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선전의 성공은 광고 회사와 소비자 간의 효과적인 소통의 결과만은 아니다. 소비자들 간에 암묵적일지라도 소통을 통해서 공유 지식을 형성했기 때문이다.
‘구취‘라는 표현은 격식을 차린 말이자, 의학 용어이기도 하다. 광고카피에서는 ‘구취‘를 "불쾌감을 유발하는 호흡이라는 뜻의 의학 용어로 취급했다. 이는 구취를 지저분한 개인의 문제로 폄하하지 않고, 사람들 사이에서 흔히 나타나는 질환으로 여기게 만들었다. 보다 최근 들어 만성피로 증후군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이 상태를 ‘진짜‘ 질병으로 간주해 주기를 바라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또한 같은 맥락에서 폭식자 모임overeaters Anonymous의 한 회원은 "그것을 ‘불가항력적 폭식"compulsive overeating 이라고 부르는 것이 도움이 된다"는 점을 인정한다. "왜냐하면 그것은 내가 혼자가아니며, 이것은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로 갖고 있는 문제라는 점을 상기시켜 주기 때문이다" (Chapkis 1986, 25). 리스테린을 구강청결제로 사용한다는 것은 어떤 개인이 혼자서 스스로 시도해 볼 만한 그런 성질의 일이 아니었다. "20세기 초반 무렵에는 당신이 그 물질로 입을 헹궜다면,
이상한 사람으로 취급당했을 것이다. 그것은 수술실에서나 사용되는 물질이었다"(Twitchell 1996, 144).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도 리스테린을 사용한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경우 그것을 써보고 싶다는 마음이 더욱더 생기게 된다. 따라서 광고는 각각의 잠재적 소비자로 하여금 같은 고통을 겪고 있는 하위 집단이 존재하고, 그들도 똑같은 해결책을 시도할 것이라고 생각하게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 P66

미국에서 공유 지식을 산출하는 최고의 기제는 공중파 텔레비전에서가장 많은 시청자가 보는 슈퍼볼 경기이다. 1984년 매킨토시 광고 이후로, 슈퍼볼 경기는 신상품을 소개하기에 더없이 좋은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디스커버Discover 카드는 1986년 슈퍼볼 경기에서 6번 이상의 광고를 내보냈고(Horovitz 1987), 크라이슬러의 신차 네온Neon 이나, 나이키, 리복 등의 운동화, 그리고 덜 성공적이었지만) 크리스털 펩시와 같은 제품들이 슈퍼볼 경기를 통해 공개되었다(Lev 1991; Johnson 1994). 디스커버 카드는 ‘네트워크 외부성‘의 훌륭한 사례이다. 소비자들은 많은 가게에서 이카드를 받아 줄 때에만 사용하고자 하고, 반대로 가게들은 많은 고객들이 이 카드를 통해 지불하고자 할 때에만 이 카드를 취급하게 될 것이다.
사람들은 다른 많은 사람들이 신형 차를 구입할 것으로 예상될 때 자신도 사고자 할 공산이 크다. 예를 들어, 잘 팔리지 않는 차라면 서비스 받기가 어렵거나 비싸질 것이기 때문이다. 자동차, 의류, 신발, 맥주, 음료와 같은 상품을 구매하는 것은 상당 부분 공개적인 소비 행위이다. 이 경우, 사람들이 대중적인 선호에 동참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 주고 싶다면조정 문제가 되는 것이다. - P75

보다 개념적인 차원에서 어떤 개인이 구매결정을 할 때, 다른 사람들도 그 제품을 살 것이라는 예상에서 자신도 사게 되는 것인지, 아니면 보다 단순하게 다른 사람이 그 제품에 대해 알고 있기 때문에 자신이 사는것인지 구별하기는 매우 어렵다. 예를 들어, 마스터락 Master Lock[자물쇠 회사]은 20여 년에 걸쳐 슈퍼볼 경기에서 광고를 내왔다. 1991년의 경우, 총에 맞아도 건재한 자물쇠를 보여 주는 광고를 내보냈는데, 한 해 광고비의 대부분을 이 하나의 광고에 쏟아부었을 정도였다(Amos 1991). 만약 내가 자물쇠를 산다면 다른 사람들도 그 제품을 사는지에 대해서는 별 관심이 없을 것이다. 그보다는 도둑을 포함해서 다른 사람들이 그 자물쇠가 단단하다고 평가하는지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다. 여기서 공지성은 조정된 결과를 낳기보다는 그 자체가 제품의 한 측면을 반영할 따름이다 - P90

집단 내 조정을 위해서는 구성원 간 사회적 관계의 패턴이 중요하다. 제임스 콜먼은 ‘사회적 자본‘social capital에 대해 논의하면서, 한국 학생운동조직의 ‘학회‘를 사례로 들었다(Coleman 1988). 이 학회들은 시위를 조직하는 기반을 형성했다(자세한 내용은 Lee 2000). 제임스 스콧은 이렇게 언급했다. "전통적인 군중행동에서 분명하게 드러나는 사회적 조정은 공동체의 비공식적 네트워크를 통해 가능했다. 공동체의 하부 집단 구성원들은 친척 관계나 이웃과의 친교, 품앗이, 의례 그리고 일상적인 직업 연계 등을 통해 네트워크에 참여하게 된다" (Scott 1990, 151). 로저 굴드는 반란이조정 문제이며, 공유 지식은 사회적 관계를 통해 형성된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사람들은 자신이 전체 집단의 일부라고 여길 때에야 사회운동에 가담하게 된다. 그 집단은 충분히 크고, 연대 의식이 강해서 뭉치기만 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확신을 심을 수 있어야 한다. 이런 판단을 내리기 위한 가장 중요한 정보원은 관심을 공유한다는 사실을 서로인지하는 메커니즘인 사회적 관계에 있다(이런 인지에 대한 인지, 그에 대한 인지 등). - P93

따라서 강한 연계에서 의사소통이 더 느리다. 당신이 친구로부터 정보를 얻고 나면, 그 친구의 친구로부터 얻고, 또다시 그 친구의 친구의 친구로부터 정보를 얻는 식인데, 네 번을 되풀이 하더라도, 3분의1 가량의 사람에 대한 정보를 얻는 데 그친다. 약한 연계에서는 네 번만 반복하면 거의 모든 사람의 정보를 얻게 된다.
만일 조정된 행동이 의사소통에 달려 있다면, 의사소통은 약한 연계에서 더 빠르므로, 약한 연계가 더 낫다고 볼 수 있다(Gould 1993: Macy1991: Marwell and Oliver 1993을 참조). 여기서 문제는 대부분의 경험적 증거들이 강한 연계의 중요성을 뒷받침한다는 점이다. 더그 맥애덤은 1964년 미시시피 유권자 행동Mississippi Freedom Summer‘의 자원 활동가들에 대한 자료를 분석했다. 어떤 이가 잠재적 참여자와 강한 연계를 가졌는지 여부와, 그가 실제로 활동에 참여할 가능성 간에는 강한 상관관계가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하지만 약한 연계의 경우 그런 상관관계는 나타나지 않았다(McAdam 1986; McAdam and Paulsen 1993; Fermandez and McAdam1988도 참조) 개인들이 신기술 제품을 수용하는지 여부를 탐구하는 ‘확산‘diffusion에 관한 세 편의 고전적 연구에서도, 수용률은 약한 연계와 음(-)의 상관관계를 나타냈다(Valente 1995, 51). - P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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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워키의 가장 가난한 흑인 동네에서 퇴거는 특히 여성들에게는 일상이 되어버렸다. 이런 동네에서는 여성 세입자 열일곱 명 가운데한 명이 매년 법원을 거쳐 퇴거를 당했는데, 이는 같은 동네 남성에 비해서는 두 배, 밀워키 시에서 가장 가난한 백인 지역의 여성에 비해서는 아홉 배 더 높은 수치였다. 흑인 동네의 여성들은 밀워키 인구의 9퍼센트를 차지했지만 퇴거당하는 세입자 가운데서는 30퍼센트에 해당했다. ‘
가난한 흑인 동네 출신 남성들의 삶을 규정하는 것이 투옥이었다면, 여성들의 삶을 좌우하는 것은 퇴거였다. 가난한 흑인 남성들은 잠긴 문 안에 갇혀 살았고, 가난한 흑인 여성들은 잠긴 문밖으로 내몰렸다.  - P140

마치 조만간 어느 날 두 명의 무장한 보안관보들이 나타나 이들에게 나가라고 명령하고는 일꾼들을 불러들여 예전에 이들이 그곳에 살았던 적이 없었던 것처럼 만들어놓으리라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거나 상상하지 못하는 상태에 놓여 있다는 것이었다. 심리학자라면 결핍의 상황에 놓인 사람들은 지금 이 순간을 더 우선시하고 미래를 생각하지 못해서 종종 큰 손실을 입기도 한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연구를 인용하면서 데이브의 의견에 공감할지 모른다. 아니면 이들은 한 세기 전에 출간된《다른 절반은 어떻게 살아가는가 How the Other Half Lives》를 인용할지도 모른다. "가장 기본적인 생의 필수품들을 얻기 위해 부단히 극심한 전투를 벌여야 하는 상황에서는 그 어떤 것도 앞을 내다보도록 독려하지 못하고, 만사가 미래를 생각하지 못하게 한다. (•••) 사악한 심판의날은 결코 오지 않을 내일로 연기된다. 그날이 오면 (•••) 요람에서부터 그런 사건들로 점철된 인생에 또 하나의 고난이 추가될 뿐이다." ‘ - P1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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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과 같이 해석한다. "권력이라는 근본적인 현상은 타인의 의지를 도구화하는 게 아니라, 합agreement에 이르고자 하는 의사소통 속에서 공통의 의지를 형성하는 것이다"(Habemas [1977]1986, 76, Postema 1982; Weingast1997도 참조). 이 같은 조정 문제는 동의consensus에 도달하려는 의지뿐만 아니라, 위협을 통해서도 해결될 수 있다. 폴라니에 따르면 "어떤 집단에서 각자가 볼 때 지도자로 자임하는 어떤 사람의 명령을 다른 모든 사람들이따를 것이라고 믿게 되면, 모두는 이 사람을 지도자로 따르게 될 것이다••• 모든 사람들은 단지 다른 사람들이 지속적으로 복종할 것이라는 추정 때문에 복종한다" (Polanyi 1958, 224). 권위에 대한 복종이 조정 문제이기때문에, 권위체는 공유 지식을 형성하는 공식 행사와 의례를 만들어 낸다.
- P39

 우리의 해석에 따르면, 지배를 나타내는광범위한 의례적 기호들은 편재성 omnipresence 을 통해 초월성을 환기시키는것이 아니다. 외려 그것은 포화 상태에 이르도록 광고를 하는 것saturation advertising과 유사하다. 즉, 홍보 활동이 대대적으로 벌어지고 있다는 것을알게 되면, 나는 다른 사람들도 그 광고를 틀림없이 볼 것이라는 점을 안다. 잘 생각해 보면, 왕실 행차는 늑대나 호랑이의 그것과는 사뭇 다른 것이다. 한 마리의 짐승은 특정 지역에서 냄새를 맡음으로써 다른 놈의 영역 바깥에 머물러야겠다는 것을 알 것이다. 경쟁자의 냄새를 모두 맡으려하거나 추론하려는 짐승은 없다(이 점에서, 냄새는 경쟁자를 멀리 떨어뜨려위한 것인 반면, 행차는 ‘내부 단속을 위한 것이다). - P41

 그러나 스콧이 지적하듯이 "권력과 권위의 의사소통은 그것이 자기충족적 예언 self-ful-ling prophesy 같은 것을 강화해야만 원하는 결과를 낳는 데 성공한다. 만일 피억압자들이 지배자를 강력하다고 믿는다면, 그런 인상은 지배자로 하여금 스스로를 권력의 위치에 올려놓는 데 일조할 것이고 결국 실질적권력을 강화할 것이다" (Scott 1990, 49), 그러므로 의례의 공지성 확보, 즉성공적인 의사소통은 권력을 그 스스로 구성하게 만든다. 연계는 유익하지만 절대적인 필요조건은 아니다. 전선망의 비유에서 전기저항보다도,
숨은 대본에서의 차이가 공유 지식을 취약하게 만든다고 할 수 있다. 가령, [무슬림인 어머니와 벵골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나 캘커타에서 어린 시절을보낸 미카 굽타Mika Gupta는 시몬 드 보부아르의 『제2의 성』을 읽은 소감을이렇게 말했다. "그녀의 언어는 강력했다. 그녀는 내가 어떻게 느꼈는지알았기 때문에 강력했던 것이다. •••동시에 그녀가 나를 소외시키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거기엔 ‘문화의 사생아‘로서 내 경험이 들어갈공간이 없었다" (Okely 1986, 4). 마지막으로 앞에 나오는 잭 존슨의 승리 소식에 대한 반응을 비합리적인 도취‘라고 설명할 필요는 없다. 만일 내가그 순간 진정성을 갖고 행동한다면 다른 사람도 그럴 것이라고 내가 생각할 때, 내가 싸움에 나서는 것은 합리적인 것이다. - P47

같은 구절의 반복에 대해 정보이론에서는 불필요한 중복이라고 간주한다. 하지만 스탠리 탐바이아가 말했듯이, 정보이론은 이 경우에 곧바로적용될 수 없다. 의례는 정보 전달에 그치지 않고, 사람들 상호 간 결속, 사회의 통합과 지속을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탐바이아에 따르면 "의미란 ‘정보‘가 아니라 패턴인식 patpattern recognition으로 이해되어야 한다"(Tambiah1985, 138). 이를 공유 지식 산출이라는 차원에서 해석하면, 반복은 각 개인이 메시지를 분명히 수용하도록 만들 뿐만 아니라, 각 개인이 반복된다는 사실 자체를 인식하고, 그리하여 다른 모든 사람이 그 메시지에 노출되었다는 것을 알게 해준다. 클로드 레비-스트로스는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다. "왜 신화, 그리고 보다 일반적으로 구전문학에서는 같은 구절을 2중, 3중, 혹은 4중으로 반복하는 데 그토록 탐닉하는가? …………… 해답은 자명하다. 반복의 기능은 신화의 구조를 명시적으로 만드는 데 있다" (Levi-Strauss1963,229(218쪽). 우리의 해석에 따르면, 반복의 기능은 그것을 명시적으로 만드는 데 있다. - P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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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의 맨 밑바닥에서 장사를 하는 집주인들은 일반적으로 임대료가 체납되거나 퇴거를 진행할 때 들어가는 비용을 회피하고 수요에 맞추기 위해 굳이 임대료를 낮추지 않았다. 이런 비용을 회피하는데도 비용이 들어갔다. 많은 집주인들 입장에서는 부동산을 유지하는 것보다는 퇴거비용을 감당하는 게 더 싸게 먹혔다. 만일 세입자가 고질적으로 임대료를 체납하는 사람이라면 유지비를 아낄 수도 있었다. 그리고 임대료가 너무 비싸다 보니 많은 가난한 세입자들이 고질적으로 임대료를 체불했다.
매달 임대료를 꼬박꼬박 낼 능력이 되는 세입자들은 주택을 안전하고 살 만하게 유지하도록 규정하는 법적 보호 장치들을 활용할 수 있었다. 이들은 퇴거를 겁낼 필요 없이 건물조사관을 소환할 수 있을뿐 아니라, 일정한 수리가 이루어질 때까지 임대료를 내지 않을 권리도 있었다. 하지만 임대료가 밀린 세입자에게 이런 보호 장치는 그림의 떡이었다. 임대료가 체납된 세입자는 임대료를 내지 않거나 제삼자에게 맡긴 뒤 일정한 조건이 충족되면 이 제삼자가 대신 납부하는 방식을 취할 수 없었다. 따라서 이런 세입자들은 건물조사관에게 신고를 할 경우 퇴거를 각오해야 했다. 저소득 세입자들이 자신의 권리를 몰라서가 아니었다. 이들은 그런 권리를 누리려면 그만 한 비용이 든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을 뿐이었다. - P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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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곤한 가구들은 종종 퇴거의 힘겨운 후유증 속에서 어쩔 수 없이 기준 이하의 주거를 받아들이곤 한다. 비자발적인 이사를 경험한밀워키의 세입자들은 다른 저소득 세입자들보다 장기적인 주거 문제를 겪을 가능성이 25퍼센트 정도 더 높았다.‘ 도린은 자신이 셰리나의 아파트에 살게 된 것은 워낙 자포자기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우린 여기서 오래 있을 생각은 아니었어요." 퇴거는 흔히 한번이 아니라 두 번의 이사로 이어졌다. 첫번째 이사는 퇴거 직후 살던 집을 나와 더 열악한, 때로는 위험한 주거 환경으로 떠밀리듯 이루어지고, 두 번째 이사는 이 집을 벗어나기 위해 세입자의 의도 아래에 이루어진다. 하지만 이 두 번째 이사는 한동안 이루어지지 못할 수도 있다. - P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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