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시는 사람들이 스스로 중요한 사람이라고 느끼게 만들었다. 제시가친절하다는 말이 아니다. 친절은 자선과 같은 말이다. 노력을 수반한다. 무작위의 친절한 행동이 어쩌고 하는 내용의 자동차 범퍼 스티커처럼. 친절은 있는 그대로의 자연스러움을 의미해야지 선택적인 행동을 의미해서는 안 될 것이다. 제시는 모든 사람에 대해 연민 어린 호기심을 보였다.
나는 평생 존재하지 않는 존재라는 느낌으로 살았다. 그런데 제시는 그런나를 보았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그는 내가 어떤 사람인지 보았다. 우리는 함께 위험한 짓들을 저질렀지만, 나는 제시와 함께 있는 동안만큼은 안전하다고 느껴졌다. - P446

엄마가 그러더라, ‘네 아빠가 처음엔 내 보호자더니 나중엔 간수더구나‘라고 아빠는 나름 엄마를 돕는다는 생각에 그런 거였지. 하지만 아빠는 엄마한테 술을 일정량 배급식으로 주고 엄마를 숨겼어. 치료를 받게해주지 않았지. 우리는 엄마 가까이 가지 못했어. 아무도 그러지 못했지.
엄마는 잔인하고 불합리하게 벌컥 화를 내곤 했으니까. 우리가 뭘 하든 엄마는 만족하지 못한다고 우리는 생각했어. 그런 한편 엄마는 우리가 공부를 잘하고, 성장하고, 무언가 성취하는 꼴을 못 봤어. 우리는 어리고 예쁘고, 우리한테는 미래가 있었지. 이제 알겠니, 샐리? 그게 엄마한테 얼마나 힘들었을지?" - P466

나는 코코아를 한 잔 타서 계단에 나가 앉았다. "누들스, 이리 와서 저거 봐!" 대답이 없었다. 새 시럽제 마개를 돌려 따는 소리가 들렸다. 저녁노을이 화려하고 찬란했다. 광대한 산디아산맥이 짙은 분홍색으로 물들었고 산기슭의 바위 언덕들은 불그스름했다. 강기슭에는 미루나무들이 노란색으로 작열했다. 벌써 복숭아색 달이 떠오르고 있었다. 내가 왜 이러지? 나는 또 울었다. 아름다운 걸 나 혼자 보는 건 너무 싫다. 어느새 그가 나와서 내 목에 입술을 갖다 대고 나를 감싸 안았다.
"있잖아, 저 산들은 모양이 수박 같아서 산디아"라고 하는 거야." 누들스가 말했다. "아니야. 색깔 때문이야." 내가 말했다. 제일 처음 데이트하면서 말씨름을 지금까지 수없이 되풀이했다. 그는 웃으면서 나에게 키스했다. 달콤한 키스. 그는 이제 멀쩡했다. 그게 약의 비참한 측면이다. 약이듣는다는 게, 라고 나는 생각했다. 우리는 들판을 가로지르는 쏙독새를구경하며 앉아 있었다. - P472

언젠가 닥터 켈리가 양손에 여섯 손가락이 달린 어린 소년을 검진했다. 부모는 수술을 원했지만 당사자인 아이는 그렇지 않았다. 예닐곱 살먹은 귀여운 사내아이였다.
"싫어! 난 다 가지고 있고 싶어. 내 거란 말이야. 그대로 갖고 싶어!" 나는 노련한 닥터 켈리가 그 아이를 설득하리라고 생각했다. 하지만그는 그러지 않고 아이가 그 특이성을 간직하길 원하는 듯하다고 부모에게 말했다.
"안 될 거 없죠." 닥터 켈리는 말했다. 부모들은 그의 말이 믿기지 않았다. 그는 아이의 마음이 바뀌면 그때 해도 된다고 부모에게 말했다. 물론 있잖아, 저 산들은 모양이 수박 같아서 산디아"라고 하는 거야." 누들스가 말했다. "아니야. 색깔 때문이야." 내가 말했다. 제일 처음 데이트하면서 말씨름을 지금까지 수없이 되풀이했다. 그는 웃으면서 나에게 키스했다. 달콤한 키스. 그는 이제 멀쩡했다. 그게 약의 비참한 측면이다. 약이듣는다는 게, 라고 나는 생각했다. 우리는 들판을 가로지르는 쏙독새를 구경하며 앉아 있었다. - P524

이젠 정말 많은 사람들이 저세상으로 떠났네. 난 그전엔 누가 "남편을잃었어요"라고 하면 그 말이 우습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내가 딱 그 느낌이야. 누군가 실종된 느낌. 폴, 차타 이모, 버디 사람들이 왜 유령이 있다고 믿고 교령회를 열어 죽은 자를 부르려 하는지 알겠어. 몇 달이고 살아 있는 사람들 생각만 하다가도, 어느 날 어떤 농담 한마디에 문득 버디가 나타나는 거야, 탱고 음악이나 수박주스에 네가 생생하게 나타나기도해. 그럴 때 네가 말을 하면 좋으련만. 넌 우리 귀먹은 고양이만큼이나 무심하지.
네가 마지막으로 온 건 며칠 전 폭설이 내렸을 때였지. 천지가 얼음과 눈으로 덮인 가운데 하루는 느닷없이 날이 포근했어. 다람쥐와 까치들이 재잘거리고 참새와 되새가 앙상한 나뭇가지에서 기웃거리며 노래를 불렀지. 그래서 난 창문과 커튼을 모두 활짝 열어젖혔어. 부엌 식탁에 앉아차를 마시며 잔등에 따스한 볕을 만끽했지. 앞문 포치 옆에 집을 만든 말벌들이 집 안으로 슬금슬금 들어와 날아다녔어. 부엌에 들어와 윙윙거리며 나른하게 빙빙 돌아다니더구나. 하필이면 바로 이때 천장의 연기탐지기 배터리가 죽어서는 여름철 귀뚜라미처럼 짹짹 울기 시작했지. 햇빛이 찻주전자와 밀가루 단지, 향기로운 꽃이 든 은제 꽃병에 닿았어.
느른한 햇살. 네 방에 비쳐들던 멕시코의 오후 같았지. 너의 얼굴에 그햇살이 비쳤어. - P584

만일 실제로 지진이 일어났더라면 어떻게 됐을까? 나는 어떻게 됐을지 안다. ‘만일 했더라면‘의 문제가 바로 이것이다. 조만간 뜻밖의 문제에 부딪치게 된다. 나는 파타고니아에서 살 수 없었을 것이다. 나는 결국 텍사스의 아마리요로 가게 되었을 것이다. 평평한 공간, 곡식 저장고들, 하늘, 회전초, 사방을 둘러봐도 산이라곤 보이지 않는 곳. 데이비드 삼촌과 해리엇 숙모, 증조할머니 그레이와 함께 살게 되었으리라. 그들은 나를 문제아로 여겼겠지. 그들이 져야 할 십자가. 그들이 ‘억압된 감정의표출‘이라고 할 많은 사건이 있었을 테고, 학교 카운슬러는 그것을 도움을 청하는 외침이라고 했겠지. 나는 소년원에서 나온 뒤 머잖아 그곳을지나던 어느 다이아몬드 드릴 시추공과 야반도주해서 몬태나에 갔을 것이다. 그리고 정말 이게 믿겨질지 모르겠지만, 나의 인생은 지금과 똑같은 결과에 이르렀을 것이다. 콜로라도주 다코타 리지의 석회암 산기슭, 까마귀들이 있는 이곳에. - P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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