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는 보통 배꼽이 없다. 포유류가 교미기를 이용하여 체내수정을 하고, 태어나기 전까지 어미로부터 직접 영양을 공급받는 것과 달리 대부분의 경골어류는 부화된 뒤에 난황에서 스스로 영양을 섭취하기 때문에 모체와 연결되는 배꼽이 필요 없다. 그러나 숭어는 배꼽이있다. 진짜 배꼽은 아니고 외견상 주판알만 한 크기로 둥글게 튀어나와 있는 것을 배꼽이라고 말한다. 사실 숨어 배꼽은 위에서 소장으로나가는 출구인 유문이 발달한 것으로 닭의 모이주머니를 생각하면 된다. 배꼽과 비슷한 것이 생겨난 이유는 숭어가 곤죽같이 된 진흙을 먹어 치우기 때문이다. 숭어는 펄 흙을 먹어 위 속에 저장한 뒤 유기물질이나 미생물 등 영양분을 흡수하고 불필요한 것은 체외로 배출하는데, 이 배출 기관이 바로 배꼽 모양의 유문이다.
이처럼 숭어는 해저의 유기물이나 해조류를 먹기 때문에 이빨이 퇴화한 대신 먹이를 부수기 위하여 위벽이 단단한 주판알과 같이 되어있는데, 회로 먹을 때는 이것이 또한 진미이다. - P60

보통 조기라고 하면 참조기를 가리키는데, 배쪽 빛깔이 황금색을 띠고 있어 다른 조기류와 구별이 된다. 영광굴비라고 하면 다들 알 것이다. 그 굴비를 만드는 조기가 참조기이다.
조기라는 이름은 한자로는 물고기 중 으뜸이라는 뜻의 ‘종어宗魚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이 종어라는 이름이 급하게 발음되어 조기로 변했다는 것이다. 조기라 부르게 된 뒤에는 사람의 기를 돕는 생선이라는 뜻으로 조기라고도 하였다. 이렇게 조기는 생선 중의 으뜸으로쳐 제사상에 오를 자격을 얻었는데, 조상을 대신해서 후손들에게 사덕四德을 일깨워 주려는 의도가 있었다 한다. 조기의 사덕이란, 이동할 때를 정확히 아는 예禮, 소금에 절여져도 굽히지 않는 의義, 염치 있고 부끄러움을 아는 염廉, 더러운 곳에는 가지 않는 치恥가 그것이다.
조기는 머리에 돌이 있다 하여 석수어石首魚라고 불리기도 하였다. - P75

굴비라는 이름은 고려 때 생겨난 것으로 전해진다. 고려 인종 때 이자겸은 셋째와 넷째 딸을 왕에게 시집보내고 세도정치를 하며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렀다.
그러다 왕이 되려는 야심을 품고 난을 일으켰으나 결국은 실패해 정주(지금의 영광)로 쫓겨나서 귀양살이를 하게 되었다.
그 당시 성주에서는 소기가 많이 잡혀 내다 팔기도 하고, 소금에 간한 뒤 말려서 보관해 두었다가 먹기도 했다. 말린 조기를 맛보고 그 맛에 감탄한 이자겸은임금님께 조기를 진상하였다. 그때 마른 조기에 ‘굴비屈非‘라는 글자를 써 붙여
‘굽히지 않겠다‘는 자신의 의지를 전했는데, 여기서 굴비라는 말이 유래되었다고 한다. - P86

단단한 뼈를 가진 경골어류는 머리, 엄밀하게 말하면 귀 속에 이석을가지고 있다. 이석은 칼슘과 단백질이 주성분으로 이루어진 뼈 같은 물체로 몸의 균형을 감지하는 평형기관구실을 한다. 이 이석을 쪼개거나 갈아서 단면을 보면 나무의 나이테 같은 무늬가 있어 나이를 알아낼 수있다. 몇 살 먹었는지, 심지어는 몇 년, 며칠에 태어났는지를 알려 주는 일일 성장선도 찾아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이석에는 비행기의 블랙박스처럼 살아온 여러 정보가 기록되어 있어 물고기의 숨겨진 비밀을 캐낼 수 있다. - P93

죽방렴竹防簾 말 그대로 대나무로 만든 어살이다. 죽방렴은 독살과 마찬가지로 아주 오랜 옛날부터 고기잡이에 활용된 원시 어구로 기본적인 원리도 독살과 거의 같다. 조석간만의 차가 크고 썰물 때 수심이얕은 바다에 참나무 말뚝을 V자 형태로 박는다. 이렇게 박은 말뚝을
‘삼각살‘이라고 하는데, 한 변의 길이가 무려 수십 미터에 이른다. 이말뚝을 대나무로 촘촘하게 발을 엮어서 함정 장치인 불통을 만든다. 불통과 살 사이에는 대나무를 엮어 만든 문짝이 매달려 있다. 이 문짝은 밀물 때에는 조류의 힘으로 활짝 열려 있다가 썰물 때에 물이 빠지고 축 늘어지면 꽉 닫히게 된다. 그래서 일단 불통 안으로 들어온 물고기들은 빠져나갈 수가 없다. 이렇게 불통 안에 갇힌 고기는 하루 두 번씩 물때에 맞춰 후릿그물이나 뜰채로 떠올리기만 하면 된다.
남해 죽방렴에는 날씨가 따뜻한 봄부터 신선한 가을까지 멸치가 드는데, 죽방렴 멸치는 다른 그물로 잡은 것보다 몇 곱절 비싼 값에 팔린다. 끄는 그물로 잡은 멸치는 서로 쓸려 비늘이 벗겨지고 온몸에 상처를 입어 보기에도 좋지 않은 반면, 조류를 따라 자연스레 죽방렴 안에들어온 멸치는 전혀 손상되지 않아 모양이 좋을뿐더러 스트레스를 적게 받아 맛도 더 좋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죽방렴 멸치는 서울의 유명 백화점에서 상표를 붙이고 비싼 값에 팔리는 호사를 누리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점수를 쳐줄 만한 것은 생태적 어업이라는 점이 아닌가 싶다. 그물을 끄는 어로 방식은 물고기를 쫓아다녀야 하지만, 죽방렴은 멸치가 제 스스로 들어오기를 기다리기 때문이다. 죽방렴이야말로 오늘날 행해지는 조업 방식 중에서 자연의 순리를 거스르지 않는방법이라고 할 만하다. - P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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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는 보통 배꼽이 없다. 포유류가 교미기를 이용하여 체내수정을 하고, 태어나기 전까지 어미로부터 직접 영양을 공급받는 것과 달리 대부분의 경골어류는 부화된 뒤에 난황에서 스스로 영양을 섭취하기 때문에 모체와 연결되는 배꼽이 필요 없다. 그러나 숭어는 배꼽이있다. 진짜 배꼽은 아니고 외견상 주판알만 한 크기로 둥글게 튀어나와 있는 것을 배꼽이라고 말한다. 사실 숭어 배꼽은 위에서 소장으로나가는 출구인 유문이 발달한 것으로 닭의 모이주머니를 생각하면다. 배꼽과 비슷한 것이 생겨난 이유는 숭어가 곤죽같이 된 진흙을 먹어 치우기 때문이다. 숭어는 펄 흙을 먹어 위 속에 저장한 뒤 유기물질이나 미생물 등 영양분을 흡수하고 불필요한 것은 체외로 배출하는데, 이 배출 기관이 바로 배꼽 모양의 유문이다.
이처럼 숭어는 해저의 유기물이나 해조류를 먹기 때문에 이빨이 퇴화한 대신 먹이를 부수기 위하여 위벽이 단단한 주판알과 같이 되어있는데, 회로 먹을 때는 이것이 또한 진미이다.

동해에서 명태, 남해에서 멸치가 유명하다면 서해에서는 조기가 으뜸이다. 조기는 특유의 맛을 지니고 있어 예로부터 고급 생선으로 대접받아 왔다. 보통 조기라고 하면 참조기를 가리키는데, 배쪽 빛깔이 황금색을 띠고 있어 다른 조기류와 구별이 된다. 영광굴비라고 하면 다들 알 것이다. 그 굴비를 만드는 조기가 참조기이다.
조기라는 이름은 한자로는 물고기 중 으뜸이라는 뜻의 ‘종‘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이 종어라는 이름이 급하게 발음되어 조기로 변했다는 것이다. 조기라 부르게 된 뒤에는 사람의 기를 돕는 생선이라는 뜻으로 조기라고도 하였다. 이렇게 조기는 생선 중의 으뜸으로 쳐 제사상에 오를 자격을 얻었는데, 조상을 대신해서 후손들에게 사덕四德을 일깨워 주려는 의도가 있었다 한다. 조기의 사덕이란, 이동할 때를 정확히 아는 예禮, 소금에 절여져도 굽히지 않는 의義 , 염치 있고 부끄러움을 아는 염廉, 더러운 곳에는 가지 않는 치恥가 그것이다.
조기는 머리에 돌이 있다 하여 석수어石首魚라고 불리기도 하였다. - P75

굴비라는 이름은 고려 때 생겨난 것으로 전해진다. 고려 인종 때 이자겸은 셋째와 넷째 딸을 왕에게 시집보내고 세도정치를 하며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렀다.
그러다 왕이 되려는 야심을 품고 난을 일으켰으나 결국은 실패해 정주(지금의 영광)로 쫓겨나서 귀양살이를 하게 되었다.
그 당시 정주에서는 조기가 많이 잡혀 내다 팔기도 하고, 소금에 간한 뒤 말려서 보관해 두었다가 먹기도 했다. 말린 조기를 맛보고 그 맛에 감탄한 이자겸은 임금님께 조기를 진상하였다. 그때 마른 조기에 ‘굴비屈非‘라는 글자를 써 붙어
‘굽히지 않겠다‘는 자신의 의지를 전했는데, 여기서 굴비라는 말이 유래되었고 한다. - P86

단단한 뼈를 가진 경골어류는 머리, 엄밀하게 말하면 귀 속에 이석을가지고 있다. 이석은 칼슘과 단백질이 주성분으로 이루어진 뼈 같은 물체로 몸의 균형을 감지하는 평형기관구실을 한다. 이 이석을 쪼개거나 갈아서 단면을 보면 나무의 나이테 같은 무늬가 있어 나이를 알아낼 수있다. 몇 살 먹었는지, 심지어는 몇 년, 며칠에 태어났는지를 알려 주는 일일 성장선도 찾아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이석에는 비행기의 블랙박스처럼 살아온 여러 정보가 기록되어 있어 물고기의 숨겨진 비밀을 캐낼 수 있다. - P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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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의 방학

사령관은 덕목과 가족에 대해, 포르타 소년들이 어딜 가나 늘달고 다니는 불을 상징하는 표지, 국가의 난로를 지피는 순수한 횃불을 의미하는 그 불에 대해서 연설하고, 또 총통이 이렇다느니 저렇다느니 하는데, 그 말은 베르너의 귀를 익숙하게 두들기고, 무모한 소년 하나는 투덜거리며 토를 단다. "아, 내 중심부에도 뭔가를 담은 뜨거운 그릇 하나가 있지." - P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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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드는 그들을 원망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그들의 능력과 태도와 군더더기 없이 효율적인 움직임에 감탄한다. 그들은 언제나 어디론가 가고 있는 것 같은데, 가야 하니까 가고 있다는 점에 한치의 의심도 하지 않는 것 같다. 그의 나라엔 결핍된 것이다. - P250

예전에 여덟 살인가 아홉 살 때, 아버지는 그녀를 데리고 파리팡테옹에 가서 푸코의 추에 대해 설명해주었다. 추는 말이지, 아버지가 말했다. 아이들이 갖고 노는 팽이처럼 생긴 황금색 구체야. 구체가 67센티미터 철사에 매달려 좌우로 흔들거렸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운동 경로가 바뀌었기 때문에 지구가 자전한다는 사실을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해냈어. 아버지의 설명은 그랬다. 그러나 난간에 서서 추가 휘릿휘럿 소리를 내며 움직이는 동안 마리로르의 기억에 남은 건 아버지가 푸코의 추는 결코 멈추지 않을 거라고 말하던 것이었다. 추는 계속해서 흔들릴 거라고 그녀는 알아들었다. 그녀와 아버지가 팡테옹을 떠난 후에도, 그날 밤 그녀가 잠든 후에도 그녀가 추에 대해 잊어버린 후에도, 그리고 그녀에게 주어진 시간을 다 살고 죽은 후에도.
이제 그녀는 그 추가 눈앞 허공에서 흔들거리며 내는 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다. 그 어마어마하게 큰 지름이 큰 통만 한 금색 추가계속, 결코 멈추는 법 없이 좌우로 흔들거린다. 잔혹한 진실을 바닥에 홈처럼 파고 또 파면서. - P312

그런 후 그녀는 3층 층계참 전화기 테이블에 등을 기대고 앉는다. 통조림 두 개를 허벅지 사이에 끼워 넣고, 칼끝을 통 뚜껑에 대고, 칼자루를 톡톡 두드릴 셈으로 벽돌을 들어 올린다. 그러나 그녀가 미처 벽돌을 내리기도 전에, 그녀 뒤에 있던 철사 덫이 홱 잡아당겨지더니 초인종이 울리고 누군가 집 안으로 들어온다.
(2권에 계속) - P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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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명태

손발이 꽁꽁 얼 것 같은 찬바람이 부는 겨울, 직장 동료들과 퇴근길에 소주 한잔하러 주점가를 기웃거리다 우후죽순 생겨난동태 전문점들을 보았다. 어린 시절 겨우내 질리도록 밥상 위에 오르던 동태, 어머니를 따라 시장에 갔다가 꽁꽁 얼어붙은동태를 상자째 바닥에 내리쳐 떼어내던 풍경을 본 것이 아련하게 기억 나 주저 없이 가게 문을 열고 들어갔다. - P18

본래 대구는 냉수성 어종으로 동해에 서식하며 남해 연안이 남방 한계선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지질시대 언젠가 남해와 서해를 왕래하는 해류를 타고 서해로 넘어간 대구가 되돌아올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이민을 간 셈이다. 서해 중앙부의 깊은 바다에는 차가운 물이 모여 있는 황해저층냉수가 연중 존재하는데, 이들 이민 1세대 대구들이 그 수괴를 만나 정착하게 되었다는 시나리오이다. 동해산 대구의 성숙 체장이 58센티미터로, 38센티미터인 서해산보다 큰 것을 보면 같은 대구 종이 세월이 지나면서 다른 계군으로 나뉘어졌을 가능성이 높다. - P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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