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재정권에서 자치나 독립을 추구하는 지역에 대한 대응은 대개 노골적인 탄압이었지만 국민의 의지를 중시하는 민주주의 체제에서는 훨씬 복잡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EU에 가입하는 것은 스페인의 상대적으로 후진적이며 권위적인 지역주의에 대한 해답으로 간주됐다. 오래전 1910년에 철학자 호세 오르테가 이 가세트는 이런 글을 쓴적이 있다.
"스페인은 문제 덩어리이고 유럽이 그 해결책이다."
어쩌면 그럴 것이다. 많은 스페인 사람들은 EU로부터 경제적 이득을 얻는 것뿐 아니라 좋은 정부에 대한 요구 때문에라도 일정 수준의 주권을 포기하는 것에는 불만이 없었다. EU 안에서 스페인 사람들은 루마니아인들 다음으로 자기네 정부를 못 믿는다는 조사가 있다. 그러나 EU라는 존재와 그 회원국 자격은 스페인의 여러 지역에게 스페인이 아니라 <유럽>이 되는 길을 열어주었다. 이는 영국이나 벨기에, 이탈리아 외에 다른 나라들에도 해당될 것이다. - P4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