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리 독립 세력과 기나긴 싸움을 벌이고 있는 스페인의 최근 사례에다른 나라들도 예의주시하며 주목하고 있다. 만약 독립한 카탈루냐가 EU로부터 배척당한다면 중국과 러시아가 필시 카탈루냐와 새로운 우호 관계를 맺고 영향력을 행사하러 나설 것이다. 러시아는 그리스에 발판을 마련하려고 20여 년 동안 공을 들여왔다. 그런데 지중해 서쪽에서도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면 이보다 더 좋은 일이 어디 있겠는가. 하지만 스페인으로서는 구매력을 앞세워 바르셀로나 항구로 밀고 들어와 일대일로의 일환으로 투자와 교역을 제안하는 베이징측의 이야기가 훨씬 솔깃할 수 있다. 중국은 EU의 경제적 영향력과개별 무역 거래에 반대하는 규정에 따라 EU 권역에서는 거의 차단된 상태라 할 수 있는데, 이를 피해 유럽에서도 비유럽 성향의 나라들 문을 두드리고 있는데 특히 세르비아 같은 발칸 지역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려 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세르비아 정치인들은 EU가 자신들을 제대로 도와주지 못했다고 공공연하게 불만을 표하면서 중국 정부의 노력을 칭송했다. 만약 카탈루냐가 하나의 독립된 국가가된다면 스페인은 카탈루냐의 EU 가입에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며 그러면 중국의 전략이 먹혀들 여지가 생길 수 있다.
이것이 EU가 카탈루냐의 자결권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는 부분적인 이유가 된다.  - P415

독재정권에서 자치나 독립을 추구하는 지역에 대한 대응은 대개 노골적인 탄압이었지만 국민의 의지를 중시하는 민주주의 체제에서는 훨씬 복잡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EU에 가입하는 것은 스페인의 상대적으로 후진적이며 권위적인 지역주의에 대한 해답으로 간주됐다. 오래전 1910년에 철학자 호세 오르테가 이 가세트는 이런 글을 쓴 적이 있다.
"스페인은 문제 덩어리이고 유럽이 그 해결책이다."
어쩌면 그럴 것이다. 많은 스페인 사람들은 EU로부터 경제적 이득을 얻는 것뿐 아니라 좋은 정부에 대한 요구 때문에라도 일정 수준의주권을 포기하는 것에는 불만이 없었다. EU 안에서 스페인 사람들은루마니아인들 다음으로 자기네 정부를 못 믿는다는 조사가 있다. 그러나 EU라는 존재와 그 회원국 자격은 스페인의 여러 지역에 스페인이 아니라 <유럽>이 되는 길을 열어주었다. 이는 영국이나 벨기에, 이탈리아 외에 다른 나라들에도 해당될 것이다. - P409

 하지만 이렇게 하다가는 분리주의를 부추겨서 나라가 해체될 위험이 있다. 게다가 이 분리된 지역들이 EU로 다시 들어올지도 미지수다.
이와는 반대로 카탈루냐의 독립이 성사되었을 때 EU는 중국의 침투를 막기 위해서라도 카탈루냐에게 EU 회원국 자격을 허용하고 싶은 유혹을 느낄 것이다. 이 결정은 다른 지역의 독립주의자들을 자극할 위험이 있다. 따라서 EU는 초조해질 것이다. - P416

 미국, 일본, 아랍에미리트, 이탈리아, 영국, 캐나다, 룩셈부르크, 오스트레일리아는 2020년 10월아르테미스 협정(Artemis Accords, 2024년까지 달에 유인 우주선을 착륙시키고 2028년에는 달 남극 부근에 기지를 건설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협정에 서명한첫 번째 우주 탐사국이었다. 달 탐사와 자원의 추출을 관장하는 이 협정에 서명한 국가들은 협정의 효력이 지속되는 한에서 2024년까지달에 최초로 여성을 착륙시키거나 13번째 인간을 착륙시키는 활동등에 대한 정보를 공유해야 한다. 그것은 2028년까지 채굴을 위해 달에 기지를 설치하려는 인류가 딛는 거대한 발걸음으로 계획된 것이다. 그 기지는 완성되면 태양계를 넘어 인류의 확장을 가능케 하는 발사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러시아나 중국은 이 협정에 서명하지 않았다. 두 나라 모두이 계획에는 미적지근한 입장을 보인다. 사실 그들은 참여하고 싶다고 해도 배제됐을 것이다. 러시아는 국제 우주 정거장에서 NASA와 파트너를 이룰 뻔했다. 그런데 최근 창설된 미 우주군 측에서 러시아가 위험하고도 일반적이지 않은 교란행위로 미국의 정찰 위성을 추적했다는 이유로 비난한 뒤 러시아는 이 계획에서 배제됐다. 또 중국이이 협정의 당사자가 되지 못한 것은 미국 의회 차원에서 NASA와 중국이 협력하는 것을 금지했기 때문이다. 사실 러시아와 중국 모두 달 기지 설치에 대한 나름의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그렇다고는해도 자국이 관여하지 못하는 규칙을 경쟁국들이 세우도록 내버려두지는 않을 것이다. - P427

지구우주에서 벌어지는 갈등이 불러온 또 다른 문제가 있다. 바로궤도 주위를 돌고 있는 엄청난 양의 우주 쓰레기들이다. 이 잔해들이 궤도 내로 돌진해서 각국의 위성 기반시설을 파괴하거나 지구 경제를 초토화시킬 수도 있다. 현재 수명이 다한 3천 개의 위성과 적어도 10센티미터에서 그보다 더 작은 것들이 포함된 3만 4천여 점의 우주 쓰레기들이 지구 궤도를 돌고 있다. 이 문제를 공론화하려는 나라들이 있다. 혹시 여러분은 일본에 갔을 때 뭔가가 없다는 것을 깨달은적이 있는가. 바로 쓰레기다. 일본의 스카이 퍼펙트 코퍼레이션이라는 회사와 일본 정부는 레이저를 사용해서 우주 잔해를 제거할 수 있는 위성 제작 사업을 하고 있다. 잔해를 지구 대기권으로 밀어 넣으면 대기권에 진입하는 순간 타버린다는 원리다. 엄청난 양의 우주 쓰레기를 생산하는 영국도 비슷한 방법을 찾고 있다. - P448

양 진영의 우주비행사들이 함께 그랬던 것처럼, 우주 공간에서 <창백한 푸른 점 (pale-blue dot, 우리 지구)>을 돌아보는 것이야말로 태초부터 우리를 감염시켜 <우리>와 <그들>로 갈라놓게 한 바이러스를 이겨내는 길이다. 우주는 그 무한대 속으로 우리 인간의 정신이 뻗어나갈기회를 주고 있다. 인간은 늘 위를 바라보았고 깜깜한 밤하늘의 아득히 먼 곳을 바라보면서 꿈을 꾸어왔다. 실제로 우리는 높은 곳에 도달하기도 했다. 그리고 그보다 훨씬 더 높이 가야 하는 것이 우리의 운명이다. 서로 힘을 합친다면 훨씬 빨리 도달할 수 있다. 우주에는 한계가 없으니까. - P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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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재정권에서 자치나 독립을 추구하는 지역에 대한 대응은 대개 노골적인 탄압이었지만 국민의 의지를 중시하는 민주주의 체제에서는 훨씬 복잡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EU에 가입하는 것은 스페인의 상대적으로 후진적이며 권위적인 지역주의에 대한 해답으로 간주됐다. 오래전 1910년에 철학자 호세 오르테가 이 가세트는 이런 글을 쓴적이 있다.
"스페인은 문제 덩어리이고 유럽이 그 해결책이다."
어쩌면 그럴 것이다. 많은 스페인 사람들은 EU로부터 경제적 이득을 얻는 것뿐 아니라 좋은 정부에 대한 요구 때문에라도 일정 수준의 주권을 포기하는 것에는 불만이 없었다. EU 안에서 스페인 사람들은 루마니아인들 다음으로 자기네 정부를 못 믿는다는 조사가 있다. 그러나 EU라는 존재와 그 회원국 자격은 스페인의 여러 지역에게 스페인이 아니라 <유럽>이 되는 길을 열어주었다. 이는 영국이나 벨기에, 이탈리아 외에 다른 나라들에도 해당될 것이다. - P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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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다른 세력들도 이 사업에 뛰어들고 싶어 했다. 1493년에 포르투갈은 콜럼버스가 우연히 발견한 땅을 두고 전쟁도 불사하겠다며위협하고 나섰다. 라틴 아메리카 사람들에게는 아니었지만 이 두 나라한테 다행이었던 것은, 당시 교황 알렉산데르 6세가 자신은 대서양의 북쪽에서 남쪽으로 내려오는 가상의 선을 그릴 전지전능한 권한을 가지고 있다고 믿은 것이다. 그 선을 기준으로 서쪽에서 발견되는모든 땅은 스페인 것이며, 동쪽에서 발견되는 모든 땅은 포르투갈 것으로, 이에 이의를 제기하는 이는 누구라도 교회로부터 파문을 당할것이라고 엄포를 놓았다. 그렇게 하여 두 나라 간 평화는 유지됐다.
토르데시야스 조약이라 부르는 이 조약대로 정복한 땅에서는 전쟁만 벌어지지 않았지 정적 수세기에 걸친 약탈, 노예제, 역병 창궐 등과같은 온갖 일들이 벌어졌다. - P3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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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말라에 왔다. 이곳은 내 어머니의 남편 뻬드로 빠라모라는 사람이 살고 있다는 마을이다. 내가 반드시 그 사람을 찾아가겠다는 뜻으로 어머니의 손을 꼭 붙잡아드리자,
당신은 삶과 죽음의 문턱에서 이렇게 말했다. "꼭 찾아가야 한다. 그 양반도 너를 보면 좋아할 게다." 나는 이미 차갑고 딱딱하게 굳어버린 당신의 손아귀에서 가까스로 두손을 빼낸 후에도 한참 동안 약속을 지키겠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어머니가 생전에 귀가 닳도록 되뇌던 말은 그게 아니었다.
- 구걸하지 말고 당당히 요구해라. 그 인간은 나에게 당연히 갚아야 할 것을 하나도 갚지 않았어. 얘야, 그런 인간은 우리를 버렸던 죗값을 톡톡히 치러야 돼. - P7

처마 끝에서 떨어지는 낙숫물로 모래 마당에 물구멍이 나게 만들고, 돌담 사이에 낀 월계수 이파리를 부르르 떨게만들던 사나운 비바람이 물러간 뒤끝이다. 간간이 이는 바람에 석류나무 가지에 달려 있던 물방울이 허공에 빛을 발하며 흩어지는데, 마당에는 여태껏 구석에 틀어박혀 졸고있던 암탉들이 몰려나와 꿈틀거리는 지렁이를 쪼아대느라 정신이 없다. 그사이 비구름 사이로 얼굴을 내민 오색찬란한 햇살은 소담스러운 돌멩이 위에 내려앉아 물기를 빨아올리는가 하면, 산들바람에 나풀대는 나무 이파리에 가만히 다가가 살랑인다. - P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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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기억을 곪아터지게 놔둘 수는 없었다. 트라우마가 내 기억에 스며들어 그것을 망쳐버리고 쓸모없게 만들도록 방치할수는 없었다. 그 기억은 어떻게든 내가 잘 돌봐야 하는 순간이었다. 우리가 공유한 문화는 내 심장 속에, 내 유전자 속에 펄떡펄떡 살아 숨쉬고 있었다. 나는 그걸 잘 붙들고 키워 내 안에서 죽어버리지 않도록 해야 했다. 엄마가 가르쳐준 교훈을, 내 안에, 내 일거수일투족에 엄마가 살아 있었다는 증거를 언젠가 후대에 잘 전할 수 있도록. 나는 엄마의 유산이었다. 내가 엄마와 함께 있지 못한다면 내가 엄마가 되면 될 터였다. - P372

"할머니랑 은미 이모랑 네 엄마 되게 행복할 것 같아." 나미이모가 말했다. 이모는 내가 준 목걸이의 하트 펜던트를 똑바로 뒤집었다. "다들 하늘나라에서 같이 소주도 마시고 화투도치면서 우리가 여기 함께 있는 걸 보고 기뻐할 거야." - P395

이모가 터치스크린 위로 차트를 죽 훑어내리더니 <커피 한잔>을 찾았다. 심벌즈를 천천히 두드리는 소리로 노래가 시작되자 기타가 바통을 이어받아 즉흥연주 하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마침내 멜로디 라인이 나왔을 때 나는 틀림없이 전에 들어본 적 있는 노래임을 확신했다. 어렸을 때 다 같이 간 노래방에서 엄마와 이모가 듀엣으로 불렀던 것 같다. 긴 전주가 끝날 무렵 화면 위로 천천히 가사가 올라왔다. 이모는 하나 더준비돼 있던 무선마이크를 내게 건넸다. 이모는 내 손을 잡아나를 화면 앞으로 끌고 가서 내 얼굴을 보며 노래하기 시작했다. 나는 이모의 노래에 장단을 맞추며 몸을 앞뒤로 흔들었다.
그리고 눈을 가늘게 뜨고 모음 소리라도 따라 내면서 멜로디를 좇아가려 애썼다. 저 깊은 곳에 존재했을 수도 존재하지 않았을 수도 있는 기억을, 혹은 어떻게든 내가 접했을 엄마의 기억을 더듬으면서, 이모가 내 안에 있는 무언가를 찾고 있는게 느껴졌다. 지난 한주 동안 내가 이모에게서 찾으려 하던 것이었다. 이모가 나의 엄마도, 내가 이모의 동생도 아니었지만, 그순간 우리는 서로에게 그다음으로 소중한 존재가 되었다.
그동안 피터와 이모부는 알록달록한 LED 불이 켜지는 탬버린을 흔들었다. 나는 최선을 다해 따라 불렀다. 이모가 기억을 되살리는 데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쏟고 싶었다. 그래서 빛의 속도로 바뀌는 글자를 열심히 따라 읽었다. 자꾸만 입에서 가사가 한 박자 늦게 튀어나왔지만 모어가 나를 인도해주기를 바라며 계속 노래했다. - P3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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