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돌은 손잡이가 두 개인데, 남자 두 명이 각각 나눠 잡고 미친 듯이 돌렸다. 그럴 때면 얼굴이 하늘을 향하고 머리칼이 뒤로넘어가 세상에서 가장 사납게 변장한 최악의 야만스러운 얼굴보다도 더 섬뜩하고 잔인해 보였다. 거짓 눈썹과 거짓 수염이 연신휘날렸고 오싹한 얼굴은 온통 피와 땀투성이였으며 소리를 지를때면 흉측하게 뒤틀렸고, 짐승 같은 광기와 수면 부족으로 충혈된 눈은 이글이글 불타는 것 같았다. 이 악한들이 빙글 빙글 돌면 젖어서 착 달라붙은 머리카락이 눈을 가렸다가 목 뒤로 넘어가곤 했다. 여자들은 그들이 목을 축일 수 있도록 포도주를 들고있었고, 그들은 칼을 가는 동안 술을 마셨다. 피가 뚝뚝, 포도주가 뚝뚝 떨어지고, 숫돌에서 불똥이 튀어 주변 대기는 온통 핏방울과 불빛으로 가득 찼다. 그 무리 중에서 피로 얼룩지지 않은사람은 찾기 어려웠다. 앞 사람이 일을 끝내면 자신의 칼을 갈기위해 숫돌을 향해 서로 어깨를 밀치는 남자들도 허리까지 옷을벗어젖힌 몸뚱이와 사지에 피 얼룩이 묻어 있었다. 남자들은 은갖 종류의 마를 걸쳤는데, 그 넝마에도 피가 묻어 있었다. 사악하게도 여자들에게서 훔친 레이스와 실크, 장식 띠 따위도 걸쳤는데, 속속들이 피로 얼룩져 있었다. 날을 세우려고 가져온 손도끼와 칼, 총검, 겸 따위도 모두 피로 붉게 물이 들었다. 난도질을 했던 검을 리넨으로 만든 끈이나 찢어발긴 옷자락으로 손목에 묶어 차고 다니기도 했다. 끈의 종류는 여러 가지였지만 모두한 가지 색으로 짙게 물이 들어 있었다. 무기의 주인이 쏟아져내리는 불똥 사이로 미친 듯이 무기를 잡아채어 거리로 뛰쳐나갈 때, 그 광포한 눈동자도-문명화된 구경꾼이 아무리 조준이 정확한 총으로 겁을 주려고 해도 조준하는 데만 이십 년쯤 걸릴 그런 눈이었다-똑같이 붉은색으로 물들어 있었다.
- P3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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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파르주 부인은 거만하게 손님을 바라보며 남편의 말에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당신이란 사람은 아무것에나 환호하고 울부짖어 볼거리를 연출하고 시끌벅적하게 만드는군요.
그렇지 않아요?"
"솔직히 그렇습니다, 부인, 저도 그렇게 생각했어요, 잠깐이지만"
"만약 당신에게 산더미처럼 쌓인 인형을 주고 그것을 갈기갈기 찢어서 원하는 부분을 훔쳐 가라고 하면 당신은 가장 비싸고 화려한 부분을 갖겠죠, 그렇죠?"
"그렇습니다. 부인"
"좋아요. 만약 당신한테 날지 못하는 새를 떼로 주고 원하는대로 날개를 뽑으라고 하면 당신은 가장 아름다운 날개를 가진 새의 날개를 뽑겠죠. 그렇죠?"
"그럼요, 부인"
"당신은 오늘 새와 인형, 둘 다 본 거예요." 드파르주 부인은 자신들이 마지막으로 또렷이 보았던 곳을 향해 손을 흔들며 말했다. "자, 집으로 가요!"
- P251

"하지만 여보!" 부인이 단호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똑같이 말했다. "하지만 여보! 당신 오늘 밤 풀이 죽어 보인단 말이에요 !"
"음, 그래." 드파르주는 부인의 재촉에 어쩔 수 없이 속마음을털어놓았다. "정말 오래 걸리는군."
"오래 걸리지요." 아내가 되풀이했다. "하지만 오래 걸리지않는 일이 있나요? 특히 복수와 응징에는 오랜 시간이 필요해요. 그건 자연법칙이에요.."
"번개가 사람을 내려칠 때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지." 드파르주가 말했다.
"그 번개가 만들어져 저장되기까지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리죠.말해 봐요." 부인이 침착하게 말했다.
드파르주는 아내의 말에 담긴 깊은 뜻을 생각하는 듯한 표정으로 고개를 들었다.
"지진이 도시를 집어삼키는데도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아요." 부인이 말했다. "바로 그거예요! 하지만 지진이 만들어지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리죠?"
"아마도 오래 걸리겠지." 드파르주가 말했다.
"하지만 준비가 끝나고 실행에 옮겨지면, 앞에 놓여 있는 것을 순식간에 가루로 만들어버리죠. 그전까지는 보이지 않고 들리지도 않더라도 언제나 준비를 하고 있는 거예요. 그러니까 당신도 마음을 편히 가져요, 흔들리지 말고"
- P255

그날 아침, 생탕투안에서는 초라한 몰골과 우울한 표정을 한거대한 무리가 앞뒤로 점점 늘어나고 있었다. 강철 칼날과 총검이 태양빛에 반사되어 굽이치는 수많은 머리 위로 번쩍거렸다.
생탕투안의 목구멍에서는 엄청난 함성이 터져 나왔고, 숲을 이룬 헐벗은 팔들이 허공을 향해 내지를 때의 모습은 찬바람에 흔들리는 말라비틀어진 나뭇가지 같았다. 손가락들은 온갖 무기와저 마음 깊은 곳에서 복받쳐 오르는 무기 비슷한 것들을 부들부들 떨릴 만큼 꽉 움켜잡았다.
누가 발사했는지, 방금 어디에서 날아왔는지, 어디에서 시작되었는지, 무엇이 그것들을 뒤틀듯 흔들며 번개처럼 한 번에 수십 발씩 군중의 머리 위로 날아가게 했는지, 군중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그들은 소총과 함께 탄약통, 화약, 총탄 따위를 배분받았고, 강철과 나무 막대, 칼과 도끼, 창, 재주껏 고안한 온갖무기를 들고 있었다. 아무것도 없는 사람들은 피가 철철 흐르는 손으로 벽에서 벽돌이나 돌을 빼서 무장했다. 생탕투안 시민들의 맥박과 심장은 걷잡을 수 없이 들썩이고, 질주하듯 뛰었다.
그곳의 살아 있는 생명체는 모두 목숨을 내걸고 기꺼이 희생할 열정으로 미쳐가고 있었다.
- P307

나리(흔히 가장 덕망이 높은 신사로 여겨졌다)는 국가의 축복을 받아 모든 면에서 세련된 분위기를 풍겼으며, 호사스럽고 빛나는 삶의 좋은 표본이었고, 그런 목적을 위해 많은 역할을 했다.
그럼에도 ‘나리‘ 라는 계급은 온갖 악행으로 나라를 이 지경에 이르게 했다. 명백하게 자기들을 위해 설계된 줄로만 알았던 세상이 이렇게나 빨리, 비틀이 짠 듯 메말라가고 자신들을 압박해오다니 놀랍기만 했다! 세상사의 변치 않는 법칙을 뭔가 근시안적으로 보았음이 틀림없었다. 그렇다! 이게 어찌 된 일이냐고 묻는다면 바로 이렇게 된 것이다. 부싯돌에서 마지막 피 한 방울까지 짜내고, 고문대의 나사못을 너무 자주 돌려 헐거워질 때까지 나리는 그 비천하고 까닭 모를 현상으로부터 도망치지 않았다.
- P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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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잃은 탐험가, 난파된 사람, 고립된 모험가와 같이, 음식을 익힐 수없는 야생의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생식을 해야만 하는 사람들에게는 어떤 일이 일어날까? 이들이 바로 인간이 날먹을거리를 얼마나 잘 활용할 수 있는지에 판단 근거를 제공해 줄 세 번째 시금석이다. 어쩔수 없이 날것만 먹어야 하는 경우, 사람들은 맛이 없다고 투덜댈지는 몰라도 별다른 문제는 없을 거라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인간이이러한 방식으로 장기간 생존한 사례를 어디에서도 발견하지 못했다.
동물성 양식을 익히지 않고 먹으면서 생존한 사례 중 가장 오랜 기간은 몇 주에 불과하다.
- P52

대체로 자연 선택이 만들어 내는 것은 정교하고 성공적인 디자인이다. 우리의 창자처럼 중요하고 정기적으로 사용되는 기관의 경우 특히 그렇다.
그런데도 우리가 날먹을거리를 효율적으로 이용하는 능력을 잃게되었다면 그것을 보상할 만한 어떤 다른 이득이 생겼어야 한다.
진화에서 트레이드 오프(trade off, 무언가를 얻으려면 반드시 다른 것을 희생해야하는 경제 관계 - 옮긴이)는 흔한 현상이다. 일례로 우리는 침팬지만큼 나무를 잘 타지 못하는 대신 보행에 능하다. 우리가 나무에서 서투른 원인중의 일부는 다리가 길고 발바닥이 평평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런 다리와 발 덕분에 다른 유인원보다 더 효율적으로 걸을 수 있다. 인류가 익히지 않은 먹을거리를 소화하는 효율이 낮다는 현상도이와 유사하게 볼 수 있다. 그 원인은 소화계가 우리의 사촌인 유인원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다는 데 있다. 하지만 그 덕분에 우리는 익힌 음식을 예외적인 고효율로 소화할 수 있게 된 것 같다.
- P60

지금까지 살펴본 인간의 작은 입과 치아, 소화관은 부드럽고 열량이 높으며 섬유질의 함량이 낮고 소화가 잘되는 익힌 음식의 특성에제대로 적응한 결과이다. 부드럽고 영양가 높은 음식을 씹는 데 입이나 치아가 클 필요는 없고, 줄어든 턱 근육은 익힌 음식을 먹기에 적합하도록 작은 힘을 내는 데 유리하다. 소화 기관의 크기가 줄어들면서 효율을 높이고 대사에 드는 에너지를 불필요하게 낭비하지 않을수 있게 된 것이다. 게다가 치아가 작으면 치아 손상이나 그에 따른 치아 질환이 줄어드는 이점도 있다.
형질 인류학자 레슬리 아이엘로 (Leslie Aiello)와 피터 휠러 (Peter Wheeler)는 대형 유인원과 비교할 때 인간은 장이 작아진 덕분에 하루에너지 소모량의 10 퍼센트를 절약할 수 있게 되었다고 했다. 소화기관에 조직이 많을수록 그만큼 대사 에너지가 더 소모되게 마련이다.
익힌 음식 덕분에 대형 유인원이 주식으로 하는 섬유질이 많은 음식이 우리에게는 더 이상 유용하지 않게 되었으니 인간의 소화계에 일어난 이러한 일련의 변화는 지극히 합리적인 것으로 보인다. - P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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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잃은 탐험가, 난파된 사람, 고립된 모험가와 같이, 음식을 익힐 수없는 야생의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생식을 해야만 하는 사람들에게는 어떤 일이 일어날까? 이들이 바로 인간이 날먹을거리를 얼마나 잘활용할 수 있는지에 판단 근거를 제공해 줄 세 번째 시금석이다. 어쩔 - P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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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생명의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변이의 하나인 호모속(屬, 종(種) 바로 위의 분류 단계 옮긴이)을 탄생시켰는가? 이 책은 새로운 답을 제시한다. 전환의 계기를 제공한 것은 불의 사용과 익힌 음식의 등장이다. 나는 그렇게 믿는다. ‘불로 요리하기‘는 우리가 먹는 양식의 가치를 높이고 우리의 몸과 두뇌, 시간 사용 방법, 사회생활 방식에 변화를가져왔다. 이 때문에 우리는 외부 에너지 소비자가 되었고 그럼으로써 땔감에 의존하며 자연과 새로운 관계를 맺는 유기체가 되었다.
- P14

지금까지 기술된 수렵 채집 문화의 종류는 수백 가지에 달하는데,
이들 모두 영양 섭취의 상당 부분을 육류로 해결했다. 섭취 열량의 절반이나 그 이상을 육류에 의존한 경우도 흔하다. 고고학적 증거가 시사하는 바에 따르면 200만 년도 더 된 도살자 하빌리스로 거슬러 올라가는 기간 내내 육식은 항상 중요한 위치를 차지했던 것으로 보인다. 반면 하빌리스의 선조인 오스트랄로피테쿠스의 육식 양상은 침팬지와 크게 다르지 않았던 것 같다. 침팬지는 기회가 있으면 원숭이, 새끼 돼지, 작은 영양 등을 기꺼이 잡아먹지만 몇 주나 몇 달간 육류를전혀 섭취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이에 비해 인류는 확고한 육식 동물이라는 점, 그리고 큰 동물들의 사체에서 고기를 얻는다는 점에서 영장류 중 유일한 종이다 (영장류란 척추동물문(門) 포유강(綱) 영장목(目)에 속하는 170종의 동물을 아울러 일컫는 이름이다. 유인원이란 영장목 사람상과(上科) 동물의 총칭으로 꼬리가 없는 게 특징이다. 사람상과는 다시 긴팔원숭이과와 사람과로 나뉘는데, 인간과 더불어 침팬지, 보노보, 고릴라, 오랑우탄 등이 사람과에 속한다. ‘비인간 유인원‘ 이란 사람과에서 인간을 제외한 나머지 유인원과 긴팔원숭이를 아우르는 표현이다. - 옮긴이) - P19

하지만 사냥꾼 인간 가설은 불완전하다. 채집한 양식이 제공하는경제적 지원 없이 어떻게 사냥이 가능했는지를 설명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수렵 채집 사회에서 채집은 주로 여성들의 몫이며 채집 식량이그 공동체에 공급되는 전체 열량의 절반을 차지하는 경우도 흔하다.
채집은 사냥만큼이나 중요할 수도 있다. 수렵에 나선 남자들이 빈손으로 돌아오기라도 하는 날에는 가족 전체가 채집 식량에 의존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채집을 하기 위해서 필요한 능력, 예컨대 커다란양식 꾸러미를 운반하는 능력 등은 오스트랄로피테쿠스에게는 없는것으로 간주된다. 그렇다면 채집은 언제, 그리고 왜 시작되었을까? 모종의 획기적인 기술 덕분에 여성들이 채집을 할 수 있게 되었을까? 아니면 하빌리스는 교환 경제(채집식량과의) 없이도 고기를 구할 수 있었을까? - P21

그러자면 먼저 우리는 불로 익히는 것이 어떤 일을 하는지를 알아야만 한다. 음식을 익히면 음식이 더 안전해지고 맛이 더 진하고 좋아지며 변질이 덜 된다. 그뿐만 아니라 질긴 음식도 속을 드러내고 자르고 으깨기 쉬운 상태로 변한다. 하지만 이 모든 장점은 여태껏높은 평가를 받지 못했던 다음의 측면에 비하면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음식을 익히면 우리가 그로부터 얻는 에너지의 양이 늘어난다."
최초로 음식을 익혀 먹은 사람들은 이처럼 추가된 에너지 때문에생물학적으로 매우 유리해졌다. 생존율과 번식률이 높아져 유전자를더 널리 퍼뜨릴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들의 신체는 익힌 음식에 생물학적으로 적응했고, 새로운 식단을 최대로 이용하려는 자연 선택의 힘에 의해 형태를 갖추어 나갔다. 이어서 해부학적 구조, 생리 작용, 생태, 생활사, 심리, 사회에 변화가 일어났다. 화석 증거에 따르면 익힌 음식에 이처럼 의존하는 현상은 수만 년 전이나 심지어 20만~10만 년전에 일어난 것이 아니다. 그 시기는 지구에 인류가 출현해 진화를 시작한 바로 그 시점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나중에 직립 원인으로 진화한 하빌리스로부터 시작되었던 것이다. 우리가 불로 자연을 길들였다고 한 브리야사바랭과 시먼스의 말은 옳았다. 우리 인간성의 책임은 실제로 요리사에게 지워야 한다.
- P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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