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생물을 이용하여 뎅기열을 뿌리 뽑을 방법을 연구하던 오닐은 기막힌 사실을 발견했다. 볼바키아가 이집트숲모기를 ‘바이러스의 전파매체‘‘에서 ‘막다른 골목‘으로 전환시킨다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다음 순서는당연히 야생 모기들에게 볼바키아를 장착하여 바이러스 배달을 중단시키는 것일 텐데, 야생 모기들을 모조리 잡아들여 볼바키아를 장착할 수는없었다. 이를 어쩐다? 그는 한동안 고민에 빠졌다. 하지만 방법은 의외로간단했다. 볼바키아가 장착된 모기 몇 마리를 야생에 풀어놓고 기다리면그만이다. 왜냐고? 4장에서 볼바키아는 조작의 달인‘이라고 한 사실을잊었는가? 볼바키아는 다양한 트럭을 이용하여 곤충 집단 전체에 빠르게 퍼져나가는데, 그가 사용하는 속임수 중에서도 가장 흔한 것은 ‘세포질불일치‘ 전략이다. 세포질 불일치 메커니즘에 따르면, 볼바키아에 감염된 암컷은 미감염 암컷보다 생존 가능한 알을 낳을 가능성이 높다. 왜냐하면 감염된 암컷은 어느 수컷과 짝짓기를 해도 생존 가능한 알을 낳지만, 미감염 암컷의 경우는 미감염 수컷과 짝짓기를 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세대를 거듭할수록 감염된 암컷이 점점 더 흔해질 것이므로, 그들을 감염시킨 볼바키아도 점점 더 흔해질 것이다. 따라서 볼바키아는 야생 모기 집단 전체에 신속하게 전파되고, 뎅기 바이러스의 지배력은 쇠퇴하게 된다. 이렇듯, 볼바키아가 장착된 모기를 적정량 야생에 풀어놓아뎅기 바이러스에 대해 완전한 저항성을 갖는 이집트숲모기 집단을 형성한다는 것이 오닐의 계획이다.  - P385

오닐은 볼바키아에 관한 연구의 비약적인 발전에 놀라고 있다. "우리는 한때 공생을 매우 단순하게 연구했어요.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많이달라졌어요. 본래 기초과학 분야의 주제였던 공생이 뭔가 놀라운 응용과학적인 주제로 변신한 거죠"라고 오닐은 말한다. 볼바키아는 모기에 기생한 뎅기 바이러스를 무력화하는 것은 물론, 모기가 치쿤구니야 바이러스, 지카 바이러스, 말라리아원충Plasmodium 을 운반하지 못하도록 막는다. 중국과 미국의 과학자들로 구성된 연구진은 볼바키아를 말라리아를옮기는 얼룩날개모기속과 짝지어주는 데 성공했다. 나아가 볼바키아를이용하여 수면병을 퍼뜨리는 체체파리나 불면증을 퍼뜨리는 빈대의 기생충을 제어하려고 노력하는 연구자들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이것은생물의 미생물생태학과 그것이 질병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새로운 사고방식의 극히 일부분에 불과해요." 역시 오닐의 말이다.
- P394

이제는 빌딩과 공적 공간에서 미생물을 몰아내려고 애쓰는 대신, 미생물을 환영하는 도어 매트를 깔 때가 되었다. 우리는 이미 알게 모르게 이를 실행에 옮기고 있다. 2014년 그린이 이끄는 연구진은 릴리스 홀이라는 신축 강의동을 방문하여 300개의 강의실, 사무실 변기 등에서 먼지샘플을 채취했다. 그들은 미생물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강의실의 크기, 강의실들 간의 연결성, 사용 빈도, 환기 방법 등)에 관한 자료도 함께 수집했다. 먼지 속에서 발견된 세균과 관련 자료들을 종합적으로 분석해보니, 건축설계가 빌딩의 미생물 생태계에 영향을 미치고, 이것이 다시 우리의 미생물 생태계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린은 이렇게 말한다.
"우리가 빌딩을 설계하면 나중에 빌딩이 우리를 설계한다던 윈스턴 처칠의 말이 맞았어요. 우리는 생물에 정통한 설계를 통해 그 과정을 통제해야 해요." ‘생물에 정통한 설계 bioinfornmed design‘란 그린이 제시한 개념으로 ‘우리와 함께 사는 미생물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한 설계‘를 뜻한다. 늘그렇듯, 자연계에서는 우리의 일상생활에 응용할 수 있는 사건들이 일어나기 마련이다. 예컨대 농부들은 밭의 가장자리를 따라 야생화를 심음으로써 꽃가루 매개충의 수를 늘린다. 그린은 이와 비슷한 건축학적 트릭을고안함으로써 유익한 미생물의 다양성을 증강시키기를 기대하고 있다. "앞으로 수십 년 안에 건축가들은 우리의 연구 결과를 자신들의 설계에 반영할 수 있을 거예요." - P409

우리는 미생물이 보편적으로 존재하며 우리의 삶에 필수불가결하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 그들은 우리의 장기를 빚어내고, 우리를 독소와 질병에서 보호하고, 음식물을 분해하고, 건강을 지켜주고, 면역계를 조절해주고, 행동을 안내하고, 우리의 유전체에 자신의 유전자를 쏟아붓는다.
그러나 미생물 군집이 교란되어 제멋대로 행동하면 곤란하므로 인간을 포함한 동물은 미생물 군단을 적절히 통제하기 위해, 면역계의 생태계 관리자에서부터 모유 속의 HMOs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수단과 방법을 구사한다. 그런 수단과 방법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경우에는 산호의 백화현상, 장염, 비만과 같은 이상이 발생한다. 이와 반대로 동물과 미생물의동반자 관계가 조화롭게 유지되면 생태학적 기회가 열리고 상호작용 페이스가 가속화되어 많은 이익을 향유할 수 있다. 우리는 미생물 군단을우리의 이익에 맞도록 통제하기 시작했다. 개체에서 군집에 이르기까지모든 미생물을 이식할 수 있고, 공생 관계를 마음대로 구축하거나 깰 수도 있으며, 심지어 새로운 미생물종을 합성할 수도 있다. 우리는 다양한 자연현상 뒤에 숨은 놀라운 생물학적 비밀을 알고 있다. 심해의 에덴동산에 사는 ‘장 없는 벌레‘, 식물의 즙을 빨아먹는 벚나무깍지벌레, 거대한 산호초를 건설하는 산호, 수초에 달라붙어 사는 작고 톡 쏘는 히드라, 숲을 황폐화하는 딱정벌레, 발광세균을 이용하여 멋진 등불 쇼를 벌이는 오징어, 동물원 조련사의 허리를 꼭 껴안은 천산갑, 뎅기열과 싸우기 위해 호주의 첫새벽을 향해 날아가는 모기가 그 주인공들이다. - P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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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아무 말도 없이 오래오래 한가롭게 수영을 한다. 힘이다 빠져버리기 전에 헤엄쳐 해변으로 돌아온다. 모래사장에는 우리가 벗어놓은 옷들이 놓여 있다. 우리는 머리끝에서부터 뚝뚝 떨어지는 바닷물을 닦고 옷을 챙겨 입는다. 그리고 잠깐 그대로 따끈한 모래에 맨발을 파묻고 서서 이다음 여름에는 무얼 할지 이야기한다. 그것들은 실현될 수도 있고 안 될 수도 있지만 당장은 모든 게 실현될 것처럼 말한다. 그럼에도, 어쩌면 그 때문에, 그에대해 떠들어대는 일은 희한한 기쁨을 준다.
우리가 해변에서 주운 쓸모없는 것들은 이제 모래바람에 파묻히고 없다. 물론 완전히 없는 것은 아니지만 예전에 우리가 모아둔 방식으로는 더이상 없다. 우리는 커다란 비치 타월을 함께 뒤집어쓰고 해변을 떠난다. 천천히 아직 오지 않은 날 쪽으로. - P38

"할말 있어?"
내가 묻자 반장이 장난스럽게 운전대를 흔들던 손을 멈추고 나를 보았다.
"진짜 용서 안 해줄 거야?"
이제 와서 그런 게 뭐가 중요하냐고 묻고 싶었다. 이렇게 우연히 만나지 않았다면 절대 구하지 않을 용서 아니었냐고. 내가 용서를 해준다고 해서 뭔가 달라지는 것이 있느냐고. 나는 그런 것들을 묻지 않았다. 반장이 어떤 대답을 내놓는다고 해도 그렇게애원하는 듯한 표정을 보니 원하는 답을 해주기가 싫어졌다. 어릴때에 누군가에게 오랫동안 마음만 받았던 기억은 도무지 지워지지가 않았다. 상처가 됐다.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안 해줄래. 그러니까 그냥 계속 싫어해."
반장의 표정은 빠르게 일그러졌다. 어쩌면 나도 그저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고 싶었을 뿐이었는지도 모른다.
"미친, 진짜."
반장은 짜증난다는 듯이 거칠게 문을 열고 차에서 내려서는 있는 힘껏 문을 쾅 닫고 떠났다. - P68

 고향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다는 생각을 하자 그곳에서있었던 모든 일들이 대수롭지 않게 느껴졌다.
-그날 먹은 굴 말이야. 요리법 좀 알려줄래?
내가 보낸 카톡을 확인한 반장은 다른 말은 없이 요리법이 적힌블로그를 캡처해 보내주었다. 고마워, 라고 인사했지만 그 옆의 ‘1‘은 서울에 가까워질 때까지 사라지지 않았다. 어쩌면 나를 차단했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을 즈음에 답이 왔다.
-또 먹으러 와.
뜻밖이었다. 그 문장을 물끄러미 보면서 나와 다시 만나고 싶다는 건가 의아해하는데 이어서 메시지가 왔다.
- 용서는 안 해줘도 되니까 그냥 와.
그건 또 알 수 없는 말이었다. 반장도 자기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잘 모를 것이다. 나는 도무지 무슨 뜻인지 알 수가 없어서 커튼으로 차창의 습기를 닦고 창밖을 바라보았다. 어둠 속에서 작은눈발이 날리고 있어 한참이나 창에 코를 박고 있었다. 붕붕거리며 바닷속을 떠돈다는 굴 유생들도 저런 모양일까. - P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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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동물들은 자신을 기생충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HGT(수평 유전자 이동)를 이용해왔다. 그러니 세균이야말로 항생제의 궁극적인 원천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리라. 그들은 수십억 년 동안 서로 전쟁을 치르며 라이벌에게 타격을입히기 위해 광범위한 유전학적 무기들을 고안해냈다. 예컨대 Tae type VIsecretion amidase effector라는 유전자군은 세균의 외벽에 구멍을 뚫는 단백질을 만들어 치명적인 세포액 누출을 일으킨다. 이 유전자군은 미생물들이 다른 미생물들에게 대항하기 위해 개발한 것이지만 어쩌다가 동물에게로 흘러들어왔다. 그래서 전갈, 흰개미, 진드기는 물론 말미잘, 굴, 물벼룩, 삿갓조개, 바다달팽이도, 심지어 우리와 같은 척추동물과 근연 관계에 있는 창고기도 마찬가지로 Tae를 보유한다.
Tae는 HGT를 통해 매우 쉽게 전파되는 유전자군의 모범 사례다. 자족적 유전자 self-sufficient gene 인 터라 다른 유전자의 지원 없이 자신의 임무를 독자적으로 수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Tae는 항생물질을 만들기 때문에 어느 생물들이나 보편적으로 이용한다. 모든 생물들이 세균과 싸워야 하므로, 세균을 효과적으로 제압할 수 있는 유전자는 계통수의 어느 곳에서나 수지맞는 일자리를 구하기 마련이다. 점프만 할 수 있다면ㄴ새로운 숙주에서 생산적인 부분으로 자리 잡을 절호의 기회가 생기는 것이다. 우리 인간들이 새로운 항생제를 만들기 위해 온갖 지혜와 기술을 동원하며 몸부림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러한 점프는 매우 인상적인 것으로 다가온다. 항생제 내성 세균의 등장으로 몹시 당황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지난 수십 년 동안 새로운 항생제를 단 하나도 발견하지 못했지만, 말미잘이나 진드기와 같은 단순한 동물들은 스스로 항생제를 만들어내니 말이다. 우리가 수많은 연구 개발을 통해 가까스로얻을 수 있는 것들을 그들은 HGT라는 전가의 보도를 휘둘러 순식간에얻어낸다. - P318

 이유가 어찌 됐든 곤충, 세균, 바이러스가 진화적 연합전선을형성하여 공공의 적인 기생벌에 대항한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이러한 연합 작전은 실로 다양하다. 진딧물들마다 기생벌을 물리치는능력이 다른데, 이는 각각이 다른 하밀토넬라균주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밀토넬라균주가 다르면 그 속에 상주하는 파지에 따라 펀치력이 달라지니 그럴 수밖에. 하지만 겸상적혈구 빈혈증의 경우처럼 연합 전선의 파트너들은 나름의 대가를 치러야 한다. 무슨 이유인지 알 수는 없으나 보디가드를 거느린 진딧물은 특정한 온도에 이르면 수명이축되고 번식능력이 떨어진다. 따라서 기생벌이 많을 때는 연합전선을 구축하는 게 유리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수지타산이 안 맞으므로 각자도생하는 편이 낫다. 이와 마찬가지로 개미에게 사육당하는 진딧물(개미는 진딧물이 분비하는 달콤한 액체를 먹기 위해 진딧물 농장을 운영한다)은 하밀토넬라와 연합전선을 형성하지 않는 편이 유리하다. 개미가 알아서 기생벌을 처치해주니 굳이 하밀토넬라에게 손을 벌릴 필요가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하밀토넬라는 진딧물의 붙박이장이 아니며, 진딧물이 원하는 경우에만 그의 몸속으로 들어갈 수 있다. 같은 논리로 파지 역시 하밀토넬라의 붙박이장이 아니다. 야생에서 파지를 거느리지 않은 하밀토넬라를종종 볼 수 있는데, 그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다. 요컨대 진딧물, 하밀토넬라, 파지의 3자 동맹은 역동적인 동반자 관계이며, 자연선택을 통해 주변의 위험 수준에 알맞게 조절된다. - P328

마이크로바이옴은 우리가 무엇을 만지거나, 먹거나, 기생충에 감염되거나, 약을 처방받거나, 심지어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한마디로, 마이크로바이옴은 흥망과 형성과 재형성을 끊임없이 거듭하는 역동적인 실체라고 할 수 있다. 많은 미생물과 숙주들 간의 상호작용에는 이러한 유연성이 내재되어 있으므로, 새로운 미생물 파트너가 등장하여 새로운 유전자, 능력, 진화 기회를 제공함에 따라 공생 관계는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화할 수 있다. 하지만 이와 대조적으로, 미생물 불균형이 발생하거나 일부 미생물이 누락될 경우엔 공생 관계가 부정적 방향으로 변화하는 것도 가능하다.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가, 우리는 미생물과 숙주 간의동반자 관계를 의도적으로 변화시킬 수도 있다. 쉽게 말해서 공생 관계를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바꿀 수 있다는 이야기다. 테오도어 로즈버리는 일찍이 1962년에 이 점을 간파했다. "우리는 체내의 미생물을 삶의 일부분으로 받아들여야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체념하거나 수동적으로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 환경 속에 존재하는 미생물들과 마찬가지로, 우리의체내에 서식하는 미생물들도 인간을 이롭게 하기 위한 조작의 대상이 될수 있다."
그로부터 50여 년이 지난 지금, 미생물에 대한 수동적이고 체념적인 태도는 세계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다. 오늘날의 미생물학자들은 미생물과 동물 숙주의 관계를 다시 쓰기 위해 경쟁을 벌이고 있으며, 여기서 말하는 동물 숙주에는 선충류, 모기, 인간이 모두 포함된다.  - P343

 염소의 되새김질 위 중 첫 번째 방, 즉 혹위rumen에 미모신을 해독하는 미생물이 들어 있음을 존스는 직감했다.
때로는 혹위에서 채취한 체액(악취가 코를 찌르는)이 담긴 플라스크를들고, 때로는 살아 있는 염소와 함께 호주와 하와이 사이를 여러 번 날아다닌 끝에 존스는 마침내 자신의 가설을 증명하는 데 성공했다. 1980년대 중반 그는 하와이산 염소의 위에서 추출한 미생물 군집을 호주산 가축에게 주입했다. 그 결과 호주산 가축은 아무 탈 없이 레우카이나를 뜯어 먹을 수 있게 되었다. 한때 레우카이나를 먹으면 미모신에 중독되어 사경을 헤매던 동물들이 이제는 고영양식을 마음껏 섭취하고 기록적인 속도로 체중이 불어나는 게 아닌가! 그건 콩벌레 bean bug가 ‘살충제를 분해하는 세균‘을 집어삼키는 것이나, 사막에 사는 숲쥐들이 동료들로부터 ‘크레오소트를 제거하는 세균‘을 획득하는 것과 진배없었다. 존스는 동물에게 새로운 미생물을 장착함으로써 위험한 화학물질을 중화시킨 것이다. 그의 동료들은 마침내 하와이산 염소에게서 미모신 분해 세균을 관찰하고, 존스에게 경의를 표하기 위해 이를 시네르기스테스 요네시이 Symergistesjonesi라고 명명했다. 1996년 호주의 농민들은 프로바이오틱칵테일을 구입하여 소 떼에게 분무했는데, 이것은 상업적으로 조제된 하와이산 염소의 혹위액이었다. 이 프로바이오틱은 농민들로 하여금 레우카이나를 가축들에게 마음 놓고 먹일 수 있게 해줌으로써 호주 북부의 농업을 근본적으로 바꿔놓았다. - P360

냉동 대변 캡슐을 삼키는 행위는 FMT의 엽기적인 성질을 보여준다.
이 캡슐은 언뜻 일반 의약품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대부분이 정체불명의제품이다. 제약회사의 컨베이어벨트에서 쏟아져 나오는 대신 지원자의 항문에서 배출되는 터라 품질의 동질성을 전혀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같은 가변성을 꺼림칙하게 느낀 미국 식품 의약청 FDA 2013년 5월 대변을 약물로 간주하고 규제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의사들이 FMT를 수행하기에 앞서서 광범위한 승인 신청서를 작성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자 환자와 의사들이 벌떼처럼 들고일어나 "그렇게 번거로운 절차를 거치다보면 환자들이 제때 치료를 받을 수 없다"고 강하게 항변했다. 그로부터 6주 뒤, FDA는 C. 디피실 감염증에 대한 규제를 포기했지만, 다른 질병에 대한 규제는 계속 추진하고 있다. 어떤 연구자들은 FDA의 이 같은 어정쩡한 태도를 불필요한 것으로 여기며 불만스러워했고, 어떤 연구자들은 FMT의 숨통을 틔워준 가치 있는 행동이라고 치켜세웠다. 최근엔 FMT에 대한 관심이 크게 증가하며 FMT를 모든 질병에 적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압력이 거세지고 있다.
결정적인 문제는 FMT의 장기적인 위험을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점이다. 동물실험에서는 "이식된 마이크로바이옴이 비만, IBD, 당뇨병, 정신 질환, 심장병, 심지어 암의 발병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다"고 보고한 바 있는데, 우리는 어떤 미생물 군집이 이런 위험을 초래하는지를 정확히 예측할 수 없다.  - P371

페트로프도 이런 우려에 동의한다. "많은 사람들이 대변을 임시방편으로 여기는 것 같아요. 하지만 우리는 궁극적으로 잘 정의된 혼합물well-defined mixture‘을 사용해야 합니다." 그녀가 말하는 ‘잘 정의된 혼합물‘이란 이식된 대변의 이점을 재현하는 특정 미생물 군집을 가리킨다. 다시말해서, 그녀는 FMT에서 F(대변)를 뺀 MT (미생물총 이식)를 지향한다. 대변의 대체물, 즉 가짜 대변shampoo 말이다.  - P3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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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나간 것만 말하는 버릇 좀 버려, 상주는 그렇게 말했다. 이제 와서 어쩌라는 거냐고, 미리 말했으면 자기가 우리 둘 사이를 축하해주지 않았겠냐고, 하지만 나는 지나가지 않은 것에 대해 말하는 게 늘 두려웠다. 말하는 순간 다른 것이 되어버릴 것만 같았고 나로서는 변화를 감당할 수 없을 것만 같았고 그 변화에 대해 누군가에게 다시 설명해야 하는 것도 자신이 없었다. 나는 내가 다 겪은 것, 감당한 것, 견뎌낸 것에 대해서만 다른 사람과 공유할 용기가 났다. - P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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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들이 미생물을 서로 주고받는 경로는 수도 없이 많지만 지상과제는 단 하나, ‘미생물을 한 세대에서 다음 세대로 넘기는 것‘이다. 노린재가 됐든 코알라가 됐든, 벌잡이벌이 됐든 개코원숭이가 됐든, 동물들은동일한 파트너와 가능한 한 오랫동안 왈츠를 추는 비책을 갖고 있다. 그중에서 가장 엄격한 방식은 수직적인 대물림으로, 미생물을 동물의 난세포에 투입함으로써 숙주와 미생물을 대대손손 옭아매는 것이다. 동료 간의 수평 이동 또는 환경 공유는 비교적 느슨한 방식에 속하는데, 이 경우에도 어느 정도의 연속성이 가능하긴 하지만 숙주가 공생 세균을 자유롭게 교체하거나 새로운 파트너를 선택할 수 있다.  - P242

"그 연구 결과는 내 인생의 전환점이 되었어요." 보슈는 회상한다. "그때까지는 전통적인 미생물학 렌즈를 통해 세상을 바라봤습니다. 동물은나쁜 세균들로부터 자신의 조직을 방어해야 한다고 말이죠. 그러나 프라우네의 연구 결과를 보고 깨달았어요. 다양한 히드라들이 자신만의 독특한 마이크로바이옴을 적극적으로 빚어낸다는 것을 말이에요."
히드라의 사례는 동물게 전체에 만연한 풍조를 여실히 보여준다. 동물은 우연히 마주친 미생물을 부둥켜안고 막무가내로 댄스를 추는 것이 아니다. 새로운 미생물들이 시도 때도 없이 신체를 침범하지만, 모든 동물들은 뒤죽박죽 섞인 후보자들 가운데 특정 파트너를 선택한다. 예컨대 인간의 소화관 속에 존재하는 세균들은 수백 가지 야생 그룹 중에서 겨우네 그룹에만 소속된다. 우리보다 훨씬 더 단순하고 외부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는 히드라조차 일부 세균 종들만 자신의 표면에서 살게 하고 나머지는 쫓아버린다. 이처럼 동물들은 몸집이 크든 작든, 구조가 복잡하든 단순하든 상관없이 일부 미생물들만 번성할 수 있는 조건을 형성한다.
시간이 경과하며 미생물의 대물림이 영속화되면 숙주와 공생자가 서로 적응하면서 이 같은 선택성이 더욱 엄격해진다. 동물은 이렇게나 깐깐하다. 결과적으로, 모든 종들은 자신만의 독특한 미생물 군집을 보유하게 된다.  - P246

리처드 도킨스는 자신의 고전적 저거 《확장된표현형》에서, 동물의 유전자(유전형)는 신체(표현형)를 빚어내는 것 이상의 역할을 수행한다"는 생각을 소개했다. 즉 유전자가 동물의 환경을 간접적으로 형성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비버의 유전자는 비버의 몸을 만들지만, 비버는 그 몸을이용하여 댐을 건설한다. 따라서 비버의 유전자는 댐을 만들어 강물의 흐름을 바꾼다고도 할 수 있다. 또 새의 유전자는 새의 몸을 만들지만, 새는몸을 이용하여 둥지를 짓는다. 따라서 새의 유전자는 둥지를 지어 생활환경을 조성한다고도 할 수 있다. 나의 유전자는 눈과 손과 뇌를 만들고, 나는 눈과 손과 뇌를 이용하여 이 책을 쓴다. 따라서 나의 유전자는 책을 만들어 세상을 바꾼다고도 할 수 있다. 도킨스가 말하는 확장된 표현형이란댐 둥지, 책과 같은 것들을 말하며, 이것들은 생물의 유전자가 신체를 경유하여 만들어내는 외부적 부산물들이다. 어떤 면에서 보면 마이크로바이음도 그런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유전자는 특정 미생물의 성장을 촉진하는 환경을 만들고, 이를 통해 마이크로바이옴을 형성한다. 따라서 마이크로바이옴은 외견상 숙주의 체내에 존재하지만, 개념적으로 볼 때 비버의 댐과 같은 확장된 표현형인 셈이다.
그러나 이런 비유는 완벽하지 않다. 왜냐하면 마이크로바이옴은 댐이나 책과 달리 살아 있기 때문이다. 마이크로바이옴은 자체적인 유전자를보유하는데, 그중에는 숙주에게 중요하거나 필수적인 것도 있다. 숙주가미생물 유전체의 단순한 확장이 아닌 것처럼, 마이크로바이옴도 숙주 유전체의 단순한 확장이 아니다.  - P249

당시 진화생물학자들은 동물과 모든 생물들을 ‘유전자 운반체 vehicle forgenes‘로 취급하던 터였다. 가장 빠른 치타, 가장 단단한 산호, 가장 눈부시게 빛나는 극락조 등 최상의 운반체를 만든 유전자들은 다음 세대로 전달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세대를 거듭할수록 이러한 유전자들과 그것을 운반하는 동물들은 점점 더 흔해질 것이다.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자연선택이 작용하는 대상(전문용어로 말하자면 ‘선택 단위 unit of selection)는 운반체가 아니라 유전자다. 그러나 로젠버그는 한발 더 들어가 이런 질문을던졌다. "당신들이 말하는 유전자의 보유자는 누구일까? 단지 동물밖에 없을까? 미생물도 유전자를 갖고 있으며, 종종 그 숫자가 동물보다 몇 배나 더 많은데 말이다." 숙주는 미래의 세대들에게 유전자를 전달하기 위해 자신의 유전자뿐만 아니라 미생물의 유전자까지도 이용하여 몸(운반체)을 만든다. 그런데 미생물도 마찬가지여서, 미래의 세대들에게 유전자를 전달하기 위해 숙주의 유전자를 이용하여 몸(운반체)을 만든다. 그러므로 로젠버그의 입장에서 볼 때 숙주와 미생물의 DNA를 분리하여 생각하는 것은 무의미했다. 그는 숙주와 미생물의 유전자를 단일 실체로 간주하고 "진화에 있어서 자연선택의 단위는 개별 유전체가 아니라 전유전체hologenome‘가 되어야 한다"라고 선언했다.  - P252

동물들은 세균과 기타 미생물들 덕분에 기본적인 동물성 animalness (포식성으로 인해 일부 필수영양소를 생성하는 유전자를 상실한)을 초월하여, 다른방법으로는 도저히 접근할 수 없는 아늑하고 조용한 생태적 틈새와 구멍속으로 파고들었다. 그리하여 미생물이 없었더라면 도저히 견뎌낼 수 없는 생활 방식을 확립하고, 영양소가 턱없이 부족한 먹이를 먹으면서도 자신의 본질적 한계를 극복하고 성공할 수 있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극단적인 사례로 심해에서 일어나는 ‘상호 확증 성공mutually assured success"을들 수 있는데, 이는 일부 심해 미생물들이 숙주에게 영양분을 보충해줌으로써 필수영양소가 거의 무無에 가까운 최악의 불완전 식품으로도 버틸수 있게 해주는 것을 말한다. - P272

그러나 적절한 미생물을 보유하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았다. 미생물들에겐 작업할 공간과 시간이 필요했기에, 초식 포유동물들은 두 가지를모두 제공했다. 즉 소화관의 일부를 확장하여 발효실을 만들었는데, 그목적은 두 가지였다. 첫째는 장내 미생물을 수용하는 것, 둘째는 음식물의 통과 속도를 지연시켜 미생물들에게 시간적 여유를 주는 것. 그런데코끼리, 말, 코뿔소, 토끼, 고릴라, 돼지와 일부 설치류의 경우 장내 미생물을 위한 공간이 후장, 즉 소화관의 맨 끝에 위치한다. 발효실이 후장에 있다는 것은 미생물에게 음식물을 넘겨주기 전에 자체의 소화효소를 이용하여 영양소를 최대한 뽑아낸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이와 대조적으로 소, 사슴, 캥거루, 기린, 하마, 낙타의 경우에는 발효실이 전장,
즉 소화관의 맨 앞에 위치하며, 이는 영양소의 일부를 미생물에게 제물로바친 다음 남은 음식물과 미생물을 통째로 먹어치운다는 것을 뜻한다. 레이는 이렇게 말한다. "발효실이 맨 앞에 있으면 세균까지도 먹을 수 있어요. 참 영리하죠? 영양소를 빨대로 쪽쪽 빨아먹은 다음, 빨대에 묻어 있는 영양소까지 핥겠다는 심산이죠." 심지어 소와 같은 몇몇 전장 발효 동물은 되새김질을 함으로써 미생물에게 더욱 많은 작업 시간을 제공한다. - P2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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