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면적으로 드러나는 의식적인 얼굴 확인계(혹은확인계들)는 제대로 돌아가고 있는 데 비해 ‘사기꾼‘이 사랑하는 연인과똑같이 생겼다는 데 캡그래스 환자들이 동의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보통 때에는 그런 경우에 재차 확인해 주는 역할을 하는 드러나지 않은 체계(혹은 체계들)는 훼손당하여 기분 나쁜 침묵을 지킨다는 것이다. 얼굴을 확인하는 데 필요한 그런 미묘한 체계의 부재는 당혹스러운 결과("무언가가 아니야!")를 낳는다. 그것은 살아남은 시스템이 던진 찬성표에 거부권을 행사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 결과 환자는 지각계에 생긴 오류를 문제 삼기보다는 바깥 세계를 탓한다. 훼손당한 지각계가 우리에게 얼마나 막강한 힘을 발휘할 수 있는지는 까맣게 모른 채 터무니없는 형이상학적 믿음을 고수하려고 든다. 이 특정한 지각계의 인식욕이 충족되지 않을 경우 그지각계는다른 지각계가 받아들인 내용을 뒤집어엎는다. - P189
지향적 자세를 채택하는 전략이 내가 주장한 것처럼 커다란혜택을 가져오는 것이라면 동물의 마음에서 획기적 돌파구가 되는 지점은 바로 다른 존재에게 그리고 자기 자신에게 지향적 자세를취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지향계가 될 것이다. 우리는 동물이 다른 동물의 다른 생각 (우리는 이것이 있다고 가정하고 있다.)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행동을 찾아야 한다. 행동주의자를 빗댄 오래된 농담이하나 있다. 행동주의자는 믿음은 없다고 믿고 생각을 가진 존재는전혀 없다고 생각하고 누구에게도 의견이 없다는 의견을 지니고있다는 것이다. 남의 마음에 대해 가설조차 세우지 못하는 행동주의자처럼 좁은 울타리 안에 갇힌 동물은 어떤 동물인가? 자의에의해서든 타의에 의해서든 더 높은 단계로 발전한 동물은 어떤 동물인가? 우리는 이러한 두 동물의 차이가 어디에서 생기는지 알아야 한다. 다른 행위자의 생각을 발견하거나 조종하기에 여념이 없는 비사고 행위자라는ㅍ말에는 어딘가 모순이 있다. 따라서 우리는 사고가 부득이 진화할 수밖에 없는 복잡성의 단계를 여기서 찾아낼 수 있을 듯하다. - P198
생각은 혼자만의 힘으로 나올 수 있는 것일까? (여러분이 내 생각에 대해서 생각한다면 나는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서 여러분의 생각에 대해서 생각하기 시작할 것이다. 반성의 군비 확장 경쟁인 셈이다.) 많은 이론가들이 고등지능의 진화를 이렇게 일종의 군비 확장 경쟁으로 설명한다. 심리학자 니컬러스 험프리 (Nicholas Humphrey)는 자연의 심리학자들(Nature‘s Psychologists)」(1978)이라는 논문에서 자기 의식의 발전은 남의 마음에서 벌어지는 사태에 대한 가설을 개발하고 검증하기위한 전략이었다고 주장했다. 다른 행위자의 생각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행동 능력은 자동으로 스스로의 생각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행동 능력을 수반하는 것으로 보인다. 험프리가 지적했듯이 이것은 자기 의식을 다른 의식에 대한 가설의 원천으로 이용하기 때문이거나 남에게 지향적 자세를 취하다 보면 자신에게도 동일한태도를 취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기 때문이리라. 혹은 이런 이유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는지도 모른다. - P199
「개성의 조건(Conditions of Personhood)」(1976)이라는 글에서 나는 개성으로 향한 중요한 첫걸음은 1차 지향계에서 2차 지향계로올라선 것이었다는 견해를 피력한 바 있다. 1차 지향계는 수많은대상에 대한 믿음과 욕망을 가지고 있지만 믿음과 욕망에 대한 믿음과 욕망은 가지고 있지 않다. 2차 지향계는 자신의 것이든 남의것이든 믿음과 욕망에 대한 믿음과 욕망을 가지고 있다. 3차 지향계는 이 지향계가 무언가를 원한다고 상대가 믿기를 원하는 고차적인 능력을 가질 것이다. 4차 지향계는 상대가 무언가를 믿는다는 것을 이 지향계가 믿기를 여러분이 원한다고 믿을 것이다. 가장획기적인 발전을 이룩한 것은 1차 지향계에서 2차 지향계로의 전환이었다고 나는 그 글에서 주장했다. 고차 지향계는 어떤 행위자가 머릿속에 한 번에 얼마만큼을 담아 낼 수 있느냐로 규정된다. - P200
그러나 연구자들이 주장한 것처럼 설령 고차 지향계가 마음의 발전 과정에서 중요한 한발을 내디딘 것이었다 하더라도 사고하는 지혜와 사고하지 않는 지혜 사이에서 우리가 찾는 분수령은분명 아니다. 인간이 아닌 생물에서 나타나는 외견상의) 고차 지향계 중 일부는 심도 있게 분석한 결과 여전히 비반성적 지혜의 범주에 들어가는 것처럼 보인다. 땅 위에 둥지를 트는 새가 둥지 가까이 접근한 맹수에게 전형적으로 보이는 유인 행동을 보자. 어미새는 방어력이 전혀 없는 알이나 새끼들로부터 살그머니 멀어지면서 파닥거리다가 고꾸라졌다가 구슬픈 울음소리까지 내면서 마치날개가 부러진 듯한 시늉을 드러내 놓고 하기 시작한다. 그러면 맹수는 둥지에서 어미새에게로 관심을 돌리지만 결국은 손안에 굴 마음의러 들어온 이 떡을 붙잡는 데에는 실패하고 만다. 여기서 채택된행동 원리는 너무도 자명하다. 리처드 도킨스(Richard Dawkins)가1976년에 출간한 『이기적 유전자(Selfish Gene)』에서 소개한 실용적전략에 따라 이 원리를 가상적 독백의 형태로 표현할 수 있다.
나는 낮은 곳에 둥지를 트는 새며 새끼들은 맹수에게 발각당하면 꼼짝없이 당할 수밖에 없다. 지금 다가오는 맹수의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리지 않으면 조만간 새끼들을 발견할 것으로 예상된다. 나를 잡아먹고 싶은 ‘욕망‘을 불러일으켜야만 맹수의 관심을 흐트러뜨릴 수있는데 그러려면 나를 실제로 잡을 수 있는 가능성이 꽤 높다고 맹수가 ‘생각해야 한다. 내가 더 이상 날지 못한다는 ‘증거를 보여 주면‘맹수는 얼른 그런 ‘믿음‘을 갖게 될 것이다. 나는 날개가 부러진 듯한 시늉을 함으로써 그런 증거를 보여 준다.(Dennett, 1983) - P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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