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공룡의 능력을 가장 잘 말해 주는 것은 흔히 공룡에게 부정적인 것으로 들먹여지는 사실, 즉 그들의 멸종이다. 대다수의 사람에게 멸종은 비교적 최근까지도 ‘섹스‘라는 행위에 따라다니는 것과 비슷한 함의를 가지고 있다. 다시 말해 빈번하게 일어나기는 하지만, 그 누구도 자랑스럽게 생각하지 않고 드러내 놓고 토론되지도 않는 불명예스러운 사건으로 여겨지는 것이다. 그러나 멸종은 섹스와 마찬가지로 생명계가 피해 갈 수 없는 것이다. 멸종은 모든 생물의 궁극적 숙명이며, 운이 나쁘거나 잘못 설계된 생물만의 운명이 아니다. 그것은 결코 실패의 징후가 아니다.
공룡에서 특히 주목해야 할 점은 그들이 멸종했다는 것이 아니고, 오히려 그들이 아주 오랫동안 지구에서 군림했다는 사실이다. 그들은 약 1억년 동안이나 세상을 지배했다. 그 기간 동안 포유류는 소형 동물로서 공룡들의 세계에 나 있는 작은 틈새에서 생활했다. 우세한 지위를 차지한지 7000만 년이 지난 오늘날 포유류는 뛰어난 업적을 이루었고 미래의 전망도 밝지만, 이제부터 우리는 공룡과 같은 지구력을 발휘하지 않으면 안 된다. - P360

 나는 문제의 핵심이 되는 두 가지 주장, 즉 공룡이 온혈동물이었다는 주장과 공룡이 조류의 선조였다는 주장의 관계에 대해 널리 확산된 오해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또한 나는 공룡과 조류의 관계는 잘못된 이유로 대중의 관심을 불러일으켰으며, 그것에 비해 조류의 선조와 공룡의 온혈성을 깔끔하게 묶어 줄 만한 타당한 이유는 그다지 중시되지 않았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이 결합이 가장 과격한 주장, 즉 공룡을 파충류에서 분리하고 전통적으로 별도의 강으로 분류되었던 조류의 지위를 끌어내려 공룡류와 조류를 하나로 통합한 새로운 공룡강(Dimosauria)을 만들어 척추동물의 분류체계를 재편성하자는 주장을 뒷받침해 준다. 이렇게 되면 육생 척추동물은 두 냉혈성 집단인 양서강과 파충강, 그리고 2개의 온혈성 집단인 공룡강과 포유강이라는 4개의 강으로 분리된다. 나는 이 새로운 분류방식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아직 입장을 정하지 못했지만, 그 주장의 독창성과 매력은 존중하고 싶다. - P365

배커는 공룡이 온혈동물이었음을 주장하는 매우 뛰어난 보고서를 제출했다. 그의 논쟁적인 주장은 크게 네 가지 근거를 기반으로 삼고 있다.
1. 뼈의 구조에 관해서. 냉혈동물은 체온을 일정 수준으로 유지할 수없다. 냉혈동물의 체온은 외부 온도에 따라 변한다. 따라서 계절이 뚜렷한 지역, 즉 추운 겨울과 더운 여름이 있는 지역에서 사는 냉혈동물은책의 표층에 있는 조밀한 조직에 동심원 모양의 성장 고리(여름의 빠른 성장과 겨울의 느린 성장이 번갈아 나타나는 총상 구조)가 발달한다. (나무의 나이테도 이와비슷한 패턴을 나타낸다. 반면 온혈동물은 내부 체온이 계절 변화와 무관하게 항상 일정하기 때문에 이러한 층상 구조가 나타나지 않는다. 계절 변화가 뚜렷했던 지역에서 발견된 공룡 화석의 뼈에서도 이러한 성장 고리가 관찰되지 않는다.
2. 지리적 분포에 관해서. 대형 냉혈동물은 겨울의 짧은 낮에 체온을충분히 올릴 수 없고 동면을 할 수 있는 안전한 장소를 찾기에는 몸집이너무 크기 때문에, 적도에서 멀리 떨어진 고위도 지방에는 살지 않았다. 그런데 일부 대형 공룡들은 극북 지역에 살았기 때문에 햇볕이 전혀 없는 긴 겨울을 견뎌야 했다.
3. 화석 생태학에 관해서. 온혈 육식 동물은 체온을 일정하게 유지하기 위해 같은 크기의 냉혈 육식 동물보다 먹이를 많이 섭취해야 한다. 따라서 포식자와 피식자의 몸 크기가 거의 같은 경우 냉혈동물 사회에서는 온혈 동물 사회보다 포식자 수가 상대적으로 많다. (한마리당 먹이의 수가 훨씬 적기 때문이다.) 피식자에 대한 포식자의 비율이 냉혈동물 사회에서는 40퍼센트에 이르는 데 비해, 온혈 동물 사회에서는 3퍼센트를 넘지 않는다. 공룡 동물상의 경우 포식자 수가 적으며, 포식자의 상대적 크기는 오늘날의 온혈동물 사회에서 예상되는 크기와 같다.
4. 공룡의 몸의 구조에 관해서 일반적으로 공룡류는 느린 속도로 움직이는 대형 동물로 묘사되지만, 최근 이루어진 복원 작업은 대부분의 대형 공룡이 그 운동 기관의 구조와 사지(四肢)의 비율에서 빠르게 달렀던 포유류와 흡사하다는 것을 보여 주고 있다. - P3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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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극소수의 예외를 제외하면 오늘날 전 세계에서 종이 분명히 식별 가능하다는 의견이 상식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대다수 생물학자들은 지질학적 시간에 걸친 종의 실재성은 부정하더라도 현시점에서의 지위는 인정하고 있다. 종과 종 분화에 관한 연구의 제일인자인 에른스트 마이어는 "좋은 진화의 산물이지 사람의 머릿속에서 나온 것이 아니다."라고 말하고 있다. 마이어는 종이란 그 역사와 각구성원 사이에서 흔하게 일어나는 상호 작용의 결과로 빚어지는 자연계에 실재하는 단위들이라고 주장한다.
종은 일정한 지리적 영역에 사는, 일반적으로 작고 따로 떨어져 있는 개체군으로 이루어진 선조계통에서 가지쳐 나온다. 종은 그 구성원끼리는 서로 교배하지만 다른 종의 구성원과는 교배할 수 없을 정도로 서로 다른 유전 프로그램을 진화시켜 각기 나름의 독자성을 가진다. 동일종의 구성원들은 공통의 생태적 지위(ccological niche) 를 가지며 교배를 통한 상호 작용을 계속한다. - P282

진화론은 유기체의 변화에 대한 이론이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듯이 끊임없는 유동이 피할 수 없는 자연계의 상태이거나, 생명체의 구조는 한순간의 일시적인 구현에 지나지 않는다는 식의 이론은 옳지 않다. 변화는 완만하고 일정한 속도로 연속적으로 이루어지기보다는 하나의 안정된 상태에서 다음의 안정된 상태로 빠르게 이행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는 조직화되고 적절히 구별된 세계에 살고 있다. 좋은 자연의 형태학의 한 단위인 것이다. - P292

요즈음 가장 흔하게 사용되는 것은 식물, 동물, 균류, 원생생물(핵, 미토콘드리아, 그밖의 세포 기관을 갖춘 아메바와 짚신벌레를포함하는 단세포 진핵생물), 그리고 원핵생물인 모네라의 다섯 가지 계로 이루어진 분류 체계이다. 만약 메타노겐의 중요성이 조금 더 널리 인정된다면 제6의 계를 이루어, 모네라계와 함께 ‘원핵생물‘이라는 초계(超界, superkingdom)‘를 구성할 것이다. 오늘날 대부분의 생물학자들은 동물이나 식물이냐가 아니라 원핵생물이냐 진핵생물이냐의 구분이 생명계를 나누는 가장 근본적인 칸막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 P303

 메타노겐이라는 생물은 혐기성(嫌氣性)으로 산소가 있는 곳에서는 살 수 없다. 그러므로 오늘날 메타노겐은 산소를 남김없이 소모한 소택지 밑바닥이나 옐로스톤 국립 공원에 있는 깊은 온천 바닥처럼 특이한 환경에서만 서식한다. (메타노겐은 수소를 산화시켜이산화탄소를 메탄으로 환원시키는 과정을 통해 살아간다. 메타노겐이라는 이름도 그 때문에 붙여진 것이다.) 오늘날 초기 지구와 그 대기에 대한 연구에서 견해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한 가지 일반적 합의에 도달한 내용이 있다. 최초의 대기에는 산소가 없었고 이산화탄소가 풍부했으며, 이런 조건에서 메타노겐이 급속도로 널리 퍼지게 되었고, 그런 조건 때문에 지구상 최초의 생명체가 진화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오늘날의 메타노겐은 원래 지구 표면의 전반적인 조건에 부합하도록 진화했지만, 그 후 대기 중에 산소가 증가하면서 지금은 극히 제한된 환경으로 내몰리게 된 지구상 최초의 생물상일까? 우리는 현재 대기 중에 있는 유리 산소(freeoxygen)가 대부분 생물의 광합성작용의 산물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런데 피그 트리 통의 생물은 이미 활발하게 광합성을 하고 있었다. 따라서 메타노겐의 황금 시대는 피그 트리 통의 모네라가 나타나기 훨씬 전에 이미 지나 버렸는지도 모른다.  - P305

정통 교의는 종교에서와 마찬가지로 과학에서도 매우 완강할 수 있다. 틀에 박히지 않은 연구에 영감을 주고, 동시에 영감에 의해 오류를 저지를 수 있는 엄청난 가능성을 그 자체에 품고 있는 왕성한 상상력에 의하지 않고 어떻게 정통학설들을 흔들 수 있을까? 나는 다른 방법을 잘 알지 못한다. 이탈리아의 뛰어난 경제학자 빌프레도 파레토(VilfredoPareto, 1848~1923년)는 이렇게 썼다. "자체 교정력으로 싹이 틀 수 있는 씨앗들이 가득 들어 있는 풍성한 오류라면 언제든 내게 주게. 물론 당신은 불모의 진리를 계속 품고 있을 수도 있지만 말이야." 비탄의 극심한 고통을 겪고 있을 때가 아니거나, 교회 비판의 현장에 있지 않을 때, "비합리적으로 신봉된 진리는 사유를 기초로 한 오류보다 더 유해하다."라고 주장한 토머스 헨리 헉슬리의 이름을 굳이 들먹일 필요는 없을 것이다. - P332

두 종의 생물이 공통 선조로부터 유래했다면 그 생물들은 동일한 특징을 계속 유지할 수 있다. 이러한 유사성이 상동(相同, homologous)‘이라 불리는 것으로, 다윈의 말을 빌자면 "혈통의 근친성(propinguity of descent)"을 암시한다. 대부분의 교과서에서는 인간, 돌고래, 박쥐, 말등이 공통으로 가지는 앞다리를 상동의 고전적인 예로 들고 있다. 그것들은 얼핏 보기에 전혀 다른 것처럼 보이고 실제로 다른 기능을 하고 있지만, 동일한 뼈로 구성되어 있다. 아무리 뛰어난 기술자라도 매번 원점에서 출발해서 동일한 부품으로 이처럼 전혀 닮지않은 구조물을 만들어 낼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이러한 부분들은 지금 그것들로 이루어진 특정한 구조물이 나타나기 전에 이미 존재하고있었던 것이다. 한마디로 그것들은 공통 선조로부터 대물림된 것이다.
한편 어떤 두 종의 생물이 각기 독립적인 계통을 따라 매우 흡사한 진화적 변화를 일으켜 공통의 특징을 가지는 경우가 있다. 이런 종류의 유사성을 상사(相似, analogous)‘라고 부르는데, 매우 비슷해 보여 가까운 친척으로 착각하게 만들기 때문에 계통을 연구하는 학자들에게 상사는 마치 도깨비와도 같다. 예를 들어 새, 박쥐, 나비등의 날개가 상사의좋은 보기로 많은 교과서에 실려 있다. 이들 중 어느 두 종의 생물에게도 날개를 가진 공통 선조는 없다. - P337

다행스럽게도 오늘날 우리는 이러한 잠재적인 정보원을 가지고 있다. 그것은 바로 유사한 단백질들의 DNA 배열이다. 모든 원생생물과 후생동물들은 많은 상동 단백질을 공유하고 있다. 각각의 단백질은 아미노산의 긴 연쇄로 이루어져 있으며, 아미노산은 DNA에 들어 있는 3개의 뉴클레오티드의 배열로 부호화되어 있다. 따라서 각각의 단백질의DNA 부호에는 분명한 순서를 가진 수천 개의 뉴클레오티드들이 들어있다.
진화는 이러한 뉴클레오티드들의 배열을 바꾸는 과정으로 진행된다. 두 그룹이 공통 조상으로부터 갈라진 이후, 그들의 뉴클레오티드 배열은 변화를 거듭한다. 대략 그 변화의 빈도수는 최소한 분기 이후 경과된 시간에 비례할 것이다. 따라서 상동 단백질의 뉴클레오티드 배열에 나타나는 전반적인 유사성은 계통적인 분리의 정도를 측정하는 척도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뉴클레오티드 배열은 상동을 연구하는 학자들의 꿈이다. 왜냐하면 그 배열이 잠재적으로 수천 개가 되는 독립적인 변화들을 나타내기 때문이다. 각각의 뉴클레오티드의 위치는 앞으로 일어날 수 있는 잠재적인 변화의 자리(site)인 셈이다. - P347

상동성의 기묘한 경로는 훨씬 더 과거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원생생물의 세포 자체는 그보다 더 단순한 여러 개의 원핵생물(세균, 남조류) 세포가 서로 공생하는 과정에서 진화한 것인지도 모른다. 미토콘드리아와 엽록체는 원핵생물의 세포 전체와 상동인 것처럼 보인다. 따라서 원생생물 각각의 세포와 후생동물 몸체 각각의 세포는 계통적으로 볼 때, 원핵생물의 통합된 군체라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우리는 자신의 몸을 세균의 군체 덩어리, 또는 해면이나 양파의 얇은 껍질의 하나의세포와 상동이라고 보아야 하지 않을까? 앞으로 당근 조각을 삼키거나 버섯을 얇게 자를 때 이 점을 생각해 보라. - P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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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간단히 말하자면, 다윈은 지질학적 기록은 극도로 불완전한 것이라고 쓰고 있다. 다 찢어지고 몇 장밖에 남지 않았고, 그나마 남아 있는 페이지도 두세 줄밖에 읽을 수 없고, 각각의 행에도 한두 개 단어밖에 남지 않은 것처럼 말이다. 우리가 화석기록에서 완만한 진화적 변화를 실제로 볼 수 없는 까닭은 우리가 무수한 발걸음 중에서 고작 한 걸음만을 연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변화가 갑작스럽게 일어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그 중간 단계가 사라져 버렸기때문이라는 것이다. - P246

대부분의 화석 생물의 역사는 점진론으로는 도저히 설명할 수 없는다음의 두 가지 특성을 가진다.
1. 정지(stasis). 대부분의 생물 좋은 지구상에서 생존하는 기간 동안 특정한 방향성을 띤 변화를 나타내지 않는다. 그들은 화석 기록에 나타날 때나 사라질 때나 똑같은 모습으로 보인다. 대개 형태상의 변화는 제한되고, 더구나 방향성도 없다.
2. 갑작스러운 출현(sudden appearance). 어느 지역에서 특정 생물 종들은 그 선조가 조금씩 변형(transformation)되는 과정을 통해 서서히 등장하는 것이 아니라 한꺼번에 완전히 완성된(fully formed)‘ 상태로 출현한다.
진화는 두 가지 주요한 양식으로 전개된다. 첫째, 계통의 변형으로,
어떤 개체군 전체가 한 상태에서 다른 상태로 변화한다. 그러나 모든 진화적 변화가 이런 양식으로 일어난다면, 생명계는 오랫동안 유지될 수없을 것이다. 계통 발생에 의한 진화는 다양성을 증가시키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종에서 다른 종으로의 변형을 낳을 뿐이기 때문이다. 멸종(다른 종으로 진화하지 않고 사멸하여 사라져 버리는 것)이 너무나 흔히 일어나서 다양성을 증대시키는 메커니즘을 가지지 않은 생물상은 이윽고 전멸할 것이다. 두 번째 양식은 종 분화로, 이 과정이 지구에 새로 생물을 보급한다.
종 분화란 살아남은 부모의 계통에서 새로운 종이 가지를 쳐 나오는 것을 말한다. - P248

진화가 주로 주변부의 격리 집단에서 발생하는 종 분화라는 형태로 일어난다면, 화석 기록에 포함되는 것은 어떠한 것일까? 학자들이 발견하는 화석은 보통 규모가 큰 중심부 개체군의 유물이기 때문에, 종은 거의 분포 지역 전체에 걸쳐 정적인 상태에 있을 것이다. 선조종이 살고 있는 모든 지역에서, 후손 종은 그들이 진화했던 주변 지역에서 이동한 결과로 갑작스럽게 나타날 것이다. 주변 지역에서 종 분화의 직접적인 증거를 찾아낼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이런 행운을 얻기란 그야말로 하늘의 별따기이다. 이러한 사건이 이처럼 작은 개체군에서 급속히 진행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화석 기록은 진화 이론이 예언한 것을 충실히 나타내는 것이지, 과거에는 풍부했던 이야기가 형편없이 삭제된 초라한 잔재로 남은 것이 아니다.
엘드리지와 나는 이러한 체계를 ‘단속 평형(斷續平衡, punctuated equilibria)‘ 이라고 부르고 있다. 생물 계통은 각각의 역사의 대부분의 기간 동안 거의 변화하지 않지만, 이따금 급격하게 일어나는 종 분화라는 사건으로 그 평온함이 단속, 즉 깨지는 것이다. 그리고 진화는 이러한 단속의 배치와 차등적 생존이다. - P250

만일 우리가 대진화에서의 불연속적 이행에 대한 많은 사례를 인정해야 한다면, 다윈주의는 붕괴하고 종 안에서의 작은 적응적 변화를 설명하는 이론으로 축소되지 않을까? 다윈주의의 진수(眞髓)는 자연 선택이 진화적 변화의 주된 창조력이라는 한마디에 들어 있다. 자연 선택이부적자(不適)를 제거하는 소극적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부정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러나 다윈 이론은 자연 선택이 적자(適)를 만들것을 요구하기도 한다. 생명체는 선택을 통해 유전적 변이성의 임의적인 스펙트럼 속에서 매 단계마다 생존에 유리한 부분을 보존한다. 그리고 자연 선택은 일련의 단계를 밟아 나가는 동안 여러 가지 적응 구조를 구축하면서 적자를 만들어 내야 한다. 선택은 어떤 다른 힘이 새로운 종을 갑작스럽게 만들어 낸 후에 부적자를 내팽개치는 것이 아니라, 창조의 과정 그 자체를 지배하는 것이 틀림없다. - P259

골드슈미트는 이러한 타이밍의 작은 변화의 원인 유전자를 규명하고, 최종적으로 나타나는 큰 차이가 성장 초기에 작동하는 하나 또는소수의 ‘속도 유전자 (rate gene)‘의 작용을 반영한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그는 1918년에 속도 유전자라는 개념을 정리하고 20년 후 다음과 같이쓰고 있다.

돌연변이 유전자는 발생을 구성하는 여러 과정의 속도를 변화시킴으로써 …… 그 효과를 일으킨다. 그 속도란 성장이나 분화 속도, 분화에 필요한 재료를 생산하는 속도, 일정한 발생 시기에 일정한 물리적 또는 화학적 상태를 이끌어 내는 반응 속도, 특정 시기마다 배아가 가지는 발생 능력에 차이를 가져오는 여러 과정의 속도 등이다. - P261

그러나 법칙의 균일성이, 특히 국지적인 규모로,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격변을 배제하는 것은 아니다. 이따금 돌발적이고 근원적인 일회성변화가 에피소드처럼 일어나는 데에도 어떤 불변의 법칙들이 작용하고 있을 것이다.  - P2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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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도로 극명한 인종 차별은 오늘날의 과학자들 사이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 또한 인종이나 남녀 등의 서열을 뇌의 평균 크기로 결정하려는 사람도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능의 물질적 기반에 대한 열광은 (마치 그것이 당연하기라도 한듯) 오늘날까지도 그대로 남아 있어서, 크기나 다른 어떤 명백한 외면적 특징이 내면의 미묘한 특성을 반영할지도 모른다는 소박한 기대가 지금껏 유지되고 있다. 실제로 ‘큰 것이 좋은것‘이라는 조잡한 원칙, 다시 말해 미묘하고 파악하기 힘든 질적인 것을 평가하기 위해 쉽게 측정할 수 있는 양적인 기준을 사용하는 경향은 여전히 존재한다. 그리고 일부 사람들은 자동차의 가치를 결정하는 데 사용하는 방법을 지금도 여전히 뇌에까지 적용하기도 한다.  - P203

그러나 나는 다른 전략을 더 선호한다. 몬테소리나 모건은 브로카의 신조에 동조해 그것보다 더 강한 결론에 도달했다. 그것에 비해 나는 인간의 특정 집단을 생물학적으로 평가하려는 모든 시도에 ‘터무니없는 중상 모략‘이라는 이름표를 달아 주고 싶다. 조지 엘리엇은 불리한 처지에 놓인 여러 집단의 구성원들에게 생물학적 딱지 붙이기가 가지는 특수한 비극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었다. 그녀는 자신과 같은 사람들, 즉 비범한 재능을 가진 여성들을 위해 자신의 생각을 말로 표현한 것이다.
나는 자신들의 꿈이 세상에서 조롱당하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자신이 꿈꿀 수 있다는 사실조차 깨닫지 못하는 수많은 사람들을 위해 그녀의 주장을 더 널리 알리고자 한다. 그러나 내 글재주로는 아무리 노력해도그녀의 뛰어난 산문시를 따라갈 수 없어, 「미들 마치」의 엘리엇의 서문을 옮겨 놓는 것으로 결론을 대신하고자 한다.

사람들의 다양성의 범위는 부인들의 머리 모양이나, 산문이나 운문으로 쓴 사랑 이야기에서 상상할 수 있는 것보다 훨씬 폭넓다. 갈색 연못 여기저기에서 백조 새끼들이 집오리 새끼들에 섞여 불안스럽게 자라고 있다. 백조 새끼들을 노 모양의 발을 가진 자신의 동족들과 교제하느라 활기 찬 강물 찾기를 포기하고 고여 썩어 가는 연못에 안주하고 만다. 여기저기에서 무(無)로부터 출발한 여성창시자 성(聖) 테레사가 태어난다. 그녀의 사랑의 심장 고동과 성취되지 않은 미덕을 구하는 흐느낌이 울려 퍼지지만, 그 울려 퍼짐은 인내심 깊게 식별할 수 있는 업적을 찾으려는 집중 대신 장애물들에 막혀 흩어지고 만다. - P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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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보물실

2013년 7월

존 J. 번스 도서관은 보스턴 칼리지의 녹음이 무성한 교정에 웅장한 신고딕양식의 건축물로 자리잡고 있다. 석조 첨탑들과 스테인드글라스로 장식되어있어 그 모습이 성당과 매우 흡사하다. 1863년, 예수회는 아일랜드에서 감자대기근을 피해 달아난 가난한 이민자들의 자녀들을 교육시키려고 대학을 설립했다. 보스턴 칼리지는 이후 150년에 걸쳐 성장하고 번창하면서 고국과 긴밀한 유대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25만 권의 장서와 약 1,600만 점의 사본을갖춘 번스 도서관은 미국에서 가장 광범위하게 아일랜드의 정치적, 문화적유물을 소장하고 있다. 여러 해 전, 희귀자료 책임자였던 도서관원은 1480년에 인쇄된 성 토마스 아퀴나스의 소책자를 소더비에 팔려고 하다가 붙잡힌뒤 수감되기도 했다. 도서관은 귀중한 유물을 구입하는 것으로 명성이 자자했기에 나중에 부임한 부서 책임자는 아일랜드인 도굴범이 자신에게 고대 라틴 십자가와 복잡한 원과 비문이 새겨진 훔친 판석묘를 팔려고 했을 때 직접 FBI에 연락해 요원들을 불러야 했던 적도 있었다. - P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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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치

진 맥콘빌은 실종되었을 때 서른여덟 살이었으며, 거의 반평생을 임신하거나 출산에서 회복하느라 보냈다. 그 기간 동안 열네 명의 자식을 낳고 그중 넷을 잃었기에, 스무 살인 앤에서부터 앙증맞은 눈망울의 여섯 살 쌍둥이인 빌리와 짐에 이르기까지 열 명의 자식을 두고 있었다. 열 명의 자식을 낳는다는 것은 물론, 하물며 돌본다는 것은 불가능한 인내심의 쾌거인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1972년의 벨파스트에서는 제멋대로 구는 천방지축 자식들을 낳는 대가족이 표준이었기에 진 맥콘빌은 어떤 상도 바라지 않았으며 아무런 상도받지 못했다. - P15

디비스 플래츠는 에셔의 그림에 나오는 악몽과도 같은 곳으로, 콘크리트계단과 복도들이 줄지어 늘어서 있고 사람들로 복작거리는 아파트였다.  - P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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