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들이 미생물을 서로 주고받는 경로는 수도 없이 많지만 지상과제는 단 하나, ‘미생물을 한 세대에서 다음 세대로 넘기는 것‘이다. 노린재가 됐든 코알라가 됐든, 벌잡이벌이 됐든 개코원숭이가 됐든, 동물들은동일한 파트너와 가능한 한 오랫동안 왈츠를 추는 비책을 갖고 있다. 그중에서 가장 엄격한 방식은 수직적인 대물림으로, 미생물을 동물의 난세포에 투입함으로써 숙주와 미생물을 대대손손 옭아매는 것이다. 동료 간의 수평 이동 또는 환경 공유는 비교적 느슨한 방식에 속하는데, 이 경우에도 어느 정도의 연속성이 가능하긴 하지만 숙주가 공생 세균을 자유롭게 교체하거나 새로운 파트너를 선택할 수 있다.  - P242

"그 연구 결과는 내 인생의 전환점이 되었어요." 보슈는 회상한다. "그때까지는 전통적인 미생물학 렌즈를 통해 세상을 바라봤습니다. 동물은나쁜 세균들로부터 자신의 조직을 방어해야 한다고 말이죠. 그러나 프라우네의 연구 결과를 보고 깨달았어요. 다양한 히드라들이 자신만의 독특한 마이크로바이옴을 적극적으로 빚어낸다는 것을 말이에요."
히드라의 사례는 동물게 전체에 만연한 풍조를 여실히 보여준다. 동물은 우연히 마주친 미생물을 부둥켜안고 막무가내로 댄스를 추는 것이 아니다. 새로운 미생물들이 시도 때도 없이 신체를 침범하지만, 모든 동물들은 뒤죽박죽 섞인 후보자들 가운데 특정 파트너를 선택한다. 예컨대 인간의 소화관 속에 존재하는 세균들은 수백 가지 야생 그룹 중에서 겨우네 그룹에만 소속된다. 우리보다 훨씬 더 단순하고 외부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는 히드라조차 일부 세균 종들만 자신의 표면에서 살게 하고 나머지는 쫓아버린다. 이처럼 동물들은 몸집이 크든 작든, 구조가 복잡하든 단순하든 상관없이 일부 미생물들만 번성할 수 있는 조건을 형성한다.
시간이 경과하며 미생물의 대물림이 영속화되면 숙주와 공생자가 서로 적응하면서 이 같은 선택성이 더욱 엄격해진다. 동물은 이렇게나 깐깐하다. 결과적으로, 모든 종들은 자신만의 독특한 미생물 군집을 보유하게 된다.  - P246

리처드 도킨스는 자신의 고전적 저거 《확장된표현형》에서, 동물의 유전자(유전형)는 신체(표현형)를 빚어내는 것 이상의 역할을 수행한다"는 생각을 소개했다. 즉 유전자가 동물의 환경을 간접적으로 형성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비버의 유전자는 비버의 몸을 만들지만, 비버는 그 몸을이용하여 댐을 건설한다. 따라서 비버의 유전자는 댐을 만들어 강물의 흐름을 바꾼다고도 할 수 있다. 또 새의 유전자는 새의 몸을 만들지만, 새는몸을 이용하여 둥지를 짓는다. 따라서 새의 유전자는 둥지를 지어 생활환경을 조성한다고도 할 수 있다. 나의 유전자는 눈과 손과 뇌를 만들고, 나는 눈과 손과 뇌를 이용하여 이 책을 쓴다. 따라서 나의 유전자는 책을 만들어 세상을 바꾼다고도 할 수 있다. 도킨스가 말하는 확장된 표현형이란댐 둥지, 책과 같은 것들을 말하며, 이것들은 생물의 유전자가 신체를 경유하여 만들어내는 외부적 부산물들이다. 어떤 면에서 보면 마이크로바이음도 그런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유전자는 특정 미생물의 성장을 촉진하는 환경을 만들고, 이를 통해 마이크로바이옴을 형성한다. 따라서 마이크로바이옴은 외견상 숙주의 체내에 존재하지만, 개념적으로 볼 때 비버의 댐과 같은 확장된 표현형인 셈이다.
그러나 이런 비유는 완벽하지 않다. 왜냐하면 마이크로바이옴은 댐이나 책과 달리 살아 있기 때문이다. 마이크로바이옴은 자체적인 유전자를보유하는데, 그중에는 숙주에게 중요하거나 필수적인 것도 있다. 숙주가미생물 유전체의 단순한 확장이 아닌 것처럼, 마이크로바이옴도 숙주 유전체의 단순한 확장이 아니다.  - P249

당시 진화생물학자들은 동물과 모든 생물들을 ‘유전자 운반체 vehicle forgenes‘로 취급하던 터였다. 가장 빠른 치타, 가장 단단한 산호, 가장 눈부시게 빛나는 극락조 등 최상의 운반체를 만든 유전자들은 다음 세대로 전달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세대를 거듭할수록 이러한 유전자들과 그것을 운반하는 동물들은 점점 더 흔해질 것이다.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자연선택이 작용하는 대상(전문용어로 말하자면 ‘선택 단위 unit of selection)는 운반체가 아니라 유전자다. 그러나 로젠버그는 한발 더 들어가 이런 질문을던졌다. "당신들이 말하는 유전자의 보유자는 누구일까? 단지 동물밖에 없을까? 미생물도 유전자를 갖고 있으며, 종종 그 숫자가 동물보다 몇 배나 더 많은데 말이다." 숙주는 미래의 세대들에게 유전자를 전달하기 위해 자신의 유전자뿐만 아니라 미생물의 유전자까지도 이용하여 몸(운반체)을 만든다. 그런데 미생물도 마찬가지여서, 미래의 세대들에게 유전자를 전달하기 위해 숙주의 유전자를 이용하여 몸(운반체)을 만든다. 그러므로 로젠버그의 입장에서 볼 때 숙주와 미생물의 DNA를 분리하여 생각하는 것은 무의미했다. 그는 숙주와 미생물의 유전자를 단일 실체로 간주하고 "진화에 있어서 자연선택의 단위는 개별 유전체가 아니라 전유전체hologenome‘가 되어야 한다"라고 선언했다.  - P252

동물들은 세균과 기타 미생물들 덕분에 기본적인 동물성 animalness (포식성으로 인해 일부 필수영양소를 생성하는 유전자를 상실한)을 초월하여, 다른방법으로는 도저히 접근할 수 없는 아늑하고 조용한 생태적 틈새와 구멍속으로 파고들었다. 그리하여 미생물이 없었더라면 도저히 견뎌낼 수 없는 생활 방식을 확립하고, 영양소가 턱없이 부족한 먹이를 먹으면서도 자신의 본질적 한계를 극복하고 성공할 수 있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극단적인 사례로 심해에서 일어나는 ‘상호 확증 성공mutually assured success"을들 수 있는데, 이는 일부 심해 미생물들이 숙주에게 영양분을 보충해줌으로써 필수영양소가 거의 무無에 가까운 최악의 불완전 식품으로도 버틸수 있게 해주는 것을 말한다. - P272

그러나 적절한 미생물을 보유하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았다. 미생물들에겐 작업할 공간과 시간이 필요했기에, 초식 포유동물들은 두 가지를모두 제공했다. 즉 소화관의 일부를 확장하여 발효실을 만들었는데, 그목적은 두 가지였다. 첫째는 장내 미생물을 수용하는 것, 둘째는 음식물의 통과 속도를 지연시켜 미생물들에게 시간적 여유를 주는 것. 그런데코끼리, 말, 코뿔소, 토끼, 고릴라, 돼지와 일부 설치류의 경우 장내 미생물을 위한 공간이 후장, 즉 소화관의 맨 끝에 위치한다. 발효실이 후장에 있다는 것은 미생물에게 음식물을 넘겨주기 전에 자체의 소화효소를 이용하여 영양소를 최대한 뽑아낸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이와 대조적으로 소, 사슴, 캥거루, 기린, 하마, 낙타의 경우에는 발효실이 전장,
즉 소화관의 맨 앞에 위치하며, 이는 영양소의 일부를 미생물에게 제물로바친 다음 남은 음식물과 미생물을 통째로 먹어치운다는 것을 뜻한다. 레이는 이렇게 말한다. "발효실이 맨 앞에 있으면 세균까지도 먹을 수 있어요. 참 영리하죠? 영양소를 빨대로 쪽쪽 빨아먹은 다음, 빨대에 묻어 있는 영양소까지 핥겠다는 심산이죠." 심지어 소와 같은 몇몇 전장 발효 동물은 되새김질을 함으로써 미생물에게 더욱 많은 작업 시간을 제공한다. - P2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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