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며

SDGs는 ‘현대의 아편‘이다!

지구 온난화에 대처하기 위해 당신은 무엇을 하고 있는가? 비닐봉지를 줄이려고 에코백을 샀는가? 페트병에 담긴 음료를 구입하지 않기 위해 텀블러를 들고 다닐까?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구입했을까?
단언한다. 당신의 그런 선의만으로는 무의미할 뿐이다. 오히려 유해하기까지 하다.
왜 그럴까? 온난화 대책으로 스스로 무언가를 한다고 믿는 당신이 진정 필요한 더 대담한 활동을 하지 않게 되기 때문이다. 오늘날 에코백과 텀블러 등을 구입하는 소비 행동은 양심의 가책을 벗게 해주며 현실의 위기에서 눈을 돌리는 것에 대한 면죄부가되고 있다. 그런 소비 행동은 그린 워시 green wash, 즉 자본이 실제로는 환경에 유해한 활동을 하면서도 환경을 위하는 척 소비자를기만하는 행위에 너무도 간단히 이용되고 만다. - P5

그렇다면 UN이 강조하고 각국 정부와 대기업이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SDGs 지속 가능한 발전 목표, Sustainable Development Goals‘는 지구 전체의 환경을 바꿀 수 있을까? 그 역시 잘 풀리지는 않을 것이다. 정부와 기업이 SDGs에 맞춘 몇몇 지침을 따른다고 해서 기후 변화가 멈추지는 않는다. SDGs는 알리바이 공작이나 다름없으며 눈앞의 위기를 가려주는 효과 정도밖에 없다.
일찍이 카를 마르크스Karl Marx는 자본주의의 고달픈 현실이 불러일으키는 고뇌를 완화해주는 ‘종교‘를 가리켜 ‘인민의 아편‘이라고 비판했다. SDGs는 그야말로 현대판 ‘대중의 아편‘이라 할수 있다. - P6

독일의 사회학자 울리히 브란트Ulrich Brand와 마르쿠스 비센Markus Wissen은 글로벌 사우스에서 자원과 에너지를 수탈함으로써 성립되는 선진국의 라이프 스타일을 ‘제국적 생활양식imperiale Lebensweise‘이라고 불렀다.
제국적 생활양식이란 간단히 말해 글로벌 노스Global North의 대량 생산·대량 소비 사회를 가리키는 것이다. 제국적 생활양식은선진국에서 살아가는 우리에게 풍요로운 생활을 실현해주기 때문에 보통 바람직하고 매력적인 것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글로벌 사우스의 사회집단과 지역에서 벌어지는 수탈, 나아가 우리가 누리는 풍요로운 생활의 대가를 글로벌 사우스에 떠넘기는 구조가 존재한다.
문제는 수탈과 대가의 전가 없이는 제국적 생활양식이 유지될수 없다는 사실이다. 글로벌 사우스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생활조건이 악화되는 것은 자본주의의 전제조건이며, 남북 사이의 지배종속 관계는 예외적 사태가 아니라 ‘평상시 상태‘인 것이다.‘ - P27

오늘날 독일을 대표하는 철학자 중 한 명인 마르쿠스 가브리엘Markus Gabriel이 말했듯, 사람들은 제국적 생활양식의 불공정을
"우리와 상관없는 일이라고, (・・・) 보지 않으려 하는 것"일 뿐이다. 진실을 견딜 수 없기에 "우리가 그 불공정을 일으키는 원인이라는 걸 알면서도 현재의 질서가 유지되길 내심 바라는 것이다"
이렇게 제국적 생활양식은 한층 단단해졌고, 위기 대응은 나중으로 밀렸다. 우리 한 명 한 명이 불공정에 가담해온 것이다. 하지만 그 응보가 마침내 기후 위기라는 재앙으로 중심부에도 다가오고 있다. - P34

그렇지만 환경오염을 줄이면서 경제 성장도 이루었다고 선진국이 자축하는 것이야말로 바로 ‘오류‘다. 선진국의 환경오염이 개선된 것은 단순히 기술 발전에 의한 결과가 아니며, 자원 채굴과 쓰레기 처리 등 경제 발전에 따라오게 마련인 부정적 영향의 적지 않은 부분을 글로벌 사우스라는 외부로 떠넘긴 결과에 지나지 않는다. 국제적인 전가를 무시한 채 선진국이 경제 성장과 기술 발전으로 환경 문제를 해결했다고 믿는 것이 바로 ‘네덜란드의 오류‘다. - P35

잠시 역사를 돌이켜보자. 1988년, NASA(미국항공우주국)의 연구자였던 제임스 핸슨 James Hansen은 "99퍼센트 확률로" 기후 변화가 인위적으로 일어나고 있다고 미국 의회에서 경고했다. 게다가 그해에는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가 UNEP(유엔환경계획)와 WMO(세계기상기구)에 의해 설립되었다.
그 무렵에는 기후 변화 대책을 위한 국제협정이 체결될 희망이있었다. 만약 그때부터 대책을 세우기 시작했다면, 이산화탄소배출량을 매년 약 3퍼센트씩 천천히 줄이는 방식으로 기후 변화문제를 충분히 해결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핸슨의 경고는 타이밍이 좋지 않았다. 그 직후에 베를린 장벽이 무너졌으며 나아가 소련이 붕괴하면서 미국형 신자유주의가 전 세계를 뒤덮었기 때문이다. 구 공산권의 저렴한 노동력과 시장을 눈독 들인 자본주의는 새로운 미개척지를 향해 진격했다.
경제 활동이 점점 확대되면서 자원의 소비도 한층 가속했다.
인류가 지금껏 사용한 화석연료 중 약 절반이 1989년 냉전 종결후에 소모되었을 정도다.  - P38

오늘날에도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신기술이 개발되어 효율성이 높아져도 상품이 그만큼 저렴해지는 바람에 결국은 소비가 증가하는 현상이 종종 일어나고 있다. 이를테면 텔레비전은 갈수록 전력 소모가 적은 제품이 출시되고 있지만, 사람들이 더 큰 텔레비전을 구입하는 탓에 전체적인 전력 소비량은 외려 증가하고있다. SUV 같은 대형차 판매가 늘어나서 자동차의 연비 향상이무의미해지는 것도 같은 역설에 해당한다. 신기술 덕에 효율성이 올라가 ‘상대적 디커플링‘이 일어나는 듯해도 소비량이 증가하여 효율화 효과가 상쇄되고 무의미해지는 것이다.
또한 효율화 덕에 어느 부문에서 ‘상대적 디커플링‘이 일어나도 절약된 자본과 수입이 에너지와 자원을 더욱 많이 소비하는 상품의 생산과 판매에 쓰여서 절약이 의미 없어지기도 한다. 가령 가정용 태양광 패널이 저렴해져서 아낀 돈으로 사람들은 비행기를 타고 여행을 갈지도 모른다. 기업 역시 잉여금이 생기면 새롭게 투자할 만한 곳을 찾을 것이다. 새로운 투자처가 친환경적일 것이라고 누가 보장할 수 있을까.
얄궃은 일이지만, 어느 부문에서 일어난 ‘상대적 디커플링‘이 전체를 따져보면 ‘절대적 디커플링‘을 방해할 수 있는 것이다. - P78

그렇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역설적으로 들릴지 모르지만,
그린 뉴딜이 진정 추구해야 하는 목표는 파국으로 치닫는 경제 성장이 아니라 경제의 규모 축소 scale down와 속도 둔화slow down다.
애당초 기후 변화 대책은 경제 성장을 위한 수단이 아니었다.
기후 변화 저지가 목표였을 터이다. 더이상 경제 성장을 추구하지 않는다면, 그만큼 기후 변화가 멈출 가능성은 높아질 것이다.
리튬과 코발트 채굴이 칠레와 콩고에 일으키는 문제도 완화될테고 말이다. (물론 그래도 환경 파괴는 계속되겠지만.)반대로 무한한 경제 성장을 목표하는 그린 뉴딜에 대해서는 이렇게 말할 수밖에 없다. "멸종에 이르는 길은 선의로 포장되어 있다. " - P96

선진국이 쓰려 하는 자원과 에너지를 글로벌 사우스에서 사용한다면, 그곳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의 행복도는 틀림없이 크게 올라갈 것이다. 그러니 탄소 예산carbon budget (아직 배출해도 괜찮다고 여겨지는 이산화탄소의 양)을 글로벌 사우스를 위해 남겨둬야하지 않을까. - P111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스티글리츠는 지나친 세계화, 한쪽으로 쏠린 부, 시장을 지배하는 대기업 등을 신랄하게 비판한 것으로 유명하다. 그런데 스티글리츠가 해결책으로 구상한 ‘진보적 자본주의progressive capitalism‘를 지젝이 문제시했다.
스티글리츠는 자유시장에 대한 맹신을 비난하면서 공정한 자본주의사회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노동자의 임금 인상, 부유층과 기업에 대한 과세, 나아가 독점 금지 강화까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민주적인 투표로 법률과 정책을 변경하면 경제 성장이 회복되고 만인이 중산층이 되어 풍요롭게 살아가는 ‘진보적‘
자본주의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법률과 정책을 변경한다고 정말로 자본주의를 길들일 수 있을까? 지젝은 이렇게 의문시했다. 애초에 법인세 인상과 사회보장비 확충이 가능했다면 한참 전에 하지 않았을까? 자본주의는 1970년대에 수익률이 저하되어 심각한 위기를 겪었기 때문에 그간 필사적으로 온갖 규제를 없애서 세율을 낮추지 않았는가? 그런데 앞으로 규제를 오래전 수준이나 그 이상으로 강화한다면 자본주의 자체가 무너져버리지 않을까? 그런 일들을 자본주의가 순순히 받아들일 리가 없다. 자본주의는 또다시 목숨 걸고 저항할 것이다.
- P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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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잠깐 멈춰야겠다. 방금 중요한 사건이 일어났다. 이 책의 살인자가 태어난 것이다. 그는 지금 커다란 푸른 눈과 매력적인 얼굴을 가진아기이다. 그 아기는 36년이 지난 후 두 남자를 죽이고 사형수 감방에 앉게 될 것이며, 미국 역사에서 유일하게 자신을 죽여달라고 주장함으로써 악명을 떨친 살인자로 기억될 것이다. 그때 그의 푸른 눈을 들여다본다면 그 속에서 사람의 마음 깊숙이 김취져 있는 본능을 건드리는 섬뜩한 시선을 느낄 것이다. 그것은 날카로우면서도 죽음이 느껴지는 눈빛이다. 또한 죽음이 결코 두렵지 않다는 표정이다. 자기 몸에 부딪히고 지나갔다는 이유만으로, 아니 꼭 그런 핑계 따위 대지 않고도 상대를 죽일 수 있는 사람의 표정말이다. 아기의 눈빛이 살인자의 눈빛이 되기까지, 그 사이에는 파멸의 역사가 있다.

아버지는 나와 가까운 듯하면서도 아주 멀게 느껴진다. 나의 이야기 중에서 가장 큰 수수께끼는 아버지이다. 내가 아버지에 대한 수수께끼를 풀지 못한다면 그의 비밀을 밝혀내고 그의 두려움을 설명하지 못한다면 나는 이 이야기를 할 자격이 없을 것이다. 아버지를 알기 위해서는 아마도 나는 나 자신의 마음과 얼굴을 들여다보며, 그 속에 숨어 있는 아버지의 모습을 찾아내야 할지 모른다. 그 과정에서 나를 가장 두렵게 하는것은 내가 아버지와 너무나 많이 닮았고 그래서 그 죄악의 씨가 이미 내안에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다. - P1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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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이 가까워 오고 있다는 것을 느끼는 생물은 야성을 포기한다. 자기를 지키기 위한 공격성을 접고, 자기 몸에 닥친 어떤 운명도 감수하겠다는 태도를 취한다. 그래서 사람 가슴에 안겨 우리 집에 들어서는 다친 야생동물은 그저 꼼짝 않고 가만히 있을 뿐이다.
마치 저항하지 않음으로써 마지막 삶의 에너지를 아껴 두려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 환자 동물이 우리 집 현관을 들어선다. 때로는 들어오자마자 숨을 거두는 동물도 있다. "방금 전까지 살아 있었는데..." 하며 안고 온 사람은 눈물을 글썽인다. - P197

옛날, 그래 봐야 40년도 채 안 된 일이지만 인간도 동면을 했었다. 대지는 얼어붙고 눈으로 뒤덮인다. 나뭇잎도 거의 다 떨어지고가지에 매달려 있어도 잎의 본래 기능인 광합성은 하지 못하니 개점휴업인 셈이다. 그렇다면 생물의 우두머리인 인간이 뭣 때문에 애써 일해야 하는가. 설마 이렇게 생각하지는 않았겠지만, 이 고장농부들은 다시 봄이 오기까지의 겨울 한 철을 다른 동물들을 흉내내듯 반동면 상태로 시간을 보낸다.
오전 10시가 지나도록 자다가 파친코를 하고 돌아와서는 술을 마시고 다시 한잠 잔다. 아니면 몇 사람이 모여 화투를 치다가 또술판을 벌인다. 파친코나 화투라고 해 봐야 푼돈이나 쓰는 정도고술도 자기들이 빚은 탁주다. 이렇게 봄갈이가 시작되는 4월 중순까지 반동면에 들어간다.
12월의 망망한 벌판을 오가는 사람은 수의사와 우편집배원 그리고 빚을 채근하러 다니는 빚쟁이뿐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길에서 마주치면 "모두들 동면 중이지요?" 하고 서로 인사말을 주고받는다.
가을에는 식욕이 당긴다고들 한다. 더운 여름이 지나고 쾌청한 날씨 속에 음식이 더 맛있게 느껴지거나, 혹은 음식의 수확기인 가을에 식욕을 돋우는 것들이 속속 나오기 때문이라는 등 식욕을 증진시키는 갖가지 이유가 거론된다. 하지만 단순히 ‘식욕이 당긴다‘
는 설명이 가장 맞는 것 같다. 식욕이 당기는 것은 동면을 위한 본능이기 때문이다. - P204

여기서 큰곰은 놀라운 수법을 사용한다. 이들은 수정란의 착상을늦추는 방법으로 태아의 발육을 지연시킨다. 착상되지 않으면 수정란이 어미로부터 영양을 공급받지 못해 수정란이 크지 않는 것이다. 때가 돼서 분만할 시기가 다가오면 ‘이제 슬슬 키워 볼까 하는신호를 받은 자궁벽이 그때까지 그대로 놔뒀던 수정란을 살짝 잡아착상시킨다. 이런 식으로 작은 새끼를 낳을 수 있는 것이다.
정말 기이한 일로 많은 연구가가 ‘왜?‘라는 물음에 도전했다. 여러 설이 등장했고 가장 그럴 듯한 다음 설이 정설이 되었다. 우선거대한 몸뚱이를 가지고 이 추운 고장에서 겨울을 나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몸에 지방을 축적하고 그래도 충분치 않아 겨울에 자는것으로 에너지 소모를 최소화한다. 이것이 바로 동면이다. 겨울에는 어느 동물이나 활동이 둔해지는데, 그만큼 다른 생물로부터의 공격이 줄고 안전성이 높아진다. 그렇다면 가장 신경 쓰이는 새끼키우기의 첫 시기를 이때로 맞추면 제일 좋지 않을까.
그런데 그 시기는 동면 기간이기도 하다. 게다가 꾸벅꾸벅 졸면서 새끼를 키우려면 되도록 새끼가 작아야 좋다. 작으면 어미 곰의 에너지 소모도 그만큼 줄어들 테니까. 작게 낳으려면 교미는 늦출수록 좋은데 동면 직전이 바람직하다. 그런데 그 시기는 동면을 위해 지방을 축적하는 때와 겹친다. 그래서 그 해결책으로 번식을 위한 여러 의식은 비교적 한가한 초여름에 치른다. 거기까지는 좋은데 수정란이 어미의 자궁 속에서 쑥쑥 자라면 ‘작게 낳아 크게 키운다‘는 방침은 헛일이 되고 만다. 이 모순을 어떻게든 해결하기 위해 수정란을 살아 있는 상태로 자궁 속에 보관했다가 적당한 때에착상시켜 키우는 묘수, 즉 착상 지연의 시스템이 확립된 것이다. 이상이 저 거대한 자궁 안에서 연출되는 드라마의 줄거리다. - P216

해는 벌써 서쪽 언덕 위에서 하늘을 빨갛게 물들이며 지고 있었다. 나도 주위를 정리했다. 새끼 여우가 탄생하면 3월도 끝난다. 돌아오는 길에 자동차 전조등에 비친 눈토끼를 보았다. 털갈이가 시작되고 있었다. - P2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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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나라별로 인구 대비 몇 개의 지구가 더 필요한지를 계산하기도 하는데, 그 결과 우리나라는 스위스, 러시아와 함께 3.3개의 지구를 필요로 하며, 미국이 4.8개, 호주가 5.4개로 그보다 더 심한 상태에 있다. 즉, 각 나라별로 자원이 소진되는 날짜를 나눠보면 우리나라의 경우 4월 10일이면 그해에 주어진 모든 자원을 사용하므로, 12월 31일까지 자원을 사용하려면 3.3개의 지구가 필요한것이다. 인도네시아, 에콰도르, 이라크, 니카라과, 쿠바와 같은 나라들은 12월까지도 가용 자원이 있는 상태인데, 자원량 대비 소비가 크지 않아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사용할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산업 발전이 이루어진 국가나 선진국들을 중심으로 볼 때, 우리나라의 경우 자원을 심하게 과소비하고 있는 상황이다. - P152

오션 클린업은 매 5년마다 태평양 쓰레기의 50% 수거를 목표로 삼고 있다. 그 원리는 바다 위를 떠다니는 플라스틱은 가두고, 바닷속 생물들은 자유롭게 오갈 수 있는 특수 울타리를 치는 것이다. 길이 100킬로미터, 높이 3미터의 플라스틱으로 U자형 울타리를 설치해 원형으로 움직이는 해류에 떠밀려 바다 위에 떠다니는 플라스틱 쓰레기는 울타리에 갇히고, 물고기와 같은 해양 생물은 울타리 아래로 통과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이때 울타리는 해류의 힘을이용해 띄워놓은 뒤 태양에너지를 이용한 자가발전이 가능하도록 설계하고, 플라스틱 쓰레기가 어느 정도 모이면 한꺼번에 수거한 뒤 재활용센터에 판매하는 것이 그의 계획이다. - P164

물, 그중에서도 담수는 70퍼센트를 농업에 사용하고 에너지 자원 개발과 발전용 냉각수 등으로도 다량 사용된다.
이런 현 상태의 에너지 수요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2050년에는 2005년 대비 1.6배의 에너지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00년 동안 지하수 사용 증가 속도는 인구 증가속도의 두 배였고 개발도상국에서 발생하는 질병의 80퍼센트는 물과 관련이 있다고 하니, 에너지 생산 방식 자체가발전하지 않으면 물 부족은 피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현재 추정되는 에너지 부분의 물 수요 증가분은 11퍼센트로, 이를 만족시키지 못할 경우 2030년에는 전 세계 담수의 40퍼센트가 부족해지고, 이는 식량과 에너지 갈등을 심화할 것이라 전망된다. 유엔에 따르면 이 같은 상황이 유지될 경우 전 세계 인구의 15퍼센트는 바닷물의 염분을 제거하는 해수담수화 기술을 통해 물을 마셔야 한다고 한다.
오래전 생태학자 최재천 교수도 물 부족을 경고한 바 있다.

나는 21세기에는 물을 차지하기 위한 전쟁이 일어날 것이라는 불길한 예감을 떨칠 수 없다. 물 전쟁은 석유 전쟁과는 차원이 다를 것이다. 석유는 모자라면 다른 연료를 찾으면 되지만 물은 대체가 불가능하다.
- P170

프로파일링 플로트는 수중 글라이더의 전신으로, 수중 글라이더는 간단히 말하면 프로파일링 플로트에 날개만 부착한 형태라 할 수 있다. 프로파일링 플로트도 부력을 조절해서 오르내리며 수집된 데이터와 위치 정보를 전송하는 점에서는 동일하다. 다만 한 번 가라앉으면 정해진 수심에서 1주일 이상 머물며 해류를따라 이동한 뒤에 부상하기 때문에 이 기간 동안 움직인 위치를 바탕으로 해당 수심의 해류를 추정할 수 있다. 물론 오르내리는 동안에도 수온과 염분 등을 측정해 프로파일링된 수직 구조를 관측한다.
프로파일링 플로트는 1999년 세계 최초로 동해에서 시험 후, 2000년부터 세계 도처의 바다 곳곳에서 사용하기 시작했는데 2019년 5월 기준 전 세계 바다에는 3877개의 프로파일링 플로트가 띄워져 있다. 처음 목표였던 3000개를 훨씬 뛰어넘은 개수다. 마치 세계 도처의 바다의 3877개의 선박에서 쉬지 않고 10일마다 지속적인 수직 프로파일링 관측을 수행하고 있는 셈이다. 우리나라 동해에도 많이 분포되어 있으며, 수심이 1000미터 이하인 천해에는 투하하지 않기에 황해와 동중국해에서는 자료를 수집하지 못했다. 이처럼 오늘날에는 챌린저호 탐사 시대에는 상상하지도 못했던 비약적인 해양관측 데이터가세계 곳곳에서 실시간으로 수집되고 있다. - P228

이런 방대한 데이터를 오늘의 기록으로 후대에 전해주기만 해도 앞으로의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기술은 우리가 추출할 수 없었던 새로운 정보들로부터 지구환경 문제의해결책들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마치 알파고가 데이터를 학습 프로바둑기사 이세돌 9단을 이긴 것처럼, 후일 해양관측 데이터를 통해 학습한 인공지능은 해양과학적원리를 이용해 오늘날 인류가 해결하지 못하고 있던 지구환경 문제를 푸는, 보다 나은 해결책을 찾도록 할 것이다.
따라서 지금 우리는 『조선왕조실록』에 담긴 선조들의 지혜를 본받아야 한다. 『조선왕조실록』과 같은 엄청난 기록문화유산을 남긴 선조들처럼, 해양 데이터 과학의 시대를 맞이하는 해양 정보 지식의 프로슈머들에게 방대한 해양관측 기록 데이터를 바로 지금 수집해 남겨주어야 한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직면한 지구환경 문제들을 과학으로푸는 시작점이다. - P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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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런 수사슴이 부럽다. 남자라고 1년 내내 긴장해서 살아야한다면 너무하지 않은가? 가끔 쉬고도 싶다. 남자의 위신이라는것이 이른 봄에 두릅나무의 눈이 꺾이듯 떨어져 나가 한동안 사내임을 내팽개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아내나 아이들의 심정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고, 남자의 체면을 내세운 쓸데없는 싸움도없지 않을까? 그러다가 모두들 긴 겨울 채비에 들어가려는 가을이되면 수놈은 명예를 되찾고 짧고 깊게 산다. 아, 멋지지 않은가. 일본사슴들에게 그때가 바로 10월인 것이다. 보기에도 그 모습이 늠름해서 나도 모르게 ‘이번 겨울에도 힘내게, 친구!‘ 하고 말을 건네는데 첫눈이 내리기 시작한다. - P166

이런 상상을 해 본다. 아주 오랜 옛날 대풍작의 가을에 뚝뚝 도토리가 떨어진 자리는 땅 위만이 아니었을 것이다. 늪지대일 수도있고 호숫가였을 수도 있다. 물위에도 물론 떨어졌을 것이다. 도토리는 물에 떠내려가 가까운 바닷가 모래밭에 얹히기도 한다. 그리고 어느 날 그곳에 뿌리를 내리고 땅속의 수분을 빨아들인다. 다음해 도토리는 싹을 틔운다. 도토리의 두툼한 떡잎은 대량의 전분과 지방의 저장고로, 태어나는 어린눈을 키울 충분한 영양분을 가지고 있어 다음 해의 성장까지도 도울 수 있다. 이렇게 10년이 지나면 어린 떡갈나무 숲이 되고, 백년이 지나면 울창한 숲을 이룬다.
그리고 2백 년이 훨씬 넘으면, 보는 사람의 입이 쩍 벌어질만한 거대한 숲이 된다. 떡갈나무 숲을 보며 이 숲이 탄생할 무렵과 지금의 모습을 갖추기까지의 과정을 상상해 보았다. 만일 내 상상이 틀렸다면 조물주에게 듣는 수밖에 없겠지. - P1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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