 품고, 나치가 그랬듯이 인간을 해충, 병원균, 암에 비유하는 것이다.  - P196

경제 성장은 기술 발전뿐 아니라 가치관의 변화를 통해서도 환경 쿠즈네츠 곡선을 휘게 만든다. 환경에 관한 우려 가운데 일부는 철저하게 현실적이다. 이를테면, 도시의 스모그나 녹지를 뒤덮은 아스팔트에 불만을 제기하는 것이다. 하지만 어떤 우려는 더욱 정신적이다. 검은코뿔소의 운명이나 2525년을 살아갈 후손들의 행복은 중대한 도덕적 관심사이기는 하지만 당장 그것부터 걱정하는 것은 일종의 사치라 할 수 있다. 사회가 부유해지고 식탁에 올릴 음식이나 머리 위를 덮을 지붕을 걱정할 필요가 없어지면 사람들은 욕구의 위계를 타고 오르고, 관심의 범위 역시 시공간적으로 더욱 확장된다.  - P200

어쨌든 이 증가는 일시적이다. 적어도 두 가지 이유로, 출산율은 정점에 이른 뒤 하락한다. 우선 부모로서는 자녀가 일찍 사망할 것에 대비해 아이를 많이 낳을 필요가 없어진다. 그리고 여성은 교육 수준이 높아질수록 결혼과 출산을 미루게 된다. 그림 10.1은 세계인구 증가율이 1962년에 2.1퍼센트로 정점에 이른 뒤 2010년에 1.2퍼센트로 떨어지고, 아마 2050년에는 0.5퍼센트 이하로 하락한 뒤, 2070년에 0에 가까워져서 한동안 그 상태를 유지하리라 예측한다. 출산율이 가장 눈에 띄게 하락한 곳은 유럽과 일본 등 선진국이지만, 종종 그렇듯이 세계의 다른 지역에서 갑자기 쑥 떨어져 인구학자들을 놀라게 할 수도 있다. 이슬람 사회는 서양을 변형시킨 사회적 변화에 거부감이 크고 따라서 영원히 유스퀘이크(youthquake, 젊은 세대의 인구 비율이 높아 그들의 행동이 다른 세대보다 사회에 큰 영향을 미치는 현상.-옮긴이)에 시달릴 것이라는 통념과는 달리, 출산율은 이란에서는 70퍼센트, 방글라데시와 아랍 7개국에서는 60퍼센트가 하락하는 등 지난 30년간 40퍼센트가 하락했다. - P201

게다가 사람들이 ‘자원을 필요로 한다.‘라고 생각하는 것부터가 잘못이다."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것은 먹을거리를 키우는 방법, 이동하는 방법, 집을 밝히는 방법, 정보를 나타내는 방법 등과 같은 인간 안녕과 복리의 원천들이다. 사람들은 생각을 통해 이런 필요를 충족시킨다. 물질 세계를 조작해서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는 요리법이나 공식, 기술, 청사진, 알고리듬 등을 활용하는 것이다. 인간의 정신은 끝없는 조합능력을 통해 무한한 생각의 공간을 탐사할 수 있으며, 이것은 땅에 묻힌 특정한 물질의 많고 적음에 제한되지 않는다. 한 생각이 더는 유효하지않게 되면 다른 생각이 그 자리를 대신할 수 있다. 이것은 확률의 법칙을 거스르는 것이 아니라, 따르는 이야기이다. 인간이 자기 욕망을 물리적으로 충족할 수 있는 방법을 자연 법칙이 많지도 적지도 않게 꼭 한 가지만 허락해 주었을 이유가 어디 있겠는가? - P204

한가지 열쇠는 생산성과 자원의 결합을 깨는 것이다. 이제 인간은 더적은 물질과 에너지에서 더 많은 이득을 뽑아낼 수 있다. 이제는 밀도에 프리미엄이 붙는다." 더 적은 땅, 물, 비료를 사용해서 더 많은 단백질, 열량, 섬유질을 만들어 내도록 품종 교배를 하거나, 개량 작물을 재배해서 농업을 집약화하면 그만큼 농지를 절약할 수 있고, 절약한 만큼을 자연 서식지로 되돌릴 수 있다. (생태 모더니스트는 식량 1킬로그램을 생산하는 데 훨씬 많은 땅을 필요로 하는 유기 농법은 더 환경적이지도 않고 지속 가능하지도 않다고 지적한다.) 사람들이 도시로 이주하면 시골 지역의 땅이 남게 될 뿐 아니라, 누군가의 천장이 누군가의 바닥이 되어 출근, 건축, 난방에 필요한 자원도 절약하게 된다. 고밀도 조림지에서 자연림의 5배에서 10배에 이르는 목재를 수확하면 임지를 확보하고 그곳에 서식하는 깃털과 털과 비늘이달린 동물을 지킬 수 있다.
이 모든 과정에는 지구의 또 다른 친구라고 할 탈물질화(dematerialization)가 큰 도움이 된다. 기술 진보 덕분에 우리는 더 적은 것으로 더 많은 일을 하게 되었다. 85그램이었던 음료용 알루미늄 캔은 이제 15그램도 되지 않는다. 휴대 전화는 수백 킬로미터에 달하는 전신주와 전화선을 더는 필요로 하지 않는다. 디지털 혁명은 원자를 비트로 대체함으로써 우리 눈앞에서 세계를 탈물질화하고 있다. 내가 수집한 몇 세제곱미터의 LP판들은 몇 세제곱센티미터의 CD들에 자리를 내주었고, 뒤이어 CD는 아무 부피도 없는 MP3에 자리를 내주었다. 아이패드(iPad)는내 아파트를 채우던 신문의 홍수를 잠재웠다. 테라바이트 단위의 저장공간을 갖춘 노트북이 있어 이제는 상자 단위로 책을 구입할 필요가 없다. 게다가 스마트폰 하나로 대신할 수 있는 것들을 생각해 보라. 전화기,
자동 응답기, 전화번호부, 카메라, 캠코더, 녹음기, 라디오, 자명종 시계, 계산기, 사전, 주소록, 달력, 거리 지도, 손전등, 팩스, 나침반, 심지어 메트로놈과 실외 온도기, 음주 측정기 등 40여가지 물품에 사용되는 플라스틱, 금속, 종이를. - P214

주목할 만한 이 경향에는 강제력, 법률, 혹은 도덕적 교화 운동도 필요하지 않다. 사람들이 삶을 살아가는 방식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환경 법안이 불필요하다는 의미냐면 전혀 아니다. 어떻게 보아도 환경 보호 기구, 에너지 기준의 의무화, 멸종 위기종의 보호, 국가적이고 국제적인 대기질 및 수질 개선을 위한 법안은 엄청나게 유익한 효과를 가져왔다. 오히려 그것은 인류를 휩쓴 근대성의 물결이 역사적으로 유례없는, 지속 불가능한 수준의 자원 사용과 낭비의 카니발을 불러온 것이 아니라는 점을 시사한다. 기술의 본성, 특히 정보 기술의 본성에 포함된 무언가가 인류의 번영을 물리적인 물질과의 결합으로부터 떼어 놓고 있는 것이다. - P216

여기에 우리가 기후 변화에 대처하는 과정에서 마주하는 두 가지 심리적 장애물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첫 번째는 인지적인 장애물이다. 사람들은 규모를 생각할 때 어려움을 겪는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1,000톤, 100만 톤, 10억 톤 단위로 감축하는 행동들을 서로 구분하지 않는 것이다." 수치, 속도, 가속도, 고계 도함수를 구별하지도 않는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증가 속도에 영향을 미치는 행동이 있고, 이산화탄소 배출의 비율에 영향을 미치는 행동이 있고, 대기 중 이산화탄소의 수치에 영향을 미치는 행동이 있으며, 지구의 기온에 영향을 미치는 행동이 있다. (이산화탄소 수치가 증가하지 않고그대로 유지되더라도 기온은 상승할 것이다.) 사람들은 내가 언급한 것들 가운데 마지막 사안에만 집중한다. 그러나 규모와 변화 순서를 고려하지 않는다면 무의미한 정책에 만족하기 십상이다.
두 번째는 도덕적인 장애물이다. 2장에서 언급했듯이, 인간의 도덕감각은 특별히 도덕적이지 않다. 인간의 도덕 감각은 탈인간화("돼지 같은 정치인")와 처벌 목적의 공격성("오염을 일으킨 기업에 돈을 물려서")을 부추긴다. 또한 낭비를 악에, 금욕을 선에 빗대 아무 의미도 없는 희생 정신을 신성화한다. 다양한 문화에 속한 사람들이 금식, 순결, 자기 부정을 다짐하고, 장식품을 불태우고, 동물(때로는 인간) 제물을 바침으로써 자신의 올바름을 과시한다. 현대 사회에서조차 타인에 대한 존경심은 상대가 얼마나 훌륭한 성취를 이루었는가보다는 이타적인 행위를 위해 얼마나 많은 시간과 돈을 포기했는가에 달려 있다.  - P223

해로운 결과를 막는 데 필요한 급격한 탄소 배출량 감소의 징후는 아직 어디에서도 나타나지 않고 있다. 그것보다는 정책과 기술을 활용해 탈탄소화 과정을 강화할 필요가 있는데, 이런 의견을 ‘대폭적 탈탄소화(Deep Decarbonization)‘라고 부른다.
대폭적 탈탄소화의 시작은 탄소 유료화(carbon pricing)이다. 탄소 유료화는 사람과 기업이 공기 중에 탄소를 배출해서 일으키는 피해에 비용을 청구하는 것으로, 탄소 배출에 세금을 매기거나 국가들끼리 할당량을 거래할 수 있는 ‘탄소 배출 상한제‘를 도입하면 된다. 서로 다른 정치적 입장을 가진 경제학자들도 정부와 시장의 고유한 이점을 잘 조합하고 있다는 점에서 한목소리로 탄소 유료화를 지지한다. 원래 대기에는 소유자가 없으니, 사람(그리고 기업) 입장에서는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탄소 배출을 막고자 굳이 에너지 사용을 자제할 이유가 없다. 이와 같은 고약한 결과를 경제학자들은 ‘부정적 외부 효과‘라고 부른다. (또 다른 이름으로는 공공재 게임에서 말하는 ‘집단 비용‘, 공유지의 비극에서 말하는 ‘공유지 훼손‘ 등이있다.) 정부만이 부과할 수 있는 탄소세를 도입해서 공공 비용을 ‘내재화‘하면 사람들은 탄소를 배출하는 모든 결정에서 피해정도를 계산에 넣을 수밖에 없다. 수십억 인구가 자신의 가치관과 가격이 말해 주는 정보에 근거해서 무엇이 절약에 가장 유리한 방법인지 직접 결정하게 하는일은 분명 정부 분석가를 책상 앞에 앉혀 놓고 최선의 조합을 계산하게 하는 것보다 훨씬 효율적이고 인도적일 것이다.  - P230

대폭적 탈탄소화의 두 번째 열쇠는 전통적인 환경 보호 운동의 불편한 진실을 끄집어낸다. 바로, ‘핵에너지‘가 세계에서 가장 풍부하고, 동시에 확장 가능한 탄소 없는 에너지원이라는 사실이다." 태양광과 풍력을 중심으로 재생 에너지는 상당히 저렴해졌고, 세계 에너지 공급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3배 이상 증가하기는 했지만, 그래 봐야 전체 에너지 대비 1.5퍼센트에 지나지 않고, 앞으로 증가할 수 있는 정도에도 한계가 있다. - P231

긴 평화는 현실 정치의 도움을 받기도 했다. 미국과 (구)소련 군부가가진 강력한 파괴력(핵무기는 제쳐 놓더라도) 앞에서 냉전시대의 초강대국들은 상대와 전장에서 겨루겠다는 생각을 재고할 수밖에 없었다. 세계로서는 놀랍고 다행스럽게도 그런 상황은 일어나지 않았다. "
하지만 국제 질서에 일어난 가장 큰 변화는 오늘날 우리가 그 진가를제대로 평가하지 못하고 있는 개념의 등장이다. 이제 전쟁은 불법이다. 인류사에서 거의 없었던 일이다. 힘이 곧 정의였고, 전쟁은 수단만 달리한 정치의 연장이었으며, 전리품은 승자에게 돌아갔다. 만일 어떤 국가가 다른 국가의 대우가 부당하다고 느끼면, 그 국가는 선전포고를 하고잘못된 대우의 보상으로 상대 국가의 영토를 점령한 뒤, 합병에 대한 다른 세계의 인정을 기대할 수 있었다. 애리조나, 캘리포니아, 콜로라도, 네바다, 뉴멕시코, 유타가 미국의 주인 것은 1846년 미국이 받지 못한 빚을 이유로 멕시코를 침략했기 때문이다. 오늘날에는 일어날 수 없는 일이다. 세계의 국가들은 자위(自衛) 목적이나 유엔 안전 보장 이사회의 인준 없이는 전쟁을 벌이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국가는 불멸을 얻었고, 국경은 정해졌으며, 정복 전쟁을 벌이는 국가는 다른 세계의 묵인이 아닌 비난을 예상해야 한다. - P257

해서웨이와 샤피로는 국가간 전쟁의 불법화에도 폐해는 있다고 지적한다. 유럽이 자신들이 점령했던 식민지 영토에서 철수한 뒤 그 자리에는 국경이 모호하고 인정을 받는 계승자가 단 한 사람도 없는 취약한 국가가 들어서고는 했다. 그런 국가는 자주 내전과 공동체 간의 폭력 사태에 휘말리고는 했다. 그러나 새로운 국제 질서 아래에서는 그런 국가들도 더욱 효율적인 힘을 가진 국가들의 정당한 침략 대상이 될 수 없게 되었고, 몇 년, 혹은 몇 십 년씩 준(準)무정부상태로 보낼 수밖에 없게 되었다. - P259

 또한 국가가 부유해지면 내전이 일어날 가능성이 줄어든다. 의료, 교육, 치안 등의 행정 서비스를 제공할 여유가 있으면 정부는 시민의충성심을 결집하는 측면에서 저항 세력보다 큰 경쟁력을 갖게 되고, 이를 통해 군벌, 마피아, 게릴라(같은 사람들인 경우가 많다.)가 우두머리 노릇을하는 국경 지역에서 통제권을 회복할 수 있다. 또한 전쟁은 선제 공격을 하지 않으면 자신이 선제공격을 당해 전멸할지 모른다는 상호 공포에서 불붙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게임 이론 시나리오에서 안보의 딜레마(security dilemma) 혹은 홉스의 덫(Hobbesian trap)이라고 부른다.) 최초의 원인이 무엇이든 일단 한 지역에 평화의 빛이 밝혀진다면, 그 빛은 저 스스로 밝아질 수 있다. (거꾸로, 전쟁은 전염성이 강하다.) 이것은 지구의 대부분에서 평화가 유지되는 동시에 전쟁의 지리적 범위가 점점 줄어드는 현상을 설명해 준다. - P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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