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의 맨 밑바닥에서 장사를 하는 집주인들은 일반적으로 임대료가 체납되거나 퇴거를 진행할 때 들어가는 비용을 회피하고 수요에 맞추기 위해 굳이 임대료를 낮추지 않았다. 이런 비용을 회피하는데도 비용이 들어갔다. 많은 집주인들 입장에서는 부동산을 유지하는 것보다는 퇴거비용을 감당하는 게 더 싸게 먹혔다. 만일 세입자가 고질적으로 임대료를 체납하는 사람이라면 유지비를 아낄 수도 있었다. 그리고 임대료가 너무 비싸다 보니 많은 가난한 세입자들이 고질적으로 임대료를 체불했다.
매달 임대료를 꼬박꼬박 낼 능력이 되는 세입자들은 주택을 안전하고 살 만하게 유지하도록 규정하는 법적 보호 장치들을 활용할 수 있었다. 이들은 퇴거를 겁낼 필요 없이 건물조사관을 소환할 수 있을뿐 아니라, 일정한 수리가 이루어질 때까지 임대료를 내지 않을 권리도 있었다. 하지만 임대료가 밀린 세입자에게 이런 보호 장치는 그림의 떡이었다. 임대료가 체납된 세입자는 임대료를 내지 않거나 제삼자에게 맡긴 뒤 일정한 조건이 충족되면 이 제삼자가 대신 납부하는 방식을 취할 수 없었다. 따라서 이런 세입자들은 건물조사관에게 신고를 할 경우 퇴거를 각오해야 했다. 저소득 세입자들이 자신의 권리를 몰라서가 아니었다. 이들은 그런 권리를 누리려면 그만 한 비용이 든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을 뿐이었다. - P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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