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아름다운 로사

"바라바스가 바다를 건너 우리에게 왔다. 어린 클라라는 섬세한 필체로 이렇게 메모해 놓았다. 클라라는 이때부터 이미 중요한 일을 기록하는 습관이 있었으며, 그 뒤 병어리로 지낼 때에도 자질구레한 일까지 모두 기록해 두었다. 그렇지만 클라라도 오십 년 후에 자신의 노트가, 내가 과거의 기억을 되살리고 공포를 극복하는 데 큰 버팀목이되어 주리라고는 전혀 생각지 못했을 것이다.
- P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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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주제에 대해 연구한 옥스퍼드대학교 생태학자들에 따르면, 아마존의 식물들은 스스로 생산해 내는 산소의 60퍼센트가량을 호흡 과정에서 소비한다( 식물은 낮에는 광합성이 호흡보다 활발해 산소를 방출하고 이산화탄소를 흡수하지만 밤에는 호흡만 해서 산소를 흡수하고 이산화탄소를 방출한다. 이 생화학적 과정으로 식물들은 필요한 에너지를 얻는다). 나머지 40퍼센트는 열대우림의 바이오매스를 분해하는 미생물의 몫이다(바이오매스는 생태학에서는 단위 시공간 내에 존재하는 생물의 총체를 뜻하지만, 에너지분야에서는 각종 유기물과 유기체 가스, 땔나무와 숯에서부터 화학적으로 추출한 메탄 같은 바이오가스, 에탄올 같은 바이오알코올, 바이오디젤에 이르기까지 에너지원으로 사용되는 모든 생물 자원을 기리킨다. 옮긴이), "따라서 (식물만이 아닌 아마존 ‘생태계 전체를 놓고 볼 때 아마존이 세계 산소에 기여하는 양은 사실상 제로다." 옥스퍼드대학교 생태학자들은 이렇게 지적한다. "인간의 관점에서 유의미한 시간 단위(100만 년 미만)에서 보자면이는 지구상의 어떤 생태계는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다. 
허파는 산소를 흡수하고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기관이다. 반면에브라질을 향해 소송을 건 그레타 툰베리와 학생들의 주장과 달리, 아마존과 모든 식물이 흡수하고 저장하는 탄소는 지구 전체의 25퍼센트가아닌 5퍼센트에 지나지 않는다.  - P87

좋은 소식이 있다. 세계적으로 볼 때 숲이 차지하는 면적은 점점 넓어지는 중이다. 화재 발생 빈도도 낮아지고 있다. 1998년부터 2015년까지 매년 화재로 소실되는 숲의 면적은 25퍼센트나 줄어들었는데, 그 이유는 대부분 경제 성장 덕분이다. 경제 성장은 도시 일자리를 만들고, 도시로 몰려든 사람들은 화전민 생활을 청산하게 된다. 경제 성장은 농부가 불을 지르는 대신 기계를 이용해 숲을 개간할 수 있게 해 준다. 전 세계적으로 지난 35년간 사라진 것보다 더 많은 숲이 새로 생겼다. 그 면적을 합치면 텍사스와 알래스카를 합친 정도가 된다. 1995년부터 2015년까지 유럽에는 벨기에, 네덜란드, 스위스, 덴마크를 합친 것과비슷한 면적의 숲이 새로 생겨났다. 그레타 툰베리의 나라인 스웨덴에서는 지난 100년간 숲이 2배로 늘어났다. 1981년부터 2016년까지 지구 행성의 40퍼센트가량은 "녹화 되었다. 상대적으로 숲이 넓어지고 바이오매스가 증가했다는 뜻이다. 일부는 기존 농경지를 목초지나 숲으로 되돌리는 식으로 녹화되었고, 일부는 특히 중국처럼 의도적으로 나무를 심어 녹화했다. 브라질도 의도적 식수에 따른 녹화가 활발한 경우에 해당한다. 세상은 브라질 하면 아마존에만 관심을 기울이는 경향이 있지만, 브라질에서 경제적으로 가장발전한 남동부 지역에서는 숲 면적이 오히려 넓어지고 있다. 이는 농업생산성 증가와 더불어 환경 보호 노력이 동시에 높아진 덕분이다." - P92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높아지고 평균 기온이 상승한 것 역시지구가 다시 녹음을 되찾아 가는 원인 중 일부라고 볼 수 있다.29 대기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짙어질수록 식물이 빨리 자란다는 것은 과학자들이 이미 밝혀낸 사실이다. 1981년부터 2016년까지 식물이 흡수한 탄소량은 4배 증가했는데, 이는 지표면 위의 바이오매스가 늘어나서라기보다 높은 이산화탄소 농도가 식물의 생장을 촉진했기 때문이다.  - P93

지구상의 숲이 생장에 최적화된 온도와 이산화탄소 농도에 이미 도달했다고 볼 근거는 거의 없다. 기온이 너무 높아지면 광합성 효율은 떨어지는데, 이산화탄소 농도가 높아지면서 광합성 효율이 상승해 기온상승의 부작용을 반감시키는 효과를 낳을 수 있음을 과학자들은 발견했다. 온대 기후의 숲에 대한 주요 연구 결과에 따르면 평균 기온 상승으로 생장 기간이 길어지고 이산화탄소 농도가 짙어진 덕분에 예상보다식물 생장이 더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그리고 식물이 더 빨리 자란다는 것은 대기 중 이산화탄소 축적 속도가 느려진다는 말과 같다.
- P93

그럼 우리가 진정으로 원시림을 지키고자 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무엇보다 우리는 환경 식민주의 environmental colonialism 를 물리쳐야 한다. 또한 오래된 원시림을 가진 국가의 경제 발전을 지지해야 한다.
- P94

21세기 환경주의자들은 ‘야생wildness‘이라는 말을 긍정적인 뜻으로받아들인다. 하지만 과거에는 야생이란 공포의 대상이었다. 야수들이사는 곳‘이 야생이니 말이다. 유럽 농부들에게 숲은 위험한 곳이었다. 늑대 같은 위험한 동물뿐 아니라 인간 사회의 법과 질서를 무시하는 무법자들이 사는 곳이 바로 숲이었다. 
••••••
그래서 초기 기독교인들은 숲을 없애는 일을 악이 아니라 선으로여겼다. 성 아우구스티누스를 비롯한 초기 교회 성인들은 인간에게 신의 창조 과업을 완결 짓고 신과 가까운 존재로 성장해야 할 과제가 있다고 보았다. 숲과 야생의 땅은 죄악이 꿈틀대는 곳이었다. 농장과 목장을 만들기 위해 숲을 개간하는 것은 신의 과업을 이행하는 일이었다.
인간에게는 환경을 바꿀 수 있는 힘이 있다. 그것은 축복이며 인간을 동물과 구분 짓는 요소다. 유럽인은 그렇게 믿었다. 수도사들은 숲을 개간해 농경지로 만드는 일을 문자 그대로 지상의 악을 정화하는 활동이라고 받아들였다. 그들이 만들고자 했던 것은 에덴동산이 아니라 새로운 예루살렘이었다. 도시와 시골, 신성함과 속됨, 돈벌이와 믿음이 함께하는 그런 문명을 건설하고자 한 것이다.
인간은 도시를 건설해 살면서 더 많은 부를 쌓기 시작한 다음에야 자연을 아끼고 배려하고 돌보아야 할 무언가로 여기기 시작했다. 유럽인은 19세기만 해도 아마존을 위험과 혼란이 가득한 "정글" 이라고 여겼다. 하지만 20세기 후반이 되자 같은 곳을 "조화롭고 매혹적인 열대우림"으로 여기게 되었다.
- P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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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기후 변화가 사실이며 인간이 기후 변화에 큰 영향을미치고 있다는 ‘호헨카머 선언Hohenkammer Statement‘ 에 실명으로 동의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이 동의한 내용은 그것만이 아니었다. 자연재해 자체가 심각해져서가 아니라, 인력과 자원이 유익하지 못한 방향으로 사용되어서 자연재해로 인한 비용이 증가한다는 데도 동의한 것이다.
학생들에게 강의할 때 키가 드는 사례가 있다. 1926년과 2006년 마이애미 해변 사진을 비교하는 것이다. 1926년 마이애미 해변에는 허리케인에 취약하기 마련인 고층 건물이 단 1채밖에 없었는데 2006년에는 12채의 고층 빌딩이 들어서 있었다. 인플레이션을 감안해 계산했을때 미국에서 허리케인으로 인한 피해는 1900년 거의 달러에 가까웠던반면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뉴올리언스를 강타한 2005년에는 1300억 달러까지 치솟았다.
그런 다음 펠키는 같은 기간 동안 허리케인으로 입은 피해를 표준화한normalized 값을 보여 주었다. 표준화란 1900년 이후 마이애미 같은미국 해안 지역에서 이루어진 대대적인 개발 성과로 피해 데이터를 보정하는 것을 의미한다. 펠기와 그의 동료들이 표준화한 값을 놓고 볼 때기후 변화로 인한 피해가 상승하는 추세는 발견되지 않는다."
표준화한 허리케인 피해액은 늘어나지 않았다. 이는 허리케인 상륙에 대한 역사적 기록과 상용하는 결과였기에 키와 그의 동료들은 자신들의 계산에 확신을 얻을 수 있었다. 그들의 연구에 따르면 역사적으로 몇 차례에 걸쳐 엄청난 피해가 발생한 적이 있었다. 가령 물가상승률과 해안 지역 개발 표준화를 통해 보정해 볼 때, 1926년 4개의 허리케인이 미국에 상륙하면서 20000억 달러 가량의 피해를 발생시켰다. 이는 2005년 카트리나로 인한 피해액인 1450억 달러를 뛰어넘는다. 그런데1900년부터 1959년까지 플로리다에 상륙한 대규모 허리케인은 18건이었던 반면, 1960년부터 2018년까지는 11건에 지나지 않는 것 또한 사실이다.
- P55

그 차이에 대해 펠키는 이렇게 말한다. 1940년 이래 미국에 상륙한허리케인은 총 118개, 그로 인한 사망자는 3322명이다. 하지만 2004년12월 26일 쓰나미가 동남아시아를 강타하자 22만 5000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다.
기후 변화가 수십억 명을 죽음으로 몰아넣고 문명을 붕괴시킬 수있다고 믿는 사람이라면, 기후변화정부간협의체의 어떤 보고서에도 그와 같은 종말론적인 이야기가 단 한 줄도 나오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깜짝 놀랄 것이다. 기후변화정부간협의체는 미국 같은 선진국이 콩고같은 "기후 지옥"이 되리라는 식의 묘사를 한 적이 없다. 가장 극심한 기후 변화가 닥쳐온다 해도 우리가 갖추고 있는 홍수 관리 체계, 전력 공급망, 도로 체계 등은 여전히 잘 작동할 것이다.
- P58

‘기후 양치기‘들이 있다. 환경 문제를 떠들며 관심이 쏠리는 것을 즐기는 양치기 소년 같은 이들이다. 또한 환경 저널리스트들사이에 현재 오스트레일리아의 집권 여당인 자유당에 대한 반감이 깔려있다는 것도 무시할 수 없다. 거기다 통상적으로 화재가 발생해도 인구밀집 지역에서는 아예 관측이 안 되는데 이번에는 짙은 연기가 발생해쉽게 눈에 띌 수 있었다. 2019~2020년 오스트레일리아 화재에 쏟아진 언론의 과장된 관심은 아마 이런 이유들 때문일 것이다.
- P70

소행성 충돌, 초화산super-volcano 폭발, 치명적인 바이러스 확산을 조기에 발견하고 예방하기 위해 각국 정부는 충분한 예산을 투입해 왔을까? 어쩌면 그럴지 모르지만 아닐 수도 있다. 국가는 이런 재앙을 감지하고 피하기 위해 합리적인 수준의 조치는 취하는 반면, 극단적인 수준의 조치는 대개 취하지 않는다. 이유는 간단하다. 그런 문제들에 극단적인 수준으로 대처하다 보면 사회는 더 가난해질 것이고, 가난해지면 거대한 재난에 더 취약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면 결국 소행성, 초화산, 전염병을 막아내지 못하게 된다.
"부유한 국가일수록 재난 앞에서 회복탄력성이 더 뛰어납니다."
MIT의 기후학자 케리 이매뉴얼이 말했다. 그러니 사람들을 더 잘살게만들어서 회복탄력성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해요."
- P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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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기후 변화의 진실을 찾아서

2019년 10월 초 영국 <스카이뉴스 Sky News>는 두 기후 활동가의 인터뷰를 방송했다. ‘멸종저항 Extinction Rebellion‘이라는 조직에 속한 그들은 런던을 비롯한 세계 여러 도시에서 2주간에 걸쳐 시민 불복종 운동을 시작할 참이었다. 기후 변화에 맞서 행동하지 않는 것에 항의하기 위해서였다.
멸종저항은 2018년 봄 과학자와 박사 과정 연구원이 공동 창립했다. 그들은 대의명분을 위해 기꺼이 체포당할 준비가 되어 있는 환경주의자들을 불러 모았다. 2019년 가을 6000명이 넘는 멸종저항 활동가들이 런던을 가로질러 흐르는 템스강의 주요 다리 5개를 모두 가로막았다.
사람들은 오도 가도 못 하게 되었다.‘
- P21

그럼 식량 생산은 정말 급감할까? 유엔식량농업기구는 다양한 기후 변화 시나리오를 놓고 볼 때 식량 생산량은 확연히 증가할 것이라고발표했다. 오늘날 인류는 현재 인구수보다 25퍼센트 많은 100억 명을 부양하기에 충분한 식랑을 생산하고 있다. 그리고 전문가들은 기후 변화에도 불구하고 식량 생산량은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한다.
유엔식랑농업기구는 식량 생산량 증가는 기후 변화보다는 트랙터,관개 시설 개선, 비료 등의 요소에 더 크게 좌우된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20세기에 우리가 경험했던 것과 같은 내용이다. 가령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처럼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지역에 사는 농부라도 기술 발전이라는 단 한 가지 요인으로 40퍼센트의 식량 생산 증가를 경험할 수 있을것이라고 유엔식량농업기구는 전망했다. 기후변화정부간협의체의 4차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2100년대 세계 경제는 지금보다 3~6배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윌리엄 노드하우스 William Nordhaus는 높은 기온 상승(4도)에 적응하는 데 드는 비용은 GDP의 단 2.9퍼센트 감소를 불러올 뿐이라고 본다.
여기에 세계 멸망 같은 이야기가 대체 어디 있는가?

- P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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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바보가 아니에요. 할아버지께서 절대 금전을 갚지 못하실 것을 알아요. 이 말은 나와 꼬마 이고르가 미국으로 이사할 수 없게 된다는 뜻이포, 우리의 꿈이 동시에 존재할 수는 없어요. 난 아직 젊지만 할아버지는들으셨죠. 어느 쪽으로 보는 우리는 둘 다 꿈을 이루어야 마땅한 사람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룰 수 있다는 건 아니죠.
당신이 무슨 말을 할지 잘 알아요. 이렇게 말하겠죠. "내가 금전을 좋보내 주겠어요." 또 이런 말도 하겠죠. "금전이 생기면 그때 갚으면 돼요. 영영 못 갈을 수도 있겠죠. 그럼 그 얘기는 다시 하지 말자고요." 당신이 좋은 사람인 걸 아니까 이렇게 말하리라는 것도 알아요. 하지만 그건 받아들일 수 없어요. 할아버지가 나를 여행에 데려갈 수 없는 것과 똑같은 이유에서 당신 금전을 받을 수 없어요. 이건 선택에 관한 문제예요. 이해하겠어요? 부디 이해하려는 노력이라도 해 주세요. 내가 귀띔만 해도 이해했던 사람은 오로지 당신뿐이었어요. 당신의 속내까지도 이해했던 사람도 나뿐이었다고 생각해요..
- P324

"난 나쁜 사람이 아니다." 할아버지가 말씀하셨다. "나쁜 시대에살았던 착한 사람이지."
"저도 알아요." 나는 이렇게 말했다. (설령 할아버지가 나쁜 사람이었다 해도, 전 여전히 좋은 분이라는 걸 알아요.)
"내가 너한테 하는 이야기를 저 녀석한테 전부 그대로 알려 줘야한다." 할아버지의 말씀에 나는 퍽 놀랐지만, 이유도, 다른 아무것도묻지 않았다. 그저 할아버지 명령대로 했다. 조너선은 수첩을 펴고적기 시작했다. 그는 자기가 들은 것을 토씨 하나 빠뜨리지 않고 다적었다. 여기서부터는 그가 적은 내용이다.
"내가 했던 모든 일은, 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했다."
"할아버지가 하셨던 모든 일은, 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하셨대요." 내가 통역했다.
"난 영웅이 아니야. 사실이 그렇지."
"할아버지는 영웅이 아니에요."
"하지만 나쁜 놈도 아니다."
"나쁜 놈도 아니래요."
"사진 속의 여자는 네 할머니다. 네 아비를 안고 있지. 내 옆에 서있는 남자는 가장 친한 친구, 허셸이고."
"사진 속의 여자는 우리 할머니예요. 우리 아버지를 안고 있죠.
할아버지 옆에 서 있는 남자는 할아버지의 제일 친한 친구 허셸이고요."
"허셸은 유대인이라서 사진 속에서 테두리 없는 모자를 쓰고 있단다."
"허셸은 유대인이었대요."
"또 나와 가장 친한 친구였지."
"할아버지의 가장 절친한 친구였고요."
"그리고 내가 그를 죽였다."
- P338

 집시 소녀는 자신의다른 세계로부터 그녀를 숨기고, 비밀 통로로만 통하는 밀실에 유폐해 놓고, 벽 뒤에 감추어 두려는 그의 노력을 알고 있었다. 그가 자신을 사랑한다고 생각하지만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도 알았다.
- P345

그러나 해시계의 유리 눈알에 비친 자기 얼굴을 보았을 때는 전날 아침과 또 다른 모습이었다. 그는 어떤 자연의 흐름에 따라 더 나이를 먹은 것이 아니라, 생후 1일밖에 안 된 사랑의 희생물로서늙어 가고 있었던 것이다. 그는 여전히 소년이면서 더 이상 소년이아니었다. 남자였지만 아직은 남자가 아니었다. 그는 어머니의 마지막 키스와 자기 아이에게 해 줄 첫 키스 사이, 일어난 전쟁과 일어날 전쟁 사이 어딘가쯤에 갇혀 있었다.
- P385

그들은 잊은 것이 아니라 적응했다. 기억이 공포의 자리를 대신 차지했다. 그렇게 열심히 기억해 내려고 애쓰던 것이 무엇이었나를기억하려고 노력을 기울여야만 간신히 전쟁의 공포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출생, 유년 시절, 청년기의 기억들은 폭발하는포탄 소리보다 더 우렁차게 울려 퍼졌다.
그랬기에 아무 일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어떤 결정도 내려지지않았다. 짐을 꾸린 이도, 집을 비우고 떠난 이도 없었다. 참호를 파거나 건물의 방어 공사를 하지도 않았다. 아무 일도 없었다. 그들은바보처럼 기다리고, 바보처럼 무력하게 앉아 있었고, 바보처럼 시몬 D가 서양자두로 재미있는 장난을 했을 때 이야기를 했다. 모두한참을 웃을 수 있었지만, 제대로 기억할 수 있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 P387

집안 사람들은 나만 빼고 다들 잠자리에 들었다오. 난 텔레비전에서나오는 빛으로 이 편지를 쓰는 중이고, 사샤야, 읽기가 힘들다면 정말 미안하다. 손이 너무 떨리는구나. 네가 잠들어 있을 때 욕실로 향하는 건 나약함에서 나온 행동이 아니란다. 견딜 수 없어서도 아니고, 이해하겠니?
난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하다. 내가 해야 할 일을 할 뿐이야. 할아비를 이해하겠냐? 나는 소리 죽여 걸어갈 거고, 어둠 속에서 문을 열 것이고, 난 할 거다, 난 - P407

 제발 제발 제발 제발 조사의 배 속에서 발길질이 점점 더 제발 제발 아기는 이렇게 죽기를 거부했다 제발 폭탄이 굉음과 연기를 올리며 떨어졌고 나의 사프란은 간신히 군중 속을 빠져나와 작은 폭포를 타고 하류로 떠내려가서 더 깨끗한 강으로 흘러갔다 조사는 끌려 들어가며 제발 아기는 이렇게 죽기를 거부했다 엄마의 몸 밖으로 빠져나왔다. 아기주위의 물이 붉은색으로 바뀌고 아기는 거품처럼 수면 위로 떠올랐다 빛을 산소를 생명을 생명을 으아아아앙 아기는 울음을 터뜨렸다ㅁ 완벽하게 건강했다 엄마에게로 아기를 도로 끌고 들어간 탯줄만 아니었으면 살았을 것이었다. 엄마는 거의 정신을 잃은 상태였지만 탯줄만은 의식하고 손으로 끊으려 애쓰다가 이빨로 물어뜯었지만 할 수 없었다 아무리 해도 끊어지지 않았다 그녀는 완벽하게 건강한 이름 없는 아기를 팔에 안고 같이 죽었다 아기를 가슴에 꼭 끌어안고 군중은 폭격이 몇은 후에도 오랫동안 서로를 서로에게 끌어당겼다. 넋이 나간 겁에 질린 필사적인 아기들 어린아이들 청소년들 성인들 노인들 무리는 모두 살겠다고 서로를 잡아당겼으나 서로를 내게로 잡아당겨 서로 익사시키고 서로 죽였다 시체들이 한 번에 하나씩 떠오르기 시작했다 시퍼레진 피부에 허연 눈을 크게 뜬 시체들로 덮여 내 모습이 보이지 않게 될 때까지 그들밑에서 내 모습은 보이지 않게 되었다 나는 짐승의 사체였다. 그들은 허연 눈에 시퍼레진 피부의 나비들이었다 이것이 우리가 한 일이다 우리는 우리 아기들을 구하려고 죽였다
- P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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