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 10월 3일, 수요일 아침 10시 30분. 나는 여덟 번째소설의 마지막 문장을 타자기로 쳤다. 비평가들은 이 소설이 그들이 칭하는바 <그렌즐러 8부작>을 완결하는 소설이라고말하겠지만, 사실 나는 처음부터 동일한 주제를 놓고 여덟권의 소설을 쓰기로 마음먹었던 것은 아니었다. 우연히, 어떻게 하다 보니까 정말 그렇게 된 것뿐이었다.
- P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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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시카와 그 또래 친구들은 패티나 패티 세대 사람들과 정말 어느 정도 달랐기 때문이다. 요즘 세대에게 세상은 더 두려운 존재고, 어른이 되는 길은 더 험난하고, 어른이 된다는 게 왜 좋은지도 분명하지 않았다.  - P695

월터의 과격한 성향 때문에 불안해서라기보다는 그의 은둔자적 삶이 슬픔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느낌이 강렬하게 묻어났기 때문이다. 그 곁에 다가가지 않는 게 안전한 그런 끔찍한 슬픔이 느껴졌다. 다른 모든 형태의 광기와 마찬가지로 가시지 않는 슬픔은 위협적으로 느껴지고 전염성이 있을지도 모른다. - P708

버글런드 부부가 빌린 커다란 트럭에 이삿짐을 싣고 월터는 경적을 울리고 패티는 손을 흔들며 작별을 하고 떠난지 며칠 되지 않아, 전문 회사가와서 월터의 소유지 주위에 고양이의 침입을 막는 높은 울타리를 설치했다. (이제 패티가 떠나고 없으니 린다 호프바우어는 담장이 흉측하다고 대놓고 말했다.) 그리고 곧 인부들이 와서 버글런드의 아담한 집을 헐고 부엉이나 제비들이 안식처로 삼을 수 있도록 껍데기만 남겨두었다. 오늘날까지보존 구역에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대상은 새들과 캔터브리지 단지 주민들뿐이다. 보존 구역의 출입문에는 젊고 예쁘고, 가무잡잡한 피부의 여자 사진이 들어 있는 작은 세라믹 표지판에 사진 속 여자의 이름을 딴 보존구역 이름이 적혀 있고, 그 아래에는 비밀번호로 여는 자물쇠로 문이 잠겨있는데 캔터브리지 주민들은 이 비밀번호를 알고 있다. - P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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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기본적인 요소로서의 문화 단위의 개념은 지난 30년 동안 여기저기에서 제시되었다. 학자들에 따라서 그것은 기억소형(記億素形, memotype), 아이디어(idea), 개념자(idene), 모방자 (meme), 사회유전자(sociogene), 개념(concept), 문화유전자(culturgen) 그리고 문화형 (culture type) 등으로 다양하게 명명되었다. 이중에서 리처드 도킨스 (Richard Dawkins)가 그의 영향력 있는저서 『이기적 유전자(The Selfish Gene)」(1976년)에서 처음 도입한 "모방자"가 가장 널리 알려져 있다.
하지만 내가 제시한 모방자의 정의는 좀 더 제한되어 있으며 도킨스의 정의와 다소 다르다. 그것은 이론 생물학자 찰스 럼스(CharlesJ. Lumsden)과 내가 1981년에 유전자·문화 공진화에 관한 최초의 완전한 이론을 주창하면서 제시한 정의이다. 우리는 문화의 단위 (지금은 모방자라고 불리는)가 의미 기억의 연결점과 그것의 뇌 활동 상응물이라고 주장했다. 연결점은 개념 인식 가능한 가장 단순한 단위), 명제, 도식의 여러 수준들에서 존재할 수 있으며 아이디어나 행동, 인공물의 복잡성을 결정한다. 그리고 문화 속에서 이런 복잡성들이 유지되는것을 돕는다. - P247

물론 상호작용이 중요하다. 하지만 우리는 유전자 · 문화 공진화를포괄하기 위해서 상호작용에 관해 더 많은 사실들을 알아야 한다. 상호 작용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반응 양태(norm of reaction)개념을 알아야 한다. 이 개념은 다음과 같이 쉽게 이해된다. 동물이든 식물이든 아니면 미생물이든 한 종을 선택하라. 그리고 그것의 특정형질에 영향을 주는 유전자, 혹은 유전자 집단을 고르라. 그런 후에 그종이 생존할 수 있는 모든 환경을 열거해라. 이때 서로 다른 환경에서선택된 유전자나 유전자 집단에 따라 규정된 그 형질이 변이를 일으킬수도 있다. 생존 가능한 모든 환경에서 그 형질의 전체 변이가 그 종의 그 유전자 혹은 그 유전자 집단의 반응 양태이다. - P249

상호작용을 특정하는 방법 중에 통용되고 있는 것은 유전도(heritability)이다. 유전도는 형질의 변이 중에 유전에 따라 생겨난 것들이 얼마나 되는지를 나타내는 척도로서 일차적으로 개체군에 적용된다. 따라서 예를 들어 "이 마라톤 선수의 경기 능력 중 20퍼센트는 유전에 의해서 80퍼센트는 환경에 의해서 결정되었다."라고 말하는 것은 옳지 않고, "케냐의 마라톤 선수들의 능력 차이 중 20퍼센트는 유전에 기인한 것이고 80퍼센트는 환경에 기인한 것이다."라고 해야 옳다. 유전도와 분산(통계학자들과 유전학자들이 사용하고 있는 변이 측정값)에 대한 좀 더 정확한 정의를 원하는 독자들을 위해 여기서 다음과 같이 덧붙이려 한다.

수학적인 세부 사항을 생략하면 유전도는 다음과 같이 측정된다. 개체군 내의 개체 표본에서 표준화된 방식으로 형질을 측정하라. 물론 이런 일은 인내력을 시험할 정도로 엄청나게 단조로운 작업이다. 그 표본속의 개체들 사이에서 변이를 측정하고 유전에 기인한 변이량을 측정하라. 그 부분이 유전도이다. 이때 사용된 변이 측정값이 분산이다. 이것을 얻으려면 우선 그 표본의 개체들로부터 평균값을 낸 다음에 그 평균으로부터 각 개체의 값을 빼서 그 차이값을 차례로 제곱하라. 분산은 이렇게 제곱된 모든 값들의 평균이다. - P250

유전도의 또 다른 특징은 그것이 가진 유연성이다. 단지 환경이변화되기만 하면 유전에 의해 생긴 변이의 비율이 증가하거나 감소할 수 있다. 편의상 미국 백인들의 IQ를 비롯한 여러 성질들을 해로들어 보자. 이것은 표본을 좀 더 균일하게 만들어 통계적 신뢰성을높이기 위해 든 예이기도 하다. 이 형질들의 유전도는 대부분 50퍼센트 언저리에 위치하며 이나 100퍼센트 근처로 가지는 않는다.
이 값을 변화시키기를 바라는가? 나는 그런 변화를 우선적 목표로삼을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한 사회가 진정으로 평등주의 사회가 되어서 모든 아이들이 거의 똑같은 환경에서 양육되고 자신의 능력 내에서 자율적으로 직업을 선택하도록 되어 있다고 해 보자. 그렇게 되면 환경의 차이는 극도로 줄어들 것이다. 그러나 원래의 타고난 능력과 성격은 그대로 유지될 것이다. 이런 사회에서 유전도의 증가는 당연한 일이며 영속적인 사회 · 경제적 계층 구분에 유전적 요소가 크게 반영될 것이다.
반면 모든 아이들이 어렸을 때 시험을 쳐서 그 점수에 해당되는 교육 기관에 들어가게 되고 자신들의 천부적 재능에 가장 적합한 직업을 갖게끔 되어 있다고 해보자. 그러면 이런 멋진 신세계에서는 환경 변이가 증가할 것이고 선천적 능력은 동일하게 유지될 것이다.
만일 시험 점수와 그에 상응하는 환경이 유전자를 반영한다면 유전도 자체는 증가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와는 반대의 정책을 쓰는 사회를 상상해보자. 그 사회에서는 결과의 균일성이 최고의 덕목이 될것이다. 예컨대 재능을 가지고 태어난 아이들이 오히려 홀대받고 지체아들이 개별적으로 집중적인 훈련을 받는 상황이 될 것이다. 이 모든 것이 모든 아이들을 능력과 성취 면에서 동일한 수준으로 맞추기위함이다. 이런 경우에는 목표 달성을 위해 환경을 다양한 방식으로 조절해 줘야 하기 때문에 유전도는 감소할 것이다. - P255

보편적 현상들이 이렇게 인상적이기는 하지만 그것들을 유전자와 문화의 연관을 보여 주는 증거로 이용하기에는 여전히 무리가 있다. 열거된 목록들이 상당히 일관적이어서 우연히 생겼다고 보기에는 힘들기는 하지만 세부 사항으로 들어가 보면 사회마다 상당히 다르다. 게다가 문명화의 징표들은 너무 산발적이며 유전적으로 진화하기에는 너무 최근의 사건들이어서 수렵·채집인들이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그것들을 전달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했을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농사. 기록, 성직 그리고 기념비적인 무덤을 규정하는 특정 유전자들을 운운하는 일은 지혜롭지 못하다.
나는 인간 본성에 대하여 (On Human Nature)』(1978년)의 발문에서 문화의 인과학(因果學, etiology)이 유전자에서 뇌와 감각을 통해 학습과 사회 행동으로 우회하고 있다고 논증했다. 우리가 후손에게 물려주는 것은 세상을 특정한 방식으로 보게 만들고 특정 행동들을 상대적으로 더 잘 배우게 만드는 신경 형질들이다. 유전적으로 대물림되는 형질은 모방자, 즉 문화의 단위가 아니다. 오히려 특정한 종류의 기억 요소들을 고안해 내고 전달하는 성향이다. - P268

정신 활동의 최고 수준에서 복잡한 이차 후성 규칙들은 이른바 구상화(具象化, reification) 과정에서 따라 나온다. 여기서 구상화는 아이디어와 복잡한 현상을 친숙한 대상과 활동에 비유하여 좀 더 단순한 개념으로 압축하는 절차를 지칭한다. 가령 보르네오 섬의 두순 족(Dusun)은 집을 팔, 머리, 배, 다리 등과 같이 다양한 신체 부위로 구성된 하나의 "몸"으로 구상화한다. 그래서 특정 방향으로 정렬되어있어야 집이 서 있다." 라고 믿고 언덕의 경사면에 집이 지어졌을 때에는 집이 "거꾸로 서 있다."라고 생각한다. 또 다른 차원에서 그들은 집을 뚱뚱함/피골이 상접함, 젊음/늙어빠짐 등으로 분류한다. 그리고 집 내부의 구조물, 예컨대 방과 가구는 절기에 따른 의식, 마술적 믿음 그리고 사회적 믿음과 연관되어 있다.
구상화는 세상에 질서를 창조하는 빠르고 쉬운 정신 알고리듬이다. 그런 것이 없다면 세상은 온통 지엽적이고 가변적이 되어 버릴것이다. 구상화의 사례들 중 하나는 양분 본성(本性, dyadic instinct),
즉 사회적으로 중요한 것들을 양분하고자 하는 성향이다. 예컨대, 어딜 가나 사회는 사람들을 내부인/외부인, 어린이/어른, 친족/비친족, 기혼/미혼, 성스러운 행동/불경한 행동, 착함/악함 등으로 구별한다.
사회는 각 구분의 경계를 금기와 의식으로 확고히 한다. 한 부분에서 다른 부분으로 변화하려면 개시 의식, 혼인, 축복, 성직 수임식 그리고 여러 유형의 통과 의례를 요구한다. 그런데 이 모든 것들이 모든 문화에서 보편적으로 나타난다. - P274

유전자의 규정을 받는 후성 규칙들은 문화적 습득과 전달을 가능케 하는 감각지각과 정신 발달의 규칙성이다.
문화는 어떤 유전자가 다음 세대로 전달될 것인지를 결정하는 것을 돕는다.
성공적인 새 유전자는 개체군의 후성 규칙을 변화시킨다.
변화된 후성 규칙은 문화적 습득이 이뤄지는 경로의 방향과 효율성을 변화시킨다.
이런 일련의 단계에서 마지막 단계는 가장 중요함과 동시에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부분이다. 그것은 유전적 속박에 관한 문제이다. 선사 시대에, 특히 현대 호모 사피엔스의 뇌가 진화했던 10만 년 전쯤까지는 유전적 진화와 문화적 진화는 서로 밀접하게 짝지워져 있었다. 하지만 신석기 시대의 시작, 특히 문명의 발흥으로 문화적 진화는 유전적 진화를 뒤로 한 채 앞으로 훨씬 더 빨리 뛰어가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문화의 이런 폭발적 진화 과정에서 후성 규칙은 문화들이 서로 달라지는 것을 얼마나 허용했는가? 유전적 속박은 얼마나꽉 죄여 있는가? 이것이 열쇠가 되는 물음이며 현재로서는 이 물음에 대해 부분적인 답만 할 수 있다. - P280

뇌는 대상과 속성 간의 정확한 연결을 위하여 계속해서 의미를 찾는다. 이때 속성은 의미들을 가로지르며 외부 세계에 대한 정보를 제공한다. 우리는 후성 규칙이라는 제약의 현관을 지나 그 세계로 들어간다. 준언어와 색깔 어휘의 예에서 드러났듯이, 문화는 유전자로부터 발흥하며 유전자의 검인을 영원히 간직한다. 한편으로 문화는 은유와 새로운 의미를 창조함으로써 자신의 삶을 획득했다. 인간 조건을 이해하려면 유전자와 문화를 모두 이해해야 한다. 하지만 과학과 인문학을 분리한 채 이해하려 한다면 부질없는 짓이 된다. 인간 진화의 실재성을 인식하면서 이 둘을 함께 묶어 이해해야 한다. - P2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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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훑어보기라는 개념은 두 가지 방식으로 이해될 수 있다. 첫 번째경우는 선형(線形)의 훑어보기다. 이 경우 독자는 텍스트의 첫머리에서시작하여 여러 줄 혹은 여러 페이지를 건너뛰며 끝을 향해 나아가는데, 물론 끝에 이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두 번째 경우는 순환형의 훑어보기로서, 독자는 페이지 순에 따라 독서를 하는 게 아니라 작품속을 산책하듯 책을 읽는데, 때로는 맨 끝에서 시작하기도 한다. 이방식이 첫 번째 방식보다 못하다는 평가를 받아야 할 이유는 전혀 없다. 이것도 우리가 책과 맺는 흔한 관계 양식의 하나이며, 그렇게 읽은독자라고 해서 그의 견해를 속단해서는 안 된다.
한데 책을 이런 식으로 파악하는 일은 독서와 비독서의 차이, 혹은 독서에 대한 관념 자체를 상당히 뒤흔들어버린다. 어떤 책에 대해 일정 시간을 보낸 사람들, 말하자면 그 책을 완전히 읽지는 않고 몇 시간정도 뒤적거린 사람을 어떤 범주에 넣어야 하는가? 그들이 자신이 접한 책에 대해 말할 때, 과연 우리는 그들이 책을 읽지도 않고 말을 한다고 말할 수 있는가? 무질의 사서처럼 책 주변에만 머무르는 사람들에 대해서도 동일한 질문을 제기할 수 있다. 여기서 우리는 책을 깊이 탐독하되 그 책의 위치를 정하지 못하는 사람과, 어떤 책 속으로도들어가지 않으면서 모든 책 속을 돌아다니는 사람 중 과연 어느 쪽이더 나은 독자인지 자문해볼 수 있을 것이다.
이상에서 보듯앞으로는 점점 더 그렇게 되겠지만, 무엇이 비독서이고 무엇이 독서인지를 명확히 규정하기란 어렵다. 대개의 경우 사람들은 하나의 주어진 문화 안에서 우리와 함께 하는 책들의 경우, 참으로 그것들을 읽었다고 말하기 어려울 만큼 독서와 비독서의 중간 영역에위치하고 있는 것 같다. - P55

한데 발레리는 거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각각의 책 앞에서도 동일한 태도를 채택하여, 그 책에 대한 전체적 시각-이는 책들 전체에 대한시각과 연관되어 있다을 갖도록 부추긴다. 이러한 관점의 추구는 책의어떤 대목에 빠져 길을 잃지 않고 책과 일정 거리를 유지해야만 가능하며, 그래야만 책의 참된 의미를 제대로 감상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 P57

 이는 곧 그 책이 아무리 독창적이고 스캔들의 대상이 되었다고 하더라도 하나의 고립된 오브제가 아니라 다른 모든 책과 마찬가지로 앞에서 내가 언급한 그 집단도서관 전체에 참여하며 그 속에 통합될 수밖에 없음을 의미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더욱이 호르헤가살인을 결심하는 이유도 바로 그 책이 이 집단도서관에 참여하여 도서관의 기반 자체를 뒤흔들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그 책은 수도원의 도서관을 위협한다. 왜냐하면 그 책은 점점 더 많은수도사들을 소위 문화로 일컬어지는 발견과 타락의 장(場) 쪽으로 이끌고 갈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그것이 전부가 아니다. 호르헤 아리스토텔레스의 그 제2권이 그런 실재하는 도서관만이 아니라 인간들의도서관 전체를 위험에 빠트린다고 본다. 성경을 비롯하여 이 도서관의다른 모든 책들에 대한 독서가 아리스토텔레스의 그 책 때문에 수정될거라는 것, 즉 책들의 무한 연쇄 속에 연결되어 있는 다른 모든 책들의위치를 이동시켜버릴 수 있는 힘이 그 한 권의 책에 있다고 보는 것이다. - P70

그런 담론들 중에서, 우리가 우리 자신과 나누는 담론 역시 가벼이볼 수 없는 지위를 갖는다. 책에 대한 우리 자신의 담론은 우리를 다른 사람들로부터 분리시키고 그들의 말들로부터 우리를 보호해주기 때문이다. 독서를 시작하는 즉시, 아니, 그 이전부터 이미 우리는 책들에대해 우리에게 말을 하기 시작하며 먼저 우리의 마음속으로, 뒤이어 다른사람들과 함께, 그런 연후에는 영원히 가정적인 존재가 되어버린 진짜 책은 저 멀리 치워버리고서 바로 그 담론들과 견해들만 상대하게되는 것이다. - P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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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마시오는 이러한 에피소드에서 전일론적으로 마음을 그려 내며 감정에 2개의 범주가 있다고 제안했다. 그중 하나는 선천적 혹은 본능적인 반응을 이끌어 내는 감정으로 일차 감정이라고 한다. 일차 감정에는 특정한 기초 자극들에 대한 인식 외에는 의식적 활동이 거의개입되지 않는다. 그것은 동물의 본능 행동을 연구하는 이들이 부르는 일종의 "해발인" 이다. 즉 이미 프로그램된 행동이 "해발" 하는 식으로 작동된다. 예를 들어 성적 유혹, 시끄러운 잡음. 커다란 물체의 갑작스러운 출현, 뱀이나 뱀 같은 모양을 한 기다란 물체의 꾸불거리는 움직임 등은 인간에게 일차 감정을 유발하는 자극들이다. 이 모든 자극이 심장마비와 연관되어 있다. 이런 일차 감정들은 인류의 척추동물 조상 때부터 시작되어 변화를 거의 겪지 않고 보존되어 온 형질들이다. 이것들은 변연계의 회로들을 통해서 활성화되는데 그 회로들 중에서 편도체가 통합 · 중계 중추의 역할을 하는 것처럼 보인다.
반면 이차 감정들은 개인적인 삶의 사건들에서 유발된다. 옛 친구를 만나거나 사랑에 빠지거나 진급을 하거나 모욕감에 시달리는 것등은 일차 감정의 변연 회로들을 발화시키기는 하지만 대뇌 피질에서 이뤄지는 최상의 통합 과정들이 개입된 후에라야 비로소 변연 회로들을 건드린다. 우리는 누가 친구인지 혹은 적인지를 알아야 하고왜 그들이 그런 식으로 행동하는지도 알아야 한다. 이런 해석을 받아들이면 황제의 격노와 시인의 환희가 인간 이전의 영장류를 추동한 감정 장치가 문화적으로 세련된 방식으로 작동한 결과일 뿐임을 알게 된다. 다마시오는 "땜장이 자연은 일차 감정과 이차 감정들을 표현하는 기제를 독립으로 만들지 않았기 때문에 이차 감정들은 일차감정들의 감정 통로를 사용한다." 라고 말한다. - P212

우리가 의미意味(meaning)라고 부르는 것은 심상心像(imagery)을 확장하고감정을 개입시키며 확산되는 흥분을 통해서 창조된 신경망들 간의 연관이다. 그렇다면 의사 결정(decision making)은 시나리오들 간의 경쟁적 선택을 지칭할 것이다. 승리한 시나리오는 그에 따른 감정의 종류와 강도를 결정한다. 감정의 일정 형태와 강도가 바로 기분氣分(mood)이다. 창조성(creativity)은 새로운 시나리오들을 생산하고 그중 가장 효과적인 것을 고르는 뇌의 능력이며 현실성과 생존 가치를 결여한 시나리오들을 계속적으로 만들어 내는 것이 망상妄想(insanity)이다. - P213

그러나 어떤 이는 그것이 불가능하다고 말할 것이다. 과학적 사실과 예술은 결코 서로 번역될 수 없다고 말이다. 사실 이러한 반응은 전통적인 지혜이다. 그러나 나는 그것이 틀렸다고 믿는다. 결정적인 연결이 존재한다. 예를 들어, 과학과 예술의 공통 속성은 정보의 전달이고 어떤 의미에서는 과학과 예술의 전달 양식이 논리적으로는 동등할 수 있다. 다음과 같은 실험을 상상해보자. 앞에 이야기한 메리 같은 학자가 주도하는 연구진이 뇌 활동의 시각 패턴으로부터 그림 모양의 언어를 만든다. 그 결과는 한자(漢字) 같은 기호가 늘어서있는 것과 같을 것이다. 각각의 기호는 존재자, 과정, 혹은 개념을표상한다. 그리고 "마음 대본"이라고 불리는 이러한 새로운 기록이다른 언어들로 번역된다. 이것을 유창하게 읽어 낼수록 마음 대본은 뇌 영상에 의해서 직접적으로 읽혀질 수 있다. - P217

따라서 인간 사고에 대한 단순한 결정론은 있을 수 없다. 인간의 사고 과정은 명확한 인과 관계를 통해 몸과 분자의 운동을 기술하는 물리 법칙의 방식을 따르지 않는다. 이렇게 개인의 마음을 완전히 파악하고 예측할 수는 없기 때문에 우리의 자아는 계속해서 자기 자신이 자유 의지를 갖고 있다고 믿을 수 있다. 그리고 이런 현실은 그리나쁘지 않다. 오히려 자유의지에 관한 우리의 확신은 생물학적 측면에서 적응적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 확신이 없다면 마음은 숙명론에 옥죄어 퇴행할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유기체의 시공간에서, 그리고 인식할 수 있는 자아에 실제로 적용되는 면에서 마음은 자유 의지를 가진다. - P222

문화는 공동의 마음에 의해 창조되지만 이때 개별 마음은 유전적으로 조성된인간 두뇌의 산물이다. 따라서 유전자와 문화는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 하지만 이연결은 유동적이다. 얼마나 그런지는 불명확하지만 말이다. 또한 이 연결은 편향되어 있다. 즉 유전자는 인지 발달의 신경 회로와 규칙적인 후성 규칙(後成規則,
epigenetic rules)을 만들어 내고 개별 마음은 그 규칙을 통해 자기 자신을 조직한다. 마음은 태어나서 무덤에 들어갈 때까지 성장한다. 물론 자기 주변의 문화를흡수하면서 성장한다. 하지만 그런 성장은 개체의 두뇌를 통해 유전된 후성 규칙들의 안내를 받아 이뤄진다. - P232

어떤 이들은 주변 문화와 환경에 더 잘 생존하고 번식하도록 해 주는 후성 규척들을 대물림한다. 그리고 그런 규칙을 전혀 갖지 않은 사람이나 있어도 약한 규칙을 가진 이들은 생존과 번식에서 밀려난다. 바로 이런 방식으로 좀 더 성공적인 후성 규칙들은 많은 세대를 거치면서 그 규칙들을 규정하는 유전자들과 함께 개체군 내에서 널리 퍼지게 된다. 결과적으로 인간 두뇌의 해부 생리적 구조가 진화해 왔듯이 행동도 자연선택에 의해 유전적으로 진화해 왔다.
뱀은 인류 진화의 전 기간을 통해 거의 모든 사회에서 죽음의 중요한 원인이었다. 몽사와 뱀의 상징들은 인류로 하여금 뱀에 더 큰주의를 기울이도록 만들었는데 이 모든 것들은 명백히 생존의 기회를 향상시키는 것들이다.
유전적 속박의 본성과 문화의 역할은 이제 다음과 같이 더 잘 이해될 수 있다. 어떤 문화 규범은 경합하는 다른 규범들보다 더 잘 생존하고 번식한다. 이 때문에 문화는 유전적 진화와 유사한 방식으로 진화하지만 그 속도는 일반적으로 훨씬 더 빠르다. 문화적 진화의 속도가 빠르면 빠를수록 유전자와 문화 사이의 연결은더 느슨해진다. 하지만 그런 연결이 완전히 끊어지는 법은 없다. 문화는 정확한 유전적 처방 없이 고안되고 전달되는 정교한 적응들을 통해 환경 변화에 빠르게적응할 수 있도록 한다. 이런 의미에서 인간은 다른 모든 동물들과 근본적으로 다르다. - P233

각 세대마다 부모의 염색체와 유전자는 한데 섞여 새로운 혼합체를 만들어 낸다. 그러나 끊임없이 일어나는 이런 재배열이 그 자체로 진화를 일으키지는 않는다. 진화에도 일관된 원동력이 있어야 하는데 자연선택이 바로 그런 힘이다. 특정한 해부학적 구조, 생리, 행동을 규정하는 유전자들 때문에 그 개체가 생존과 번식을 더 잘하게 된다면 그 유전자들은 다음 세대에서 점점 많아질 것이다. 반면 그렇지못한 유전자들은 사라질 것이다. 이와 유사한 방식으로 생존과 번식을 더 잘하는 개체군도 경쟁하는 다른 개체군들에 비해 더 번성한다.
심지어 종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이러한 비인격적인 힘이 현재의 우리를 만들었다. - P235

 침팬지의 발명은 어떤 관점에서 봐도 문화가 아닐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문제에 관해서는 여전히 증거가부족한 형편이다. 침팬지들은 일반적으로 다른 침팬지들이 도구를 사용하는 모습을 볼 때 좀 더 빨리 도구를 사용하게 된다는 연구 보고는있다. 하지만 그런 경우에도 도구 사용에 필요한 정확한 동작을 좀처럼 흉내 내지 못하기도 하고 그런 행동의 목표를 정확히 이해하는 것같지도 않다. 심지어 어떤 학자들은 침팬지가 도구 사용 맥락에서른 동료들의 행위를 지켜보는 것은 좀 더 대단한 활동에 동참하는 행동일 뿐이라고 주장한다. ‘사회적 촉진 행동(social facilitation)‘이라고 불리는 이런 종류의 반응은 사실 개미, 새 그리고 포유동물 등과 같은여러 종류의 사회성 동물들에서 흔히 나타난다. 그들의 주장처럼 주변에 널려 있는 재료들을 시행착오적으로 조작해 보는 침팬지의 행동이 이 사회적 촉진 행동과 맞물려서 자유로운 이동이 가능한 아프리카 개체군 내에서 침팬지의 도구 사용 행위를 이끌어 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아직 증거는 부족하다.
반면 인간의 아기는 속도와 정확도 면에서 모방의 귀재이다. 그들은 태어난 지 40분 만에 혀를 불쑥 내밀며 어른의 움직임을 따라 머리를 이쪽에서 저쪽으로 움직인다. 12일이 지나면 그들은 복잡한 얼굴 표정과 손동작을 흉내 낸다. 두 살이 되면 말로 하는 설명을 알아들으며 단순한 도구를 사용한다. - P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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