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생물을 이용하여 뎅기열을 뿌리 뽑을 방법을 연구하던 오닐은 기막힌 사실을 발견했다. 볼바키아가 이집트숲모기를 ‘바이러스의 전파매체‘‘에서 ‘막다른 골목‘으로 전환시킨다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다음 순서는당연히 야생 모기들에게 볼바키아를 장착하여 바이러스 배달을 중단시키는 것일 텐데, 야생 모기들을 모조리 잡아들여 볼바키아를 장착할 수는없었다. 이를 어쩐다? 그는 한동안 고민에 빠졌다. 하지만 방법은 의외로간단했다. 볼바키아가 장착된 모기 몇 마리를 야생에 풀어놓고 기다리면그만이다. 왜냐고? 4장에서 볼바키아는 조작의 달인‘이라고 한 사실을잊었는가? 볼바키아는 다양한 트럭을 이용하여 곤충 집단 전체에 빠르게 퍼져나가는데, 그가 사용하는 속임수 중에서도 가장 흔한 것은 ‘세포질불일치‘ 전략이다. 세포질 불일치 메커니즘에 따르면, 볼바키아에 감염된 암컷은 미감염 암컷보다 생존 가능한 알을 낳을 가능성이 높다. 왜냐하면 감염된 암컷은 어느 수컷과 짝짓기를 해도 생존 가능한 알을 낳지만, 미감염 암컷의 경우는 미감염 수컷과 짝짓기를 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세대를 거듭할수록 감염된 암컷이 점점 더 흔해질 것이므로, 그들을 감염시킨 볼바키아도 점점 더 흔해질 것이다. 따라서 볼바키아는 야생 모기 집단 전체에 신속하게 전파되고, 뎅기 바이러스의 지배력은 쇠퇴하게 된다. 이렇듯, 볼바키아가 장착된 모기를 적정량 야생에 풀어놓아뎅기 바이러스에 대해 완전한 저항성을 갖는 이집트숲모기 집단을 형성한다는 것이 오닐의 계획이다. - P385
오닐은 볼바키아에 관한 연구의 비약적인 발전에 놀라고 있다. "우리는 한때 공생을 매우 단순하게 연구했어요.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많이달라졌어요. 본래 기초과학 분야의 주제였던 공생이 뭔가 놀라운 응용과학적인 주제로 변신한 거죠"라고 오닐은 말한다. 볼바키아는 모기에 기생한 뎅기 바이러스를 무력화하는 것은 물론, 모기가 치쿤구니야 바이러스, 지카 바이러스, 말라리아원충Plasmodium 을 운반하지 못하도록 막는다. 중국과 미국의 과학자들로 구성된 연구진은 볼바키아를 말라리아를옮기는 얼룩날개모기속과 짝지어주는 데 성공했다. 나아가 볼바키아를이용하여 수면병을 퍼뜨리는 체체파리나 불면증을 퍼뜨리는 빈대의 기생충을 제어하려고 노력하는 연구자들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이것은생물의 미생물생태학과 그것이 질병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새로운 사고방식의 극히 일부분에 불과해요." 역시 오닐의 말이다. - P394
이제는 빌딩과 공적 공간에서 미생물을 몰아내려고 애쓰는 대신, 미생물을 환영하는 도어 매트를 깔 때가 되었다. 우리는 이미 알게 모르게 이를 실행에 옮기고 있다. 2014년 그린이 이끄는 연구진은 릴리스 홀이라는 신축 강의동을 방문하여 300개의 강의실, 사무실 변기 등에서 먼지샘플을 채취했다. 그들은 미생물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강의실의 크기, 강의실들 간의 연결성, 사용 빈도, 환기 방법 등)에 관한 자료도 함께 수집했다. 먼지 속에서 발견된 세균과 관련 자료들을 종합적으로 분석해보니, 건축설계가 빌딩의 미생물 생태계에 영향을 미치고, 이것이 다시 우리의 미생물 생태계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린은 이렇게 말한다. "우리가 빌딩을 설계하면 나중에 빌딩이 우리를 설계한다던 윈스턴 처칠의 말이 맞았어요. 우리는 생물에 정통한 설계를 통해 그 과정을 통제해야 해요." ‘생물에 정통한 설계 bioinfornmed design‘란 그린이 제시한 개념으로 ‘우리와 함께 사는 미생물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한 설계‘를 뜻한다. 늘그렇듯, 자연계에서는 우리의 일상생활에 응용할 수 있는 사건들이 일어나기 마련이다. 예컨대 농부들은 밭의 가장자리를 따라 야생화를 심음으로써 꽃가루 매개충의 수를 늘린다. 그린은 이와 비슷한 건축학적 트릭을고안함으로써 유익한 미생물의 다양성을 증강시키기를 기대하고 있다. "앞으로 수십 년 안에 건축가들은 우리의 연구 결과를 자신들의 설계에 반영할 수 있을 거예요." - P409
우리는 미생물이 보편적으로 존재하며 우리의 삶에 필수불가결하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 그들은 우리의 장기를 빚어내고, 우리를 독소와 질병에서 보호하고, 음식물을 분해하고, 건강을 지켜주고, 면역계를 조절해주고, 행동을 안내하고, 우리의 유전체에 자신의 유전자를 쏟아붓는다. 그러나 미생물 군집이 교란되어 제멋대로 행동하면 곤란하므로 인간을 포함한 동물은 미생물 군단을 적절히 통제하기 위해, 면역계의 생태계 관리자에서부터 모유 속의 HMOs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수단과 방법을 구사한다. 그런 수단과 방법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경우에는 산호의 백화현상, 장염, 비만과 같은 이상이 발생한다. 이와 반대로 동물과 미생물의동반자 관계가 조화롭게 유지되면 생태학적 기회가 열리고 상호작용 페이스가 가속화되어 많은 이익을 향유할 수 있다. 우리는 미생물 군단을우리의 이익에 맞도록 통제하기 시작했다. 개체에서 군집에 이르기까지모든 미생물을 이식할 수 있고, 공생 관계를 마음대로 구축하거나 깰 수도 있으며, 심지어 새로운 미생물종을 합성할 수도 있다. 우리는 다양한 자연현상 뒤에 숨은 놀라운 생물학적 비밀을 알고 있다. 심해의 에덴동산에 사는 ‘장 없는 벌레‘, 식물의 즙을 빨아먹는 벚나무깍지벌레, 거대한 산호초를 건설하는 산호, 수초에 달라붙어 사는 작고 톡 쏘는 히드라, 숲을 황폐화하는 딱정벌레, 발광세균을 이용하여 멋진 등불 쇼를 벌이는 오징어, 동물원 조련사의 허리를 꼭 껴안은 천산갑, 뎅기열과 싸우기 위해 호주의 첫새벽을 향해 날아가는 모기가 그 주인공들이다. - P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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