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의 울음소리와 누군가를 부르는 목청 좋은 여인네의 고함. 어디선가 흘러나오는 시끄러운 로큰롤로 주위는 산만하고 정오를 넘어선 해는 잔뜩 따가웠다. 모처럼의 나들이를 나선 여인네들의 곁을 보면 거기에는 어김없이 재미없어하고 피곤해하는 남자가 유모차를 밀거나 카메라 셔터를 누르고 있다. 그들의 뒤를 느릿느릿한 걸음으로 뒤따르는 흰옷 차림의 고독한 노인네들도 동양 최대라는 이름 아래 밑도끝도없이 걷게 만드는 공원의 구조를 피곤한 눈길로 바라보았다. 들떠 있는 재잘거림과 탄성의 뒤켠에 서서 남자와 노인네들은 대체적으로 따분해하고 아이들은 어른들과는 무관하게 온전히 즐겁다. 여자와 남자와 노인네와 아이. 그들이 지어내는 순간순간의 표정과 부딪쳐 땅에 떨어지는 토막난 대화들, 심드렁한 대꾸와 가쁜 숨소리의 곁을 스치며 그녀는 쓸쓸해한다. 어디까지라도 달라붙는 삶이라는 것의 지루함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권태롭기 때문에, 피곤하기 때문에라는 제목을 단 구경이었지만 더욱 권태로워지고 더욱 피곤해지기 위한 구경이 되어버린다. - P209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