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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에코가 옆 사람의 불편이나 다른 사람의 생각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자기 멋대로 행동하는 데 비해 전혀 능동적으로 움직일 힘이 없는 유키코가 그 이후 도쿄의 하늘 아래서 쓸쓸하게 생활하고 있을 모습이 자주 사치코의 머리에 떠올랐다. 작년 9월, 큰집 언니와 도쿄 역 앞에서 헤어졌을 때 거듭 유키코의 혼담을 부탁한다는 말을 들었던 일, 올해는 유키코의 액년이라서 어떻게든 작년에 치르려고 했는데 허사가 된일, 적어도 올 춘분까지는....…… 하고 말했던 그 춘분도 이제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것, 그리고 혹시 자신이 추측한 것처럼 다에코의 좋지 못한 평판이 유키코의 혼담에 방해가 된다면 자신에게도 절반의 책임이 있다는 것 등을 생각하자 점점 더 유키코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사치코는 요즘 다에코에게 품고 있는 자신의 불만을 가장 잘 이해해 줄 사람은 유키코일 것이라고 생각하고 그녀를 불러와 마음껏 이야기를하고 싶은 마음이 진작부터 있었음에도 다에코의 새로운 연애 사건이 그녀에게 미칠 심리적 영향을 고려해서 삼가 왔다. - P4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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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치코는 자신이 살고 있는 아시야 일대의 하늘이나 땅의 쾌청한 색, 공기의 부드러운 감촉을 떠올렸다. 여기가 교토 시내라면 어쩌다 처음으로 시가로 나가더라도 전부터 알고 있던 거리 같은 친밀함을 느끼고 문득 주변 사람들에게 말이라도 걸어 보고 싶어지는데, 도쿄라는 곳은 언제 와도 자신과는 아무런 관계도 없는 서먹서먹한 땅일 뿐이었다. 사치코는 이런 도회지에 순수한 오사카 사람인 언니가 지금 실제로 살고 있다는 것이 아무래도 믿기지않는 듯한.....… 꿈속, 전혀 본 적이 없는 길을 걸어 어머니나 언니가 살고 있는 집에 이르러, 아아, 어머니와 언니가 이런데서 살고 있구나 하고 생각하는...……… 바로 그런 것과 비슷한 기분이 들었다. 그러나 어쨌든 언니는 이런 데서 용케 살고있다고 생각했으나 실제로 거기에 도착할 때까지는 여전히 거짓말처럼 느껴졌다. - P369

울 때면 사치코는 개구쟁이 같은 얼굴이 되었다. 새빨갛게 상기되어 분한 눈물을 머금고 있는 아내의 얼굴에서 데이노스케는 항상 이런 표정으로 자매들끼리 싸움을 했을 먼 옛날 어릴 때의 모습을 정다운 듯 그려 보았다. - P475

데이노스케는, 다에코가 집에 있으면 사치코나 유키코의 설교를 듣는 게 귀찮아서 그것을 피하려고 그러는 게 아닌가하고 생각했다. 아무리 그렇다 하더라도 이번만은 다에코와 두 자매의 감정이 소원해지지나 않을까, 특히 유키코와의 사이가 어떻게 될 것인가 하고 내심 걱정하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저녁 집에 돌아온 데이노스케는 사치코가 보이지 않았으므로 찾아볼 생각으로 욕실 앞 다다미 여섯 첩 크기 방의 장지문을 열었다. 유키코가 툇마루에 무릎을 꿇고 앉아있고 다에코가 발톱을 깎아 주고 있었다.
「언니는?」
「언닌 구와야마 씨 댁에 갔어요. 아마 곧 올 거예요.」
다에코가 이렇게 말하는 사이에 유키코는 발등을 살며시 옷자락 안으로 감추며 앉음새를 바로 했다. 데이노스케는 여기저기에 흩어져서 반짝반짝 빛나는 발톱을 다에코가 무릎을 꿇고 하나하나 손바닥에 주워 담는 모습을 흘깃 보고는 곧 문을 닫았다. 그 한순간 자매의 아름다운 정경이 오랫동안 인상에 남았다. 그리고 이 자매들은 의견의 차이는 있을망정 사이가 틀어지는 일은 좀처럼 없다는 것을 새삼 알게된 것 같았다.
- P4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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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에코, 이것 좀 해줘 ……」복도에서 들어온 다에코가 등 뒤로 거울에 비치자 사치코는 그쪽은 돌아보지도 않고 목덜미에 바르고 있던 분 브러시를 건넸다. 그리고 눈앞에 비친 것을 뒤로 젖혀 목덜미가 드러나도록 입은 긴 속옷 바람의 자기 얼굴을 마치 다른 사람의 얼굴이라도 보는 듯 물끄러미 바라보면서 물었다. - P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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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무와 죽음의 상징

16~17세기 네덜란드와 벨기에 플랑드르 지역에서는 사냥, 도축당한 동물, 두개골, 썩은 과일, 거품, 꽃, 모래시계 등을 정물화로 많이 그렸다. 이런 정물화를 바니타스 정물화라 부르는데, 바니타스는 라틴어로 허무, 덧없음을 뜻한다. 성경 <전도서> 1장 2절 "헛되고 헛되며 헛되고 헛되니 모든 것이 헛되도다"라는 구절에서 기원했으며, 전통적인 기독교사상에서 세상의 부와 명예가 허무하고 무의미하다는 것을 정물화로 표현한 것이다.
유럽의 역사에는 흑사병, 기근, 전쟁 등으로 죽음이 늘 도처에있었다. 이 시기 사람들은 인간이 욕망하는 현실적 가치는 부질없으며, 인생에서 죽음은 언제나 멀지 않은 곳에 있고 피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이러한 주제를 그림으로 그려 언제나 잊지 않으려 노력했다. - P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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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 기술이 지배하는 세계에서 인간 직관의 비극적 단점을 치료할수 있는 확실한 방법은 교육이다. 그리고 다음과 같은 문제들이 교육 정책에 반영되어야 한다. 현대 세계를 이해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동시에 선천적으로 주어지는 직관적 도구와는 거리가 가장 먼 인지적 도구를 학생들에게 제공하는 문제이다. 우리가 이 장에서 목격했던 그 위험한 오류들은 고등학교나 대학교 교과과정에서 예를 들어 경제학, 진화생물학, 확률과 통계학의 중요성을 부각시킬 것이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대부분의 교과과정은 중세 이후로 거의 변하지 않았고 변할 가능성도 거의 없다. 누구도 외국어나 영문학이나 삼각 함수나 고전을 공부하는 것이 상대적으로 중요하지 않다고 말하는 이단자로 비치기를 원치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떤 과목이 아무리 중요하다 해도 하루는 24시간뿐이어서, 한 과목을 가르치겠다는 결정은 다른 과목을 가르치지 않겠다는 결정이 된다. 문제는 삼각 함수가 중요한가 아닌가가 아니라 그것이 과연 통계학보다 중요한가 아닌가이고, 교양인이 고전을 알아야하는가 아닌가가 아니라 교양인이 기초적인 경제학을 아는 것보다 고전을 아는 것이 더 중요한가 아닌가이다. 복잡한 상황들이 끊임없이 우리의 직권에 도전하는 세계에서 이러한 비교는 피치 못할 현실이다. - P414

개념이란 경제학자들이 말하는 이른바 "비경합재 (nonrival goods)"라는 것이다. 가령 음식, 연료, 도구 같은 경합재는 물질과 에너지로 구성되어 있다. 그래서 한 사람이 사용하면 다른 사람은 사용할 수 없다. 그러나 개념은 정보로 구성되어 있어서 저렴한 비용으로 복제하는 것이 가능하다. 빵 만드는 조리법, 건물의 청사진, 쌀 재배 기술, 의약 제조법, 유용한 과학 법칙, 컴퓨터 프로그램 등은 주는 사람이 어떤 손해도 보지 않고 줄 수 있다. 마술처럼 증식하는 비경합재 덕분에 최근에 우리는 지적 소유권과 관련된 새로운 문제에 부딪히고있다. 이에 대해 우리는 물적 소유권과 관련된 법률 체제를 인터넷을 통해 쉽게 유통될 수 있는 정보의 소유권 문제가령 음반 레코딩에 적용하려 하고 있다. - P418

비경합재의 힘은 인간의 진화사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인류학자존 투비와 어빈 드보어는 수백만 년 전 우리의 조상들이 이 세계의 생태계에서 "인지적 적소(適所)"를 점유했다고 주장한다. 사람과(科)의 동물인 호미니드는 환경의 인과적 관계를 모형화할 수 있는 정신적 연산 방법을 진화시킴으로써 마음의 눈으로 사건의 전개 과정을 그려 보고, 자기 주변의 돌, 식물, 동물을 이용하는 새로운 방법을 고안해 낼 수 있었다. 인간의 실제적 지능은 언어 (기술 정보를 낮은 비용으로 공유할 수 있게한다.)와 사회적 인식 (사람들로 하여금 속지 않게 함으로써 협동하게 한다.)과 함께 진화했을 것이고, 그래서 말 그대로 개념의 힘으로 살아가는 종을 탄생시켰을 것이다. - P419

유전자가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는 이 모든 이야기는 우리가 DNA의 명령을 맹목적으로 수행하는 뻐꾸기 시계이거나 자동 피아노라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문제의 유전자는 우리에게 양심, 신중함, 의지를 위한 신경계를 부여하는 유전자이다. 그리고 우리가 그 유전자의 선택에 대해 이야기한다는 것은 그러한 기능들이 진화할 수 있었던 다양한 방식에 대해 이야기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오해는 빈 서판과 기계 속의 유령 때문에 발생한다.
우리의 고귀한 정신적 기능들이 사회에 의해 조각되거나 태어나는 순간 영혼 속에 부여된다는 생각으로 출발한다면, 생물학자들이 유전적 영향을 언급할 때 마음에 떠오르는 첫 번째 대안은 꼭두각시나 전차 궤도가 될 것이다. 그러나 만약 학습, 이성, 선택과 같은 고도의 기능들이 뇌가 계획적으로 조직해 낸 산물이라면 그 조직화를 돕는 유전자가 있어야하고, 그래서 어떻게 인간의 진화 과정에서 그 유전자들이 선택되었을까 하는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 P427

 영화 「개미」에서 우디 앨런 목소리의 개미는 자신의 정신을 분석하는 의사에게 다음과같이 불평한다.

이 거대한 초유기체의 봉사정신을 전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어요. 노력은 하지만 아무리 해도 이해가 안 돼요. 그러니까 말이죠...... 저는 집단을 위해 모든 일을 해야 하는데 ...... 저를 위해서는 무엇을 하지요?

대사의 유머는 자신의 후손보다는 일개미 서로를 더욱 가깝게 만드는 유전적 체계의 산물인 개미의 심리와, "나를 위해 무엇을 하는가?"를 묻게 만드는 인간 심리의 불일치에서 발생한다.  - P428

혈연이 아닌 사람들이 가족처럼 공유하기를 원할 때에는 공통의 살과 피, 공통의 조상, 영토와의 신비한 결속(모국, 선조의 땅, 조국 등이 효과적이다.)을 암시하거나 주장하는 신화를 창조한다. 그들은 성찬, 산 제물, 반복적인 의식을 통해 신화를 보강함으로써, 자아를 집단 속으로 흡수하고 그들이 개인들의 연합체가 아니라 단일한 유기체라는 인상을 창조한다. 그들의 종교에서는 소유에 대해 이야기할 때 영혼을 비롯한 정신적 결합재를 이용함으로써, 피스크에 따르면, "보통 사람들과 맺을 수 있는 것보다 더 강렬하거나 순수한 공동 소유 관계를 형성할 수있다고 암시한다."라는 것이다." 이러한 결합의 어두운 측면에는 집단사고, 종파주의, 민족적 순수성을 강조하는 신화, 즉 외부인은 집단의 순수성을 더럽히는 오염 물질이라는 사고 방식이 놓여 있다. - P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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