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그날의 맛이 잘 기억나지는 않는다. 대신 기억나는 건 가게 앞에 쭈그러져 있는 풍선 인형에 바람을 넣으면 팽팽하게 부풀면서 우뚝 서듯 무너져 있던 마음 한구석이 서서히 일어나던 생생한 느낌. 한 입 두입 계속 먹을 때마다 몸속을 세차게 흐르는 뜨겁고 진한 국물에 심장에 박혀 있던 비난의 가시들이 뽑혀나가는 것 같았다. 마음의 틈새마다 눌어붙어 있던 자괴와 절망이 녹아내리는 것 같았다. 국물이 흘러들어오고 눈물이 흘러나가면서 내 눈에 옮아 있던 날 선 눈빛들이 씻겨 내려가는 것 같았다. 그렇게 나쁜 것들이 빠져나간 자리에 J의 사리곰탕면이 새겨 넣은 메시지는 이랬다. ‘너는 누군가가 이틀을 꼬박 바쳐 요리한 음식을 기꺼이 내어줄 정도로 소중한 존재야. 잊지마.‘ - P210

 결코 내 것일 수 없다고 여겼던, 내가 소중하다는 감각과 나를 다시 이어준 한 끼의 식사. 어떤 음식은 기도다. 누군가를 위한 간절한. - P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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