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9년 4월 10일 밤 10시, 상해 프랑스 조계 김신부로(金神父)에 자리잡은 허름한 셋집에 우리 독립투사들이 모여들었다. 중심 의제는 임시정부 조직이었다. 타인들이 정부를 조직하자는 데 대해 몽양은 당조직을 주장하였다. 정부라면 체면을 유지하여야 할 터인데 현재 형편으로는 체면을유지하기가 곤란하고, 또 정부라면 명의가 크고 무거워 운영이 곤란하다는 이유에서였다. 정부를 주장하는 쪽 이유는민심을 강화시키고 일본에 대한 반항의 의미가 크다는 것이었다. 몽양의 주장은 현실론이요, 다른 이의 주장은 이상론이었다. 결국 다수의견을 따라 정부를 조직하기로 하였다.
다음은 국호다. 몽양은 ‘대한‘을 반대하였다. 이유인즉, 대한은 우리나라에서 오래 쓴 역사가 없고 이조 말에 잠깐 쓰다가 망한 이름이니 부활시킬 필요가 없다는 것이었다. 대한을 주장하는 편은 대한으로 망했으니 대한으로 흥하자는 것이었다. 이것도 다수의 의견을 따라 대한이 채택되었다.
몽양은 또 황실우대를 반대하였다. 그러나 황실을 우대하자는 주장은 이러했다. 고종이 죽은 뒤에 대한문 앞에 백성의 곡성이 창일(張溢)하였다. 이것을 보면 아직도 민심이 황실에 뭉쳐 있으니 민심수습상황실을 우대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몽양은 대답했다.
"동지들은 대한문 앞 곡성을 잘못 들었다. 망국의 울음을아무 때나 울면 잡혀갈 처지였기 때문에 참고 있다가 핑곗김에 기회를 얻어 운 것이요, 황실 그 자체를 생각한 울음이아니었던 것이다."
그러나 민주사상과 혁신정신이 앞서 있는 모양의 주장이완고한 독립운동가들에게 먹혀들어갈 리가 없었다. 역시다수의 의견에 따라 가결되어 대한민국 임시정부 헌장 제8조에 "대한민국은 구황실을 우대함"이라는 조문을 넣게 되었다.
다음에는 수반(首班)문제로 격론을 벌였다. 일본과 국내에서 온 사람들은 이번 독립만세운동의 33인을 중심으로 해서 정부를 조직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국외에서 독립운동을벌여온 해외파에서는 한일합병 이후 해외로 망명하여 목숨을 내걸고 싸워온 독립투사들이 마땅히 중심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수반문제에서의 대립은 더 노골적이 되었다. - P105

여기서 잠깐 미국에 있는 이승만을 중심으로 한 사람들의동태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미국과 하와이에 산재한 동포들로 조직된 ‘대한인국민회‘에서는 이승만 · 정한경(鄭翰景)·민찬호(閔贊鎬) 세 사람을 선정하여 파리강화회의에대표로 파견코자 하였으나, 일본이 연합국의 일원으로 참전하였기 때문에 미 국무성에서는 그들의 여권을 발급해주지않았다. 이승만을 정점으로 하는 그들은 3·1운동 직전에 독립 대신 위임통치 및 자치 문제를 주장하고 있었다. 이 사실을 몇몇 사람은 잘 알고 있었다. 그런데 신석우가 이승만이 적임자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이 순간 사학자 단재(丹齋) 신채호가 천부당만부당이라고 소리치며 열기를 뿜었다.
"이승만은 이완용보다 더 큰 역적이다. 이완용은 있는 나라를 팔아먹었지만 이승만은 아직 나라를 찾기도 전에 팔아먹은 놈이다." - P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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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난한 농민들에게 대출을 해주고 그들의 삶의 질을 개선시켜 큰 성공을 거둔 소액 대출 사업은 이윤동기가 개입되면서 추악하게 변질되었다. 그라민 뱅크를 창설한 무하마드 유누스와 방글라데시 농촌발전위원회를 창설한 파즐 하산 아베드 경이 최초로 시작한 소액 대출사업은 은행을 한 번도 이용해 본적이 없는 극빈층사람들에게 소액 대출의 기회를 열어 주어 수백만 명에게 인생의 전환점을 마련해 주었다. 소액 대출 사업의 주요 수혜자는 여성들이었다. 여성들은 소액 대출을 받아양계를 비롯하여 여러 가지 생산적인 활동에 참여할수 있었고, 그 덕분에 자신의 가족과 공동체의 생활 수준을 향상시킬 수 있었다. 영리를 추구하는 은행들은 이런 경험 속에서 <피라미드의 최하층에 돈이 있다>는 사실을 간파했다. 이들은 피라미드 가장 아랫단에 있는 사람들은 가진 것은 적어도 수가 많기 때문에, 그 많은 사람들로부터 소액을 받아 내는 일은 충분히 가치 있는 일이라고 보았다. 세계 각지의 은행들이 가난한 사람들을 겨냥한 소액 대출 사업에 열광적으로 뛰어들었다. 인도의 은행들은 새로운 기회를 잡았다. 그들은 가난한 인도 사람들이 가족의생활 수준을 개선하려는 목적 이외에도 부모의 질병 치료비를 감당하거나 딸의 결혼 자금으로 쓰려는 목적으로 높은 이자율을 물고라도 대출을 받는다는 것을 확인했다. 인도 은행들은 이 대출 사업에 <소액 대출micro-credit〉이라는 이름을 붙여서 공익성의 외양을 씌우고, 그라민 뱅크와 방글라데시 농촌발전위원회가 해온 것과 동일한 일을 하고 있는 것처럼 위장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런 위장은 빚에 몰린 농민들의 자살이 잇따라 일어나고 두 종류의 사업이 똑같지 않다는 대중적인 인식이 형성되기 전까지만 통할 수 있었다 - P337

2012년 2월 말, 월스트리트 저널은 미국의 주택 압류사태의 불미스러운 면모를 또 다른 측면에서 폭로했다. 3장에서 살펴보았듯이, 주택 담보 대출 증서의 발행과 관련해서 차별적인 관행이 있었던 것과 마찬가지로 주택압류 과정에서도 차별적인 관행이 있었다. 이 경우에는 인종에 따른차별이 아니라 소득에 따른 차별이었다. 은행들이 1백만 달러가 넘는 담보 주택의 압류 절차를 진행하는 데 걸린 시간은 평균적으로 2년 2개월로, 10만 달러 이하 담보 주택의 압류 절차 소요 시간에 비해 6개월이나 길었다. 이런 결과는 여러 가지 요인에서 비롯한 것이었다. 은행들은 이런 고액채무자들의 요구를 수용하기 위해 상대적으로 많은 노력을 기울였고, 고액 채무자들은 자신을 방어하기 위한 무기로 변호사들을 동원하는 능력이상대적으로 앞섰다. - P343

법률 시스템에 접근하는 것 자체에도 큰 비용이 들어간다. 따라서 법률시스템은 대기업과 부자에게 우위를 제공한다. 우리는 지적 재산권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우리는 큰 비용이 들어가는 불공평한 지적 재산권제도를 고안했고, 이 제도는 과학과 소규모 혁신기업의 발전보다는 특허전문 법률가와 대기업의 우위를 인정해 주는 쪽으로 기울어져 있다. 대기업들은 작은 기업들의 지적 재산권을 침해하고서도 처벌을 모면할 수 있다. 그들은 법적 분쟁이 벌어져도 자신들의 화력이 더 우세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악당 같은 특허괴물들(법률 회사들)은 휴면 특허를 싼값에 사두었다가 그 특허와 똑같은 내용의 사업으로 성공하는 회사가 나타나면 특허권 침해로 인한 부당 이득 청구소송을 제기하여 사업을 접게 하겠다고 위협한다.
바로 이런 일을 당한 것이 블랙베리 제조사인 RIM이었다. RIM은 <특허보유 회사> NTP가 제기한 특허권 소송의 과녁이 되었다. NTP는 현재 애플,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버라이즌 와이어리스, AT&T, 야후, 티모빌 유에스에이와 관련된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특허권 침해 소송은 그 회사가 침해당했다고 주장하는 특허가 유효한 것인지도 분명치 않은 상황에서진행된다. 그러나 특허권 소송에 제소된 회사가 자신에게 부과된 <일체의>벌금과 <일체의> 조건(여기에는 그 특허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는 조건도 포함된다)을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특허 <보유자>는 자신의 주장이 무효로 판정이 나기 전까지는 (여러 해가 걸릴 수 있다) 상대 회사에 대해 영업 정지 처분을 받아 낼 수 있다. 이 소송에서 블랙베리는 NTP의 요구에 굴복하여 6억 달러를 NTP에 지급했다.42
최근에 휴대전화 산업계는 복잡한 특허분쟁(애플, 삼성, 에릭슨,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모토롤라, 노키아, RIM, LG, HP와 특허 보유 회사인 아카시아 리서치간의 특허 분쟁)에 휘말려 있다. 이 분쟁은 여러 나라에서 다양한 법적 논쟁의 화두가 되고 있다. 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불확실하지만 (어느 한쪽이 이기는 경우 소비자의 선택 폭은 크게 좁아지고 가격은 상승할 것이다) 한 가지 확실한것은 이 싸움에서 큰 수익을 올리는 것은 변호사들이라는 점이다. - P345

42 이런 부당한 강탈을 방지할 수 있도록 특허 제도를 조직할 대안은 분명히 존재한다. 예컨대 <합리적인>을 수수료를 납부할 경우, 개인에게 특허를 이용할 수 있는권리를 부여하는 피해 보상 방식도 그중 하나다. (이베이 대 미크익스체인지 BayInc, v, MercExchange LLC. 사건에 대한 대법원의 결정은 강탈의 정도를 제한했다.) 지적 재산권 제도의 조직 방식을 달리하면 기회의 균등성을 제고할 수 있다. 법규상의 작은 변화만으로도 소득 재분배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미국에서는 먼저 특허 신청을 한 자에게 특허를 주는 제도 대신에 먼저 발명한 자에게 특허를 주는 제도를 도입하자는 제안을 둘러싸고 열띤 논쟁이 진행되었다. 먼저 특히 신청을 주는 방식은 대기업에게 우위를 제공한다. 이들이 고용한 다수의특히 변호사들은 특허를 낼 수 있을 만한 혁신이 이루어지자마자 곧바로 특허 신청을 낼 태세를 갖추고 있다.  - P577

우리의 경제 및 사법 시스템은 나쁜 행동에 대한 유인을 제공하고 있다. 설사 사기 행위를 통해서 발생한 수익이라 하더라도 기업의 수익이 올라가기만 하면 경영진들의 보수는 올라간다. 그러나 과징금을 내는 것은 기업의 주주들이다. 수많은 사건들이 일어났지만, 사기 행위에 대한 책임이있는 경영진들은 일찌감치 빠져나갔다. 여기서 경영진에 대한 형사소추와 관련해서 꼭 지적하고 싶은 것이 있다. 과징금은 주주들이 납부하고 경영진들은 사업의 위험성을 수익 배분의 결과 뒤로 감추고 단기적인 실적을근거로 해서 자신의 보수를 챙긴다면(즉 적발이 되어 기소가 되고 과징금까지물어야 하는 사건이 발생할 확률이 아주 적다면), 이처럼 사기 행위가 지속적으로 반복되는 패턴이 나타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과정금을 물리는 것보다 더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 결정을 내리고 행동을 하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행동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범죄자들이 자신의 책임을 <기업>이라는 추상적인 존재에게 전가하도록 놓아두어서는 안된다. - P349

경제학의 기본 원칙에 따르면, 좋은 행위에 과세하는 것보다 나쁜 행위에 과세를 하는 쪽이 더 효과적이다. 노동생산적인 행위)에 과세를 하는 것보다는 오염 행위(나쁜 행위, 이를테면 원유 회사가 해양 원유 유출 사고를 일으켜 바다를 오염시키는 행위나 화학 회사가 유독성 폐기물을 배출하는 행위, 혹은 금을 회사가 악성 자산을 창출하는 행위 등)에 과세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다. 오염 물질을 생산하는 사람들은 자신이 사회의 나머지 성원들에게 부과하는비용을 지불하지 않는다. 수질 오염이나 대기 오염(여기에는 온실가스 방출도포함된다)을 일으키는 사람들이 자신의 행동이 초래하는 사회적 비용을 지불하지 않는 현실이야말로 심각한 경제 왜곡이다. 세금은 부정적 외부 효과를 낳는 행위에 대한 유인을 감소시키고 사회적 기여도가 높은 영역으로 자원을 이동시킴으로써, 이런 왜곡을 바로잡는 데 기여한다. 자신이 남들에게 부과하는 비용 전액을 지불하지 않는 회사들은 사실상 보조금을받는 셈이다. 이런 종류의 행위에 매기는 세금만으로도 십 년이면 수조 달러의 재정 수입을 거둘 수 있다. - P360

원유, 가스, 화학, 제지, 그 밖에 여러 회사들은 우리의 환경을 오염시켜 왔다. 또한 금융 회사들은 악성 모기지로 세계 경제를 오염시켰다. 금읍 부문은 사회의 나머지 성원들에게 막대한 외부 효과를 부과하고 있다. 앞서 지적했듯이, 금융 부문의 행동이 핵심적인 요인이 되어 발생한 금융위기의 총비용은 수조 달러에 이른다. 이전의 장들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플래시 트레이딩를 비롯한 각종 투기 행위는 변동성을 낳을 뿐 현실적으로 가치를 창출하지 않기 때문에 시장 경제의 종합적인 효율성을 감소시킬 수 있다.
오염자 부담 원칙은 오염을 유발한 자는 자신이 타인에게 부과한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구제 금융 조치와 무수히 많은 숨겨진 보조금을 통해서 금융 부문에 사실상의 보조금을 지급해왔다. 금융 부문에 대해 다양한 세금을 부과하자는 목소리는 날로 거세지고 있다. 이를테면 외환 거래를 비롯한 모든 종류의 금융 거래 혹은 특정한 금융 거래에 아주 낮은 세율의 세금을 부과하는 금융 거래세다. 프랑스는 이미 금융 거래세를 도입했고, 영국은 비교적 제한된 형태의 금융 거래세를 운용하고있다. 스페인, 독일을 비롯한 유럽위원회의 지도자들 역시 금융 거래세의 도입을 지지하고 있다. 아주 낮은 세율을 적용해도 정부는 금융 거래세로 상당히 큰 조세 수입을 올릴 수 있다. - P361

 우리가 쓸 수 있는 방법은 여러 가지다. (1) 상위 계층에 대한 세율을 인상하는 방법. 이들은 국민 소득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세율을 소폭 인상하는 조치만으로도 상당한 세수가 확보된다. (2) 조세 회피 통로를 차단하고 상위계층에게 편중되어 있는 특정한 소득에 대한 특혜 대우(투기 소득 및 배당금에 대한 낮은 세율 적용, 지방채 이자에 대한 세금 감면)를 폐지하는 방법. (3) 개인세 및 법인세와 관련하여 기업에게 재정적 지원을 제공하는 조세 회피통로를 차단하고 특혜 조항을 폐지하는 방법. (4) 지대에 높은 세율을 적용하는 방법. (5) 오염을 유발한 자에게 세금을 부과하는 방법. (6) 금융 부문에 세금을 부과하는 방법. 이것은 경제의 다른 부문에 반복적으로 떠넘긴 비용을 부분적으로나마 반영하는 과세 방식이다. (7) 국가 자원(<전체>미국인이 소유권을 누려야 마땅한 자원)을 이용하거나 개발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온전한 대가를 치르게 하는 방법 이상의 세입원들은 경제의 효율성을 강화하고 재정 적자를 크게 감축시킬 뿐 아니라 불평등을 완화한다. 이런 단순한 착상들이 일반적인 재정 적자 감축 의제에서 중심적인 위치를차지하지 못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상위 1퍼센트 소득층 가운데 다수가올리는 소득의 상당 부분이 이런 공짜 선물(환경을 오염시키는 원유, 가스 및각종 행위와 세법에 드러나지 않게 숨겨진 보조금, 국가 자원을 헐값에 사들이는 능력, 금융 부문에 제공되는 수많은 특혜 대우)을 받아 챙기는 부문들로부터 나오기 때문이다. - P363

우리는 상이한 종류의 조세 및 지출 정책에 따르는 경제 부양의 효과를 고려하여 정책을 결정할 수 있다. 이를테면, 승수 효과가 큰(정부지출이 늘어나면 국내 총생산이 그 몇 배나 늘어나는) 프로그램에 대한 지출을 늘리고 승수 효과가 작은 프로그램에 대한 지출을 줄이는 방법도 있고, 승수 효과가 작은 소득에 대한 세금은 인상하고 승수 효과가 큰 소득에 대한 세금은 인하하는 방법도 있다. 아프가니스탄에서 활동하는 정부 조달 계약자들에게 지불하는 지출을 늘리는 것은 미국 경제의 부양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대신에 장기 실업자들에 대한 실업 보험 혜택에 들어가는 지출을 늘리는 것은 미국 경제의 부양에 도움이 된다. 이들 실업자들은 돈에 몹시 쪼들리고 있기 때문에 돈이 들어오는 대로 지출할 가능성이 높다. 최상위 계층에 대한 세금을 인상할 경우 이들의 지출 감소분은 많아야 80퍼센트에그친다. 대신 하위 계층에 대한 세금을 인하할 경우 이들의 지출 증가분은 거의 100퍼센트에 가깝다. 조세 제도의 누진성을 강화하면 불평등을 완화함과 동시에 경제를 성공적으로 부양할 수 있다. <낙수 효과가 나타나지않을 때에도 분수효과는 나타날 수 있다.>부유층 역시 국내 총생산 증가로 이익을 볼 수 있다. 때에 따라서 부유층은 자신들이 지불해야 하는 세금 인상분을 상쇄할 정도의 높은 이익을 보기도 한다. 지대를 증가시키는 정부 프로그램(정부조달 사업과 부농에 대한보조금에 지나치게 많은 돈을 지출하는 조치나 기업 복지 프로그램)은 그 혜택이상위 계층에게만 편중되게 흘러간다. 따라서 이런 프로그램에 대한 지출을줄이면, 그리고 여기서 절약한 돈을 투자 증대 및 사회 보호 정책의 강화에투입하면 평등성과 효율성이 강화되고 경제가 성장한다. - P3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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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리스에게 가장 끔찍한 건 ‘의사소통‘ 항목이었다.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한다. 사람들이 하는 말을 이해하지 못한다. 읽지 못한다. 글을 쓰지 못한다. 언어 사용이 중단된다.‘
오진이 아닌 이상 그녀는 이 항목에서는 제외될 수 있는 가설을세울 수가 없었다. 이 항목은 그녀가 알츠하이머병 환자인 이상 그녀에게 적용될 수밖에 없었다.
앨리스는 책꽂이의 책들과 정기간행물들, 책상 위에서 채점을기다리는 기말시험지 뭉치, 메일함 속의 이메일, 전화기의 깜박이는 빨간 메시지 표시등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평소에 늘 읽고 싶었던 책들, 나중에 시간이 나면 읽으리라 생각하고 침실 책꽂이 맨위 칸에 따로 모아놓은 그 책들을 떠올렸다. 『모비 딕』.  - P107

"앨리스, 제 설명 이해하시겠어요?"
스테파니가 물었다.
그 상황에서 충분히 할 수 있는 질문이었지만 앨리스는 화가났다. 그녀의 질문에서 미래에 알츠하이머병에 걸린 자신과 그녀가 나누는 대화를 보는 듯했다.

나는 대화 내용을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을까? 이해했다고 대답하기엔 뇌 손상이 너무 심하고 정신이 혼미한 결까?

지금까지 앨리스의 대화 상대들은 그녀에게 커다란 존경심을보여왔다. 하지만 병이 그녀의 훌륭한 정신을 점점 갉아먹게 되면사람들은 그녀에게 커다란 존경심 대신 어떤 태도를 보일까? 연민? 겸손? 당혹감? - P122

앨리스는 자신의 이름과 주소, 전화번호를 적은 쪽지를 양말 속에 넣었다. 물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을 모를 정도로 정신이 흐려지면 그 쪽지를 갖고 있다는 사실조차 기억이 안 나겠지만 어쨌든 예방 조치는 취해놓기로 했다.
머리를 맑게 해주는 달리기의 효과도 점점 떨어지고 있었다. 사실 요즘 그녀는 온갖 질문들에 대한 답을 쫓아 끝없이 달려가고있는 듯한 기분이었다. 그리고 아무리 힘껏 달려도 그것들을 따라잡을 수가 없었다.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 P139

"이런 병에 걸려서 정말 미안해, 여보. 상태가 얼마나 더 악화될지 생각만 해도 끔찍해. 언젠가는 당신을 보면서도, 사랑하는 사람얼굴을 보면서도 누군지 모를 거란 사실도 견딜 수가 없어."
앨리스는 두 손으로 남편의 턱과 눈가 주름을 어루만졌다. 그의이마에 맺힌 땀과 눈가의 눈물을 닦아주었다.
"그런 생각만 하면 숨을 쉬기조차 힘겨워 하지만 우린 앞으로의문제에 대해 생각해야만 해. 앞으로 얼마나 더 당신을 알아볼 수있을지 모르잖아. 그러니까 우리가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지 얘기해야만 해."
존은 술잔을 기울여 술이 한 방울도 안 남을 때까지 마시고 얼음이 녹은 물까지 빨아들였다. 그리곤 앨리스가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겁에 질린 깊은 슬픔을 담은 눈으로 그녀를 응시했다.
"그럴 수 있을지 모르겠어." - P145

"아, 그럼 다음 주에 임신이 될 수도 있어요!"
앨리스는 꽉 깨문 이 뒤로 두려움을 가두고 억지로 격려 어린 미소를 보냈다. 알츠하이머병의 증세는 가임기가 지나고 돌연변이유전자가 다음 세대에 전해진 후에야 나타난다.

만일 내 몸의 모든 세포에 이 유전자가 이 운명이 들어 있다.
는 걸 진작 알았더라면? 그랬다면 자식들을 낳았을까, 아니면임신을 피했을까? 자식을 얻기 위해 기꺼이 감수분열의 주사위를 굴리는 모험을 감행했을까? 나의 호박색 눈 존의 매부리코, 나의 PS1 유전자.

물론 지금은 안나와 톰, 리디아 없는 삶은 상상조차 할 수 없다. 하지만 자식들이 태어나기 전이었다면, 그리하여 부모가 되기 전엔 알 수 없는 자식에 대한 원초적인 사랑을 체험하기 전이었다면, 그랬다면 차라리 자식을 낳지 않겠다는 결심을 했을까? 안나라면어떨까? - P148

"미안하다."
그녀가 말했다.
"엄마, 괜찮을 거예요. 엄마 말처럼 예방 치료법이 나올 거예요"
안나가 말했다.
앨리스는 나중에 그 문제에 대해 다시 생각하니 안나가 돌연변이 유전자를 물려받았다는 사실이 아이러니하기 짝이 없었다. 안나는 적어도 겉으로는 가장 강해 보였다. 식구들 중에서는 언제나 위로하는 역할을 맡지 않았던가! 하지만 어쩌면 놀라운 일이 아닌지도 몰랐다. 안나는 엄마를 가장 많이 닮은 딸이니까. 안나는 엄마의 머리칼과 눈동자 색깔, 기질을 빼닮았다. 그리고 PS1까지.
"시험관 아기는 계속 시도할 거예요. 담당 의사와 얘기했는데 배아에 대한 착상 전 유전자 진단을 하겠대요. 각 배아의 세포 하나씩을 검사해서 돌연변이가 없는 배아만 착상시키는 거예요. 그러니까 제 아이들은 돌연변이 유전자를 갖고 태어나지 않을 거예요."
그건 분명 좋은 소식이었다. 모두들 그 달콤한 소식을 계속 즐겼지만 앨리스에겐 달콤함이 약간 씁쓸함으로 변했다. 그녀는 그래선 안 된다는 걸 알면서도 안나를 시샘하고 있었다.
자식들을 위험에서 안전하게 지켜줄 수 있는 안나가 부러웠다. 안나는 자신의 딸, 자신의 첫 아이 앞에 앉아서 언젠가는 알츠하이머병에 걸리게 될 거라는 사실을 이해하려고 애쓰는 딸의 모습을 보지 않아도 된다. 앨리스는 자신에게도 그렇게 배아를 선택할 수있는 기회가 주어졌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싶었다. 하지만 그랬다면 안나로 탄생될 배아는 버려졌을 것이다.
톰은 스테파니 애런에게 음성 반응이 나왔다는 소식을 듣고도기쁜 얼굴이 아니었다. 충격에 빠진창백하고 나약한 표정이었다. 앨리스는 두 아이 중 하나라도 음성 반응이 나오면 다른 감정이섞이지 않은 순수한 안도감을 느끼게 되리라 예상했었다. 하지만 그들은 오랜 세월과 DNA, 사랑으로 묶인 가족이었다. 안나는 톰의 누나였다. 안나는 톰에게 껌을 딱딱 소리 나게 씹는 법과 풍선껌 부는 법을 가르쳐줬고 꼭 핼러윈 사탕을 챙겨줬었다.
"리디아한테 누가 말하지?"
톰이 물었다.
"내가"
안나가 말했다. - P157

현관문에 이르렀을 때 방광에서 긴급한 압박감이 느껴졌고 화장실에 가고 싶었다는 사실이 기억났다. 앨리스는 황급히 복도를내려가서 화장실 문을 열었다. 하지만 도저히 믿을 수 없는 광경이눈앞에 나타났다. 그곳은 화장실이 아니었다. 빗자루, 대걸레, 양동이, 진공청소기, 간이 의자, 연장통, 전구들, 손전등, 표백제. 그곳은 창고였다.
앨리스는 더 아래쪽을 보았다. 왼쪽에는 부엌, 오른쪽에는 거실이 있었다. 그게 다였다.

1층에 작은 화장실이 있었는데, 아닌가?

분명 있었다. 바로 여기. 하지만 화장실이 아니었다. 앨리스는황급히 부엌으로 갔지만 그곳엔 문이 하나뿐이었고 뒤 포치로 나가는 문이었다. 그녀는 거실로 달려갔지만 물론 거실엔 화장실이딸려 있지 않았다. 그녀는 도로 현관으로 달려가 현관문 손잡이를잡았다.
"아, 제발, 아, 제발, 아, 제발."
그녀는 세상에서 가장 신기한 마술을 부리는 마술사처럼 현관문을 활짝 열었으나 화장실은 나타나지 않았다.

어떻게 내 집에서 길을 잃을 수가 있지?

그녀는 2층 화장실로 뛰어올라갈 생각도 해봤지만 황혼 지대와같은 화장실 없는 1층에서 이상하게도 발이 묶여 어쩔 줄 모르고있었다.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 그녀는 몸에서 영혼이 빠져나가 현관에서 울고 있는 가련하고 낯선 여인을 지켜보고 있는 듯한기분을 느꼈다. 그것은 어른의 조심스러운 울음이 아니었다. 겁에질리고 좌절한 어린아이의 억제되지 않은 울음이었다.
그녀의 몸이 더 이상 담아둘 수 없는 액체는 눈물만이 아니었다. 때마침 현관문을 박차고 들어온 존이 오줌 줄기가 그녀의 오른쪽다리를 따라 흘러내려 트레이닝바지와 양말, 운동화를 적시는 장면을 목격하고 말았다.
"여보, 보지 마!" - P212

다른 사람들도 그녀를 포옹하며 키스를 퍼붓고 찬사를 보냈다.
"어찌나 멋지고 아름다운지."
앨리스가 말했다.
"고마워요."
"올 여름에 다른 작품에서도 볼 수 있을까요?"
앨리스가 물었다.
캐서린은 불편할 정도로 그녀를 오래 응시하더니 이윽고 말했다.
"아뇨 올 여름엔 이 작품밖에 안 해요."
"여름 동안만 여기 온 건가요?"
앨리스는 그 질문만으로도 슬퍼졌는지 눈에 이슬이 맺혔다.
"네, 8월 말에 로스앤젤레스로 돌아가요. 하지만 가족을 만나러 이런 식으로 자주 올 거예요.‘
"엄마, 리디아예요. 엄마 딸."
안나가 말했다. - P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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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파리강화회의에 진정서를 개인 자격으로 보낼 수는 없는 일이었다. 단체 명의로 보내야 할 터인데 마땅한 단체가 없는 것이 문제였다. 그래서 여운형은 부랴부랴 40여 명을 규합하여 신한청년당(新韓靑年黨)을 조직했다. 여운형이 총무간사로 피선되었다. 따라서 신한청년당 이름으로 진정서를 보내기로 했다.
이것이 국제회의에 처음으로 이름을 내놓은 독립운동단체요,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적 정당이다. 진정서의 내용인즉 "한일합방이 강도적인 것이며, 일본이 한인을 정치·경제 · 교육 · 종교로 압박하고 착취하여 못살게 굴고 있으므로 기어코 독립하여야겠다"는 것이었다.
두 통의 진정서는 크레인과 밀러드에게 각각 전달되었다.
대표로는 그 당시 천진(天津)에 체류하고 있던 김규식(金奎植)이 만장일치로 결정됐다.  - P82

신한청년당은 일본에도 대표를 파견하여 재일 유학생들에게 독립운동을 종용한다. 1차로 조소앙(趙素昻), 2차로 장덕수, 3차로 이광수를 파견하여 재일 유학생들의
‘2·8독립선언‘을 준비하도록 한다. 장덕수는 유학생들로부터 8백 원을 모금하여 상해 조동호에게 보낸다. 재일유학생들의 2.8독립선언은 국내 3·1운동의 전주곡이된다.
이상에서 신용하 교수의 논문을 간략히 훑어본 바와 같이 신한청년당이 국내와 국외에서 3·1독립운동을 추동거사케한 활약상은 우리나라 근대사 전개에서 하나의 찬연한 장을이룬다. 신용하 교수의 ‘신한청년당은 3·1운동의 진원이요 뿌리다‘라는 학술적 단정의 의의는 자못 크다. 신한청년당의 대표는 여운형이므로 ‘3·1운동의 뿌리는 여운형이다‘라는 삼단논법적 결론이 유도되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 P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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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오바마 행정부와 은행 경영진들은 이와는 다른 논리를 제시했다. 그들은 주택 소유주들을 보호하기 위한 적극적인 대책을 시행할 수없는 두 가지 이유를 내세웠다. 선량하고 책임감 있는 대다수 시민들이 힘들게 일해서 주택 담보 대출금을 상환하고 있는데, 대출금 상환을 제대로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돕는 것은 <공평치 못하다>는 주장이 그 하나였다.
다른 하나는 주택 소유자들을 지원하면 도덕적 해이의 문제를 악화시킨다는 주장이었다. 즉 사람들을 주택 담보 대출금 연체의 곤경에서 구해 주면, 대출금을 상환하려는 유인이 약화된다는 이야기다.
이 논리는 은행에 대해서도 수월하게, 그리고 훨씬 강력하게 적용될 수있는 이야기다. 은행들은 되풀이해서 구제 금융 지원을 받았다. 1995년 멕시코 구제 금융, 1997~1998년 인도네시아, 태국, 한국의 구제 금융, 1998년 러시아 구제 금융, 2000년 아르헨티나 구제금융, 그 밖의 여러구제 금융 사례들은 모두 은행권의 과잉 대출로 경제 위기를 맞은 나라의 이름을 내세우고 있긴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은행 구제 금융이었다.
2008~2009년에 미국 정부가 실시한 구제 금융은 전에 없이 큰 규모였다. 은행권이 도덕적 해이와 연루되어 있음이 드러났으나-은행 구제 금융이 거듭하여 은행의 과도한 위험 추구 행위를 촉진한 것은 당연한 결과였다 - 부시와 오바마 행정부는 이 점을 무시하고 경영진을 해고하거나(영국 정부가 채택한 방식) 주주들과 채권 보유자들에게 타격을 입힘으로써 나쁜 행동이 계속 반복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제안을 거부했다. 은행들과는 달리, 집을 잃은 사람들은 대부분 상습범이 아니었다. 은행의 주주들과 채권 보유자들은 푸짐한 선물을 받았지만, 이 사람들은 주택에 투입했던 자금을 모두 날려야 하는 상황으로 떠밀려 갔다.  - P302

47. 이들이 주택 소유자들에 대한 지원을 꺼렸던 데는 또 다른 이유도 있었다. 이들은정부의 재정 지원, 즉 정부가 은행들을 지원하고 주택 담보 대출을 받은 주택 소유자들을 돕는 데 투입할 수 있는 재원에는 한계가 있다고 생각했다. 주택 소유자들에 대한 지원금이 늘어나면, 은행들에 대한 지원금이 줄어든다는 이야기였다. 은행들의 재정상황이 위태로운 상황- 당시에는 은행들의 파산을 막기 위해서 자금이 얼마나 투입되어야 하는지 확실치 않았다 - 이었으므로, 이들의 최우선 순위는 은행 지원금으로 쓸 자금을 최대한 많이 확보하는 데 있었다. 이들은 모기지 구조 조정에 쓰기 위해 부실 자산 구제 프로그램 가운데 약 500억 달러를 비축해 놓았다. 하지만 특이하게도 오바마 행정부는 이중에서 약 34억 달러만을 사용했다. 이는 모기지 구조조정을 가로막은 실질적인 요인은 지원 자금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은행들이 거세게 반발한 데 있었음을 시사한다. - P561

진실은 이렇다. 성공적인 대규모 경제를 달성한 사례 뒤에는 늘 정부의결정적인 역할이 있었다. 급속한 성장을 이룬 나라들(예컨대, 중국)과 상당히 높은 생활 수준에 도달한 나라들(예컨대, 스칸디나비아 제국에서는 정부가 대단히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그러나 우파의 이데올로기는너무나 확고하고, 작은 정부, 정부 서비스의 민간 이관, 민영화, 그리고 규제에 대한 저항을 촉구하는 행위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우파는 정부의 성공사례뿐 아니라 시장 실패 사례들까지 무시해 왔다.
그러나 2008년 금융 위기 이후에는 <반복되는> 금융 위기를 더 이상 무시하기가 어려워졌다. 반복되는 금융 위기는 자본주의 출현 이후로 자본주의의 특징으로 자리 잡았고, 납세자들에게 무거운 부담을 떠안기고 있다. 금융 위기 이전에 금융 부문이 수행한 비효율적인 자본 할당으로 발생한 손실과 거품 붕괴 이후 미국 경제의 잠재 산출량과 실질 산출량 간의 차이를 더하면, 그 액수는 수조 달러에 이른다.
대공황이 발생한 후, 정부는 금융 부문을 규제하고 은행권이 대출 업무에 주력하도록 하여 기업 활동의 급속한 팽창에 필요한 돈을 공급하는 등, 40년 가까운 기간 동안 금융 안정과 급속한 경제 성장을 주도했다. 정부는사기와 소비자 기만의 여지를 줄이고 경쟁을 촉진하는 등, 시장이 정상적인 기능을 할 수 있도록 도왔다. 그러나 레이건 행정부 때부터 시작해서 클린턴 행정부 시절까지 정부는 계속해서 뒷걸음질을 쳤다. 규제 완화 정책은 경제 불안을 부채질했다. 정부의 감독이 줄어들면서 사기 행위가 늘어나고 경쟁이 약화되었기 때문이다. - P307

지금은 예산 적자 확대에 따른 예산 정밀 검토가 더욱 강화되면서, 기업복지의 삭감(명목은 다를지 모르지만)이 주요 검토 대상이 되고 있다. 기업 복지 중 일부는 이미 삭감되었다. 앞서 지적했듯이 2012년 초부터 30년 동안계속되었던 60억 달러 규모의 에탄올보조금 지급이 중단되었다. 그러나 유력한 산업들과 기업들은 지금까지 받아온 보조금의 상당 부분을 그대로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사회 안전망, 즉 <사회 보호>를 제공하는 것은 정부의 역할이다. 정부는<개인과 가구들>을 당면한 위험들로부터, 특히 보험을 통해 대비할 수 없는 위험들로부터 보호해야 마땅하다. 기업들을 사업상 실수에서 벌어진 결과로부터 보호하거나, 기업들의 금고를 채워 주는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은 정부의 임무가 아니다. 시장에 규율이 없으면(기업들이 위험의 유리한 부분만 추구하고 납세자들에게 손실만을 떠안긴다면) 그 시장은 제대로 기능할 수 없다. - P313

나는 국제통화기금의 일관성 없는 주장과 지배구조의 실패 사례도 파헤쳤다. 당시 국제통화기금은 <지배 구조>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추세였지만, 정작 국제통화기금의 지배 구조 자체에 여러 가지 문제가 있었다. 금융부문은 지나치게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반면에 개발도상국들은 발언권이없었다. 국제통화기금은 금융 부문의 과도한 영향력에 휘둘려 긴축 정책에몰두하고 있었다. 이 조직은 서구의 채권자들이 채무 상환을 받을 수 있도록 보장하는 데 가장 큰 관심을 두고, 개발도상국들에게 재정지출을 줄여채무 상환 자금을 더 많이 확보할 것을 요구했다. 이 조직이 자본시장 자유화(국경을 넘나드는 돈, 특히 투기성 단기 자금의 흐름에 영향을 미치는 규제 조치를 철폐하는 정책)를 적극 지지한 것 역시 금융 부문의 과도한 영향력 때문이었다. 그러나 당시에도 자본 시장 자유화가 경제 성장의 가속화를 낳는다는 증거는 거의 찾아볼 수 없고, 경제 불안정의 심화로 이어졌다는 증거는 많았다. 하지만 선진공업국들의 입장에서는, 자본시장 자유화는 서구 금융 회사들이 개발도상국들에 진출할 기회(그리고 그곳에서 더 많은 수익을 올릴 기회를 넓혀 주는 것이었기 때문에 바람직한 것이었다. 국제통화기금은 자기 강화 경향을 보이는 이데올로기와 이해관계의 조합에 포획되어있었다.
국제통화기금은 당연히 나의 관점을 불쾌하게 여겼다. 국제통화기금은 나를 겨냥하여 맹렬한 인신공격을 퍼부었다. 내가 특정한 상황에서는 자본통제가 바람직할 수 있다고 주장하자 그들은 나를 돌팔이라고 몰아세웠다.
십 년이 지난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내 저서가 기여한 바가 있을지 모르나 사람들의 인식에 큰 변화가 나타났다. 이제는 지배 구조 개혁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형성되어 있다. 일부 개혁은 이미 진행되고 있고, 앞으로 더많은 개혁이 이루어질 예정이다.
이제 국제통화기금은 특정한 상황에서는 자본 통제가 바람직하다는 것을 인정한다. - P315

국내 총생산 지표는 어째서 해당 국가의 경제적 성공에 대해서 그릇된인상을 심어 주는 걸까. 일인당 국내 총생산으로는 일부 부문에서 생산되는 상품과 서비스를 제대로 측정할 수 없다. 대표적인 것이 의료 부문과공공 부문이다. 오늘날 이 두 부문은 국내 총생산이 처음으로 측정되었던50년 전에 비해 훨씬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예컨대, 미국에서는 의료비지출이 예전보다 늘어난 데 비해 기대 수명 및 여러 가지 건강 지표상의 성과는 하락했다. 우리가 추구하는 것이 <성과>라면, 의료 부문의 효율성이상대적으로 낮은 미국은 프랑스보다 못한 점수를 받게 될 것이다. 그러나국내 총생산 지표를 이용하면 정반대의 결과가 나타난다. 의료 부문의 비효율성 때문에 의료비 지출이 늘어나면 미국의 국내 총생산 역시 늘어난다.
우리가 표준적인 성과지표로 사용하는 국내 총생산은 지속 가능성을 고려하지 않는다. 개인이나 국가는 자신의 수입을 넘어서는 지출을 하며살 수 있다. 물론 그것은 한시적으로만 가능하다. 미국의 경우가 그랬다. 대다수 개인들은 돈을 빌려서 생활 수준을 유지했고, 국가도 역시 마찬가지였다. 금세기 초 십 년 동안 미국 경제가 버텨 낼 수 있었던 것은 주택 시장 거품 덕분이었다. 다시 말해 미국 경제는 인공적인 생명 유지 장치에 의조해서 지속 불가능한 소비를 이어갈 수 있었다. - P316

71. 국가 간 비교를 하려면 생활비 격차를 감안해야만 한다. 현재 환율하에서는 생활비는 나라마다 달라질 수 있다. (이런 생활비 격차는 어디에 돈을 쓰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미국에서 의료 서비스를 구입해야 하는 사람은 프랑스에서 병을 앓고 있는 사람보다 생활 수준이 훨씬 낮다.) 경제학자들은 이를 감안한 생활비 비교 방식을 PPP(purchasing power parity, 구매력 평가)라고 부른다. 이를테면 공식 환율을 적용할 때 2010년 미국의 1인당 국내 총생산은 중국의 10배가 넘지만 PPP를 적용하면 중국의 6배다.  - P5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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