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어머니는 갈등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자식을 위하는 입장에서는내가 여러 가지 허가를 받아서 순조롭게 떠날 수 있도록 기도하는 마음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모정이란 측면에서는 일이 잘 풀리지 않아서 내가 또다시전장으로 떠나지 않게 되기를 기도하셨을 것이다.
마침내 나는 필요한 서류를 모두 갖췄다. 그러나 예정된 출항 시간은 이미 한 시간 반이나 지난 뒤였다. 그 무렵 어머니의 마지막 소원은 배가 이미 떠나고 없었으면 하는 것이었으리라.
어머니와 나는 뒤늦게 부두에 도착했다. 그런데 우중충한 모습의 고물상선이 아직도 거기 있는 게 아닌가! 덩치 큰 아일랜드계 경관 한 명이 우리앞을 가로막았다. 나는 그에게 준비한 서류를 보여줬다.
"늦었습니다. 빨리 타시죠."
어머니는 더 이상 나를 따라 올 수 없었다. 이제 어머니는 ‘전시의 용감한 모성‘이 되기를 포기하고, 마음이 넓고 애정이 많은 유태인 여성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어머니의 아름답고 큰 갈색 눈언저리에서 오랫동안 참아왔던 눈물이 터져 나왔다. 육 척 장신의 아일랜드계 경관이 키 작은 내 어머니의 어깨를 감싸면서 위로의 말을 건넸다.
"부인, 제가 한잔 사드릴게요."
나는 어머니에게 마지막 키스를 한 후 배로 달려갔다. - P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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