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돌은 손잡이가 두 개인데, 남자 두 명이 각각 나눠 잡고 미친 듯이 돌렸다. 그럴 때면 얼굴이 하늘을 향하고 머리칼이 뒤로넘어가 세상에서 가장 사납게 변장한 최악의 야만스러운 얼굴보다도 더 섬뜩하고 잔인해 보였다. 거짓 눈썹과 거짓 수염이 연신휘날렸고 오싹한 얼굴은 온통 피와 땀투성이였으며 소리를 지를때면 흉측하게 뒤틀렸고, 짐승 같은 광기와 수면 부족으로 충혈된 눈은 이글이글 불타는 것 같았다. 이 악한들이 빙글 빙글 돌면 젖어서 착 달라붙은 머리카락이 눈을 가렸다가 목 뒤로 넘어가곤 했다. 여자들은 그들이 목을 축일 수 있도록 포도주를 들고있었고, 그들은 칼을 가는 동안 술을 마셨다. 피가 뚝뚝, 포도주가 뚝뚝 떨어지고, 숫돌에서 불똥이 튀어 주변 대기는 온통 핏방울과 불빛으로 가득 찼다. 그 무리 중에서 피로 얼룩지지 않은사람은 찾기 어려웠다. 앞 사람이 일을 끝내면 자신의 칼을 갈기위해 숫돌을 향해 서로 어깨를 밀치는 남자들도 허리까지 옷을벗어젖힌 몸뚱이와 사지에 피 얼룩이 묻어 있었다. 남자들은 은갖 종류의 마를 걸쳤는데, 그 넝마에도 피가 묻어 있었다. 사악하게도 여자들에게서 훔친 레이스와 실크, 장식 띠 따위도 걸쳤는데, 속속들이 피로 얼룩져 있었다. 날을 세우려고 가져온 손도끼와 칼, 총검, 겸 따위도 모두 피로 붉게 물이 들었다. 난도질을 했던 검을 리넨으로 만든 끈이나 찢어발긴 옷자락으로 손목에 묶어 차고 다니기도 했다. 끈의 종류는 여러 가지였지만 모두한 가지 색으로 짙게 물이 들어 있었다. 무기의 주인이 쏟아져내리는 불똥 사이로 미친 듯이 무기를 잡아채어 거리로 뛰쳐나갈 때, 그 광포한 눈동자도-문명화된 구경꾼이 아무리 조준이 정확한 총으로 겁을 주려고 해도 조준하는 데만 이십 년쯤 걸릴 그런 눈이었다-똑같이 붉은색으로 물들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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