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말라에 왔다. 이곳은 내 어머니의 남편 뻬드로 빠라모라는 사람이 살고 있다는 마을이다. 내가 반드시 그 사람을 찾아가겠다는 뜻으로 어머니의 손을 꼭 붙잡아드리자,
당신은 삶과 죽음의 문턱에서 이렇게 말했다. "꼭 찾아가야 한다. 그 양반도 너를 보면 좋아할 게다." 나는 이미 차갑고 딱딱하게 굳어버린 당신의 손아귀에서 가까스로 두손을 빼낸 후에도 한참 동안 약속을 지키겠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어머니가 생전에 귀가 닳도록 되뇌던 말은 그게 아니었다.
- 구걸하지 말고 당당히 요구해라. 그 인간은 나에게 당연히 갚아야 할 것을 하나도 갚지 않았어. 얘야, 그런 인간은 우리를 버렸던 죗값을 톡톡히 치러야 돼. - P7
처마 끝에서 떨어지는 낙숫물로 모래 마당에 물구멍이 나게 만들고, 돌담 사이에 낀 월계수 이파리를 부르르 떨게만들던 사나운 비바람이 물러간 뒤끝이다. 간간이 이는 바람에 석류나무 가지에 달려 있던 물방울이 허공에 빛을 발하며 흩어지는데, 마당에는 여태껏 구석에 틀어박혀 졸고있던 암탉들이 몰려나와 꿈틀거리는 지렁이를 쪼아대느라 정신이 없다. 그사이 비구름 사이로 얼굴을 내민 오색찬란한 햇살은 소담스러운 돌멩이 위에 내려앉아 물기를 빨아올리는가 하면, 산들바람에 나풀대는 나무 이파리에 가만히 다가가 살랑인다. - P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