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문학사가 미하일 마흐친Mikhail M. Bakhtin이 보여주듯이 우리의 이야기는 현대 소설의 등장으로 타자에 의해 결정된 스토리, 즉 인간이 운명이나 신이 야기한 기이한 일들과 만나게 되는 스토리에서 주인공과 그들의 동기)이 행위 유발자가 되는 플롯으로 변천했다. 비교적 자유로운 부르주아적 주체가 확립되는 동시에 개인에 관해 이야기하는 적절한 방식이 생겨났다.
셰익스피어의 경우에는 여전히 돈 대신 권력과 사랑 문제가 중요했다. 하지만 그의 이야기들은 이미 여러 차원에서 놀라울 정도로 계몽적이었다. 그의 이야기에 등장하는 인물 중 어느 하나도 착하기만하거나 악하기만 한 경우가 거의 없었다. 자연조차도 셰익스피어에게는 양가적이다. 즉 잔인하기도 하고 사랑스럽기도 하며, 매혹적이기도 하고 위협적이다. 영국 시인 존 키츠ohn Keats는 인과관계를 즉시 찾지 않고 불확실성, 신비, 의혹을 보류하는 셰익스피어의 계몽주의적인 ‘부정적 수용 능력Negative Capability‘ 을 증명해 보였다. 예를들면 햄릿은 문학사에서 아마도 가장 유명한 ‘사느냐 죽느냐‘라는 독백에서 삼촌이 아버지를 죽였다는 확신을 갖고 삶을 받아들여야 하는지 죽음을 택해야 하는지에 대해 저울질한다. - P276

 인간이 최종적으로 정착하고 더 큰 사회를 구축했을 때 적어도 세 가지 발전에는 새로운 이야기들이 필요했다. 첫째, 함께 사는 사람들이 많을수록 자기 파괴적 혼돈에 빠지지 않기 위해 스스로 조직을 정비해야 했다. 둘째, 한지역의 인구밀도가 높을수록 낯선 민족을 만날 가능성이 높았다. 갈등과 공존이 전쟁으로 해결되지 않으면 어떻게든 타결이 이루어져야했고, 경계 설정이 역사에 나타나기 시작했다. 셋째, 사람들은 정착과함께 처음으로 재산을 축적하기 시작했고 이를 통해 새로운 경제 지렛대로서 상속이 생겨났다. 문명은 점점 더 커지고 더 부유해지고 경쟁이 더 심해졌으며 이에 따라 위계질서도 더 엄격해졌다. 즉 어떤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보다 더 많은 권력과 부를 가짐으로써 더 많은 권리와 특권을 동시에 누렸다.
조직화할 수 있는 집단이나 문명, 도시, 국가의 규모가 커질수록 소수의 사람이 상층에 위치하고 다른 많은 사람이 하층에 위치하는지에 대한 이유는 더 정교하고 더 설득력이 있어야 했다. 이를 위해서 설득력 있는 스토리가 필요했다. 그리고 실제로 스토리는 자원의 부당한 분할과 이용가능성에 논리적으로 좋은 의미를 부여할 수 있었고, 이를 통해 모든 국민은 가장 독단적인 불의조차도 즉 태어날 때부터 모든 권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유일한 절대주의적 통치자의 불의를 기꺼이 받아들일 수 있었다. 특히 종교는 매우 효과적인 메타내러티브 Metanarrative로 자리 잡았고, 군주제 역시 성공적인 스핀 오프Spin-Off가 되었다. - P2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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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시는 사람들이 스스로 중요한 사람이라고 느끼게 만들었다. 제시가친절하다는 말이 아니다. 친절은 자선과 같은 말이다. 노력을 수반한다. 무작위의 친절한 행동이 어쩌고 하는 내용의 자동차 범퍼 스티커처럼. 친절은 있는 그대로의 자연스러움을 의미해야지 선택적인 행동을 의미해서는 안 될 것이다. 제시는 모든 사람에 대해 연민 어린 호기심을 보였다.
나는 평생 존재하지 않는 존재라는 느낌으로 살았다. 그런데 제시는 그런나를 보았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그는 내가 어떤 사람인지 보았다. 우리는 함께 위험한 짓들을 저질렀지만, 나는 제시와 함께 있는 동안만큼은 안전하다고 느껴졌다. - P446

엄마가 그러더라, ‘네 아빠가 처음엔 내 보호자더니 나중엔 간수더구나‘라고 아빠는 나름 엄마를 돕는다는 생각에 그런 거였지. 하지만 아빠는 엄마한테 술을 일정량 배급식으로 주고 엄마를 숨겼어. 치료를 받게해주지 않았지. 우리는 엄마 가까이 가지 못했어. 아무도 그러지 못했지.
엄마는 잔인하고 불합리하게 벌컥 화를 내곤 했으니까. 우리가 뭘 하든 엄마는 만족하지 못한다고 우리는 생각했어. 그런 한편 엄마는 우리가 공부를 잘하고, 성장하고, 무언가 성취하는 꼴을 못 봤어. 우리는 어리고 예쁘고, 우리한테는 미래가 있었지. 이제 알겠니, 샐리? 그게 엄마한테 얼마나 힘들었을지?" - P466

나는 코코아를 한 잔 타서 계단에 나가 앉았다. "누들스, 이리 와서 저거 봐!" 대답이 없었다. 새 시럽제 마개를 돌려 따는 소리가 들렸다. 저녁노을이 화려하고 찬란했다. 광대한 산디아산맥이 짙은 분홍색으로 물들었고 산기슭의 바위 언덕들은 불그스름했다. 강기슭에는 미루나무들이 노란색으로 작열했다. 벌써 복숭아색 달이 떠오르고 있었다. 내가 왜 이러지? 나는 또 울었다. 아름다운 걸 나 혼자 보는 건 너무 싫다. 어느새 그가 나와서 내 목에 입술을 갖다 대고 나를 감싸 안았다.
"있잖아, 저 산들은 모양이 수박 같아서 산디아"라고 하는 거야." 누들스가 말했다. "아니야. 색깔 때문이야." 내가 말했다. 제일 처음 데이트하면서 말씨름을 지금까지 수없이 되풀이했다. 그는 웃으면서 나에게 키스했다. 달콤한 키스. 그는 이제 멀쩡했다. 그게 약의 비참한 측면이다. 약이듣는다는 게, 라고 나는 생각했다. 우리는 들판을 가로지르는 쏙독새를구경하며 앉아 있었다. - P472

언젠가 닥터 켈리가 양손에 여섯 손가락이 달린 어린 소년을 검진했다. 부모는 수술을 원했지만 당사자인 아이는 그렇지 않았다. 예닐곱 살먹은 귀여운 사내아이였다.
"싫어! 난 다 가지고 있고 싶어. 내 거란 말이야. 그대로 갖고 싶어!" 나는 노련한 닥터 켈리가 그 아이를 설득하리라고 생각했다. 하지만그는 그러지 않고 아이가 그 특이성을 간직하길 원하는 듯하다고 부모에게 말했다.
"안 될 거 없죠." 닥터 켈리는 말했다. 부모들은 그의 말이 믿기지 않았다. 그는 아이의 마음이 바뀌면 그때 해도 된다고 부모에게 말했다. 물론 있잖아, 저 산들은 모양이 수박 같아서 산디아"라고 하는 거야." 누들스가 말했다. "아니야. 색깔 때문이야." 내가 말했다. 제일 처음 데이트하면서 말씨름을 지금까지 수없이 되풀이했다. 그는 웃으면서 나에게 키스했다. 달콤한 키스. 그는 이제 멀쩡했다. 그게 약의 비참한 측면이다. 약이듣는다는 게, 라고 나는 생각했다. 우리는 들판을 가로지르는 쏙독새를 구경하며 앉아 있었다. - P524

이젠 정말 많은 사람들이 저세상으로 떠났네. 난 그전엔 누가 "남편을잃었어요"라고 하면 그 말이 우습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내가 딱 그 느낌이야. 누군가 실종된 느낌. 폴, 차타 이모, 버디 사람들이 왜 유령이 있다고 믿고 교령회를 열어 죽은 자를 부르려 하는지 알겠어. 몇 달이고 살아 있는 사람들 생각만 하다가도, 어느 날 어떤 농담 한마디에 문득 버디가 나타나는 거야, 탱고 음악이나 수박주스에 네가 생생하게 나타나기도해. 그럴 때 네가 말을 하면 좋으련만. 넌 우리 귀먹은 고양이만큼이나 무심하지.
네가 마지막으로 온 건 며칠 전 폭설이 내렸을 때였지. 천지가 얼음과 눈으로 덮인 가운데 하루는 느닷없이 날이 포근했어. 다람쥐와 까치들이 재잘거리고 참새와 되새가 앙상한 나뭇가지에서 기웃거리며 노래를 불렀지. 그래서 난 창문과 커튼을 모두 활짝 열어젖혔어. 부엌 식탁에 앉아차를 마시며 잔등에 따스한 볕을 만끽했지. 앞문 포치 옆에 집을 만든 말벌들이 집 안으로 슬금슬금 들어와 날아다녔어. 부엌에 들어와 윙윙거리며 나른하게 빙빙 돌아다니더구나. 하필이면 바로 이때 천장의 연기탐지기 배터리가 죽어서는 여름철 귀뚜라미처럼 짹짹 울기 시작했지. 햇빛이 찻주전자와 밀가루 단지, 향기로운 꽃이 든 은제 꽃병에 닿았어.
느른한 햇살. 네 방에 비쳐들던 멕시코의 오후 같았지. 너의 얼굴에 그햇살이 비쳤어. - P584

만일 실제로 지진이 일어났더라면 어떻게 됐을까? 나는 어떻게 됐을지 안다. ‘만일 했더라면‘의 문제가 바로 이것이다. 조만간 뜻밖의 문제에 부딪치게 된다. 나는 파타고니아에서 살 수 없었을 것이다. 나는 결국 텍사스의 아마리요로 가게 되었을 것이다. 평평한 공간, 곡식 저장고들, 하늘, 회전초, 사방을 둘러봐도 산이라곤 보이지 않는 곳. 데이비드 삼촌과 해리엇 숙모, 증조할머니 그레이와 함께 살게 되었으리라. 그들은 나를 문제아로 여겼겠지. 그들이 져야 할 십자가. 그들이 ‘억압된 감정의표출‘이라고 할 많은 사건이 있었을 테고, 학교 카운슬러는 그것을 도움을 청하는 외침이라고 했겠지. 나는 소년원에서 나온 뒤 머잖아 그곳을지나던 어느 다이아몬드 드릴 시추공과 야반도주해서 몬태나에 갔을 것이다. 그리고 정말 이게 믿겨질지 모르겠지만, 나의 인생은 지금과 똑같은 결과에 이르렀을 것이다. 콜로라도주 다코타 리지의 석회암 산기슭, 까마귀들이 있는 이곳에. - P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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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철학과 교수인 티 응우옌 C. Thi Nguyen은 좋은 컴퓨터 게임이 적절하게 제공하는 무수한 작은 문제들을 우리가 해결할 때 느끼는 ‘애씀의 아름다움‘에 대해 말한다. 게임 세계가 점점 복합적으로 발전한 지난 수십 년 동안 응우옌이 말한 ‘행위 능력의 예술 The Art ofAgency‘과 같은 것이 생겨났다. 이것은 말하자면 수동적으로 수용하는소비가 아니라 자신의 행위 능력 (‘Agency‘라는 단어의 가장 좋은 번역이 아닐까 한다)의 범위와 자질에 대한 예술 형식이다. 또는 자기 수용의 공감에 대한 예술 형식이라고도 정의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게임은 까다로운 도전을 넘어서 그러한 도전에 프레임과 서사적 의미를 부여하는 내러티브가 필요하다. 쉴 새 없이 떨어지는 블록을 정렬해야 하는 테트리스와 같은 고전적인 몇 가지 캐주얼 게임(간단한 조작으로 짧은 시간 동안 즐길 수 있는 게임 옮긴이)을 제외하고는 가장 초기의가장 단순한 컴퓨터 게임에서도 그 속의 우주를 향해 가는 동안 적어도 하나의 명제를 우리에게 제공한다. 스페이스 인베이더 게임은 이름에서 이미 내러티브를 알 수 있다. 즉 외계의 침략자로부터 지구를보호해야 한다는 내러티브다. 배가 고픈 팩맨은 유령에게 쫓긴다. 그리고 슈퍼마리오는 구원 마스터플롯에 따라 여자 친구를 고릴라 동키콩에게서 구해야 한다. - P203

스마트폰을 손에 들고 지도 앱을 실행시켜 ‘구텐베르크로드 GutenbergRoad‘를 검색해보라. 그리고 될 수 있는 대로 스트리트뷰Streetview 상에서 임의의 한 지점 거리 일부, 건물 전면 등 여러분이 원하는지점을 선택하고 스크린샷을 찍어본다. 이제 여러분이 좋아하는 소셜 미디어 앱을 열고 아무런 코멘트도 쓰지 않고 이미지를 공유해보라. 이상한 느낌이 드는가? 그 느낌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미국의한 작은 마을인 제퍼슨타운의 거리 사진은 아마도 여러분의 자기 서사와 전혀 관련이 없기 때문이다. 이 사진은 여러분에게 아무것도 말하지 않으며, 여러분의 연락처나 프로필에 아무런 서사적 가치를 가지고 있지 않다. 아무에게도.
인류 역사에서 스마트폰만큼 강력하고 수많은 사람의 삶에 영향을 미친 기기는 거의 없었다. 그리고 스마트폰의 무한한 가능성을 제어하기 위해, 스마트폰에 담겨 있는 넘쳐나는 무한한 정보와 활동을어느 정도 의미 있고 유용하게 선택하기 위해 이야기하는 원숭이인우리는 가장 효과적으로 의미를 마련해주는 도구, 즉 ‘스토리‘를 이용한다. 우리는 인풋과 아웃풋을 곧바로 스토리 속에서 생각할 수밖에없다. 그리고 하나의 사진을 올리는 것도 자기 서사가 되는데, 일반적으로 이러한 사진들은 낯선 나라의 황량한 거리 사진이 아니라 우리가 의식적으로 혹은 무의식적으로 가장 즐겨 이야기하는 대상을 찍은 사진이다. 우리가 소셜 미디어를 사용하면서 우리가 가장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은 바로 우리 자신이다. - P210

아주 평범한 예로서 맛있는 음식 사진을 들 수 있다. 얼핏 보면 우리 눈에는 음식 사진만 보인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디지털 청중시선으로 확장해서 보면) 쾌락주의, 차별, 소셜 미디어 특유의 부분 대중과의 놀이가 담긴 자기 서사를 보게 된다. 이러한 시각적 발화 행위는 우리가 어떻게 보여주려고 하는지, 우리가 해당하는 상황에 대해어떤 행동을 취하는지를 보여준다. 말하자면 스마트폰은 이야기하는 원숭이인 우리가 글자나 그림문자, 사진에 이르기까지 끊임없이코멘트를 달고 반응하는 자기표현을 가능하게 한다. 매체가 현재와관련되어 있다는 점에서 계속 추가되는 각각의 이미지는 끝없는 영웅 여정의 한걸음 한 걸음을 나타낸다.
어떤 의미에서 보면 휴대전화는 자기 이미지를 구축하려는 우리 자아의 연장된 팔이라고 볼 수 있다. 미디어 이론가 마셜 맥루한Marshall McLuhan (‘미디어는 메시지다 The Medium is the Message‘)은 이러한 휴대전화를 ‘인간의 확장‘ 혹은 ‘우리 자신의 확장‘이라고 불렀을 것이다. 그는 라디오와 텔레비전과 같은 매체를 이미 그러한 물리적 확장으로 보았다. 즉 그는 텔레비전으로는 우리의 시력이, 라디오로는 듣는 방식이 확장되었다고 생각했다. 이러한 의미에서 스마트폰은 우리가 자기 자신을 이야기하는 방식을 주도적으로 장악하고 결정적으로 확장했다. - P213

스마트폰은 현재의 의사소통 매체라는 기능 외에도 기억 아카이브 Memory Archives 이기도 하다(무엇보다 클라우드Cloud에서). 우리는 소셜네트워크뿐만 아니라 휴대전화에도 많은 사진과 메시지, 메모, 영수중 등 디지털로 문서화할 수 있는 우리 존재의 거의 모든 측면, 말하자면 우리의 모든 스토리를 저장한다. 무엇보다 스마트폰은 우리의 서사적 자아를 형상화하는 가장 중요한 수단이다. 이는 한편으로는우리와 우리 삶의 사진을 거의 무한대로 찍고 저장할 수 있는 가능성을 통해, 다른 한편으로는 우리 삶에 대한 시각적 서사를 비롯한 다른서사를 다른 사람과 실시간으로 공유할 수 있는 선택권을 통해 가능하다. 물론 이 모든 것은 스마트폰이 없어도 PC나 태블릿으로 가능하다. 하지만 휴대전화는 우리와 매우 가까이에 있다. 이를테면 아침에 눈을 뜨고 알람 시계를 끌 때도 옆에 있고, 잠을 자러 갈 때도 옆에있다. 출산할 때도, 때로는 장례식에도 지니고 있으며 결혼식에는 늘지니고 있다. - P214

이러한 의미에서 볼 때 위계적 성질을 가지지도 않고 억압적인 제재 모델에서 생겨나지도 않은 힘은 소셜 네트워크라는 거울의 방에서사용자의 촬영된 신체에도 작용한다. 이 힘의 뛰어난 특징은 위압적인 세계성에 있으며, 이와 동시에 우리를 감정적으로 의존하게 만들도록 설계되었다. 플랫폼에서 최대한 오랫동안, 최대한 자주, 최대한상호작용하면서 머물도록 매우 정밀하게 프로그램화된 네트워크의중독성 있는 설계 Addictive Design 라는 의미에서 말이다. 이러한 정세는모든 능동적 사용자의 매일 매일의 활동을 포착하는 ‘신자유주의적디지털 판옵티콘 Panopticon‘13이라고 할 수 있다. 사용자가 스마트폰으로 자신의 실생활을 사진으로 기록하고 온라인으로 전파하고 있으며, 나아가 알고리즘을 이용해 이러한 실생활을 평가 및 활용할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이윤을 지향하는 플랫폼의 콘텐츠로서 이미지는 시장논리의 제약을 따르는 자원이 된다. 그 결과 우리는 온라인에서 서사규칙에 순응하고 우리에게 영향을 미치는 힘을 지탱하기 위해 자신을변경시킨다. - P220

우리가 기존의 (자기) 서사의 일관성을 위해 견지하는 가장 흔한인식의 왜곡은 확증편향Confirmation Bias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는 우리가 믿고 싶은 것 또는 다른 사람들이 믿어야 하는 것을 믿으며 그에 따라 모든 정보를 분류한다. 렐로티우스도 프린스 모노룰루도 어느 정도 이러한 확증편향을 사용했다. 우리는 우리의 확신과 상충하는 지식보다 우리의 견해와 의도를 뒷받침하는 지식을 더 중요하게 평가한다. 말하자면 우리 자신은 적어도 모순투성이인 세상을볼 때는 서사적으로 매우 좋지 못한 판단을 내린다. 어떤 의미에서 보면 우리는 최고의 사기꾼이다.
우리가 개인적이라고 생각하는 선호도조차 사회학적, 경제적 허구다. 우리는 사후에 과거를 회상하며 인과관계를 만들어 ‘나는 그것을 진즉에 알고 있었다‘라고 생각하는데, 이러한 현상은 사후판단편향, 혹은 잠복성 결정론 Creeping Determinism 이라고 부른다. 사회학자 던컨 와츠 Duncan Watts에 따르면 사후판단 편향은 특히 이례적인 큰성공이 관찰될 때 효과를 보이기 시작한다. 더 특별한 성공일수록 그 성공 스토리는 더 훌륭하고 논리적이어야 한다.  - P2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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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엄마는 가는 곳마다 모든 사람에게서 추하고 악한 모습을 봤지.
엄마는 미쳤던 거야? 아니면 선지자였어? 어느 쪽이든 난 엄마처럼 되는 걸 견딜 수 없어. 무서워, 소중하고 진실된 것이 무엇인지 아는 감각을••••• 완전히 잃어가고 있다는 것이. - P371

달이 그립다. 고독이 그립다.
멕시코에서는 누구든 다른 사람이 없다는 건 있을 수 없다. 누가 혼자 자기 방에 들어가 책을 읽으면 다른 누군가가 그 사람이 혼자란 걸 알고가서 같이 있어준다. 샐리는 혼자 있는 적이 없다. 밤에는 샐리가 확실히 잠들 때까지 내가 곁을 지킨다.
죽음은 안내자가 없다. 죽음을 어떻게 해야 할지, 죽음이 어떨지 말해줄 수 있는 사람은 없다. - P378

어느 날 밤, 그가 간 뒤 엄마가 집에 들어와 나와 같이 쓰는 방으로 들어왔다. 엄마는 술을 마시며 울다 일기장에 무언가 휘갈겨 - 말 그대로휘갈겨- 썼다.
"엄마 괜찮아?" 내가 마침내 묻자 엄마는 내 뺨을 때렸다.
" 너 엄마한테 그 말 하지 말랬잖아!" 그러고 나서 엄마는 화내서 미안하다고 했다.
"엄만 그냥 업슨가에 사는 게 싫어. 네 아빠가 나한테 보내는 편지는온통 그 군함 이야기야. 그걸 배라고 하지 말라는 이야기고 그런 데다 내삶에서 유일한 로맨스는 난쟁이 전등 세일즈맨이고!"
지금은 그게 웃기게 생각되지만 당시엔 그렇지 않았다. 엄마는 가슴이미어지듯 흐느껴 울고 또 울었다. 내가 엄마 등을 톡톡 두드리자 엄마는 몸을 움찔했다. 엄마는 누가 몸에 손대는 걸 혐오했다. 그래서 난 그저 창문 방충망으로 새어들어오는 가로등 불빛에 드러난 엄마의 모습을 바라보기만 했다. 엄마가 우는 모습을 바라보기만 했다. 엄마는 철저히 혼자였다. 내 동생 샐리가 그렇게 울 때 혼자이듯이. - P380

아침에 눈을 뜨면 나는 그의 품에 안겨 있고, 목에는 그의 입술이, 허벅지에는 그의 손이 닿아 있곤 했다.
하루는 해가 뜨기 전 눈을 떠보니 그가 늘 있던 곳에 없었다. 방 안이조용했다. 수영하러 갔나 보다. 나는 생각했다. 그런데 화장실에 가보니 맥스가 변기에 앉아 있었다. 그는 검게 그을린 스푼에 무언가를 녹이고있었다. 싱크대에는 주사기가 놓여 있었다.
"안녕,"
"맥스, 그게 뭐야?"
"헤로인."

이상은 이야기의 결말처럼 들린다. 어쩌면 시작처럼 들릴지도 사실 그 순간은 앞에 놓인 오랜 시간의 한 부분이었을 뿐이다. 그 강렬하고 선명한 색채의 행복감에 젖어 산 시간과 그 추악하고 무서웠던 시간. - P3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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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나는•••••  살날이 1년밖에 남지 않았다고 하면 그냥 바다로 헤엄쳐나가 미리 죽어버릴 것이다. 하지만 샐리에게 시한부 인생 선고는 선물과 같다. 어쩌면 그 사실을 알기 바로 전주에 사비에르를 사랑하게 되었기 때문이리라. 샐리는 신이 났다. 모든 것을 만끽한다. 하고 싶은 말은무엇이든 다 하고, 기분 좋아질 일이라면 무엇이든 다 한단다. 웃기도 하고, 걸음새는 섹시하다. 목소리마저 섹시하다. 화도 내고 물건을 집어던지며 욕설을 퍼붓기도 한다. 내 동생 샐리. 언제나 온순하고 소극적이었다. 어렸을 때는 내 그늘 속에서 그랬고, 성인이 되어서는 제 남편의 그늘속에서 그랬다. 그런데 지금은 강인하고 얼굴이 환하다. 그 열의에는 전염성이 있다. 사람들이 우리 테이블 앞에 멈춰 서서 인사를 한다. 남자들은 샐리의 손등에 입맞춘다. 의사, 건축가, 홀아비. - P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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