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는 사자가 살지 않는데요." 레니나가 쏘아붙이듯 말했다. "그리고 비록 산다고 해도 보아하니 사람들은 헬리콥터를 타고 독가스나 뭐 그런 것으로 사냥을 하겠죠." 갑자기 못마땅해서 경멸하는 어조로 야만인이 덧붙여 말했다. "난 그런 짓은 못 하겠어요, 레니나 그는 어깨를 활짝 펴고 용기를 내어 그녀를 바라보았지만, 납득이 안 가서 짜증스러워하며 빤히 쳐다보는 그녀와 눈이 마주쳤다. 당황한 그는 "난 무엇이라도 하겠어요"라고 말하고는 점점 더 두서없는 말을 늘어놓았다. "당신이 시키는 건 무엇이든지요. 아시겠지만, 어떤 운동들은 고통스럽습니다. 하지만 그 고통 속에서 즐거움이 생겨납니다. 내가 느끼는 기분이 바로 그렇습니다. 그러니까 당신이 원한다면 나는 마룻바닥이라도 쓸겠어요." "하지만 우린 진공청소기를 사용해요." 어리벙벙해진 레니나가 말했다. "그럴 필요가 없어요." "그래요. 물론 그럴 필요는 없죠. 하지만 어떤 경우에는 천한 일들을 고귀하게 행할 수도 있습니다. 나는 무언가 고귀한 일을 하고 싶습니다. 모르시겠어요?" - P291
야만인은 얼어붙은 듯 침묵을 지키며 잠시 가만히 서 있더니, 침대 옆에 무릎을 꿇고 앉아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는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흐느껴 울었다. 간호사는 침대 옆에서 무릎을 꿇은 남자의 모습을 보고 (어처구니없는 광경에 기가 막혔다!) 어찌할 바를 몰라 머뭇거렸다. 그리고 지퍼 찾는 놀이를 중단하고 병동의 끝에 서서 모든 콧구멍과 눈을 이쪽으로 향한 채 20호 침상 주변에서 벌어지는 충격적인 장면을 멍하니 지켜보던 (불쌍한 아이들!) 쌍둥이들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그에게 말을 해야 하나? 정신을 차리고 품위를 지키라고? 이곳이 어디인지 그에게 상기시키고, 순진하고 불쌍한 아이들에게 얼마나 치명적인 잘못을 범하고 있는지를? 마치 죽음이 어떤 무서운 사건이라도 된다는 듯, 그렇게까지 중요한 인간이 한 명이라도 세상에존재한다는 듯, 이렇게 역겨울 정도로 울부짖고 소란을 떨어서 그들이 지금까지 행한 죽음에 길들이는 훈련을 몽땅 헛수고로 만들어놓고 있다는 사실을! 이런 행동은 죽음에 관해서 아이들에게 지극히 위험한 편견을 불어넣고, 그들을 불안하게 함으로써 철저히 그릇되고 반사회적인 면으로 반응하게끔 만들지도 모를 노릇이었다. 그녀는 앞으로 나서서 그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 "좀 점잖게 굴면 안 되나요?" 그녀는 나지막하고 성난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주위를 둘러본 그녀는 대여섯 명의 쌍둥이들이 이미 몸을 일으켜 병동쪽으로 내려오는 것을 보았다. 그들이 이루었던 둥근 원이 흩어졌다. 다음 순간에는....…. 안 된다. 위험성이 너무 컸다. 그녀가 맡은 집단 전체가 길들이기 훈련에서 여섯 달이나 일곱 달을 손해 볼지도 모를 일이었다. 간호사가 위험에 빠진 아이들에게로 서둘러 되돌아갔다. - P314
통제관이 어깨를 추켜올렸다. "오래된 책이라는 사실이 가장 큰 이유입니다. 이곳에서는 낡은 것들은 전혀 쓸모가 없으니까요." "아름다운 것들도요?" "아름다운 것들이라면 특히 더 그렇죠. 아름다움은 마음을 끄는 힘이 있는데, 우린 사람들이 옛것에 끌리는 걸 원하지 않아요. 우린그들이 새로운 것을 좋아하기를 바랍니다." "하지만 새로운 것들은 너무나 한심하고 바보 같아요. 헬리콥터들만 나오고, 사람들이 키스하는 걸 실제로 느끼게 하는 연극들만 해도 그렇죠." 그는 얼굴을 찡그렸다. "염소와 원숭이들!"" 그는 자신의 혐오와 증오를 충분히 전달할 수단을 오셀로의 말에서 밖에는 찾아낼 길이 없었다. "하지만 길이 잘 들고 착한 동물들이기는 하죠." 통제관이 한마디했다. "왜 당신은 사람들이 「오셀로」를 읽게 그냥 내버려두지 않나요?" "얘기했잖아요. 낡은 것이라고요. 더구나 그들은 그런 책을 이해하지도 못합니다." 그렇다, 그것은 사실이었다. - P332
" 그리고 혹시 무엇이 잘못되는 경우에는 소마가 기다립니다. 그것을 자유라는 이름으로 당신이 창밖에 던져버렸어요. 야만인 씨. 자유 말입니다!" 그가 웃었다. "델타들이 자유를 이해하리라고 기대하다니! 그리고 이제는 그들이「오셀로」를 이해하리라고 기대하고요! 참 순진한 청년이군요!" 야만인은 잠시 침묵을 지켰다. "그렇기는 해도 말입니다. 그는 굽히지 않았다. 오셀로는 훌륭합니다. "오셀로는 촉감 영화들보다 훌륭합니다." "그야 물론이죠." 통제관이 시인했다. "하지만 그것은 안정을 위해서 우리들이 치러야 할 대가입니다. 당신은 행복 아니면 과거에 사람들이 고급 예술이라고 일컫던 것 가운데 양자택일을 해야 됩니다. 우리들은 고급 예술을 희생시켰어요. 대신 우리들에게는 촉감 영화와 냄새 풍금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것들은 아무런 의미가 없어요." "그것들은 자체적으로 가치가 있으며, 관객에게 큰 쾌감을 제공합니다." "하지만 그것들은.....… 그것들은 백치가 하는 얘기입니다." - P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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