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경우는 뭐, 모순이 아니지. 아이를 낳고 싶어 하는 것은여자의 본능이잖나."
"마시바 아야네가 낳으라고 권했답니다."
가오루의 말에 물리학자의 표정이 순간적으로 굳었다. 그후, 천천히 고개를 젓고는 이렇게 말했다.
"그거야말로 모순이로군. 알 수 없어."
"그런 것이 여자죠."
"흠, 그런 것 같군. 아무튼 이번 사건을 논리적으로 해결하다니. 거의 기적에 가까운 일이야. 그렇지 않은......."
구사나기에게 말을 건네던 유가와가 갑자기 말을 뚝 끊었다.
가오루도 옆자리를 돌아보았다. 구사나기는 고개를 푹꺾은 채 잠들어 있었다.
"완전 범죄가 해결되는 동시에 그 사람의 사랑도 끝이 났군. 피곤하기도 할 거야. 조금 쉬게 해 주자고."
그렇게 말하면서 유가와는 잔을 기울였다. - P457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1

길쭉한 플라스틱 화분에 심은 팬지가 조그만 꽃을 송이송이피웠다. 흙이 부슬부슬 말라 보인다. 그런데도 꽃잎의 선명한모양은 조금도 일그러지지 않았다. 화려한 꽃은 아니지만, 이런 것을 진정한 강함이라 해야 하리라. 유리문 너머 베란다를바라보면서 아야네는, 나중에 다른 화분에도 물을 좀 줘야겠네. 하고 생각했다. - P7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임금을 거의 받지 못한 3개월의 육아 휴가 동안 내 일터는 엘리베이터도 없는 아파트 3층이었다.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서한 번에 담당하는 구역보다 작은 공간이었다. 고요하고 말끔한전시실 대신 고물상 같은 방들이 내 일터가 되었다. 하지만 7만평이 넘는 메트에서보다 20평짜리 이곳에서 할 일이 훨씬 많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적응하기가 무척 힘들다. 지금까지는 사소한 것에 거의 신경 쓰지 않는 삶을 살아왔다. 그 삶에서는 내게전혀 부담을 주지 않는 세상을 그냥 둘러보기만 하면 됐다. 그러니 부모 노릇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수없이 많은 사소한 일을해결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 내가 받았을 충격을 상상해보라. 산더미 같은 빨래, 계속되는 병원 출입, 끝없이 반복해서 기저귀 가방을 쌌다 풀었다 해야 하는 일상. 나는 농부들이느꼈을 법한 기분으로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다. 노동이 너무 고단해서 그 결실을 음미할 여유조차 없는 느낌 말이다. - P261

경탄할 만한 또 다른 대상을 찾아 천천히 멀어져가는 그를 보며 기분이 좋아진다. 아니, 자랑스러운 마음이 든다. 세심하게신경을 쓰고 실력과 인내심을 발휘해서 무언가를 만들어냈을때 결국 그것이 넘칠 정도로 좋은 것이 된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우리는 모두 알고 있다. 무엇이 됐든 그것을 정말로 잘하는 것이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얼마나 열심히 해야 하는지, 수월해 보이는 외양을 지니기까지 얼마나 많은 노력이 들어가는지 우리는잘 안다. 내가 자랑스러웠던 이유는 아마도 인간이 수많은 단점에도 불구하고 이성적으로 상상할 수 있는 것보다 더 나은 것을 만들어내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 그것도 꽤 자주 그렇게 할 수 있다는 사실 때문인 듯하다. - P272

 매일 아침 미켈란젤로와 그의 조수들은 새로 바른 회반죽이 마르기 전에 그날 완성해야 할 부분에 대한 밑작업을 했다. 이것을 이탈리아어로 ‘하루의일‘이라는 뜻의 조르나타giornata 라고 하는데 시스티나 예배당의 천장화는 사실 이렇게 작고 불규칙한 모양의 작은 성취들이 경계선이 거의 보이지 않는 모자이크처럼 모여서 만들어진 작품이다. 비스듬히 누워있는 아담은 조르나타 네 개, 팔을 뻗고 있는 신도 조르나타 네 개 조각들을 세어보면 미켈란젤로가 붓과 물감통과 모래, 회반죽 자루를 가지고 흙손(이긴 흙이나 시멘트 등을 떠서 바르는 연장-옮긴이)으로 그 높은 곳에서 570일을 보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메트에서 열린 전시는 좀 더 아담한 규모지만 내게는 거장의작품을 가장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기회다. 전시물은 미켈란젤로의 70년 커리어 전반에 걸친 133점의 소묘 작품들로, 대부분이 아무에게도 보여줄 의도가 없었던 습작들이다. 전시는 <미켈란젤로: 신이 내린 소묘 화가이자 디자이너>라는 제목을 내걸었지만 막상 들여다보면 그 주인공이 하나의 인간에 불과했다는사실을 절감하게 된다. 미켈란젤로는 자신을 예술사 최고의 거장으로 생각하지 않았던 게 분명하다. 날마다 그날 해야 할 일을마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데 더없이 전념했기 때문이다. - P280

메트의 현대 미술 전시관에 걸린 그 작품은 야생적이고 대담하고 도전적이다. 그것이 외풍이 술술 들어오는 통나무 오두막집에서 잠든 그녀의 아이를 덮은 이불이었을 때 어땠을지는 상상으로 그려볼 수밖에 없다. 1930년대는 지스 벤드가 곤궁했던시기였다. 대공황이 터지고 목화 가격이 폭락하면서 백인 부재지주에게 소작료를 지불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빚 수금업자들이 조직적으로 급습을 해서 농기구와 가축, 가재도구들을 압수해버리자 사람들은 숲으로 들어가 식량과 땔감을 구해야만했다. 그렇게 곤궁한 시기에 케네디는 이 작품을 만들었다. 그녀도 이 용어를 썼는지 모르지만 내게는 이것이야말로 예술의 정의 그 자체로 보인다. 과분하게 아름다운 것. - P299

혼자 생각에 잠긴다. 여기서 배울 수 있는 교훈이 있다.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처럼 세계적으로 장대한 곳에서 얻는 깨달음치고는 좀 우습긴 하지만, 바로 의미라는 것은 늘 지역적으로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가장 위대한 예술 작품은 자신의 상황에 갇힌 사람들이 아름답고, 유용하고, 진실된 무언가를 창조하기 위해 조각조각 노력을 이어 붙여 만들어가는 것이라는 교훈까지 말이다. 미켈란젤로 시대의 피렌체, 심지어 미켈란젤로 시대의 로마마저 이런 면에서는 로레타 페트웨이가 살던 시절의 지스 벤드와 다르지 않다. 이제 더 이상 전성기 르네상스와 같은 개념을빌어 생각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 대신 새로 만든 회반죽을 바르고, 거기에 그림을 그리고, 회반죽을 조금 더 바르고, 거기에 그림을 조금 더 그리는 한 사람을 생각할 것이다. - P302

그러나 안젤리코 수사가 묘사한 것은 예수의 몸뿐만이 아니다. 그는 십자가의 발치에 뒤죽박죽으로 모여 있는 구경꾼 한 무리를 상상했다. 옷을 잘 갖춰 입은 사람, 말을 타고 있는 사람 등등 꽤 많은 구경꾼들의 얼굴에는 놀라우리만치 다양한 반응과감정들이 떠올라 있다. 침통해하는 사람들, 호기심을 느끼는 사람들, 지루해하는 사람들, 심지어 다른 곳에 신경이 팔려 있는사람들도 있다. 옛 거장들의 그림에서 자주 보이는 리얼리즘이다. W. H. 오든의 시 「뮤제 데 보자르Musee des Beaux Arts (미술관)」에도 나와 있듯 "끔찍한 순교"가 벌어지는 와중에도 "어떤 사람들은 음식을 먹고, 창문을 열고, 별생각 없이 그 옆을 걸어간다." 나는 사람들이 몰려 있는 가운데 부분이 혼란스러운 일상생활을제대로 표현한다고 생각한다. 디테일로 가득하고, 모순적이고, 가끔은 지루하고 가끔은 숨 막히게 아름다운 일상. 아무리 중차대한 순간이라 하더라도 아무리 기저에 깔린 신비로움이 숭고하다 할지라도 복잡한 세상은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돌아간다.
우리는 삶을 살아가야 하고, 삶은 우리를 내버려두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그림 하단이 있다. 그곳에서 그림의 톤은 다시 한번 변화한다. 거기에는 슬픔에 겨워 쓰러진 어머니를 돌보는 연민 가득한 사람들이 있다. 수동적인 구경꾼들과 달리 그들의 마음은 같은 방향, 즉 선행으로 향하고 있다. 그림의 이 마지막 부분은 따르고 싶은 모범이다. 내 앞에 펼쳐진 삶에서 나를 필요로하고, 내가 필요한 경우들이 있을 것이다.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고, 다른 이들도 나를 위해 그렇게 해줄 것이라는 게 나의 희망이다. 이제 형은 세상에 없다. 나는 그 상실을 느낀다. 형은 그림에서 성모 마리아를 돌보기 위해 정신을 바짝 차린 채 몸을 굽히고 있는, 칭찬받아 마땅한 현실적인 사람들 중 하나일 것이다. 하지만 내 마음속에는 지금도 형의 초상화, 티치아노가 그린 듯한 밝고, 솔직한 형의 얼굴이 선명하게 살아 있고, 그 모습에서 나는 위안을 찾는다. 이 그림이라면 확실히 내가 메트 바깥으로 품고 나갈 수 있을 것이다. - P319

세상이 이토록 형형색색으로 화려하고 충만하며, 그런 세상이 존재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존재하며, 사람들이 아름다운 것들을 정성을 다해 만들려는 본성을 가지고 태어났다는 사실이신비롭다. 예술은 평범한 것과 신비로움 양쪽 모두에 관한 것이어서 우리에게 뻔한 것들, 간과하고 지나간 것들을 돌아보도록일깨워준다. 예술이 있는 곳에서 보낼 수 있었던 모든 시간에 고마운 마음이다. 나는 다시 이곳에 돌아올 것이다.
10년 전, 배치된 구역에 처음 섰을 때 내가 이해하지 못했던것들이 있었다. 때때로 삶은 단순함과 정적만으로 이루어져 있을 때도 있다. 빛을 발하는 예술품들 사이에서 방심하지 않고 모든 것을 살피는 경비원의 삶처럼 말이다. 그러나 삶은 군말 없이살아가면서 고군분투하고, 성장하고, 새로운 것을 창조해내는것이기도 하다.
5시 30분이 되자 나는 클립으로 부착하는 해진 넥타이를 떼고서 중앙 계단을 뛰어 내려간다. - P32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성 간 투쟁의 본질이 무엇이든 간에 갈등 그 자체에는 어떤 진화적 목적도 없다. 개체가 이성과 갈등을 일으키는 것 그 자체를 목표로삼는 것은 적응적이지 않다. 그보다는 사람들의 성 전략이 서로 다르다는 사실로부터 유래하는 달갑지 않은 결과로 보아야 할 것이다. 남성과여성은 종종 서로 갈등을 일으키지 않고서는 각자의 목표를 동시에 이룰 수 없다. 짝짓기 목표를 각기 추구함으로써 일어나는 갈등은 인간의 진화 역사를 통해 반복적으로 적응적 문제를 만들어 왔으며, 따라서 우리의 조상들은 이러한 문제에 주의를 기울이고 해결하는 데 도움을 주는 심리 기제를 진화시켰다. 우리는 우리의 조상들로부터 갈등을 관리하는 이러한 심리적 해결책을 물려받은 것이다. - P287

 고통을 줄법한 다른 요인들, 예컨대 아내의 부정이나(6.0여점) 언어적 혹은 신체적학대(5.55점) 등이 여성에 의한 성폭력보다 훨씬 더 남성들에게 고통을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감스러운 결과 중 하나는 남성은 여성이 성폭력을 얼마나 받아들이기 힘들어 하는지를 흔히 과소평가한다는 점이다. 남성에게 성폭력이 여성에게 가하는 부정적인 영향에 대해 짐작해 달라고 했더니, 남성은 그 영향을 7점 척도상에서 겨우 5.80점이라 답했다. 이는 여성 자신이 기록한 6.50점보다 유의미하게 낮은 수치였다. 성폭력이 실제로여성들에게 얼마나 고통을 가하는지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몇몇 남성 때문에 줄기차게 성폭력이 시도되는 경향이 있으며, 결국 이러한 성차가 남녀 간의 갈등을 일으키는 중대한 원인이라 추론할 수 있다. 여성이 성폭력으로 겪는 심리적 고통을 남성이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는 경향은 이성과의 관계에서 갈등을 유발할 뿐만 아니라, 남성들이 강간 피해자에 대해 그다지 동정하지 않게 만드는 한 요인이 된다." 여성이 만약 강간을 도저히 못 피하겠다면 그냥 드러누워서 즐기면 된다고냉담하게 지껄인 텍사스 어느 정치인의 발언은 성폭력에 희생당한 여성이 겪는 외상(外)의 크기를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만이 할 수있는 말이다.
반면에 여성은 여성이 남성에게 가하는 성폭력이 남성에게 얼마나 고통을 안겨 줄지에 대해 과대평가한다. 여성은 이를 5.13점, 즉 중간 정도로 남성에게 고통스러울 것이라고 답했는데 이는 남성 자신의평가가 겨우 3.02점인 것과 극히 대조를 이룬다. - P293

여성에게 성 관계 보류는 몇 가지 잠재적인 기능을 하는 것 같다. 하나는 정서적으로 헌신하고 물질적인 자원을 제공해 주는 우수한 남편감을 고를 권한을 그대로 보존하는 것이다. 여성은 어떤 남성과는 성 관계를 미루는 한편 자기 입맛에 맞는 남성에게는 선택적으로 성관계를 허락한다. 뿐만 아니라 성 관계를 보류함으로써 여성은 자신의배우자 가치를 높인다. 자신을 희귀한 자원으로 만드는 것이다. 희귀한 자원에 대해 남성이 지불하고자 하는 가격은 뛰게 마련이다. 만약 남성이 성적 접근을 얻을 유일한 통로가 막대한 투자를 하는 길밖에 없다면 그들은 그렇게 할 것이다. 성적 접근이 극히 어려운 상황에서 투자하지 않는 남성은 짝짓기를 할 수 없다. 이로부터 남녀 간에 또 다른갈등이 생겨난다. 여성의 성 관계 보류는 즉시 성적 접근을 이루려 하고 가능한 한 정서적인 끈을 가늘게 하려는 남성의 전략에 간섭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성관계 보류의 또 다른 기능은 여성의 배우자 가치에 대한 남성의 인식을 조종하는 것이다. 배우자 가치가 매우 높은 여성은 정의상평균적인 남성이 접근하기엔 어려운 상대기 때문에 여성은 성 관계를보류함으로써 그녀의 배우자 가치에 대한 남성의 인식을 변화시킨다. 마지막으로, 적어도 초기에는 남성으로 하여금 여성을 일시적인 상대가 아닌 장기적인 배우자감으로 여기게끔 유도할 수 있다. 처음부터 성관계를 허락하면 남성은 자칫 여성을 단순한 찰나적인 성 관계 상대로인식하기 쉽다. 남성은 그런 여성을 성적으로 난잡하거나 헤프다고 여기기 쉬우며, 이러한 자질은 아내감을 구하는 남성들에게 기피되는 것들이다. - P294

위와 같은 발견은 다음 두가지 가능성 가운데 어느 것이 옳은지를 판별해 주지 못한다. 즉 남성은 섹스하는 장면을 보면 흥분하는 일반적인 성향을 지닐 뿐이지 별개의 강간 적응을 진화시킨 것은 아닐수도 있다. 혹은 남성이 실제로 별개의 강간 적응을 진화시켰을 수도있다. 음식에 비유해 보자. 개와 다름없이 사람도 맛있어 보이는 음식을 보거나 냄새 맡으면 침을 흘리며, 특히 한동안 아무것도 먹지 못했을 때 더더욱 그렇다. 어떤 과학자가 인간은 다른 사람들로부터 음식물을 강제로 빼앗는 특수한 적응을 진화시켰다는 가설을 세웠다고 해보자. 그 과학자는 연구에 참여한 사람들에게 24시간 동안 음식을 못먹게 한 후, 다음 두 장면 가운데 하나만 보여 준다. 하나는 한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기꺼이 맛있는 음식을 제공하는 장면이고, 다른 하나는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의 맛있는 음식을 강제로 빼앗는 장면이다." 만약 사람들이 두 장면 모두에서 동일한 양의 침을 흘렸다는 결과를 얻는다면, 우리는 사람들이 ‘음식을 강제로 빼앗기‘ 위한 적응을 따로 진화시켰다고 결론 내릴 수 없다. 우리가 결론 내릴 수 있는 전부는 배고픈 사람들은 음식물을 어떻게 구하는가와는 관계없이 음식물을 보면 일단 침을 흘리는 듯하다는 것이다. 이 가상적인 예는 상호 합의된 섹스 장면이든, 강제된 섹스 장면이든 상관없이 남성들은 성적인 장면을 보면 성적으로 흥분한다는 위 실험 결과와 비견할 만하다. 그러한 결과는강간이 남성에서 별도로 진화된 전략의 하나임을 입증하는 증거가 되지 못한다. - P324

심리적 고통의 강도는 아마도 조상 여성들이 강간을 당한 결과로 감수해야 했던 번식적 손실과 함수 관계에 있었을 것이다. 강간으로 인해 번식 연령의 여성은 자식의 아버지를 스스로 선택하는 능력을 박탈당하는 셈이므로 결국 번식 이전 또는 번식이 끝난 연령의 여성보다 강간올 더 고통스럽게 경험할 것이다. 번식 연령의 여성들이 더 심한 심리적 고통을 겪는 것처럼 보인다는 사실은 여성이 스스로의 번식 상태에따라 민감하게 조율되는 심리 기제를 가졌으리라는 관점을 뒷받침한다. 여성이 지닌 이 심리 기제는 배우자를 자기 의사에 따라 선택하는전략이 크게 간섭당하고 있음을 일깨우는 기능을 수행할 것이다. 그 사실은 또한 성적 강제가 인간이 진화해 온 사회 환경에서 반복적으로 일어났던 특질 가운데 하나라고 보는 관점을 뒷받침한다. - P328

성 관계를 갖기 위해 강제력을 사용하는 남성들은 일련의 독특한 특질들을 지니고 있음이 알려져 있다. 그들은 대개 여성에게 적대적이며, 여성이 속마음으로는 강간당하길 바란다는 잘못된 신화를 신봉하며, 성적으로 매우 문란하며, 충동성, 호전성, 과도한 남성성 등이 두드러지는 인성적 특성을 보인다. 강간범을 조사한 연구들은 또한 그들의 자존심이 낮다는 점을 발견했다. 비록 남성으로 하여금 강간을 하게만드는 특질들이 어디서 유래하는지는 누구도 모르지만, 한 가지 가능성은 배우자 가치가 낮은 남성들이 성적으로 매우 강압적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 추측은 강간범들이 대개 수입이 적고 하류 계층에서더 많이 유래하는 경향이 있음과 일치한다." 강간범들을 면담한 결과들은 이 추측을 뒷받침한다. 예컨대 한 연쇄 강간범은 이렇게 말했다. "난 내 사회적 처지 때문에 그 여자가 날 거부한다고 느꼈어요. 그리고내가 번듯한 남자가 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어요. 어떡하면 그녀를 만날 수 있을지 몰랐어요. 그녀가 날 두려워한다는 걸 이용해서 강간했어요." 여성을 유혹할 만한 지위나 돈, 혹은 기타 자원이없는 남성들에게 성적 강제는 아마도 절박한 대안이 될지 모른다. 우수한 배우자를 끌 만한 자질이 없다는 이유로 여성들에게 비웃음을 받는남성들이 여성에 대한 증오심을 발달시킬지 모른다. 이 증오심이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는 정상적인 경로를 건너뛰게 하고 강압적인 성 행동을 촉진한다.
인성뿐만 아니라 문화와 맥락도 강간의 발생에 큰 영향을 끼친다.
서서으나 - P329

불행히도 이러한 전투는 진화적인 시간상에서 나선형의 군비 확장 경쟁을 유발한다. 여성을 속이는 남성의 능력이 조금씩 향상될 때마다 여성은 속임수를 감지하는 능력을 그만큼 더 향상시킨다. 속임수를더 잘 감지하는 여성의 능력은 다시 남성으로 하여금 점점 더 정교한 형태의 속임수를 진화시키게 하는 진화적 조건을 마련한다. 여성이 남성의 헌신 정도를 측정하기 위해 남성에게 부과하는 점점 더 고난이도의 시험에 맞서서 남성은 헌신을 그럴듯하게 꾸며 내는 더욱 더 정교한 전략을 발달시킨다. 이는 다시 여성이 헌신 사기꾼을 잘 가려내게끔 더욱더 정교하고 섬세한 시험을 개발하게 한다. 한편 한 성에게 가해지는 모든 형태의 학대에 대해 다른 성은 그 같은 학대를 피하는 수단을 진화시킨다. 여성이 자신의 짝짓기 목표를 이루기 위해 점점 더 우수하고 정교한 전략을 진화시킴에 따라 남성도 자신의 짝짓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점점 더 정교한 전략을 진화시킨다. 남녀의 짝짓기 목표가 서로 간섭을 일으키므로, 이 나선형의 군비 확장 경쟁에는 종착역이 없다.
하지만 분노나 심리적 고통 같은 적응적 감정은 타인이 남녀의 짝짓기 전략에 간섭을 일으켜서 받게 되는 손실을 일정 부분 줄여 주는 역할을 한다. 데이트나 결혼 상황에서 이러한 감정은 때때로 관계 자체를 끝내게 만들기도 한다. - P331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위세와 자신감을 과시하는 모든 행동이 이성을 유혹하기 위해서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이러한 과시 행동은 다른 남성들에게도 보란 듯이 행해져서 집단 내에서 차지하는 지위와 위신을 높인다. 남자대학생들은 섹스 상대의 수를 과장하고, 얼마나 많은 여성들이 자신에게 관심을 보이는지 타인에게 부풀려 이야기하고, 자신의 성적인 능란함과 여성 편력에 대해 허풍을 떨며, 실제보다 더 위압적으로, 더 확신에 차서, 더 용감한 양 행동한다.
지위에 대한 경쟁 때문에 남성은 그동안의 성적 편력을 뽐내고, 자신의 배우자 가치를 과장하고, 실제로는 본인도 동의하지 않을 허세를 늘어놓는다. 남성은 위치를 두고 경쟁한다. 희귀한 자원, 특히 성적자원을 많이 갖고 있다는 것은 높은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는 뜻이다. 만약 어떤 남성이 성적인 측면에서 자신의 위치를 끌어올림으로써 다른 남성들의 무릎을 꿇릴 수 있다면, 그의 높아진 지위는 더 많은 바람직한 여성들을 얻는 데 큰 힘이 될 것이다.
남성이 이 전술을 주로 찰나적인 짝짓기 맥락에서 사용한다는 사실은 섹시한 아들 가설에 대한 부차적인 증거가 된다. 자신의 위세와 성적 편력을 과시하는 남성은 자신이 원래 여성들에게 매력적으로 여겨지는 인물이라고 상대에게 광고하는 셈이다. 화려한 꼬리를 과시하는 숫공작처럼 호기를 부리는 남성들은 다음 세대에도 여성들에게 매력적으로 받아들여질 아들을 낳을 가능성이 더 클 것이다. 위세와 자신감을 과시하는 행동은 남성이 구사하는 여러 유혹 전술 중 핵심 요소이다. - P222

 그러므로 아름다움의 신화를 주장하는 이러한 관점에서 그리는 이야기는 여성들에게 별로 달갑게 들리지 않는다. 여성은 자신들을복속하려는 ‘권력 구조‘나 ‘신화‘와 같은 존재들의 강력한 힘에 의해이리저리 휘둘리고 세뇌당하며, 어떠한 주체성도 어떠한 선호도 없는수동적인 그릇이자 잘 속는 얼간이로 그려진다.
반면에 진화심리학적 접근은 여성이 어떤 유혹 전술을 구사할 것인가 하는 문제에 대해 아름다움의 신화를 내세우는 사람들이 주장하는 것보다 여성이 훨씬 더 주체적이며 폭넓은 선택권을 갖는 존재임을보여 준다. 예컨대 장기적인 배우자를 찾는 여성은 정절을 과시하거나, 공통 관심사를 신호하거나, 지성적으로 행동하는 등 폭넓은 범위의 전술들을 마음대로 구사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여성은 대중매체에 세뇌당해서 미용 제품을 구입하는 게 아니라,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는 힘을 증가시켜야겠다고 결정했기 때문에 미용 제품을 구입할 뿐이다. 여성은 매디슨 애비뉴의 사악한 힘에 속아 넘어간 얼간이가 아니라, 수십가지 제품들 가운데 어떤 것을 고를지 자신의 선호에 따라 스스로 결정한다. - P231

 정절신호는 상대와의 관계에 진정으로 헌신하리라는 의사를 전달한다. 남성에게 여성의 헌신 약속은 남성이 진화 역사를 통해서 계속 부딪혀 온 지극히 중대한 번식상의 문제인 부성 불확실성을 드디어 해결할 수 있게 되었음을 뜻한다. - P233

쉽게 넘어오지 않을 것처럼 행동하는 전술은 높은 배우자 가치를신호하며, 자원을 투자할 남성의 의향을 검증하며, 자신의 정절을 남성에게 알려 준다. 만약 어떤 여성이 쉽게 넘어오지 않는다면, 남성은 일단 그녀를 얻기만 하면 다른 남성들이 그녀를 유혹하기란 몹시 어려우리라 확신할 수 있다. 장기적인 배우자 유혹 전술로서 쉽게 넘어오지않을 것처럼 행동하는 전술이 효과적인 까닭은 그것이 남성에게 두 가지 핵심적인 번식상의 이점을 주기 때문이다. 짝짓기 시장에서의 그녀의 높은 배우자 가치와 오직 그만이 그녀에게 성적으로 접근하리라는신호가 바로 그것이다. - P237

성적 질투는 두 사람의 성적인 관계에 대한 위협을 감지함으로써촉발되는 감정으로 이루어진다. 위협을 감지하면 이 위협을 감소시키거나 제거하도록 설계된 행동이 유발된다. 이러한 행동에는 배우자를감시하여 혼외정사의 흔적을 찾아내는 기능을 하는 경계로부터 외도한 흔적을 들킨 배우자나 연적에게 큰 손실을 입히는 폭력 등이 있다. 성적 질투는 다른 누군가가 자신의 배우자에게 관심이 있다는 낌새를 발견했을 때나 배우자가 다른 사람과 시시덕대는 것과 같이 외도의 낌새를 드러낼 때 촉발된다. 이러한 낌새에 의해 유발되는 분노, 슬픔, 굴욕감 등은 대개 연적이 더 이상 허튼 짓을 못하게 하거나 배우자의 외도를 막게끔 하는 행동을 불러일으킨다.
이러한 적응적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남성은 직접적인 번식상의손실을 감수해야 할 뿐만 아니라 사회적 지위와 체면에도 금이 가게 되며, 이는 나중에 다른 이성을 유혹할 때에도 커다란 지장을 준다.  - P257

뿐만 아니라 오쟁이 진 남편은 다른 사람들로부터 조롱을 당하고 평판에 큰 타격을 입을 우려가 있으며, 특히 아무런 보복도 하지 않았을 때 더더욱 그런 꼴을 당하기 쉽다. 예컨대 일부다처제 사회에서는 외도한 아내를 살해하는 행동이 남편의 체면을 지켜 줄 뿐만 아니라 다른 아내들의 부정을 방지하는 효과적인 예방책이 될 수 있다. 오쟁이를지고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남편은 나머지 다른 아내들도 마음•놓고 간통을 저지르는 일을 당할 수도 있는 것이다. 진화적 과거의 특정한 상황에서는 아내를 살해하는 행동이 번식 자원의 출혈을 막게끔설계된 피해 예방책으로서 기능했을 수 있다.
살인에 따르는 서로 다른 이득과 손실을 고려하면, 진화적으로 어떤 특정한 상황에서는 부정을 저질렀거나 남편을 버리려는 아내를 죽이는 편이 오쟁이를 순순히 지거나 아내로부터 버림 받는 편보다 번식적으로 더 유리했으리라고 추측해 볼 수 있다. 살인에 대한 생각과 이따금 실제로 저지르는 살해 행동은 인간의 진화 역사에서 적응적이었을 것이며, 어쩌면 인간의 진화된 기제의 일부였을 수 있다.  - P266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