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론
수년 전에 나는 중국 출신의 한 대학원생과 함께 사회심리학적 주제와 인간의 사고 방식에 관하여 연구를 진행하고 있었다. 연구를 시작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그 학생은 "교수님, 교수님과 저의 차이점이라면, 저는 세상을 원이라고 생각하는 반면 교수님은 세상을 직선으로 생각하신다는 점입니다"라고 내게 말하는 것이었다. 내가 당혹스러워한다는 것을 분명히 알았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자기의 생각을 계속해서 말했다. "중국 사람들은 사물은 늘 변화하며 언젠가는 다시 원점으로 회귀한다고 믿습니다. 그들은 아주많은 사건들에 동시에 주의를 기울이고 사물들 간의 관계성을 파악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중국 사람들은 전체를 고려하지 않고 부분만을 떼어내서 이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제가 볼 때 서양 사람들은 훨씬 더 단순하고 기계적인 세상에 살고있습니다. 그들은 큰 그림보다는 부분적인 사물 그 자체, 혹은 사람 자체에 주의를 기울입니다. 뿐만 아니라 사물의 행위를 지배하는 규칙을 알고 있기 때문에 자신들이 상황을 통제하고 있다고 믿는 것 같습니다." - P13
나를 포함한 보편주의자들은 다음과 같은 생각을 강하게 가지고 있었다.
• 인간은 누구나 동일한 인지 과정을 가지고 있다. 마오리족의 지도자이든지 현대의 벤처 사업가이든지 지각, 기억, 인과분석, 범주화, 그리고 추론과정에 있어서 동일하다. • 만일 어떤 문화권의 사람이 다른 문화권의 사람과 신념 체계가 다르다면, 그것은 그들이 세상의 다른 측면을 보거나 아니면 단순히 다른 내용을 교육받았기 때문이지 서로 다른 인지 과정을 가지고 있기 때문은 아니다. • 고등 추론 과정은 논리학의 형식 논리에 따른다. 예를 들어, 모순된 것을수용해서는 안 된다는 추론은 "어떤 명제가 참이면서 동시에 거짓일 수없다"라는 형식 논리에 따른다. • 인간의 사고 과정 자체는 사고의 내용과는 독립적이다. 다시 말해 서로다른 대상들에 대해서도 동일한 사고 과정이 작용한다. - P14
이에 더하여 나는 아주 짧은 시간 동안의 훈련을 통해서도 사람들의 추론 방법과 실제 행동이 바뀔 수 있음을 이 연구들을 통하여 알게 되었다. 일종의 문화의 힘을 인식하게된 것이다. 그래서 나는 현재 버클리대학의 심리학과 교수인 펑카이핑이라는 그 중국 학생의 주장을 검증해보기로 했다. 교육에 의해서 성인들의 추론 방식이 바뀔 수 있다면, 서로 다른 문화의 사람들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특정한 사고의 습관을 가지도록 끊임없이 사회화될 것이고 그 결과 서로 다른 사고 습관을 가지게 될 것이다. - P15
동양과 서양의 사회 구조에서의 차이, 그리고 동양인들과 서양인들의 자기 개념에서의 차이는 그들이 사고 과정과 사고 내용에서 보이는 차이와 일치한다. 즉, 동양 사회의 집합주의적이고 상호의존적인 특성은 세상을 보다 넓게 종합적으로 보는 시각, 어떤 사건이든지 수없이 많은 요인들과 복잡하게 얽혀 있는 것으로 보는견해와 일맥상통한다. 같은 논리로, 서양 사회의 개인주의적이고독립적인 특성은 개별 사물을 전체 맥락에서 떼어내어 분석하는그들의 접근, 사물들을 다스리는 공통의 규칙을 발견할 수 있고 따라서 사물의 행동을 통제할 수 있다는 그들의 신념과 통한다. 다른 문화권의 사람들이 사고의 체계에서 정말로 다르다면, 태도, 신념, 가치, 선호와 같은 심리적 특성들에서 나타나는 문화간의 차이는 단순한 차이가 아니라 세상을 이해하는 데 사용하는 생각의 도구가 다르기 때문에 나타나는 불가피한 결과일 것이다. - P17
과학과 수학 - 왜 고대 중국에서는 연산과 대수학은 발달했지만 기하학은 발달하지 못했을까? 어떻게 고대 그리스는 기하학에서 눈부신 진보를 보였을까? 현대의 동양인들이 서양인들보다 수학과 과학을 잘하는데도 불구하고, 그 분야에서의 최첨단 발전은 왜 서양에서 더 두드러질까? 주의 과정과 지각 과정 - 왜 동양인들은 서양인들보다 사건들 간의 관련성을 잘 파악하는 것일까? 반대로 주변 환경에서 개별 사물을 분리하는 과제에서는 왜 동양인들이 서양인들보다 더 어려워할까? 인과적 추리 - 왜 서양인들은 사람의 행동을 설명할 때 상황적인 요인은 무시하고 그 사람의 내부 특성만을 강조할까? 왜 동양인들은어떤 일이 발생하고 나면 ‘내가 처음부터 그럴 줄 알았지‘라는 후견지명 효과를 강하게 보일까? 지식의 조직화 - 왜 서양의 유아들은 동사보다는 명사를 더 빠른 속도로 배울까? 그 반대로 왜 동양의 유아들은 명사보다는 동사를 더 빨리 배울까? 추론 과정 - 왜 서양인들은 일상적인 문제를 해결할 때에도 형식논리를 자주 사용할까? 왜 동양인들은 명백하게 모순되어 보이는 두주장들을 동시에 받아들일까? 동양인들과 서양인들이 각각 특징적으로 범하는 추론의 실수는 무엇일까? - P19
그리스인들은 자신의 삶을 스스로 통제할 수 있다는 확신이 유독 강했다. 그 시대의 다른 문화권에서는 왕의 한마디가 곧 법이었고, 왕에게 대항하는 것은 곧 죽음을 의미했다. 그러한 사회에서시민들이 자유롭게 여행을 한다는 것은 상상 속에서나 가능한 일이었다. 통치자의 입장에서도 개인에게 그러한 자유를 허용하는것은 매우 위협적인 일이었으므로 허락하지 않았던 것이다. 이처럼 그리스인들은 다른 문화권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개인의 자율성에 대한 신념을 가지고 있었다. 즉, 자신의 삶은 스스로 주관하는 것이므로 자신이 원하는 대로 자유롭게 행동할 수 있다는확신을 가지고 있었다. 이러한 생각은 ‘행복‘에 대한 그들의 정의에서도 뚜렷이 나타난다. 그리스인들이 정의하는 행복이란 ‘아무런 제약이 없는 상태에서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여 탁월성을 추구하는 것‘이었다. 개인의 자율성에 대한 그리스인들의 강한 신념은 개인 정체성에대한 강한 인식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다. 그들은 인간을 ‘독특한특성과 목표를 가진 상호 개별적인 존재‘로 파악했다. - P27
그리스에서 개인의 자율성이 중요했다면, 중국에서는 조화로운 인간 관계가 중요했다. 중국인들은 어릴때부터 자신이 어떤 집단의구성원, 특히 가족의 구성원이라는 점을 가장 중요한 사실로 교육받는다. 그리스인들에게 있어서 개인이 특정 상황에 구속되어 있지 않은 독립적인 존재였다면, 중국인들에게 있어서 개인은 ‘특정집단에 소속된 구성원‘이었다. 그리스인들이 연극이나 시 낭송을관람하는 것을 특별한 일로 생각한 반면, 동시대의 중국인들은 친구나 친척을 방문하는 것을 특별한 행사로 여겼다. 철학자 헨리 로즈먼트(Henry Rosemont)는 중국 사회의 특징을 이렇게 평했다.
초기 유교 신봉자들에게 ‘나‘라는 존재는 타인과의 관계 맺음과그 속에서 부여되는 역할들의 총체일 뿐, 결코 독립된 존재가 아니었다. 결국 그들의 정체성은 역할에 따라 결정되므로 역할이 바뀌면 정체성도 당연히 바뀐다. 즉, 완전히 ‘다른 나‘가 되는 것이다. - P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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