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은
남이 행복하지 않은 것은
당연하게 생각하고
자기 자신이
행복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언제나 납득할 수 없어한다. - P8

게다가 오늘 같은 날은 더욱 여기에 올 일이 아니었다. 오늘은이모에게 아주 특별한 날이었다. 생일과 결혼기념일이 겹친 날, 이모에게 특별한 날이면 나의 어머니에게도 똑같이 특별한 날일 수밖에 없었다. 그것이 두 사람의 겹친 운명이었으니까.
그런데 나는 집에 있지 않고 여기에 있는 것이었다. 할 수 없는일이었다. 어차피 여기에 와 있고, 더더욱이 장미꽃을 들고 어머니에게 간다는 것은 말이 안 되는 일이었다. 우리 집에선 그랬다. 그런 일은 있어서도 안 되고 있을 수도 없는 일이었다. 장미꽃을 주고받는 식의, 삶의 화려한 포즈는 우리에게는 전혀 익숙하지 않았다. 가난한 삶이란 말하자면 우리들 생활에 절박한 포즈 외엔 어떤 것도 허락하지 않는 삶이란 뜻이었다. - P28

외식을 하기로 한 장소는 이모네 수준에 맞게 호텔의 정통 프랑스식당이었다. 딱히 먹고 싶은 것도 없어서 어디로갈까 많이 망설이다정한 곳이라는 이모의 부연 설명이 있었다. 우리 집에서의 외식은, 물론 그것마저 일년에 몇 차례 불과한 일이지만, 망설임 한번 없이 단호하게 돼지갈비집이었다. 고기 타는 연기가 식당 바깥까지 자욱하고, 맛 좋기로 소문났다는 어머니의 자랑처럼 방마다 사람들이 가득 찬 그곳에서는 먹는 일도 노동이었다. 쉴새없이고기를 뒤적이고, 연기를 피해 이리저리 자리를 옮기고, 볼이 미어지게 싸 넣은 상추쌈으로 격렬한 입 운동이 불가피한 거기. 남동생과 나와 어머니는 전쟁터 속의 병사들처럼 묵묵히, 그러나 죽을힘을 다해 돼지고기와 싸우다 거의 지쳐서 식당을 나오곤 했었다.
하지만 여기 이모네 외식은 달라도 한참 달랐다.  - P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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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인지 과정을 규정하기 위해 피부나 뼈의 경계에 집착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다음을 보자.

우리가 어떤 과제에 직면했을 때, 세계의 한 부분이 마치 그것이 우리 머릿속에서 행해졌었더라면 우리가 그것을 인지과정의 한 부분으로 인정했을 과정처럼 작용한다면, 세계의 그 부분을 우리는 바로 인지 과정의 부분으로 보아야 한다. 인지 과정이 (모두) 머릿속에 있는 것은 아니다! (Clark &Chalmers, 1998, p. 8)

우리는 계산을 할 때 암산이 아닌 종이와 펜으로 계산을 하곤한다. 그리고 머릿속이 아닌 휴대폰으로 친구의 전화번호를 검색하고, 길을 찾기 위해 기억보다는 네비게이션에 의존하며, 노트북을 열어 동료의 이메일 주소를 알아낸다. 클락과 차머스의 위의 주장을 받아들인다면, 종이, 펜, 휴대폰, 네비게이션, 노트북 같은 것들 속에서도 머릿속에서 일어나는 것과 같은 종류의 인지 과정이 일어난다고 보아야 한다. 나아가 뇌가 인지 체계인것과 마찬가지로 그것들도 인지 체계이다. 이것이 바로 그들이 주장하는 등가성 원리의 핵심이다." - P262

하지만 내부 과정과 외부 과정이 정말로 같은 종류의 인지 과정인가? 외장 메모리(가령, USB)와 인간의 기억을 비교해보자. 외장 메모리의 상태 또는 과정이 인간의 뇌 속에서 벌어지는 기억하기 과정remembering process과 동일하다고 볼 수 있는가? 아닌 것같다. 우리의 뇌는 탄소로 되어 있지만 외장 메모리는 실리콘으로 되어 있기 때문만은 아니다. 그리고 계산 과정이 일어나는추상화 수준에서 공히 튜링 기계 Turing machine 가 작동하고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도 아니다. 외장 메모리와 인간의 기억 과정이 동일하지 않은 것은, 인간의 기억 과정은 진화와 발생 과정의 산물로서 그 자체가 수많은 유관 정보들의 총합인 반면, USB와 같은 외장 메모리에는 그런 식의 배경 정보들이 전혀 없기때문이다. 다시 말해 둘의 기능은 유사할 수 있지만, 그 기능이수행되는 맥락은 전혀 다르다는 것이다. 따라서 외부장치와 환경에서도 내부의 인지 과정과 동일한 방식의 일들이 일어날 수있다는 등가성 원리는 문제가 있다(Rupert, 2004). - P263

EMT를 뒷받침해주는 또 다른 논변은 이른바 ‘결합 논변couplingargument‘이다. 간단히 말해, 결합 논변은 마음, 몸, 그리고 환경이하나의 결합된 체계(couplet system로서 하나의 인지 체계를 형성한다는 주장이다. 클락과 차머스의 다음 진술을 보라.

외부 도구를 사용하는 경우에 인간 유기체는 외부의 존재자와 쌍방적 상호작용을 통해 하나의 인지 체계로 간주될 수 있는 ‘결합된 체계‘를 만들어낸다. 그 체계의 모든 요소들은 각각 적극적인 인과적 역할을 담당하며, 다 합해져서는 인지가일반적으로 하는 방식과 동일하게 행동을 통제한다. 만일 우리가 외부의 요인들을 제거한다면 그 체계의 행동능력은 떨어질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우리가 뇌의 일부를 제거했을 때벌어지는 일과 똑같다. 이러한 종류의 결합된 과정은 인지과정과 동일하며 그 과정이 뇌속에서 일어나는지 아닌지는 상관없다. (Clark & Chalmers, 1998, pp. 8~9)

결합 논변은 뇌, 몸, 그리고 환경 간의 인과적인 상호작용으로인해 인지 과정이 생겨난다는 발상으로서 다음과 같이 단계를거친다.

(a) 뇌, 몸, 환경 간의 중요한 인과적 결합이 있다.
(6) 뇌, 몸, 환경이 하나의 인지 체계를 형성한다.
(c) 따라서, 뇌뿐만 아니라 몸과 환경도 인지 과정의 한 부분을 구성한다. - P265

 또한, 컴퓨터의 발열장치도 다른 요소들과 인과적으로 결합되어 있긴 하지만, 그것을 ‘계산을 하는 과정들‘이라고 보긴 힘들다. 다시 말해외부 A가 인지를 구성한다고 말하기는 힘들다는 것이다. 반면뇌가 인지를 구성한다고는 할 수 있다. 이렇게 EMT 옹호자들은인과적 결합causal coupling 과 구성을 동일한 것으로 혼동하고 있다(Adams & Aizawa, 2009, p.17).
결합 논변에 대한 또 다른 문제점이 있다. 그것은 EMT 옹호자들의 주장만큼뇌, 몸, 환경이 서로 결합되어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뇌, 몸, 환경간의 상호작용에는 늘 ‘시간 지연‘ 문제가 발생한다. 또한 환경이 늘 투명 transparent 해서 뇌가 언제나 원하는 때에 조작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환경은 많은경우에 반투명(ranslucent 하거나, 심지어 적대적이기 때문에 마음이 환경에 대해 ‘분리된 표상 decoupled representation‘을 갖도록 진화했을 수 있다(Sterelny, 2004). 즉, 뇌, 몸, 환경 간의 인과적 결합이늘 용이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 P268

추락하는 유전자에는 날개가 있을까? 최근 몇 년 사이에 활발히 논의되고 있는 DST는 실추된 유전자의 위신에 오히려 마지막 주먹을 날리는 격이다. DST의 핵심 주장은 다음의 여섯 가지로 요약될 수 있다(Oyama et al. 2001).

(a) 다양한 원인들에 의한 연대 결정 : 모든 형질은 유전자를비롯한 다른 많은 발생 자원들 간의 상호작용으로 인해 산출되며 ‘유전자/환경‘의 이분법은 이런 상호작용자들을 나누는하나의 방식일 뿐이다. 유전자는 수많은 발생 자원들 중 단지하나일 뿐이다. 따라서 ‘천성/양육‘, ‘유전자/환경‘ 등과 같은이분법은 틀렸을 뿐만 아니라, 그런 이분법에 대한 대안적 설명으로 제시된 상호작용론마저도 틀렸다.
(b) 맥락 민감성과 우발성: 수많은 원인들 중에 어떤 것이 중요한지는 체계의 나머지 상태에 따라 우발적으로 결정된다.
즉, 발생 과정은 맥락에 민감하며 우발적으로 일어난다.
(c) 확장된 대물림 유기체는 유전자뿐만 아니라 다른 여러 발생 자원들을 대물림하며, 그 자원들 간의 상호작용을 통해 자신의 생활사를 구성한다.
(d) 구성으로서의 발생 발생 과정에서 다음 세대에 전달되는것은 형질도, 형질의 표상도 아니다. 형질은 발생 과정에서매번 만들어지고 재구성된다.
(e) 분산 통제 유전자만이 발생을 통제하지는 않는다. 통제는분산되어 있다.
(f) 구성으로서의 진화: 진화는 환경으로 인해 형성되는 개체군에 관한 문제라기보다는, 시간이 지나면서 ‘유기체-환경체계‘가 어떻게 변하는가에 관한 문제다. - P271

지난 40억 년 동안 지구 상의 생명체는 자연의 혹독한 문제들을어떻게든 해결해왔기에 진화할 수 있었다. 물론 복잡하게 변화된 환경에 적절히 대처하지 못해 사라져간 종들이 훨씬 더 많은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자연은 융합을 통해 수많은 혁신들을 실험해왔다. 최초의 복제자로부터 출발하여 단세포를 거쳐 현재의 이런 복잡한 생명체들로 진화하기까지, 자연의 융합 실험은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예컨대 원래는 독립적으로 생활하던 미토콘드리아가 다른 원핵세포prokaryote cell와 융합되어 최초의 진핵세포cukaryote cell가 된 사건이나, 발생 과정을 통제하는 Hox 유전자 Hex gene 가 새롭게 재조직됨으로써 복잡하고 다양한 생명의 세계가 열린 것들은 모두 ‘진화적 융합‘을 통해 자연이 이룩한 창의적 혁신들이다. - P2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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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다 그렇잖아."
알렉스는 눈을 감고 귀 기울였다. 상점 앞문이 내려가는 소리. 컹 개 짖는 소리. 트럭들이 우우 하며 다리 위를 달리는 소리. 그의 귓속을 채우는 벨벳처럼 부드러운 밤. 그리고 그 울림, 언제나 들리던 그 소리는 결국 메아리가 아니라 시간이 지나가는 소리였던 모양이다.
푸른 밤
보이지 않는 거리
언제나 떠도는 울림
신발굽이 또각또각 포장도로를 내딛는 소리가 정적을 깼다. 알렉스는 눈을 번쩍 떴다. 그와 베니 둘 다 고개를 돌렸다 몸을 돌리고, 정말이지, 사샤이길 바라는 마음으로 뿌연 어둠 속을 응시했다. 하지만 다른 여자였다. 이 도시에 온지 얼마 안 되는 젊은 여자가 열쇠꾸러미를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 P4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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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드와 르원틴의 이런 비판을 볼 때, 그들은 아마도 모든 형질을 네 가지 유형으로 구분하려는 것 같다. 적응적 적응 형질adaptive adaptarion, 비적응적 적응 형질 monadaptive adaptation, 적응적이지만 적용이 아닌 형질adaptive nonadaptation, 그리고 적응적이지도않고 적응도 아닌 형질 nonadaptive nonadaptation이 그것이다. 그들은인간의 맹장과 같이 적응이면서 현재는 비적응적인 형질이 있는가 하면, 암컷 점박이 하이에나의 비대한 음핵clitoris 과 같이 적응이 아니면서도 적응적인 형질도 존재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인간의 맹장은 처음에 소화기관의 역할을 했지만 지금은 퇴화된 기관으로 염증의 장소가 될 뿐 별다른 기능을 하지 못한다. 반면, 암컷 점박이 하이에나는 수컷의 성기와 크기가 비슷한비대한 음핵을 갖는데 암컷은 이 기관을 다른 개체들을 만날 때복잡한 방식으로 사용한다. 따라서 현재는 적응적이다. 하지만이 음핵이 바로 이런 기능이나 다른 기능들을 위해 진화되었다고는 보기 어렵다. 암컷의 공격성은 수컷화 호르몬의 양과 함께증가하는데 그 공격성이 선택되는 과정에서 생긴 호르몬의 부수 효과 때문에 음핵이 비대해진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암컷점박이 하이에나 성기의 비대함은 적응이라기보다는 부산물이다(Alcock, 1998).‘ - P206

그렇다면 위의 세 가지 인지 적용들은 종교와 어떤 관련이 있을까? 종교 부산물주의자들은 종교를 이 세 가지 인지 적응의부산물이라고 주장한다. 예컨대, 행위자 탐지 능력은 그 행위자가 심지어 초자연적 대상인 경우에도 작동하기 쉽다. 그리고 ‘우연적‘ 사건에 만족하지 못하고 인과적 스토리를 원하는 인간의 인과 추론 본능은 초자연적 존재자를 최종 원인으로 두는 행위를 부추긴다. 마지막으로 상대방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정상인은 ‘나의 정신 상태를 정확하게 꿰뚫고 있는 초월자의 보이지 않는 마음까지 창조해낼 수 있다. - P210

 게다가 도킨스의 정신 바이러스 이론은 초자연적인 믿음의 기원보다는 그런믿음이 생긴 이후의 전달 과정에 대한 이론이다. 다시 말해, 도킨스의 이론에는 인류의 역사에서 초자연적 믿음이 어떻게 생겨나게 되었는지에 대한 설명이 없다.
반면 도킨스의 밈 이론과 맥을 같이 하면서도 종교에 대한 정신 바이러스 이론에 대해서는 다소 비판적인 입장이 있다. 데닛은 도킨스가 종교팀의 무법자적 측면만을 지나치게 강조했다고비판했다. 그는 종교밈을 ‘야생밈wild-type meme‘과 ‘길들여진 밈domesticated meme‘으로 구분한 후, 현대의 고등종교는 후자에 해당된다고 분석했다(Dennett, 2006a). 그에 따르면, 민속 종교folk religion같은 경우는 자신의 복제에만 열을 올리는 야생이지만, 현대의 고등 종교는 경전, 신학교, 교리문답, 신학자 등과 같은 기구들이 없이는 존재할 수 없을 정도로 우리에게 길들여져 있는 밈이다. 즉, 우리가 우리 자신을 위해 야생의 소를 젖소로 길들였듯이, 우리는 진화의 역사에서 우리 자신을 위해 민속 종교 같은 야생밈을 고등 종교로 길들였다는 것이다. 종교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런 종교의 작동 확산, 대물림, 진화 메커니즘을 밝혀야 한다. 바로 이 지점이 그의 지향성 이론이 들어오는 대목이다. 복제자 관점에서 보면 종교밈은 유전자와 마찬가지로 복제자의 전달 및 진화 메커니즘에 따라 행동한다. - P216

종교밈에 대한 데닛의 논의 중에서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믿음에 대한 믿음 belief in belief‘에 관한 대목이다. 가령, 무신론자를향해 "쯧쯧, 너는 잘못된 길로 가고 있어"라며 상대방의 믿음에대해 걱정하는 경우가 바로 ‘믿음에 대한 믿음‘의 사례이다. 이것은 일종의 ‘메타밈meta-meme‘인데, 밈의 효과적인 전파를 위한가장 강력한 도구이기도 하다. - P217

스미스에 따르면 인간은 타인의 느낌에 대해 공감적인 감정교환 상태가 될 수 있는 체계를 갖추고 있다. 이때 관찰자가 그감정에 대해 얼마나 공감할 수 있는가, 상대방의 관점에서 그의 상황을 상상할 수 있는가, 그리고 그것이 관찰자의 감정과 일치하는가에 따라 타인의 감정이 합당한지 또는 부적절한지 평가한 이후 그것을 용납하거나 거부하게 된다. 이처럼 도덕 감정의 정서적인 측면에는 타인의 감정이 적절한 것인지 그렇지 않은것인지 평가하는 메커니즘이 함축되어 있다. 여기서 공감 능력은 정서작용과 인지작용의 연결고리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도덕성의 진화에 대한 중요한 설명을 제공할 수 있다. - P245

타인의 감정과 고통을 내 것처럼 이해하는 것은 도덕관념의 시작이다. 거울 뉴런은 타인의 감정과 고통이 어떻게 ‘내 것‘처럼 이해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새로운 통찰을 준다. 도덕관념이 문화에 따라 다소간의 차이를 보일 수 있으나 기본적인 도덕법칙들은 보편적이며, 그러한 것들은 대체로 타인의 감정 및 고통과 깊은 연관을 가진다.
심지어 우리는 타인을 직접 관찰하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공감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먼 지역의 자연재해로 인한 대규모인명 피해라든가 다른 사회에서 규칙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도덕관념들에 대해서조차도 공감 능력을 확장할 수 있다. 가령,
한 실험에서 고통을 당하는 사람의 모습을 관찰하지도 소리를듣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단지 상대에게 고통 자극이 주어졌다는 신호를 관찰하는 것만으로도 뇌의 정서 영역에서 거울 반응이 일어난다는 사실이 발견되었다. 심지어 고통을 당하는 사람과 같은 부위의 정서적 반응이 실험자에게서 그대로 나타나기도 했다. 직접 보지 못하고 듣지도 못하는 사람들에게도 우리의신경은 계속 켜져 있는 것이고, 이것은 우리 모두가 신경적으로네트워킹 되어 있다는 징표다(Segreat. 2004). - P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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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더 세부적으로, 로버트 트리버스가 제시한 양육 투자 이론parental investment theory 은 성 선택의 두 요인들, 즉 동성 간의 경쟁과 이성의 짝 선택이 어떻게 작동하는지에 대한 이론적인 예측을 한다. 이 이론에 따르면, 자손에게 더 많이 투자한 성은 짝선택을 하는 데 있어서 다른 성보다 더 까다로운 반면, 자손에게 덜 투자한 성은 짝짓기를 위한 동성 간 경쟁에 있어서 다른 성에 비해 더욱 치열하다. 양육 투자 이론은 인간의 짝짓기 전략에 대한 중요한 발견들을 이끌어냈다. - P180

심리언어학자 스티븐 핑커 Steven Pinker(1954~)는 《마음은 어떻게작동하는가? How the Mind Works》에서 포르노를 ‘쾌락 단추pleasure button‘로 설명한다. 그는 인간의 문학, 종교, 예술 등은 인간 사회에서만 나타나는 현상으로서 매우 복잡한 구조를 갖고 있지만, 자연선택에 의해서 직접적으로 진화한 인지적 적응이라기보다는 다른 적응들 때문에 생겨난 부산물byproduct 이라고 주장한다. 부산물 이론을 설명하기 위해 그는 다음과 같이 치즈케이크 비유를 든다. 우리 중에 치즈케이크를 싫어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것이다. 왜 그럴까? 치즈케이크를 위한 미각을 진화시켰기 때문은 아닐 것이다. 우리가 진화시킨 것은, 잘 익은 과일의 달콤한맛으로부터 기쁨을, 견과류와 고기로부터 지방과 기름의 부드럽고 매끄러운 감촉을, 신선한 물로부터 시원함을 느끼게 해주는 그런 회로들이다. 치즈케이크에는 자연계의 어떤 것에도 존재하지 않는 감각적 충격이 풍부하게 농축되어 있다. 그 속에는우리 뇌 속에 있는 쾌락 단추를 누르기에 충분한 인공적으로 조합된 과다한 양의 유쾌한 자극들이 가득 채워져 있다(Pinker,2007).
핑커는 "포르노나 로맨스 소설은 또 하나의 쾌락 테크놀로지"라고 말한다. 그리고 문학을 포함한 예술이 모두 이와 같은것이라고 주장한다. 다시 말해 음악은 청각 치즈케이크이고 미술은 시각 치즈케이크인 셈이다. 그는 책이나 영화에 빠졌을 때를 생각해보라고 한다. "그때 우리는 숨이 멎을 듯한 경치를 관람하고, 중요한 사람들과 허물없이 사귀고, 매혹적인 남녀들과 사랑에 빠지고, 사랑하는 사람들을 지켜주고, 불가능한 목표를성취하고, 사악한 적을 물리친다. 7달러의 비용이 드니 결코 손해 보는 장사가 아니다." (Pinker, 2007, p539) 그에 따르면, 예술은우리 뇌 속에 하나의 적응으로 장착된 ‘쾌락 단추‘가 눌릴 때마다 나오는 부산물이다. - P187

 밈학의 관점에서 포르노현상은 어떻게 이해될 수 있을까? 포르노의 진화론과 신경학을결합시켜보자. 포르노는 진화한 연애 본능의 부산물이었다. 즉, 남성의 연애 본능(성적 다양성)의 부산물이었고, 인간의 거울 뉴런계의 작동으로 잘 소비되고 있다. 그런데 이 포르노가 디지털테크놀로지의 비약적 발전으로 인해 엄청난 속도와 양으로, 그리고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방식으로 우리의 거울 뉴런계를 자극하고 있다. 그래서 이제는 거울 뉴런계가 포르노를 향유‘한다기보다 오히려 포르노 밈이 우리의 거울 뉴런계를 ‘갈취‘한다고 해야 할지 모른다.
포르노는 우리의 유전자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던 시대를 넘어(부산물로서의 포르노), 이제 자신만을 위해 존재하는 밈의 세계로 진화했다. 앞서 살펴보았듯이, 포르노가 준자율적인 밈의 세계로 진입하게 된 데에는 모방과 공감을 가능하게 하은 정교한 거울 뉴런계가 큰 역할을 했을 것이다. - P194

에드워드 윌슨은 종교에 대한 진화론적 이해의 가능성을 현대적 의미에서 거의 처음으로 제기한 학자다(E.O. Wilson, 1975), 그에 따르면, 인간의 마음은 신과 같은 초월자를 믿게끔 진화했다. 예컨대, 그는 동물 집단에서 나타나는 서열 행동(열위자가 우위자에게 복종하는 행동이 종교와 권위에 순종하는 인간의 행동과매우 유사하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는 동물들이 서열 행동을 통해 각자의 적응적 이득을 높이듯이, 인간도 종교적 행위들을 통해 자신의 번식 성공도를 높였을 것이라고 주장한다(E. O. Wilson,
1998). 즉, 종교 행동 자체가 하나의 적응이라는 입장인 셈이다. - P199

윌슨처럼 종교의 적응적 리득을 주장하는 이들은 종교의 유용성을 강조한다. 예컨대 그들은 종교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사람들로 하여금 의사결정의 인지적 부담을 줄여주고, 사후에 대한 두려움을 덜어주며, 위계 사회에서 처신을 잘할 수 있도록만들기 때문에 진화했다고 말한다. 즉, 종교를 가진 개인은 그렇지 않은 개인들보다 생존과 번식 측면에서 더 유리했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개체 차원의 적용 말고도 종교를 집단 차원의 적응으로 간주하는 이들도 있다. 예컨대 또 다른 윌슨인 데이비드윌슨은 종교 집단이 비종교집단에 비해 더응집적이고 자원을공유하거나 전쟁을 치르는 데 있어서 더 협조적이기 때문에 종교는 개체 수준이 아닌 집단 수준에서의 적응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 P201

한편 종교에 대한 집단 적응주의는 문제가 좀 더어떤 형질이 집단 선택에 의해 진화하기 위해서는 집단 내에서배신자들이 창궐하는 것을 막는 메커니즘이 존재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결국에는 내부로부터의 붕괴를 피할 수 없게 된다.
가령, 극단적으로 한 사람만 빼고 집단 내 모든 구성원들이 종교적 성향을 발휘한다고 해보자. 이 집단에서 가장 큰 이득을보는 사람은 그 한 사람이다. 그 한 사람 때문에 장기적으로 그집단은 내부로부터 붕괴할 수밖에 없고, 따라서 종교성은 진화할 수 없다. 사실 이것은 선택의 수준 논쟁에서 늘 언급되는 이른바 ‘배신의 문제‘로서 집단 선택론자들이 해결해야 할 과제이기도 하다. - P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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