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소는 흔한 원소다. 지구 대기의 78%가 질소다. 대기 중에 질소 비율이 왜 이 정도로 높은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어쨌든 인간의 입장에서 농업에 필수 요소인 질소가 흔하다는 건 좋은 일이다. 그런데이 흔한 질소를 농업에 바로 사용할 수가 없다. 공기 속 질소는 원자 2개가 합쳐진 형태 (N2)로 존재한다. 그런데 이 두 원자는 애정 행각을벌이는 커플처럼 강하게 붙어 있어서 웬만해서는 떨어지지 않는다. 이를 전문 용어로 ‘3중 결합‘이라 한다. ‘원자가 강해봐야 얼마나 된다고, 강제로 떼면 되지 싶겠지만, 생각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자연 상태에서 질소가 분해되는 경우는 번개가 치는 순간 정도다. 번개 정도의 거대한 에너지가 있어야 아주 소량의 질소를 얻을 수 있다. 참고로 번개가 내리칠 때 중심 온도는 태양 표면 온도(약 6,000℃)의 8배 정도로 추정된다. 추정인 이유는 아무도 이를 정확히 측정할 만큼 미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질소를 얻는 또 하나의 방법은 뿌리혹 박테리아Leguminous Bacteria를 이용하는 것이다. 뿌리혹 박테리아는 공기 속의 질소를 고정해서 식물이 이용할 수 있게 만들어준다. 이 박테리아는 콩과 식물의 뿌리에 기생한다. 그래서 과거부터 인류는 땅의 지력이 다하면 콩을 심었다. 콩은 지력이 떨어져도 잘 자랐고, 뿌리혹 박테리아 덕분에 오히려 지력이 회복됐다. - P27
인공 비료가 대중화된 지 3년 만에 식량 생산량은 인구 증가량의 2배를 기록한다. 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식량은 산술급수적으로 늘어난다는 가정에서 출발한 맬서스의 이론은 완전히 붕괴한 것이다. 100년간 인류를 광기로 몰았던 식량 위기가 사라졌다. 하버는 ‘공기로 빵을만든 과학자‘, ‘공기의 연금술사‘라는 별명과 함께 세계의 영웅이 된다. 질소 고정을 연금술에 비교하는 경우가 많지만, 질소 고정은 연금술보다 훨씬 위대하다. 금속을 금으로 바꾸는 데는 어쨌든 원재료가 필요하지만, 질소고정의 원재료는 공기이므로 사실상 무료다. 결과물도 더 위대한다. 금은 없어도 그만이지만, 밥없이 살 수는 없다. - P41
하버가 비료를 개발한 것도, 화학 무기를 개발한 것도 결국 하나의 목적을 위해서였다. 그는 오직 조국의 번영을 위해 이 둘을 개발했다. 그러니 우리는 결과만을 놓고, 하나는 옳은 것이었고하나는 그른 것이었다고 판단할 수가 없다. 국가주의자라면 그의 잘못을 국가에 충성하다 보니 일어난 실수 정도로 변호해줄 수도 있다. 하지만 세계 시민인 우리들은 하버가 아무리 지대한 공을 세웠어도 그를 좋게 평가할 수 없다. 그는 전쟁과 대량 살상 무기에 대한 확신범이었다. 어쩔 수 없이 저지른 일이 아니다. 화학 비료도 그에게는 국가의 무기였고, 독가스도 국가의 무기였다. 그래서 그는 어떤 사악한 빌런보다 강력한 빌런이다. 영화 속 최후의 빌런은 악의가 아니라 신념으로무장하고 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이 완벽한 빌런 덕분에 지구 70억 인구 중에 50억이 살아갈 수 있게 되었다. - P50
여러 번 강조했듯이 질소는 생명체가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하다. 과거에는 지구상의 생명체가 사용할 수 있는 질소가 제한돼 있었다. 뿌리혹박테리아는 지구가 수용 가능한 속도로 아주 조금씩 질소의 양을 늘렸고, 생명체도 이에 맞춰 조금씩 늘어났다. 하지만 인공 비료가 질소를 무한대로 공급하기 시작한 순간이 흐름이 깨져버렸다. 한번 분해된 질소는 사라지지 않는다. 인공 비료 중 농작물이 흡수하는 질소의 양은 25%밖에 되지 않는다. 나머지 질소는 빗물에 씻겨 내려가거나 지하수에 스며든다. 앞 장의 마지막 그래프를 보자. 연안 지역의 질소량이 급격히 증가했다. 연안 지역뿐 아니다. 질소가 과다하게 포함된 물은 수증기가 되어 하늘로 올라가 전 지구에 질소 비를 뿌린다. 전지구에 분해된 질소가 넘쳐나고 있다. 안정을 유지하던 지구 생태계브레이크가 박살난 것이다. 질소가 많아지면 식물도 번성하고 좋은 것아니냐고? 자연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어떤 식으로든 급격한 변화는 좋은 현상이 아니다. 늘어난 질소가 정확히 어떤 역할을 하게 될 것인지는 학자들도 명쾌한 답을 하지 못하고 있다. 이제는 일상이 된 적조와 녹조도 늘어난 질소의 영향이 크다. - P54
단위 제정 임무는 파리 과학아카데미로 넘어간다. 그들은 두 가지원칙을 세웠다.
하나, 표준 원기를 잃어버리더라도 언제든 다시 제작할 수 있는 단위를만들 것. 과거 단위는 원기를 제작했다. 가령 왕의 발 크기로 피트를 정했다면, 그크기로 원기를 만들어 왕궁과 지방 행정처에 배부했다. 그 원기를 참고해거래도 하고 법도 집행했다. 하지만 혼란한 시기에 원기가 사라지는 경우가많았다. 원기가 사라지면 다시 제작해야 하는데, 이때 왕의 발 크기가 이전왕과 같을 수가 없었고 단위는 늘 달라졌다. 파리 과학아카데미는 이를 방지하기 위해, 원기가 사라지더라도 지구 어느 곳에서라도 같은 크기로 똑같이 만들 수 있는 기준을 세워야 했다. 둘, 십진법을 사용할 것. 기존의 단위 체계는 제각각이었다. 1피트는 12인치이고, 1야드는 3 피트, 1마일은 1,760야드다. 무게를 재는 단위도 애매하긴 마찬가지였다. 운드는 16온스인데, 1쿼터는 28 파운드였다. 작은 단위에서 다음 단위로라가는 수치가 그때그때 달랐고 명칭도 제각각이었다. 그나마 이렇게 정확하게 수치를 쓸 수 있게 된 것도 근래에 정리했기 때문이다. 중세 시대에는같은 단위여도 옆 마을에 가면 수치가 달라졌다. 그래서 파리 과학아카데미는 단위를 누구나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십진법으로 통일하기로 했다. - P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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