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서 잠깐 멈춰야겠다. 방금 중요한 사건이 일어났다. 이 책의 살인자가 태어난 것이다. 그는 지금 커다란 푸른 눈과 매력적인 얼굴을 가진아기이다. 그 아기는 36년이 지난 후 두 남자를 죽이고 사형수 감방에 앉게 될 것이며, 미국 역사에서 유일하게 자신을 죽여달라고 주장함으로써 악명을 떨친 살인자로 기억될 것이다. 그때 그의 푸른 눈을 들여다본다면 그 속에서 사람의 마음 깊숙이 김취져 있는 본능을 건드리는 섬뜩한 시선을 느낄 것이다. 그것은 날카로우면서도 죽음이 느껴지는 눈빛이다. 또한 죽음이 결코 두렵지 않다는 표정이다. 자기 몸에 부딪히고 지나갔다는 이유만으로, 아니 꼭 그런 핑계 따위 대지 않고도 상대를 죽일 수 있는 사람의 표정말이다. 아기의 눈빛이 살인자의 눈빛이 되기까지, 그 사이에는 파멸의 역사가 있다.
아버지는 나와 가까운 듯하면서도 아주 멀게 느껴진다. 나의 이야기 중에서 가장 큰 수수께끼는 아버지이다. 내가 아버지에 대한 수수께끼를 풀지 못한다면 그의 비밀을 밝혀내고 그의 두려움을 설명하지 못한다면 나는 이 이야기를 할 자격이 없을 것이다. 아버지를 알기 위해서는 아마도 나는 나 자신의 마음과 얼굴을 들여다보며, 그 속에 숨어 있는 아버지의 모습을 찾아내야 할지 모른다. 그 과정에서 나를 가장 두렵게 하는것은 내가 아버지와 너무나 많이 닮았고 그래서 그 죄악의 씨가 이미 내안에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다. - P1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