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공룡의 능력을 가장 잘 말해 주는 것은 흔히 공룡에게 부정적인 것으로 들먹여지는 사실, 즉 그들의 멸종이다. 대다수의 사람에게 멸종은 비교적 최근까지도 ‘섹스‘라는 행위에 따라다니는 것과 비슷한 함의를 가지고 있다. 다시 말해 빈번하게 일어나기는 하지만, 그 누구도 자랑스럽게 생각하지 않고 드러내 놓고 토론되지도 않는 불명예스러운 사건으로 여겨지는 것이다. 그러나 멸종은 섹스와 마찬가지로 생명계가 피해 갈 수 없는 것이다. 멸종은 모든 생물의 궁극적 숙명이며, 운이 나쁘거나 잘못 설계된 생물만의 운명이 아니다. 그것은 결코 실패의 징후가 아니다.
공룡에서 특히 주목해야 할 점은 그들이 멸종했다는 것이 아니고, 오히려 그들이 아주 오랫동안 지구에서 군림했다는 사실이다. 그들은 약 1억년 동안이나 세상을 지배했다. 그 기간 동안 포유류는 소형 동물로서 공룡들의 세계에 나 있는 작은 틈새에서 생활했다. 우세한 지위를 차지한지 7000만 년이 지난 오늘날 포유류는 뛰어난 업적을 이루었고 미래의 전망도 밝지만, 이제부터 우리는 공룡과 같은 지구력을 발휘하지 않으면 안 된다. - P360

 나는 문제의 핵심이 되는 두 가지 주장, 즉 공룡이 온혈동물이었다는 주장과 공룡이 조류의 선조였다는 주장의 관계에 대해 널리 확산된 오해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또한 나는 공룡과 조류의 관계는 잘못된 이유로 대중의 관심을 불러일으켰으며, 그것에 비해 조류의 선조와 공룡의 온혈성을 깔끔하게 묶어 줄 만한 타당한 이유는 그다지 중시되지 않았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이 결합이 가장 과격한 주장, 즉 공룡을 파충류에서 분리하고 전통적으로 별도의 강으로 분류되었던 조류의 지위를 끌어내려 공룡류와 조류를 하나로 통합한 새로운 공룡강(Dimosauria)을 만들어 척추동물의 분류체계를 재편성하자는 주장을 뒷받침해 준다. 이렇게 되면 육생 척추동물은 두 냉혈성 집단인 양서강과 파충강, 그리고 2개의 온혈성 집단인 공룡강과 포유강이라는 4개의 강으로 분리된다. 나는 이 새로운 분류방식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아직 입장을 정하지 못했지만, 그 주장의 독창성과 매력은 존중하고 싶다. - P365

배커는 공룡이 온혈동물이었음을 주장하는 매우 뛰어난 보고서를 제출했다. 그의 논쟁적인 주장은 크게 네 가지 근거를 기반으로 삼고 있다.
1. 뼈의 구조에 관해서. 냉혈동물은 체온을 일정 수준으로 유지할 수없다. 냉혈동물의 체온은 외부 온도에 따라 변한다. 따라서 계절이 뚜렷한 지역, 즉 추운 겨울과 더운 여름이 있는 지역에서 사는 냉혈동물은책의 표층에 있는 조밀한 조직에 동심원 모양의 성장 고리(여름의 빠른 성장과 겨울의 느린 성장이 번갈아 나타나는 총상 구조)가 발달한다. (나무의 나이테도 이와비슷한 패턴을 나타낸다. 반면 온혈동물은 내부 체온이 계절 변화와 무관하게 항상 일정하기 때문에 이러한 층상 구조가 나타나지 않는다. 계절 변화가 뚜렷했던 지역에서 발견된 공룡 화석의 뼈에서도 이러한 성장 고리가 관찰되지 않는다.
2. 지리적 분포에 관해서. 대형 냉혈동물은 겨울의 짧은 낮에 체온을충분히 올릴 수 없고 동면을 할 수 있는 안전한 장소를 찾기에는 몸집이너무 크기 때문에, 적도에서 멀리 떨어진 고위도 지방에는 살지 않았다. 그런데 일부 대형 공룡들은 극북 지역에 살았기 때문에 햇볕이 전혀 없는 긴 겨울을 견뎌야 했다.
3. 화석 생태학에 관해서. 온혈 육식 동물은 체온을 일정하게 유지하기 위해 같은 크기의 냉혈 육식 동물보다 먹이를 많이 섭취해야 한다. 따라서 포식자와 피식자의 몸 크기가 거의 같은 경우 냉혈동물 사회에서는 온혈 동물 사회보다 포식자 수가 상대적으로 많다. (한마리당 먹이의 수가 훨씬 적기 때문이다.) 피식자에 대한 포식자의 비율이 냉혈동물 사회에서는 40퍼센트에 이르는 데 비해, 온혈 동물 사회에서는 3퍼센트를 넘지 않는다. 공룡 동물상의 경우 포식자 수가 적으며, 포식자의 상대적 크기는 오늘날의 온혈동물 사회에서 예상되는 크기와 같다.
4. 공룡의 몸의 구조에 관해서 일반적으로 공룡류는 느린 속도로 움직이는 대형 동물로 묘사되지만, 최근 이루어진 복원 작업은 대부분의 대형 공룡이 그 운동 기관의 구조와 사지(四肢)의 비율에서 빠르게 달렀던 포유류와 흡사하다는 것을 보여 주고 있다. - P3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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