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장
어린 새

비가 올 것 같아.
너는 소리 내어 중얼거린다.
정말 비가 쏟아지면 어떡하지.
너는 눈을 가늘게 뜨고 도청 앞 은행나무들을 지켜본다. 흔들리는 가지 사이로 불쑥 바람의 형상이 드러나기라도 할 것처럼 공기틈에 숨어 있던 빗방울들이 일제히 튕겨져나와 투명한 보석들같이 허공에 떠서 반짝이기라도 할 것처럼. - P7

아직 뜨거운 몽당초를 한 손에 쥔 채 너는 허리를 수그리고 있다. 코피가 터질 것 같은 시취를 견디며 초의 불꽃을 들여다본다.
냄새를 태워준다는 반투명한 겉불꽃이 어른어른 타오른다. 주황색 속불꽃은 눈을 홀리듯 따스하게 너울거린다. 그 속에 작은 심장이나 사과 속씨 모양으로 흔들리는, 심지를 둘러싼 파르스름한 불꽃심을 너는 본다. - P12

그 과정에서 네가 이해할 수 없었던 한가지 일은, 입관을 마친 뒤 약식으로 치르는 짧은 추도식에서 유족들이 애국가를 부른다는 것이었다. 관 위에 태극기를 반듯이 펴고 친친 끈으로 묶어놓는 것도 이상했다. 군인들이 죽인 사람들에게 왜 애국가를 불러주는 걸까, 왜 태극기로 관을 감싸는 걸까. 마치 나라가 그들을 죽인 게 아니라는 듯이.
조심스럽게 네가 물었을 때, 은숙 누나는 동그란 눈을 더 크게뜨며 대답했다.
군인들이 반란을 일으킨 거잖아, 권력을 잡으려고 너도 봤을 거아냐. 한낮에 사람들을 때리고 찌르고, 그래도 안되니까 총을 쐈잖아. 그렇게 하라고 그들이 명령한 거야. 그 사람들을 어떻게 나라라고 부를 수 있어.
전혀 다른 질문에 대한 대답을 들은 것처럼 너는 혼란스러웠다. - P17

유난히 죽은 사람들이 많았던밤에는 간격을 만들 겨를도, 공간도 없어서 얼기설기 관들의 모서리를 맞대 모조리 붙여놓았다. 그 밤 빽빽이 강당을 메운 죽은 사람들의 모습을 문득 둘러보며, 마치 이곳에 집결하기로 약속한 군중 같다고 너는 생각했다. 소리치지도 움직이지도 손을 맞잡지도않는, 지독한 시취만을 뿜어내는 군중 속을 너는 장부를 겨드랑이에 끼운 채 빠르게 걸어다녔다. - P21

무슨 일입니까? 지금 저흰 교회에……
양복 입은 남자의 말이채 끝나기 전에, 사람의 팔이 어떤 것인지 너는 보았다. 사람의 손, 사람의 허리, 사람의 다리가 어떤 일을할 수 있는지 보았다. 살려주시오. 헐떡이며 남지가 외쳤다. 경련하던 남자의 발이 잠잠해질 때까지 그들은 멈추지 않고 곤봉을 내리쳤다. 곁에서 쉬지 않고 비명을 지르다 머리채를 잡힌 여자가 어떻게 되었는지 너는 모른다. 덜덜 턱을 떨며 천변 언덕을 기어올라거리로 더 낯선 광경이 펼쳐지고 있는 거리로 들어섰기 때문이다. - P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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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한 사건을 예측할 수는 없지만 그런 사건도 모종의 규칙성을 띨 가능성이 있다는 생각은 만만치 않은 지성의 도약을 요구한다. 동전 던지기에서 앞면과 뒷면 중에 무엇이 나올지는 전혀 모르더라도 동전을 1,000번 던지면 500번쯤 앞면이 나옴을 깨닫는 것은 엄청난 개념적 진보다. 이 깨달음은 중력이 모든 물체들 사이에서 작용하는 보편적인 힘이라는 깨달음에 못지않은 지적 발전이다.
이 지적인 진보가 얼마나 거대한 것인지는 오늘날에도 많은 사람들이 우연한 사건의 속성들을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는 사실에서 알 수 있다. 예컨대 (정상적인!) 동전 던지기를 하는데 처음 열 번의 시도에서 앞면이 뒷면보다 더 많이 나온 것을 보면 많은 사람들은 다음 시도들에서는 뒷면이 더 많이 나와서 균형이 회복되리라고 예상한다. 그러나 이 생각은 틀렸다. 이 오해는 워낙 만연해서 ‘도박꾼의 오류Bambler‘s fallacy‘라는 명칭까지 얻었다. - P67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빈도주의적 해석에서 확률은 외부 세계의 속성이라는 점이다. 우리가 든 예들에서 확률은 동전과 주사위의 속성이다. 확률은 대상의 길이나 질량과 다를 바 없다. 반면에 주관적 해석은 확률을 사뭇 다르게 본다. 주관적 확률은 외부 세계의 한 측면을 나타내는 것이 아니라 한사건이 일어나리라는 개인적 믿음을 나타낸다. 당신은 동전을 던질 때 앞면이나 뒷면이 나올 가능성이 동등하다고 믿을 수도 있다. 이 경우에 당신이믿는 앞면이 나올 확률은 2분의 1이다. 그런데 동전 던지기에 쓰이는 동전이나 던지기를 실행하는 사람에 대해서 차츰 더 많이 알게 되면(예컨대 마술사가 양면이 모두 앞면인 동전을 던지고 있음을 알게 되면) 당신은 믿음의 강도, 곧주관적 확률을 조정하고 싶어질 수도 있다. 이처럼 주관적 해석에서 확률은외부 세계의 속성이 아니라 정신의 내적 속성이다. 각 개인은 각 사건에 대해서 나름의 주관적 확률을 가질 것이다. 이런 연유로 브루노드 피네티Brunn de Finetti 는 중대한 저서 《확률론>의 첫머리를 "확률은 존재하지 않는다"라는 문장으로 열었다. 그의 취지는 확률이란 외부 세계에 딸린 속성이 아니라우리가 세계를 생각하는 방식에 딸린 속성이라는 것이다. - P78

빈도주의적 해석과 주관적 해석은 각각 ‘우연적eatory‘ 해석과 ‘인식론적epistemological‘ 해석으로도 부른다. 글자 그대로 해석하자면 ‘aleatory‘는 ‘주사위던지기에 의존하는‘, ‘인식론적‘은 ‘앎에 기초를 둔‘이라는 의미다. 지금 유형이 사뭇 다른 두 개념을 다루고 있다는 사실은 "다음 대통령이 여성일 확률은 0.9다"와 같은 문장에서 아주 명백하게 드러난다. 이 문장과 관련해서는 반복 시도를 생각할 수 없다. 수많은 시도 중 일부에서 여성이 대통령으로 선출되는 결과가 나오는 것을 거론할 수 없다는 말이다. 대신에 단지 확신 또는 믿음의 정도만 있다.
확률을 ‘믿음의 정도‘로 간주하는 인식론적 해석은 사실상 우연을 무지의산물로 취급한다는 점에서도 흥미롭다. 따라서 인식론적 확률 해석은 일신교와 맥락이 통한다. 실제로 17세기 중반 확률 개념의 토대는 그런 맥락 속에 놓였다. 그 맥락 속에서 우연적 사건은 단지 신이 어떻게 그것을 일으켰는지 우리가 이해하지 못하는 사건으로 간주되었다. 그러나 곧 살펴보겠지만 오늘날의 학자들은 불확실성이 단지 참된 원인을 몰라서가 아니라 더 근본적인 방식으로 발생한다고 생각한다. - P79

보다 수준이 높은 기본적인 법칙 하나는 ‘큰 수의 법칙‘이다. 이 법칙에 따르면, 주어진 값들의 집합에서 무작위로 뽑은 수들의 평균은 그 수들의 개수가 많을수록 원래 집합의 평균에 더 접근할 개연성이 높다. 예컨대 6개의 값으로 이루어진 집합 {1, 2, 3, 4, 5, 6}을 생각해보자. 이 집합의 평균은(1+2+3+4+5+6)/6=3.5다. 이제 이 집합에서 무작위로 수들을 뽑는다고 해보자. 뽑은 수는 다시 집합에 집어넣는다. 따라서 한 수를 두번 이상 뽑을수도 있다(내가 뽑은 수들은 이를테면 3, 6, 2, 2, 4, 1, 5 등일 수 있다). 큰 수의 법칙에 따르면 뽑는 수들이 많아질수록 그 수들의 평균은 3.5에 더 접근할 개연성이 높다. 아주 많은 수들을 뽑았다면, 그 수들의 평균이 3.5를 크게 벗어날 개연성은 극히 낮다. - P85

기억할지 모르겠지만 큰 수의 법칙(비공식적인 명칭은 ‘평균의 법칙‘)을 이미 언급한 바 있다. 도박꾼의 오류를 상기하라. 도박꾼의 오류란 동전 던지기에서 처음에 앞면이 더 많이 나오면 그 다음에는 뒷면이 더 많이 나와서 불균형이 해소되리라는 그릇된 믿음을 뜻한다. 실제로 일어나는 일은, 동전 던지기가 계속 반복되면 그 불균형이 희석되어 앞면의 비율이 점점 더 2분의 1에 접근하는 것이다. 2분의 1은 0과 1의 평균이다. 바로 이것이 큰 수의 법칙이다. 큰 수의 법칙이 성립하는 이유를 이해하기는 어렵지 않다.  - P86

우연의 법칙을 떠받치는 또 하나의 수준 높은 법칙은 이른바 ‘중심극한정리‘다. 이번에도 집합 {1, 2, 3, 4, 5, 6)에서 무작위로 한 값을 뽑아서 확인하고 다시 집어넣는 작업을 상상해보자.이미 언급했듯이, 주사위 던지기를 이용하면 이 작업을 쉽게 반복할 수 있다. 나는 주사위를 다섯번 던져서 나온값들의 평균을 계산하려 한다. 이런 평균을, 앞서 큰 수의 법칙을 다룰 때도계산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던지기 횟수를 그냥 누적하는 대신에 5회 던지기를 한 세트로 삼아 이 세트를 반복하면서 평균들을 구할 것이다. 첫째 세트의 평균과 둘째 세트의 평균은 다를 가능성이 높다. 더 나아가 5회 던지기한 세트를 계속 반복하면서 매번 평균을 구하면, 이리저리 흩어진 평균들의 분포를 얻게 될 것이다.
이 예에서 다섯 번이라는 횟수에는 어떤 특별한 의미도 없다. 5회 대신에 10회나 20회, 또는 100회를 한 세트로 삼을 수도 있다. 즉 표본의 크기를 5가 아니라 10, 20, 또는 100으로 정해도 된다. 표본의 크기가 얼마냐에 따라서 평균들의 분포는 고유한 모양을 떨 것이다. 중심극한정리는 표본의 크기가 증가하면 평균들의 분포가 ‘정규분포‘(카를 프리드리히 가우스 Carl Friedrich Gauss 의이름을 따서 ‘가우스 분포라고도 함)라는 특정한 모양에 점점 더 접근할 것이라고 말해준다. 정규분포의 모양은 종의 윤곽을 닮았다. - P88

내가 방금 든 간단한 예에서도 오른쪽 그래프는 정확한 정규분포가 아니다. 하나만 지적하자면, 진정한 수학적 정규분포는 양쪽 방향으로 무한히늘어진 ‘꼬리‘를 가진다. 바꿔 말해 참된 정규분포에서는 가능한 값에 한계가 없다. 반면에 집합 {1, 2, 3, 4, 5, 6}에서 뽑은 5개의 값을 평균하는 작업에 기초한 나의 예에서 가능한 최대 평균은 65개의 값이 모두 6인 경우), 최소평균은 15개의 값이 모두 1인 경우)이다. 자연에서도 마찬가지다. 세상에 키가 30미터이거나 음수인 사람은 없다. 정규분포는 유용한 수학적 추상물이지만 자연에서 일어나는 일을 완벽하게 대표하는 모형은 아님을 잊지 말아야한다. 곧 살펴보겠지만, 정규분포가 자연적인 분포의 근사치에 불과하다는 사실은 우연의 법칙과 관련해서 매우 중요하다. - P90

본래적으로 예측 불가능한 아원자 규모의  사건들을 연구하기  위해 과학자들은 전자를 비롯한 입자들을 확률 분포, 혹은 ‘확률 구름‘으로 서술하기시작했다. 확률 분포는 입자의 속성(위치, 속도 등)이 특정한 값으로 측정될 확률을 알려준다. 이런 서술은 속성이 측정될 때 비로소 속성의 값이 실제로존재하게 된다는 생각을 함축한다.
이처럼 근본적으로 확률적인 세계관을 누구나 쉽게 받아들인 것은 아니었다. 아인슈타인Albert Einstein은 1944년에 막스보른 Max Bar) 에게 다음과 같은 편지를 썼다. "당신은 주사위 놀이를 하는 신을 믿는 반면, 나는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세계의 완전한 법칙과 질서를 믿는다.… 양자이론이 일단 큰 성공을거뒀다 하더라도, 나는 주사위 놀이를 믿지 않는다." 그러나 오늘날 과학자들의 일반적인 견해는 실제로 우연이 자연을 근본적으로 움직인다는 것, 불확정성이 자연의 중심에 놓여 있다는 것이다.
시계장치 우주에서 확률적 우주로의 이행은 한 세기 전에 시작되어 지금은 사실상 완결되었다. 우리는 우연과 불확정성이 지배하는 우주에서 산다. 하지만 이미 살펴보았듯 우연은 고유한 법칙들을 따른다. 그 법칙들은 확률론의 토대를 이룬다. 이후 장들에서 그 토대 위에서 우연의 법칙이 건축되는 광경을 보게 될 것이다. - P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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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어머니는 갈등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자식을 위하는 입장에서는내가 여러 가지 허가를 받아서 순조롭게 떠날 수 있도록 기도하는 마음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모정이란 측면에서는 일이 잘 풀리지 않아서 내가 또다시전장으로 떠나지 않게 되기를 기도하셨을 것이다.
마침내 나는 필요한 서류를 모두 갖췄다. 그러나 예정된 출항 시간은 이미 한 시간 반이나 지난 뒤였다. 그 무렵 어머니의 마지막 소원은 배가 이미 떠나고 없었으면 하는 것이었으리라.
어머니와 나는 뒤늦게 부두에 도착했다. 그런데 우중충한 모습의 고물상선이 아직도 거기 있는 게 아닌가! 덩치 큰 아일랜드계 경관 한 명이 우리앞을 가로막았다. 나는 그에게 준비한 서류를 보여줬다.
"늦었습니다. 빨리 타시죠."
어머니는 더 이상 나를 따라 올 수 없었다. 이제 어머니는 ‘전시의 용감한 모성‘이 되기를 포기하고, 마음이 넓고 애정이 많은 유태인 여성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어머니의 아름답고 큰 갈색 눈언저리에서 오랫동안 참아왔던 눈물이 터져 나왔다. 육 척 장신의 아일랜드계 경관이 키 작은 내 어머니의 어깨를 감싸면서 위로의 말을 건넸다.
"부인, 제가 한잔 사드릴게요."
나는 어머니에게 마지막 키스를 한 후 배로 달려갔다. - P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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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죽음의 확률이 반반이라면나는 낙하산을 타고 뛰어내리는 길을 택하겠어.
- 로버트 카파 1913~1954 - P4

#1
1942년 여름- 운명의 아침

아침이 와도 일어날 이유가 없는 나날이었다. 내 스튜디오는 뉴욕 9번가의작은 3층짜리 건물 꼭대기에 있었다. 지붕 전체가 하나의 채광창으로 돼있고, 구석에는 커다란 침대가 하나, 마룻바닥에는 전화기 한 대가 덩그러니놓인 곳이다. 그 밖에 가구란 것은 하나도 없었다. 벽시계조차도. - P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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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상에 대한 이해가 현상의 신비를 앗아간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는듯하다. 이해는 모호함, 불확실함, 애매함, 혼동의 제거를 의미한다는 점에서 사실일 수도 있겠다. 그러나 무지개의 색들이 생겨나는 원인을 알아도, 무지개의 경이로움은 손상되지 않는다. 얇은 연구 대상이 된 현상의 아름다움을더 깊이 음미하고 심지어 경외하게 한다. 과학적 이해는 온갖 요소들이 어떻게 결합하여 우리를 둘러싼 경이로운 세계를 형성하는지 알려준다. - P21

보렐은 원숭이들이 타자기를 아무렇게나 두드린 결과 셰익스피어의 모든작품이 타이핑되는 일을 예로 들었다. 보렐의 주장은 이렇다. "이런 유형의 사건은 그 불가능성을 합리적으로 증명할 수 없더라도 사리분별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단언할 것이다. 누군가가 이런사건을 목격했다고 주장한다면, 우리는 그가 우리를 속이고 있거나 아니면그 역시 사기를 당했다고 확신할 것이다."
요컨대 보렐은 ‘확률이 희박하다‘는 말을 인간적인 잣대로 이해한다. 어떤 사건은 인간의 관점에서 발생 확률이 워낙 낮기 때문에 언젠가 일어나리라고 예상하는 것이 비합리적이다. 따라서 그런 사건은 불가능하다고 간주해야 마땅하다. 이것이 그가 확률이 아주 낮은 사건은 절대 일어나지 않는다고 한 이유다. 실제로 그는 ‘가능성에 관한 유일한 법칙‘을 제시한 뒤에 이렇게 덧붙였다. "또는 최소한 어떤 상황에서든지 그런 사건은 ‘불가능한 것처럼 행동해야 한다." - P22

우리 눈에 띄지만 어떤 원인도 없고 단지 우연인 패턴은 보통 미신의 기반을이룬다. 미신이란 실제로는 없는 인과관계가 존재한다는 믿음이다. 예컨대 도박판에서 주사위를 던지기 전에 입맞춤을 하면 6이 나올 확률이 높아진다는 믿음, 우산을 가지고 다니면 비가 올 확률이 낮아진다는 믿음(내가 런던에산다는 점에 유념하라)은 미신이다.
패턴을 알아채고 그것이 반영된 인과관계를 추론하는 능력의 진화적 유용성은, 동물의 경우에도 이와 똑같은 방식으로 ‘미신‘이 형성된다는 사실에의해 입증된다. 행동심리학자 B. F. 스키너 Burrhus F. Skinner는 굶주린 비둘기들을새장 안에 넣은 뒤 새들이 무슨 짓을 하든 상관없이 일정한 시간 간격으로 먹이를 주는 장치도 함께 넣었다. 그 후 관찰해보니, 새들은 먹이 공급과 그때 자신이 하는 행동을 연결 지어 학습한 듯했다. 새들이 앞서 먹이가 공급될 때 자신이 했던 행동을 반복하는 모습을 보인 것이다. 이는 먹이를 더 많이 얻기 위해서라고 추측할 수 있다. 관련하여 스키너는 이렇게 말했다.

이 실험은 일종의 미신을 입증한다고 할 만하다. 새는 자신의 행동과 먹이 제공 사이에인과관계가 있는 것처럼 행동한다. 그런 인과관계는 없는데도 말이다. 인간의 행동에도 이와 유사한 예가 많다. 도박꾼들이 자신의 운수를 바꾸기 위해 하는 관례적인 동작이 좋은 예다. 어떤 동작과 좋은 결과가 우연히 두세 번 연결되기만 하면, 그 동작은 효험이 없는 경우가 많더라도 관례로 채택되고 유지된다. 볼링을 할 때 사람들은 공이 손에서 떠난 뒤에도 마치 공의 진로를 조정하기라도 하듯 팔과 어깨를 움직이고 몸을 꼬는데, 이 또한 마찬가지다. 당연히 이런 행동들은 도박꾼의 운이나 공의 진로에 아무영향도 미치지 못한다. 이는 실험에서 비둘기들이 아무 짓도 안 하더라도, 심지어 다른짓을 하더라도 먹이는 변함없이 일정하게 공급되는 것과 마찬가지다. - P30

그 바탕에 원인이 없는 패턴이 일으킨 믿음의 예로 ‘카고 컬트 Garge cult (화물숭배)‘를 들 수 있다. 원래 이 명칭은 2차 세계대전 이후 남서 태평양 섬들의토착민이 발전시킨 주술적 활동을 가리킨다. 그들은 먼저 일본군이, 이어서연합군이 활주로를 건설하고 착륙하는 비행기를 인도하고 특정한 스타일의옷을 입는 것을 보았다. 그들 눈에 이 낯선 행동들은 이색적인 재화를 가득실은 거대한 비행기의 도착과 관련이 있었다. 그 통조림 식품, 옷, 탈것, 총, 라디오, 코카콜라 등을 외지인들은 ‘카고‘라고 불렀다. 전쟁이 끝나고 외지인들이 떠나자, 토착민들은 자기네가 똑같은 행동들을 하면 비행기가 돌아올 것이라고 여겼다. 그리하여 그들은 지푸라기와 코코넛으로 활주로를 만들고 대나무와 밧줄로 관제탑을 지은 뒤 전쟁 중에 본 군복과 비슷한 옷을 해 입었다. 그리고 나무를 깎아 헤드셋까지 만들어 쓰고 관제석에 앉는가 하면 ‘활주로‘에 서서 손짓으로 착륙 신호를 보내는 모습도 모방했다. 그들은 패턴-외지인들의 기이한 행동에 연이어 풍부한 보상이 주어지는 것-을 관찰하고서 어떤 연결, 즉 인과관계가 있다고 추론한 것이다.  - P31

예언의 목적은 미래에 관한 불확실성의 제거지만, 역설적이게도 예언을산출할 때의 메커니즘은 보통 무작위성의 형태를 띤 불확실성이다. 대표전인 예로 찻잎의 무작위한 운동을 들 수 있다. 무작위성이 ‘정보‘를 알아내는열쇠의 구실을 하는 셈이다. 테오필 고티에Theaphile Gautier는 이에 대해 "어쩌면우연은 신이 서명하고 싶지 않을 때 사용하는 가명일지도 모른다"라는 멋진 말을 남기기도 했다. 찻잎은 초자연적인 메시지를 해석하려면 특별한 지식이 필요함을 보여준다. 실제로 신비주의자, 성직자, 선견지명을 가진 도인,
예언자, 계시 전달자가 사회적 지위를 유지할 수 있는 것은, 이들이 때로는높은 곳에서 내려온 메시지를 이해할 수 있는 유일한 인물로서 대체 불가능한 중재자의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타키투스 시대의 게르만 성직자들이 룬문자를 새긴 나무껍질 조각들을 무작위로 선택하는 방식으로 결정을 내리거나 유대인들이 제비뽑기로 중요한 결정을 할 때, 이 무작위는 우월한 존재가 자신의 의지를 드러내는 방법인 것이다. 성서에 따르면 "제비는 사람이뽑지만, 결정은 주께서 하신다." (<잠언> 16장 33절) - P36

이 같은 예언의 특성들을 감안하여 성공적인 예언자가 되는 법을 알려주는 책을 쓴다면 다음 세 가지 기본 원리를 훌륭한 출발점으로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1) 당신 이외에 아무도 이해할 수 없는 징후를 활용하라.
(2)모든 예언을 애매하게 하라.
(3)최대한 다양한 예측을 하라.

처음 2개의 원리를 정반대로 뒤집으면 과학적 방법의 기초가 됨을 주목하라.

(1)당신의 측정 과정을 명확하게 서술하여 당신이 무엇을 했는지를 다른 사람들이정확히 알게 하라.
(2)당신의 과학적 가설이 함축하는 바를 명확하게 서술하여 언제 그 가설이 틀렸다고 판정해야 하는지 밝혀라. - P37

신은 정의상 자연의 제약에 얽매이지 않는다. 즉 신은 초자연적이다. 얼핏 생각하면신을 언급하는 것은 우연한 사건을 설명하는 훌륭한 방식처럼 보인다. 그러나 조금만 생각해도 그런 설명은 쓸모가 없음을 알 수 있다. 신을 언급하는설명은 한마디로 너무 강력하다. 왜냐하면 무엇이든 설명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어떤 사건도 아무리 기이한 사건이라도 이 설명의 손아귀를 벗어날 수 없다. 무슨 일이 일어나든지 이렇게 말할 수 있는 것이다. "신이 그렇게했다." 설명이 유용하려면 반드시 한계를 가져야 한다. 그러니까 놀라운 설명인걸. 하지만 난 이 설명이 옳은지 잘 모르겠어"라고 말할 여지가 있어야한다. 그럴 수 없다면 모든 것이 시간 낭비일 뿐이다. - P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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