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찾사‘의 개그가 논란이 되면서, 흑인 분장을 소재로 삼은 코미디물의 역사도 함께 부각이 되었다. 블랙페이스 blackface란 흑인 분장을 하고 노래와 춤을 추는 극장 공연 형식을 말한다. 배우들은피부를 검게 칠하고, 입술을 과장되게 그리며, 곱슬머리 가발을 쓰고, 해진 옷을 입는다. "짐 크로" Jim Crow는 19세기 미국에서 이런 흑인 분장을 하고 춤을 추는 공연으로 유명했던 캐릭터의 이름이었다. 19세기 후반부터 20세기 중반까지 미국에서 흑인과 백인의 분리정책을 채택한 법들을 통칭하는 ‘짐 크로 법‘ Jim Crow laws 이란 말은이 블랙페이스 캐릭터에서 유래했다.
미국에서 블랙페이스 이미지는 한동안 동화, 만화, 장난감, 각종 상품 등에 사용되며 흑인의 전형으로 고착되었다. 그러다가1950년대 민권운동이 활발해지면서 블랙페이스를 이용한 공연과이미지를 모두 거부하는 캠페인이 전개되었다. 블랙페이스가 흑인에 대한 비하이며 인종차별이라는 비난과 함께, 노골적인 블랙페이스 사용은 미국 사회에서 금기시되었다. ‘웃찾사‘에 사용된분장은 블랙페이스의 분장기법과 일치한다. 오래전 정형화된 흑인이미지를 차용했고, 그 시대착오적인 이미지를 2017년 한국에서웃음의 기법으로 활용했다.
똑같은 분장이 언제 어떻게 쓰이느냐에 따라 웃기기도 하고 그렇지 않기도 하다. 한가지 사실은 분명해진다. 유머가 사회적 맥락에 따라 달라진다는 점이다.  - P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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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킨스 : 글쎄요••• 방금 말씀하신 사례는 이기적 유전자 이론으로도 쉽게 설명할 수 있습니다. 바이러스의 DNA 관점에서도 독성이 너무 강해 숙주 자체를 죽이는 경우는 이득이 되지않습니다. 적당히 독해서 감염된 토끼가 다른 토끼와도 접촉할수 있어야 바이러스가 더 넓게 퍼질 수 있으니까요. 이런 논리는 인간의 감기 바이러스에도 동일하게 적용될 것입니다. 바이러스가 너무 강하면 숙주인 인간을 침대에 눕혀 놓지 않겠습니까? 그것보다는 감염된 숙주가 적당히 활동할 수 있을 정도의독성이 더 유리하겠지요. 바이러스의 입장에서 말입니다. 집단선택이 작용하는 어떤 사례라도 그것을 우리는 유전자 선택론으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사회자: 그렇다면 다수준 선택론이 이기적 유전자 이론으로 변환될 수 있다는 말씀인가요?
도킨스 : 그렇습니다. 윌슨의 선택 모형은 그것이 집단이든 다수준이든 상관없이 수학적으로 보면 유전자 선택론으로 변환될수 있습니다. 말하자면 수학적으로 동등하다는 뜻입니다. 윌슨이 말한 ‘집단‘을, 제가 말하는 운반자‘로 간주하면 그만이니까요. 여기서 운반자는 개체보다 상위 수준 개념입니다. - P124

굴드 : 표현이 좀 지나치시군요. 물론 저도 땅다람쥐에 대한 셔먼의 연구 결과는 받아들입니다. 하지만 인간의 경우에도 동일한 논리가 적용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인간에게는 소위 문화라는 게 있죠. 인간이 유전자에 의해 조종을 당한다니,
그게 말이나 됩니까? 그러면 제가 이렇게 토론회에 나와 떠드는것도 내 속의 유전자가 자신의 복제본을 더 많이 퍼뜨리기 위해 나를 조종하고 있다는 건가요?
어떤 원리가 동물에게 모두 적용된다고 해서 인간에게도 동일하게 확장 적용된다고 주장할 수는 없습니다. 저도 이기적유전자>를 읽어봤지만 인간에 관해서는 책 전체 분량의 10분의1 정도도 할애를 안 하셨더군요. 그래 갖고서야 어떻게 유전자선택론이 인간에게도 잘 들어맞는다고 설득하시겠습니까. 윌슨교수님이 최근 《종교는 진화한다 Darwin‘s Cathedral》(2002)에서 주장했듯이, 인간의 특성(도덕성과 종교성)은 집단 선택에 의해 진화했다고 봐야 더 타당할 것 같습니다. - P127

도킨스 : 제가 언제 유전자가 인간을 조종한다고 그랬습니까?
<이기적 유전자》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셨군요. 제 책을 제대로 읽은 독자들에 관한 얘기를 해드리죠. 진화심리학자들은 인간의 경우에도 동물에서와 같은 몇 가지 진화 원리들이 잘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줬습니다. 딱 한가지 예만 들겠습니다, 캐나다의 진화심리학자 마틴 데일리 Martin Daly 교수와 마고 윌슨MargoWilson 교수는 1974~83년 사이에 캐나다에서 일어난 자식 살해사건들을 조사했습니다.그 결과 계부모에 의한 자식 살해 위험이 친부모에 의한 위험보다 엄청나게 높다는 사실을 발견했죠.
두 살 이하의 아기의 경우에는 무려 70배나 차이가 납니다. 이런 놀라운 현상에 대한 최선의 설명은 이기적 유전자 이론일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유아 살해는 자신의 유전자가 섞이지 않은자손에게 엄청난 양의 양육 투자를 하기 곤란한 부모가 벌이는비극일 수 있습니다.
굴드: 자꾸 그런 식으로 결론을 내리니까 제가 계속 딴죽을 거는 겁니다.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가 얼마나 다양하고 많은 요인들에 의해 영향을 받는데, 고작 이기적 유전자로 설명하고 말다뇨? 이래서 과학자들이 욕을 먹고, 사회과학자들과 토론하기어려운 거예요.
도킨스 : 유전자 환원주의가 왜 문제인가요? 이념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어서 그럽니까, 아니면 경험적으로 부적합해서 입니까?
경험적으로 부적합하다면 언제든 포기하겠습니다. 하지만 굴드교수는 과학을 이념에 따라 요리하시는 분 같네요. - P128

하지만 나는 다수준 선택론이 다른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화두를 잡고 있다고 본다. 그것은 40억 년 생명의 진화 역사에서가장 분명하게 벌어진 일대 사건들, 다시 말해 ‘상위 수준의 생성‘에 관한 물음이다. 생명은 어쨌건 최초의 복제자에서 시작하여 DNA를 만들었고 그것이 모여 한 수준 위의 단세포를 만들었으며 그 위에 다세포를 만들었다.
즉 주요 전환 사건들은 모두 새로운 상위 수준이 생기는 사건이었다. 그런데 바로 이 전환 과정에서 협동의 진화 문제가 발생한다. 단세포는 왜 다른 세포들과 협동하여 더큰 다세포 개체를 만들었을까? 이 과정에서 단세포는 틀림없이 배신의 문제를 해결했을 것이다. 물론 완벽하지는 못했다. 오늘 우리의 건강을 위협하는 암을 보라. 다른 세포들과 협력하지 않고 자기 혼자만 복제하겠다는 배신자 아니겠는가? 다수준 선택론은 이렇게 통시적인diachronic 관점에서 생명의 진화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 P132

 그리고 유전자는 DNA의 서열로 구성되어 있는데요, 그내부는 다시 조절부위와 암호부위로 나뉩니다. 그리고 암호부위에는 엑손exon과 인트론intron이 있는데요. 인트론은 DNA가 전령 RNA로 전사transcription 되는 과정에서 삭제되는 부분입니다.
이제 조절부위로 넘어가 볼까요? 이 부위는 전령 RNA의 전사를 통제하는 프로모터promotor를 비롯하여 촉진자enhancer 와 침묵자silencer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프로모터에 RNA 중합효소가 달라붙게 되면 DNA가 전령 RNA로 전사됩니다. 이렇게 전사된 전령 RNA는 세포질로 빠져나와 세 염기(코돈)가 한 아미노산에 대응하는 방식으로 단백질로 번역translation 됩니다. - P140

도킨스 : 네, 저는 진화의 주연이 유전자이니까 진화의 관점에서유전자를 규정하는 게 더 옳다고 봅니다. 그래서 저는 《확장된표현형The Extended phenotype》(1982)에서 유전자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습니다. 어떤 개체의 한 DNA 서열을 동일한 길이의 다른서열로 갈아 끼워봅시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대체 때문에 그 유기체의 적합도가 높아지거나낮아지기도 합니다. 그렇게 만드는 DNA 서열을 유전자로 부르자는 겁니다. 이게 바로 유전자에 대한 진화론적인 규정입니다.
키처 : 저도 도킨스 교수와 생각이 비슷합니다. 가령 표준적인 환경에서 어떤 DNA 서열을 갖고 있으면 푸른색 눈보다는 갈색 눈을 갖게 된다고 해봅시다. 진화론적 유전자 개념이란 이때그 DNA 서열을 ‘갈색 눈 유전자gene for brown eyes‘라고 부르자는 제안입니다. 분자론적 개념과는 뚜렷이 구별되는 정의죠. 왜냐하면 진화론적 개념에 따르면 유전자는 특정 단백질을 만드는DNA 서열일 필요가 없기 때문이에요 그저 차이만 만들면 그만입니다. 눈동자 색을 갈색으로 만들거나, 파란색으로 만들거나그래서 저는 유전자를 ‘차이 제조자 difference maker"라고 부릅니다 - P142

르원틴 : 네. 현재는 사례가 많지는 않지요. 하지만 도킨스 교수는 지금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환경이 전부라고 생각하십니까?
사실 우리는 무수히 많은 환경 조건 중에서 극히 일부 범위만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현재 환경 범위 안에서는 가법적인 경우가더 많을 수도 있습니다. 인정합니다. 하지만 새로운 환경이 도입되면 얘기는 달라집니다. 가법적 관계는 언제든 깨질 수 있는 것이죠. 환경은 고정되어 있다고들 생각하는데, 그건 착각입니다.
지금 저는 생태적 환경이든 세포적 환경이든 간에 환경이 표현형 산출에 중요한 요인이라는 얘기 정도를 하는 게 아닙니다.
그건 이제 상식 축에도 끼지 못하죠. 중요한 것은 환경 자체도변할 수 있고, 그 변한 환경 때문에 가법적 관계가 깨질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흔히들 개체는 고정된 환경의 선택압을 받고 적응한다고들 하지만, 그건 틀린 주장이에요. 환경은 개체에 의해 영향을 받아가며 변하지요. 지렁이를 보십시오. 그 미물이 환경에 꼼짝 못하는 존재입니까? 자신의 주변 환경(토양)을 온통 뒤집어 놓는 변화의 주체 아닙니까? - P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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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부당하다는 느낌 자체도 묘하게 육체적 고통을 주었다. 어떤 면에서는 오히려 운동 후 쑤시고 냄새나고 땀으로 범벅이 된 몸뚱이보다 현실적이고 생생하게 느껴졌다. 부당함은 형체도 무게도, 온도도, 질감도, 아씁쓸한 맛도 있었다. - P66

패티가 대화를 마무리하려고 활달하게 말했다. 그 당시 그녀는 개인적으로 직접 칭찬을 듣는 게 너무 불편한 이유가 자기가 희생정신이 강하고 협동정신이 뛰어나서 그렇다고 믿었다. 필자가 지금 생각해보니, 그게 아니라 칭찬은 음료수와 같은 거였다. 칭찬에 대한 갈증이 해소할 수 없을 정도로강해 한 방울도 입에 대지 않는 게 차라리 낫다는 걸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안것 같다. - P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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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원틴: 굴드 교수와 저는 그 논문에서 적응을 너무도 손쉽게 양산해내는 그 당시 진화생물학계의 풍조를 일러 ‘적응주의 프로그램‘이라며 호되게 비판했습니다. 그리고 수많은 형질이 자연선택이 아닌 다른 경로를 통해 생겨날 수 있다고 주장했죠.
굴드 교수께서는 이런 점을 극명하게 보여주고자 적응주의의전형적인 실수를 스팬드럴spandrel‘이라는 공간에 빗대어 설명한바 있습니다. 굴드 교수의 재치 하나만큼은 하여간 알아줘야 합니다.
굴드 : 원, 별 말씀을 화면을 한 번 봐주시겠습니까? 스팬드럴은 대체로 몸을 지탱하는 둥근 아치들 사이에서 형성된 역삼각형모양의 구조를 가리키죠. 이탈리아 베네치아의 산마르코 대성당에 있는 스팬드럴에는 네 명의 기독교 사도가 그려져 있는 타일 모자이크 장식이 있습니다. 적응주의자들이라면, 이런 스팬드럴을 보고는 틀림없이 기독교적 상징을 표현하기 위해 ‘특별히 설계된‘ 구조물이라고 여길 겁니다. 그건 아치 위의 돔을 설치하는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생겨난 구조적 부산물일 뿐인데 말이죠. - P79

핑커 : 저는 《마음은 어떻게 작동하는가How the mind works》(1997)에서인간 사회에서만 나타나는 현상인 종교와 예술 등이 매우 복잡한 구조를 이루고 있지만, 자연선택에 의해 직접적으로 진화한인지적 적용이라기보다는 다른 적응들로 인해 생겨난 부산물이 라고 했죠. 적응을 양산(혹은 남발)했던 1970~1980년대와는 사정이 다릅니다. 지금은 세련된 적응주의자들이 활동 중인 시기이니까요저는 딸기치즈케이크를 아주 좋아하는데요. 저뿐만 아니라틀림없이 다들 좋아하실 겁니다. 왜 그럴까요? 딸기치즈케이크를 위한 미각을 진화시켰기 때문은 아니겠죠. 우리가 진화시킨건, 잘 익은 과일의 달콤한 맛에서 소박한 기쁨을, 견과류와 고기에서 지질의 부드럽고 매끄러운 감촉을, 신선한 물에서 시원함을 느끼게 해주는 그런 회로들입니다. 치즈케이크에는 자연계의 그 무엇에서도 찾을 수 없는 감각적 충격이 풍부하게 농축돼 있죠. 거기에는 우리 뇌 속의 ‘즐거움 버튼‘을 누르기에 충분한, 인공적인 조합을 이룬 과다한 양의 유쾌한 자극들이 가득채워져 있습니다. 포르노 역시 또 다른 즐거움의 테크놀로지일테고요. 저는 예술이 말하자면 이런 거라고 생각합니다. 음악이청각적인 치즈케이크라면, 미술은 시각적 치즈케이크라고 할까요. 예술은 우리 뇌 속의 ‘즐거움 버튼이 눌릴 때마다 생기는부산물이라 할 수 있습니다.
- P80

도킨스 : 윌슨 교수님, 그렇게까지 물러서실 필요는 없습니다. 제동료 철학자 데닛 교수는 <다윈의 위험한 생각Darwin‘s dangerousideas》(1995)에서 굴드와 르원틴의 ‘스팬드럴‘ 비유가 왜 잘못됐는지 신랄하게 비판했는데요. 아, 저기 방청석에 앉아 계시네요.
데닛의 요지인즉슨, ‘스팬드럴‘도 적응이라는 거죠. 건축에서급경사진 지붕 아래를 채우고 지지력을 주고자 지붕의 처마 바로 아래에 만드는 ‘코벨corbel‘이란 양식이 있습니다. 벽에서 약간 돌출하여 무거운 구조물을 지지하는 돌받침을 가리키는 말이죠, 코벨은 중세 초기의 로마네스크 양식의 건물에서 잘 쓰이던 건축 양식이었는데, 그 위에 그로테스크한 무늬가 기발하게 새겨져 있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러니까 건축가들은 지붕을지지해주는 방법으로써 스팬드럴을 설계할 수도 있고, 코벨을 만들 수도 있었다는 거죠. 산마르코 대성당의 스팬드럴은 이렇게 다른 여러 건축 양식들 가운데 선택된 겁니다. 즉 미적인 이유가 됐든 아니면 구조적인 이유가 됐든 간에, 건축가가 신중히 선택한 것이지 단지 부산물만은 아니라는 거예요. 두 분이 든 비유를 이렇게 뒤집어 보면, 부산물로 여겼던 것들도 알고 보면 적응으로 분류해야 하는 경우가 많을 텐데요. 이건 어쩌면 진실입니다. 자연계는 우리가 미처 알아채지 못한 놀라운 적응들로 가득하니까요.  - P82

인간의 언어는 어떻게 진화했나?
사회자 : 촘스키 교수께서는 언어의 보편 문법을 주장하시면서도 언어 능력이 자연선택의 산물은 아니라고 주장하시는 걸로압니다만, 맞습니까?
촘스키 : 그렇습니다. 언어 기관이 생득적이긴 합니다만, 언어 능력은 기본적으로 두뇌가 커졌다거나 일반 지능이 발달하는 가운데 그 부산물로 생긴 거라고 보죠. 굴드 교수도 저와 같은 견해일 텐데요. 언어는 기껏해야 두뇌 활동의 부산물이기 때문에, 언어의 신비는 생물학보다는 오히려 물리학에 의해서 벗겨지리라고 봅니다. 흔히 언어가 의사소통을 위해 자연선택됐다고들하지만, 저는 언어의 일차적인 기능이 ‘독백‘이라고 봐요. 자기자신에게 말을 거는 일종의 정신언어인 셈이지요.
핑커 : 바로 이 대목이 촘스키 교수님과 제가 의견을 달리하는부분입니다. 뇌가 커져서 언어 능력이 생기게 됐다는 주장에는 몇 가지 큰 문제가 있습니다. 우선 해부학적으로, 인간의 발성 기관, 특히 성도vocal track 는 하나의 적응임을 시사합니다. 촘스키와 굴드 교수님 주장처럼 언어가 두뇌나 지능의 부산물이라면, 이런 특별한 발성 기관의 존재를 설명하긴 힘들겠죠. 또한 언어 습득에 관한 수많은 연구에서 밝혀졌다시피, 문법 습득 능력은 1.5세에서 7세에 이르는 결정적 시기 동안 뚜렷이 발휘되다가 점차 줄어드는데, 이런 추이는 일반 지능의 발달 추이와도 잘 들어맞지 않습니다. 다시 말해 언어 능력과 일반 지능이 항상 같이 발달하는 건 아니더라는 거죠. - P84

도킨스 : 영국의 시인 테니슨Alfred Tennyson은 자연을 ‘피범벅이된 이빨과 발톱red in claws and teeth‘이라고 읊조린 적이 있습니다. 그만큼 자연은 피 튀는 정글 같다는 말이겠지요. 하지만 경쟁은 자연계의 한 단면일 뿐입니다. 좀 더 애정어린 눈으로 자연계를 보면 협동도 경쟁만큼이나 널리 퍼져 있음을 발견하게 될것입니다. 이런 현상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특히 자연선택이 기본적으로 개체 수준에서 작용한다고 주장하는 다윈의 진화론을 받아들인다면, 자기 자신의 적합도fitness를 훼손하면서까지 다른 개체와 협동하는 듯 보이는 현상은 분명히 별도의 설명이 필요한 대목이지요.
실제로 다윈은 많은 진사회성 곤충eusocial insects, 가령 개미나벌, 말벌 등에서 보편적으로 나타나는 자기희생적 행동이 자신의 자연선택 이론에 위협이 될까봐 전전긍긍했습니다. 이런 의미에서 협동의 진화에 관한 물음이 다윈 이후로 진화생물학의 중심에 자리 잡아왔다는 사실은 그리 놀랄 만한 것이 못 됩니다. - P100

윌리엄스 : 하지만 1960년대 중반에 저는 적응과 자연선택Adaptation andNatural Selection》(1966)에서 ‘집단을 위해‘ 존재하는 형질들은 자연선택에 의해 집단 내에서 빠른 속도로 사라지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그 형질들이 진화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리고 그동안 집단의 이득을 위한 행동이라고 알려진 것들이 사실은 개체에게 더 큰 이득을 주었기 때문에 진화한 행동들이라고 분석했지요. 암사자들이 혼자 사냥을 해서 먹이를 독점할 수 있는데도 왜 두세 마리씩 모여 함께 사냥을 해서 먹이를나누는지 아십니까? 1960년대까지 대부분의 생물학자는 집단을위해서 그렇게 한다고 대답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사자의 그런 공동 사냥 행동은, 혼자 사냥할 때보다 더 많은 고기가 개체에게 돌아가기 때문에 진화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요즘 식으로 말하자면 협동 사냥은 서로에게 일종의 윈윈win-win 전략이라고 할 수 있겠죠. - P103

도킨스 : 만일 일벌이 수컷과 짝짓기를 해서 정상적으로 자식을 낳는다고 칩시다. 그 자손은 모친 일벌의 유전자를 반만, 즉 50퍼센트를 공유할 것입니다. 좋습니다. 그런데 만일 일벌이 자식을 낳지 않고 여왕벌의 자식 낳기를 돕는다면 75퍼센트의 유전적 친밀도를 갖고 있는 다른 자매들이 더 생깁니다. 일벌의 유전자에게 어느 쪽이 더 이득입니까? 75퍼센트가 50퍼센트보다 25퍼센트나 더 크니까 당연히 일벌이 자식을 낳지 않고 여왕벌을 돕는것이 더 이득이겠지요. 바로 이것이 자연계에 불임 일벌이 존재하는 이유입니다. 일벌의 불임은 별 집단을 위한 것이 아니고, 그렇다고 일벌 자체를 위한 것도 아니며, 오직 유전자의 이득을위한 행동인 것이지요. 자연계의 존재 방식에 대한 우리의 통념을 완전히 뒤집는 설명이죠. 이렇게 뒤집어 보면 인간은 유전자의 생존 기계 survival machine 이며 운반자 vehicle일 뿐입니다. 주체가 인간 집단이나 개체에서 유전자로 바뀌었지요. 닭이 알을 낳는게 아니라 알이 닭을 낳는다는 식이지요. - P107

트리버스 :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의 전략은 배신이죠. 이게 바로 그 유명한 죄수의 딜레마입니다. 만일 두 용의자가 모두 협력했다면 1년 형을 살았을 텐데, 논리적으로는 두 용의자가 모두 배신하는 것이 각자에게 제일 유리하다는 결론이 나왔기에 배신하고 3년 형을 살게 된다는 것이지요. 해밀턴과 액설로드는 이 죄수의 딜레마로부터 빠져나올 수 있는 방법을 연구했습니다. 그러다 ‘TFT(일명 텃포탯Tit-For-Tat) 전략‘을 발견하게 되었죠. TFT 전략이란 처음에는 무조건 상대방에게 협력하되 이후의 만남에서는 상대방의 직전 행동과 동일하게 행동하도록 프로그램된 간단한 알고리듬으로, 일종의 협동 전략입니다. 즉 먼저 배신하지 않되, 상대방의 배신에는 즉각적인 응징을 하고, 상대방의 이전 배신들에 대해서는 눈감아주는 전략이지요. 마치 성서에 나오는 ‘눈에는 눈, 이에는 이‘와 유사합니다. 해밀턴과 액설로드는 미래에 상대방과 다시 만날 확률이 어느 선 이상이 되면 TFT 전략이 항상 배신하는 전략에 비해 더 이득이 되는 전략이라고 결론 내렸습니다. 이것은 협동 전략인 TFT 전략이 진화할 수 있다는 사실을 말해주지요. 여기에 혈연관계는 필요 없습니다. - P113

도킨스 : 제가 유기체의 중요성을 무시한다고 많은 이들이 비판하는데, 그건 명백한 오해입니다. 자연선택에 직접 노출되는 것이 유기체라는 의미에서 유기체는 중요하죠. 하지만 유기체는 유전자의 ‘운반자‘일 뿐입니다.
개체나 집단은 유전자에 비하면 한시적인 존재죠. 마치 흘러가는 구름처럼 순간 머물러 있다가도 이내 사라지는 존재라고 할까요.
굴드 : 역시 동물행동학자는 스케일이 문제예요. 개체를 구름에비유하여 자연선택의 단위에서 제외시켰죠? 제가 묻겠습니다. 한 유전자의 수명이 도대체 얼마나 길답니까? 600만 살쯤 된 침팬지 종보다 더 긴가요? 3만 년쯤 된 호모사피엔스사피엔스보다 더 깁니까? 유전자가 뭡니까? DNA 서열 아닙니까? 이 서열이 어떻게 불멸인지 저는 이해할 수 없습니다. 유전자도 세대를 거치면서 섞이고 삭제되고 새로 생겨나는데 말입니다. - P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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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사촌

월터 버글런드에 대한 기사를 그의 고향 지역에 있는 언론은 다루지 않았다. 월터와 패티는 2년 전 워싱턴으로 이사했기에 이제는 미네소타 주 세인트폴 지역 사람들에게는 아무 의미도 없는 존재였다. 그러나 세인트폴안에 있는 램지힐 지역의 도시 부유층 사람들은 전국 신문인 <뉴욕타임스>를 외면할 만큼 애향심이 깊지 않았다. <뉴욕타임스>에는 월터가 미국의 수도에서 자신의 직장 경력을 엉망진창으로 만들었다는 기사가 자세히 실렸다. 그의 예전 이웃들은 <뉴욕타임스>가 묘사한 월터(오만하고", "위압적이고, "윤리의식이 타락한)와 자신들이 알고 있는 월터가 너무 달라서 믿어지지 않을 정도였다. 그들이 기억하는 월터는 눈이 내리는 2월에도 유서깊은 서밋 가(街)의 오르막길을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하는, 홍조 띤 얼굴에너그러운 표정의 쓰리엠(3M)사 직원이었다. 환경 단체 그린피스보다 철저한 환경보호주의자이며 시골 출신인 월터가 석탄 산업계와 공모해 순박한시골 사람들을 상대로 사기를 치다니, 알다가도 모를 일이었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버글런드 가족에게는 늘 무언가 미심쩍은 면이 있었다. - P11

패티는 이 모든 의문의 답을 알고 있었다. 패티는 사회적·문화적 꽃가루를 옮기는, 붙임성 있고 활달한 꿀벌 같았다. 그녀는 램지힐 지역에서 몇 안되는 전업주부 중 한 사람으로, 자화자찬이나 험담하는 것을 매우 싫어했다. - P13

조이를 지나치게 사랑한 또 한 사람은 모너핸의 딸 코니다. 코니는 어두운 표정, 작은 체구에 말이 없는 데다 마치 상대방과 자기 사이에 아무런 공통점도 없다는 듯 눈도 깜박이지 않고 빤히 쳐다봐서 사람을 당황하게 하는 버릇이 있었다. 코니는 매일 오후 어김없이 패티의 집 부엌에 진을 쳤다. 그 애는 밀가루 반죽을 기하학적으로 완벽한 공 모양으로 열심히 치댔고, 버터가 녹아 누르스름하게 윤기 나는 쿠키를 만들려고 무던히도 애썼다. 패티는 코니가 공 모양의 과자 반죽 하나를 완성할 동안 열한 개를 만들었다. 그리고 구워진 쿠키를 오븐에서 꺼내면 코니의 허락을 받고서야 "가장 훌륭한"(더 작고, 더 납작하고, 더 단단한) 쿠키를 맛보았다. 코니보다 한 살많은 제시카는 이웃집 여자애에게 기꺼이 부엌의 주도권을 넘겨주고 책을읽거나 자기가 키우는 식물을 돌보았다. 제시카처럼 원만하고 성숙한 성품의 아이에게 코니는 위협적인 존재가 아니었다. 코니는 넓이와 깊이만 알뿐, 전체에 대한 개념이 없었다. 그 애는 색칠을 할 때도 한두 공간을 사인펜으로 집중적으로 칠하는 데 몰두했고, 나머지 공간은 비워두었다. 패티가 명랑한 목소리로 다른 색깔도 한번 써보라고 권하면 완전히 무시했다. - P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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