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택 사람들은 습관대로 천천히 확실하게 잠을 깼다. 먼저 외로운 멧돼지 창과 검이 시간이 지나면서 서서히 붉어졌다. 아침 햇빛을 받아 벌겋게 달궈지는 것 같았다. 그때쯤 문과 창문들이 활짝 열리고 마구간의 말들은 어깨 너머로 햇빛을 찾아 두리번거렸으며, 신선한 공기가 문을 통해 집 안으로 흘러 들어왔고,
살랑살랑 흔들리고 반짝거리는 나뭇잎들이 철창 처진 창문을 두들겼고 개들은 목줄을 풀어달라고 성급하게 몸부림을 쳤다.
이런 사소한 일들은 모두 일상이었고 아침마다 되풀이됐다.
하지만 대저택의 가장 큰 종이 울린다든가 사람들이 중종걸음으로 계단을 오르내린다거나 테라스를 급히 오간다거나 여기저기 어디서든 성큼성큼 쿵쿵 뛰어다니고 말들에게 안장을 얹자마자 어디론가 내달려 가는 모습은 틀림없이 늘 볼 수 있는 광경은 아니지 않을까?
- P18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문 밖으로 불빛이 반짝거렸다. 이윽고 그 창문마저 컴컴해지고더 많은 별이 얼굴을 내밀자 불빛은 꺼진 게 아니라 밤하늘로 올라간 것처럼 보였다.
- P170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태초에 요리가 있었다.

[불은] 추운 밤 온기를 제공한다. 날로 먹는 것은 몇몇 과일뿐이고, 그들은 음식을 불로 익혀 준비한다.…… 인간이 현재의 상태에 이를 수있었던 것은 불을 소유한 덕분이며 인간을 동물과 구분 짓는 것도 바로 이 점이라고 안다만 제도 사람들은 믿는다.
- A.R. 래드클리프브라운(A. R. Radcliffe-Brown), 『안다만 제도 사람들, 사회 인류학적 연구(The Andaman Islanders: A Study in Social Anthropology)
- P1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악은 `평범함`과 `사소함`이라는 가면을 쓴다.
勿以恶小而為之 勿以善小而不為
물이악소이위지 물이선소이불위
악이 작다는 이유로 행해서는 안되며 선이 작다는 이유로 행하지 않아서도 안 된다.
<삼국지>, (촉지) - P275

청족淸族은 독서를 하지 않아도 저절로 존경을 받겠지만, 폐족 廢族이 되어 학문에 힘쓰지 않는다면 더욱 가증스럽지 않겠느냐? 다른 사람들이 천시하고 세상에서 비루하게 여기는 것도 슬픈데, 너희들은 지금 스스로를 천시하고 비루하게 여기고 있으니, 이는 너희들 스스로가 비통함을 만드는 것이다. 너희들이 끝내 배우지 않고 포기해버린다면, 내가 지은 저술과 간추려 뽑은 것들은 장차 누가 모아서 책을 엮고 바로 잡아 보존하겠느냐. 그렇게 할 수 없다면 이는 나의 글이 끝내 전해질 수 없게 되는 것이다. 내 글이 전해지지 못한다면 후세 사람들은 단지
‘대계와 옥안 (탄핵과 죄상을 나열한 사헌부의 논고)‘만을 의지해 나를 평가하게될 것이니, 나는 장차 어떤 사람이 되겠느냐? 너희들은 아무쪼록 학문에 힘써 나의 이 한 가닥 문맥이 너희들에게 이르러 더욱 커지고 더욱 왕성해질 수 있도록 하여라. 그렇게 되면 훌륭한 집안의 벼슬도 이러한 청귀함과 바꿀 수 없을것이다.
- P288

평범한 일상에서 기본을 지키는 것이바로 《소학》의 가르침이다. 《소학》에서는 그 가르침의 순서를 이렇게 말했다.
"군자가 사람을 가르칠 때는 순서가 있다. 먼저 작은 것과 가까운 것을가르친 다음에 큰 것과 먼 것을 가르친다. 이 말은 먼저 가까운 것과 작은것만을 전해주고 뒤에 먼 것과 큰 것을 가르치지 않는다는 말은 아니다."
교육에서는 반드시 가깝고 작은 것을 먼저 가르친 다음에 멀고 큰 것을가르쳐야 한다. 만약 빠른 성과를 내고자 기본을 탄탄히 하는 과정을 제대로 거치지 않고 고차원의 것부터 먼저 가르치게 되면 모래 위에 성을 쌓듯 어느 순간 무너지고 만다.
하지만 가깝고 작은 것에서 멈춘다면 학문의 진전을 이룰 수 없다. 학문의 시작은 작고 가까운 것이지만 학문의 끝은 높은 이상에 도달해야 한다. 좀 더 구체적으로 보면 이렇다. 역시 《소학》에 실린 글이다.
"그들이 강론해야 할 도리는 반드시 인륜에 바탕을 두고 사물의 이치를 밝히는 것이어야 한다. 그 가르침의 내용은 물 뿌리고 쓸고 응대하고 대답하는 데서부터 시작해 효孝, 제悌,  충忠, 신信의 덕목을 수양해 예禮와 악樂에맞게 행동하는 것이다. 배우는 사람을 이끌고 격려해 차츰 이런 덕목이 갖춰지도록 하는 것은 모두 절차와 순서가 있다. 그 요점은 선한 일을 실천하고 자기 몸을 수양해 교화가 천하에 이르도록 하는 것이다.
- P300

그다음 상祥은 모든 공부를 상세하게 배우는 것이다. 아이들은 허투루넘어가는 법이 많다. 배움에 있어서는 더욱 그렇다. 똑똑한 아이들은 미루어 짐작해서 넘어가 버린다. 미련한 아이들은 집중력이 없어서 상세히 배우지 못한다. 그래서 모든 교육은 구체적이고 상세한 배움을 얻을 때까지 그만두지 않는 배움의 습관을 아이들에게 키워주는 것을 중시한다.
- P261

오직 독서라는 한 가지 일은 위로 성현을 따라가 짝할 수 있고, 아래로 뭇 백성을 길이 깨우칠 수 있으며, 그윽하게는 귀신의 정상에 통달하고, 밝게는 왕도와 패도의 방법과 계략을 도우며, 짐승이나 벌레의 부류를 초월해 큰 우주도 지탱할 수 있으니, 이것이 곧 우리 인간의 본분이다.
- P301

 황상이 처음 다산을 찾아왔을 때 이렇게 말했다. "선생님, 저에게는 세 가지 단점이 있습니다. 너무 둔하고, 앞뒤가 꽉막히고, 사리분별을 못합니다." 그러자 다산은 이렇게 가르쳐줬다.

배우는 사람에게는 큰 병통이 세 가지가 있다.
첫째, 한 번 보고 척척 외우는 사람은, 그 뜻을 음미하지 않아 금세 잊어버린다.
둘째, 제목만 던져 줘도 글을 짓는 사람은, 똑똑하지만 오히려 글은 가볍다.
셋째, 한 마디만 해도 금세 알아듣는 사람은, 곱씹지 않아 깊이가 없다.

당장 보기에 뛰어난 재능에는 한계가 있다. 자기 재능만 믿어 게을러질수 있고, 스스로 노력하지 않기에 깊은 학문을 이룰 수 없고, 얼핏 보아도알게 되므로 고민이라는 과정을 거치지 않게 된다. 차라리 처음에 좀 아둔해도 알고자 하는 열의, 생각에 생각을 거듭해 도달한 깊은 깨달음이 학문에서는 더 가치가 있다. 스승이 일깨워준 ‘새로운 자신‘을 돌아본 황상은 단점을 발판삼아 배움에 정진해, 훗날 추사 김정희도 인정할 정도의 명문장가가 되었다.
- P306

范忠宣公戒子弟日 人雖至恩責人則明 雖有聰明忽己則昏 爾曹但常以責人之心責己 恕己之心恕人 不患不到聖賢地位也
범충선공계자제 인수지우책인측명 수유총명서기즉혼이조단상이책인지심책기 서기지심서인 불환부도성현지위야
범충선공이 자제를 가르쳤다. 사람이 어리석더라도 남을 꾸짖는 데는 밝고, 총명하더라도 자기를 용서하는 데는 어둡다.
너희들이 항상 남을 꾸짖는 마음으로 자신을 꾸짓고, 자기를 용서하는 마음으로남을 용서한다면 성현의 경지에 이르지 못함을 근심하지 않을 것이다.
<송명신언행록> - P335

선비들은 스스로에 대한 엄격함이 다른 이들을 배려할 수 있는 근원이된다는 것 또한 알고 있었다. 이러한 자세를 말해주는 성어가 있다. "다른사람을 대할 때는 봄바람처럼 부드럽게 하고, 스스로에 대해서는 가을 서리처럼 엄격하게 하라 (대인춘풍 지기추상 待人春風 持己秋霜)."
안타깝게도 선비들의 자세를 입으로만 떠들 뿐 거꾸로 행하는 사람이많다. 더 안타까운 점은 이런 자신의 모습을 전혀 깨닫지 못하는 것이다.
그리고 가장 안타까운 섬은 알면서도 짐짓 모른 체한다는 것이다.

사람은 자신과 비슷한 모습과 맞닥뜨렸을 때
비난하고 혐오한다.
그래서 어른은 눈앞에 선 괴물이 혹시 거울에 비친 자신이 아닐까 점검한다.
- P339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맹자가 어렸을 때 옆집에서 돼지를 잡은 일이 있었다. 맹자가 어머니에게 ‘동쪽 집에서 폐지를 잡아서 무엇을 하려고 합니까?‘ 라고 묻자, ‘너에게 주려고 잡는다‘라고 농담을 하고는 곧 후회했다. ‘지금 막 알기 시작한 아이를 속이는 것은 불신을 가르치는 것이다‘라고 생각하고는 곧바로 돼지고기를 사서 맹자를 먹였다."
이 이야기야말로 자녀 교육에서 맹모삼천지교보다도 더 중요한 교훈을 전해주고 있다. 부모는 아이 앞에서 올바른 삶의 태도와 정직한 모습을보여야 한다. 부모가 아이에게 남을 속이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거짓을 가르치는 것과 같다. 심지어 부모가 아이를 직접 속이는 것은 거짓과 불신을 마음에 새겨주는 것이다.
다산도 두 아들에게 부치는 글에서 자식들에게 좋은 환경을 조성해주지 못했던 것을 안타까워했다.

너희들이 시장 옆에서 성장하면서 어린 시절에 접한 사람들 대부분이 문전 잡객이나 시중드는 하인배, 아전들이니 입에 올리고 마음에 두는 것이 약삭빠르고 경박해 비루하고 어지럽지 않은 것이 없었구나. 이러한 병통이 깊이 골수에 새겨져 마음에 선을 즐기고 학문에 힘쓰려는 뜻이 전혀 없게 된 것이다.
- P217

무릇 사대부의 가법은 뜻을 얻어 벼슬길에 나서면 서둘러 언덕에 집을 세 얻어 처사의 본색을 잃지 않아야 한다. 만약 벼슬길이 끊어지면 급히 서울 언저리에 의탁해 살면서 문화의 안목을 떨어뜨리지 않아야 한다. 내가 지금 죄인의 명부에 있는지라, 너희들로 하여금 잠시 시골집에 숨어지내게 했다. 뒷날의 계획으로는 도성에서 십 리 안쪽에 거처를 정할 수 있을 것이다. 만약 가세가 기울어 능히 깊이 들어갈 수 없게 되면, 서울 근교에 머물면서 과실을 심고 채소를 기르며 생활을 도모하다가 재물이 조금 넉넉해지기를 기다려 저자 가운데로 들어가도 늦지 않을 것이다.
- P219

南容 三復白圭 孔子以其兄之子 妻之
남용 삼복백규 공자이기형지자 처지
남용이 ‘백규‘의 시구를 날마다 세 번씩 외우자,
공자가 형의 팔을 그에게 시집보냈다.
《논어》, 〈선진先進)

흰 구슬의 흠집은 갈아서 고치면 되지만 말의 잘못은 어찌할 수 없도다. 가볍게말하지 말고 함부로 지껄이지 마라. 누구도 혀를 붙잡지 못하니 해버린 말 쫓아가 잡을 수 없도다.

"공자가 남용에 대해 말하기를 ‘나라에 도가 행해지고 있읊때는 버림받지 않을 것이고, 나라에 도가 행해지지 않아도 형벌은 면할 것이다‘라고하며 형의 딸을 그에게 시집보냈다. - P242

내가 토지문서를 살펴 그 내력을 조사해봤다. 어느 것이나 백 년 사이에 대여섯번이나 주인이 바뀌고 심할 때는 일고여덟 번에서 아홉 번까지 바뀌었다. 그 성질이 흘러 움직이고 달아나는 것이 이와 같다. 어찌 남에게는 금방 바뀌고 내게는 모래 그대로 있기를 바라서, 아무리 두드려도 깨져 없어지지 않을 물건으로 여기겠는가? 창기는 여러 번 지아비를 바꾼다. 그런데 어찌 나에게만 수절을 지키기 바라겠는가? 토지를 믿는 것은 창기의 정절을 믿는 것과 같다.
부자는 드넓은 밭두렁을 보면서 반드시 의기에 차서 기운을 돋워 자손에게 말할것이다. ‘만세의 터전을 너희에게 준다.‘ 하지만 진시황이 호해에게 나라를 넘길때도 그랬음을 알지 못한다. 이 일이 어찌 믿을 만한 것이겠는가? 나는 지금 나이가 적지 않아 겪어본 일이 많다. 부를 자손에게 잇게 하려는 사람 중에 그 뜻을 이룬 자는 천 명 중에 한두 사람뿐이다.
- P255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