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킨스 : 글쎄요••• 방금 말씀하신 사례는 이기적 유전자 이론으로도 쉽게 설명할 수 있습니다. 바이러스의 DNA 관점에서도 독성이 너무 강해 숙주 자체를 죽이는 경우는 이득이 되지않습니다. 적당히 독해서 감염된 토끼가 다른 토끼와도 접촉할수 있어야 바이러스가 더 넓게 퍼질 수 있으니까요. 이런 논리는 인간의 감기 바이러스에도 동일하게 적용될 것입니다. 바이러스가 너무 강하면 숙주인 인간을 침대에 눕혀 놓지 않겠습니까? 그것보다는 감염된 숙주가 적당히 활동할 수 있을 정도의독성이 더 유리하겠지요. 바이러스의 입장에서 말입니다. 집단선택이 작용하는 어떤 사례라도 그것을 우리는 유전자 선택론으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사회자: 그렇다면 다수준 선택론이 이기적 유전자 이론으로 변환될 수 있다는 말씀인가요?
도킨스 : 그렇습니다. 윌슨의 선택 모형은 그것이 집단이든 다수준이든 상관없이 수학적으로 보면 유전자 선택론으로 변환될수 있습니다. 말하자면 수학적으로 동등하다는 뜻입니다. 윌슨이 말한 ‘집단‘을, 제가 말하는 운반자‘로 간주하면 그만이니까요. 여기서 운반자는 개체보다 상위 수준 개념입니다. - P124

굴드 : 표현이 좀 지나치시군요. 물론 저도 땅다람쥐에 대한 셔먼의 연구 결과는 받아들입니다. 하지만 인간의 경우에도 동일한 논리가 적용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인간에게는 소위 문화라는 게 있죠. 인간이 유전자에 의해 조종을 당한다니,
그게 말이나 됩니까? 그러면 제가 이렇게 토론회에 나와 떠드는것도 내 속의 유전자가 자신의 복제본을 더 많이 퍼뜨리기 위해 나를 조종하고 있다는 건가요?
어떤 원리가 동물에게 모두 적용된다고 해서 인간에게도 동일하게 확장 적용된다고 주장할 수는 없습니다. 저도 이기적유전자>를 읽어봤지만 인간에 관해서는 책 전체 분량의 10분의1 정도도 할애를 안 하셨더군요. 그래 갖고서야 어떻게 유전자선택론이 인간에게도 잘 들어맞는다고 설득하시겠습니까. 윌슨교수님이 최근 《종교는 진화한다 Darwin‘s Cathedral》(2002)에서 주장했듯이, 인간의 특성(도덕성과 종교성)은 집단 선택에 의해 진화했다고 봐야 더 타당할 것 같습니다. - P127

도킨스 : 제가 언제 유전자가 인간을 조종한다고 그랬습니까?
<이기적 유전자》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셨군요. 제 책을 제대로 읽은 독자들에 관한 얘기를 해드리죠. 진화심리학자들은 인간의 경우에도 동물에서와 같은 몇 가지 진화 원리들이 잘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줬습니다. 딱 한가지 예만 들겠습니다, 캐나다의 진화심리학자 마틴 데일리 Martin Daly 교수와 마고 윌슨MargoWilson 교수는 1974~83년 사이에 캐나다에서 일어난 자식 살해사건들을 조사했습니다.그 결과 계부모에 의한 자식 살해 위험이 친부모에 의한 위험보다 엄청나게 높다는 사실을 발견했죠.
두 살 이하의 아기의 경우에는 무려 70배나 차이가 납니다. 이런 놀라운 현상에 대한 최선의 설명은 이기적 유전자 이론일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유아 살해는 자신의 유전자가 섞이지 않은자손에게 엄청난 양의 양육 투자를 하기 곤란한 부모가 벌이는비극일 수 있습니다.
굴드: 자꾸 그런 식으로 결론을 내리니까 제가 계속 딴죽을 거는 겁니다.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가 얼마나 다양하고 많은 요인들에 의해 영향을 받는데, 고작 이기적 유전자로 설명하고 말다뇨? 이래서 과학자들이 욕을 먹고, 사회과학자들과 토론하기어려운 거예요.
도킨스 : 유전자 환원주의가 왜 문제인가요? 이념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어서 그럽니까, 아니면 경험적으로 부적합해서 입니까?
경험적으로 부적합하다면 언제든 포기하겠습니다. 하지만 굴드교수는 과학을 이념에 따라 요리하시는 분 같네요. - P128

하지만 나는 다수준 선택론이 다른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화두를 잡고 있다고 본다. 그것은 40억 년 생명의 진화 역사에서가장 분명하게 벌어진 일대 사건들, 다시 말해 ‘상위 수준의 생성‘에 관한 물음이다. 생명은 어쨌건 최초의 복제자에서 시작하여 DNA를 만들었고 그것이 모여 한 수준 위의 단세포를 만들었으며 그 위에 다세포를 만들었다.
즉 주요 전환 사건들은 모두 새로운 상위 수준이 생기는 사건이었다. 그런데 바로 이 전환 과정에서 협동의 진화 문제가 발생한다. 단세포는 왜 다른 세포들과 협동하여 더큰 다세포 개체를 만들었을까? 이 과정에서 단세포는 틀림없이 배신의 문제를 해결했을 것이다. 물론 완벽하지는 못했다. 오늘 우리의 건강을 위협하는 암을 보라. 다른 세포들과 협력하지 않고 자기 혼자만 복제하겠다는 배신자 아니겠는가? 다수준 선택론은 이렇게 통시적인diachronic 관점에서 생명의 진화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 P132

 그리고 유전자는 DNA의 서열로 구성되어 있는데요, 그내부는 다시 조절부위와 암호부위로 나뉩니다. 그리고 암호부위에는 엑손exon과 인트론intron이 있는데요. 인트론은 DNA가 전령 RNA로 전사transcription 되는 과정에서 삭제되는 부분입니다.
이제 조절부위로 넘어가 볼까요? 이 부위는 전령 RNA의 전사를 통제하는 프로모터promotor를 비롯하여 촉진자enhancer 와 침묵자silencer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프로모터에 RNA 중합효소가 달라붙게 되면 DNA가 전령 RNA로 전사됩니다. 이렇게 전사된 전령 RNA는 세포질로 빠져나와 세 염기(코돈)가 한 아미노산에 대응하는 방식으로 단백질로 번역translation 됩니다. - P140

도킨스 : 네, 저는 진화의 주연이 유전자이니까 진화의 관점에서유전자를 규정하는 게 더 옳다고 봅니다. 그래서 저는 《확장된표현형The Extended phenotype》(1982)에서 유전자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습니다. 어떤 개체의 한 DNA 서열을 동일한 길이의 다른서열로 갈아 끼워봅시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대체 때문에 그 유기체의 적합도가 높아지거나낮아지기도 합니다. 그렇게 만드는 DNA 서열을 유전자로 부르자는 겁니다. 이게 바로 유전자에 대한 진화론적인 규정입니다.
키처 : 저도 도킨스 교수와 생각이 비슷합니다. 가령 표준적인 환경에서 어떤 DNA 서열을 갖고 있으면 푸른색 눈보다는 갈색 눈을 갖게 된다고 해봅시다. 진화론적 유전자 개념이란 이때그 DNA 서열을 ‘갈색 눈 유전자gene for brown eyes‘라고 부르자는 제안입니다. 분자론적 개념과는 뚜렷이 구별되는 정의죠. 왜냐하면 진화론적 개념에 따르면 유전자는 특정 단백질을 만드는DNA 서열일 필요가 없기 때문이에요 그저 차이만 만들면 그만입니다. 눈동자 색을 갈색으로 만들거나, 파란색으로 만들거나그래서 저는 유전자를 ‘차이 제조자 difference maker"라고 부릅니다 - P142

르원틴 : 네. 현재는 사례가 많지는 않지요. 하지만 도킨스 교수는 지금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환경이 전부라고 생각하십니까?
사실 우리는 무수히 많은 환경 조건 중에서 극히 일부 범위만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현재 환경 범위 안에서는 가법적인 경우가더 많을 수도 있습니다. 인정합니다. 하지만 새로운 환경이 도입되면 얘기는 달라집니다. 가법적 관계는 언제든 깨질 수 있는 것이죠. 환경은 고정되어 있다고들 생각하는데, 그건 착각입니다.
지금 저는 생태적 환경이든 세포적 환경이든 간에 환경이 표현형 산출에 중요한 요인이라는 얘기 정도를 하는 게 아닙니다.
그건 이제 상식 축에도 끼지 못하죠. 중요한 것은 환경 자체도변할 수 있고, 그 변한 환경 때문에 가법적 관계가 깨질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흔히들 개체는 고정된 환경의 선택압을 받고 적응한다고들 하지만, 그건 틀린 주장이에요. 환경은 개체에 의해 영향을 받아가며 변하지요. 지렁이를 보십시오. 그 미물이 환경에 꼼짝 못하는 존재입니까? 자신의 주변 환경(토양)을 온통 뒤집어 놓는 변화의 주체 아닙니까? - P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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