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현재 남중국해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을 한번 살펴보자. 중국은 산호초 위에 수백만 톤의 돌과 모래를 쏟아부어 인공 섬들을 만들어가는 중이다. 이런 인공 섬들은 기존에 있던 육지를 넓혀 새로운 섬으로 만드는 것이기에 완전한 인공 구조물이 아닌 실제 ‘섬‘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데, 현재 그곳에선 해군 함선이 정박하고 미사일을 발사할 수있는 군사용 기지들이 건설되고, 전략 폭격기들을 운용할 수 있는 활주로도 만들어지고 있다. 말레이시아와 타이완 역시 남중국해에서 비슷한 작업을 진행 중이지만 그 규모는 상대적으로 대단히 작다. 중국이 벌이고 있는 작입의 속도와 규모를 어느 누구도 따라가지 못하는 것이다. 중국은 이 지역에시 무려 3,200에이커(약 13제곱킬로미터 옮긴이)에 달하는 간척지를 만들 계획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섬들을 발판으로 중국은 남중국해 위에서 계속 공중 감시 활동을 벌일 수 있다. 그러다 보면 언젠가 이 지역에 대한 자국의 방공 식별 구역을 선포할 가능성이있고, 이는 필연적으로 거센 반발을 불러올 것이 분명하다.
- P216

세 번째 쟁점은 배타적 경제수역(Exclusive Economic Zone, EEZ)에 대한 것이다. EEZ의 개념은 앞서 언급했던 ‘해양법에 관한 국제연합협약‘에 정의되어 있다. 보통 해안에서 12마일(약 19.3킬로미터 옮긴이)까지인 자국 영해와 달리 EEZ는 그 길이가 무려 200마일(약 321킬로미터 옮긴이)에 이른다. 대부분의 국가들에게 EEZ는 ‘경제적‘ 권리, 다시말해 그 안에서 어업 활동을 하거나 그 밑에 묻혀 있는 석유 또는 천연가스, 그리고 광물을 개발할 수 있는 권리만을 의미한다. 그런데 중국은 EEZ 안을 지나는 선박이나 항공기에 간섭할 수 있는 권리까지 포함된다고 주장하고, 바로 이 때문에 미국과 직접적인 충돌이 일어나고 있는것이다. 문제의 핵심, 그러니까 갈등의 중심에는 국제변호사 로버트 벡맨(Robert Beckman)의 설명처럼 단순한 "항행(航行)의 자유"가 아닌, "외해(外海)에서 군사 활동을 할 자유"가 자리한다.
- P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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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에는 이제 서른 곳이 넘는 LNG 수입 및 처리 시설이 있다. 다만 평균적으로 보면 실제로 가능한 양보다 훨씬 적은 양이 처리되고 있는데 그 규모는 단기간에 크게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이 시설들은 또한 점점 증가 추세에 있는 세계적 LNG 수입 및 수출 연결망의 일부이기도 하다. 이런 LNG 수입 시설을 운용하는 나라는 2000년만 해도 11개국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전 세계적으로 40여 개가 넘는다. 전연가스를 LNG로 처리해 수출하는 국가 또한 늘어나 12개국에서 20개국이 되었으며 2019년 기준 전 세계의 LNG 수요는 2000년보다 거의 네 배 이상증가했다. 천연가스를 액화시킬 수 있는 규모도 향후 5년 안에 50퍼센트 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더 많은 국가들에서 개발되는 천연가스전은 전 세계 고객들을 상대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제 새로운 세계 경쟁 시장에서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구매자입장이 된 유럽은 필요한 수요와 경제 상황, 그리고 위험부담을 계산하며 저울질을 할 것이다. 가스관을 통해 들어오는 천연가스와 LNG선을 통해 들어오는 LNG 중 어느 쪽이 유리한지를 두고 말이다. 또한 우크라이나에서의 전시 상황이 이어지는 한 정치적 이해관계는 유럽의 에너지 자원 문제 논의를 더욱 격렬한 방향으로 끌고 갈 것이 분명하다. 이제 유럽은 에너지 자원 문제와 관련해 세계 시장의 일부가 되었고 정치적 위험은 유럽의 천연가스 공급 문제를 좌우하고 있다.
- P173

전체적으로 볼 때 북극해 항로는 여전히 예비 항로로서의 성격이 짙다. 얼음을 깨고 지나가는 과정 때문에 또 다른 비용이 추가되는 등 얼음 및 계절과 관련된 문제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아시아를 주요. 시장으로 여기는 야말 LNG의 입장에선 불과 20일 안에 LNG를 중국까지 실어 나를 수 있는 이 항로가 갖는 중요성이 대단히 크다.
하지만 유럽 역시 또 하나의 시장이다. 그렇기에 우크라이나를 거치든 노르트 스트림 2를 거치든, 러시아의 가스관을 통과하는 천연가스는 유럽에서 러시아 LNG라는 새로운 경쟁자와 마주하게 될 가능성도 있는 셈이다. 북극 천연가스 개발을 위한 러시아의 새로운 LNG 계획들은 러시아가 미국과 카타르, 그리고 오스트레일리아의 뒤를 이어 2020년대 LNG의 4대 주요 공급처가 될 것이란 사실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이 북극 개발 계획들을 통해 러시아는 금세기 초 카타르가 누렸던 이점을 똑같이 누릴 것이다. 푸틴의 말처럼 "동쪽으로든" 혹은 "서쪽으로든" 갈 수 있는 지리적 이점 말이다. 더불어 그는 이렇게도 말했다. "야말 LNG는 세계 에너지 자원 강국 중 하나인 러시아의 현재 위상을 확인시켜주는 또 다른 증거다."
북극해 LNG의 개발은 또한 전 세계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지정학적 변화도 보여준다. 바로 러시아의 새로운 ‘동진 정책‘이다.
- P178

푸틴과 시진평은 지난 14개월 동안 이미 여섯 차례나 회동을 가졌고, 2014년 5월 상하이 회동이 일곱 번째 만남이었다. 그렇지만 이번에는 상황이 조금 달랐다. 러시아를 대표하는 어느 논평가의 말처럼 "서방측과의 협력이라는 과거의 장밋빛 꿈은 "서방측이 러시아의 국제적인 고립을 획책함으로써" 모두 사라져버렸다. 그런 러시아에게 중국은또 다른 대안이었다. "우리는 해당 지역과 세계를 바라보는 관점 모두에서 똑같은 목표를 공유하고 있다. 푸틴의 말이다. 러시아와 중국은 자신들이 "일극 체제"라 부르는 미국이 "절대적 주도권을 쥐고 있는" 국제적 체제는 물론 비정부 기구며 활동가들이 사주하는 체제 변동과 민주주의 확산 운동 모두에 힘을 합쳐 대항하기로 했다. 양국이 중요하게 내세우는 건 다극화 체제, 그리고 무엇보다 자국 문제를 스스로 알아서 하겠다는 각자의 "절대적 주권"이었다.
양국의 논의사항들 중 가장 중요한 문제는 막대한 규모에 이를 수도있는 천연가스 거래 건이었다. 협상은 지난 10년간 지루하게 계속 이어져왔지만 이젠 어떻게든 매듭을 짓는 것이 최우선 과제였다. 중국은 환경오염을 줄이고 경제성장을 계속 이어가기 위해 앞으로 천연가스를 더 많이 사용하기로 결정했다. 유럽 시장에 대한 지나친 의존을 벗어나 보다 다양한 시장을 필요로 했던 러시아는 석유와 천연가스에 대한 수요가 엄청나며 국제 전략과 경제 문제 모두에 있어 좀 더 상호 협력이 가능한 새로운 국가에 자국의 미래를 걸어야 했다.  - P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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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같이 아무 소용도 없는 기억을 간직하고 살아가는 모든 죄수들과 모든 유형수들의 깊은 고통을 그들은 맛보고 있었다. 그들이 끊임없이 되씹곤 하는 그 과거조차도, 후회의 쓴맛밖에는 남은 것이 없었다. 사실 그들은 지금 자기들이 기다리고 있는 그 남자, 또는 그 여자와 아직은 할 수 있었을 때하지 못했던 것이 애석하게만 여겨지는 모든 것을, 가능하다면그 과거에 덧붙여 보고만 싶었을 것이다. 또한 감옥이나 다름없는 자신들의 모든 생활환경, 상대적으로 보면 즐거운 것이라고도 할 수 있는 환경에다가도, 그들은 현재 자기 곁에 없는 사람들을 섞어 넣어 생각하고 있었다. 그때 그대로의 상태로는 아무래도 만족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자기 자신들의 현상에 진저리가 나고, 과거와도 원수가 되고, 미래마저 박탈당한 우리들은, 마치 인간적인 정의나 증오 때문에 철창 속에 갇힌 신세가 되어 버린 사람들과 똑같았다. 결국 그 견딜 수 없는 휴가에서 벗어나는 유일한 방법은, 상상을 통해서 다시 기차를 달리게 하고, 악착같이 침묵만 지키고 있는 초인종을 연거푸 울림으로써 기간을 가득 채우는 길뿐이었다.
- P100

여기서, 신부는 더한층 풍부한 표현을 빌려서 재앙의 비장한 이미지를 계속 소개했다. 그는 거대한 나무토막이 이 도시의 하늘에서 소용돌이치다가 닥치는 대로 후려갈기고 피투성이가 되어 다시 솟아올라, 마침내 ‘진리의 수확을 준비하는 파종을 위하여‘ 인류의 피와 고통을 뿌리는 광경을 상기시켰다.
파늘루 신부는 그 기나긴 이야기를 끝마치자, 머리카락을 이마 위에 내려뜨리고 그의 양손을 통해 설교대 위까지 전달될 정도로 온몸을 부르르 떨면서 말을 멈추었다가 더 낮은 음성으로, 그러나 힐책하는 어조로 다시 말을 이었다. "그렇습니다. 반성할 때가 온 것입니다.  - P131

 랑베르가 그에게, 자기는 새벽 4시에 잠에서 깨어나 자기의 도시를 생각하기를 좋아한다고 말하던 날, 의사는 이내 그가 두고 온 여자 생각에 잠기기를 좋아하는 것이라고 자기 경험에 비추어서 어렵지 않게 해석할 수 있었다. 그것은 과연 그가 그 여자를 자기의 것으로 만드는 시간이었다. 보통 새벽 4시까지 사람들은 아무 일도 하지 않으며, 비록 배반의 밤이라 하더라도 그때는 모두들 잠을 잔다. 그렇다. 그 시간에는 모두들 잠을 잔다. 그리고 그것은 안도감을 준다. 왜냐하면 자기가 사랑하는 사람을 끝없이 소유하고 싶다거나, 또는 한동안 헤어져있어야만 될 경우 다시 만나는 날까지 사랑하는 사람을, 결코 깨어나지 않을 꿈도 없는 깊은 잠 속에 빠뜨려 놓을 수 있으면 좋으련만 하는 것이 안심 못 하는 마음의 가당찮은 욕망이기 때문이다.
- P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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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부터 페스트는 우리들 전체의 문제가 되었다고 말할 수가 있다. 그때까지는 그 이상한 사건들이 빚어 놓은 놀라움과 불안에도 불구하고, 시민들은 각자가 평소와 마찬가지로 맡은자리에서 그럭저럭 일을 계속하고 있었다. 그리고 아마도 그상태는 그대로 이어질 것이었다. 그러나 시의 문들이 폐쇄되자 그들은 모두 (서술자 자신도 포함해) 같은 독 안에 든 쥐가 되었으며 거기에 그냥 적응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서 가령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 같은 개인적인 감정도, 처음 몇 주일부터 당장 모든 사람들 전체의 감정이 되었고, 공포심이 가세하면서 저 오랜 귀양살이 시절의 주된 고통거리가 되었다.
시의 문을 폐쇄함으로써 생긴 아주 중요한 결과들 중 하나는, 아무런 마음의 준비도 없이 당한 사람들이 맞이할 돌발적인 이별이었다.  - P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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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수백 년 동안 크림 반도는 여름 철의 화창한 아열대성 기후 덕분에 황제를 비롯한 귀족들이, 그 후엔 공산당 간부들은 물론 수많은소비에트 연방의 인민들도 즐겨 찾는 휴양지였다. 그런데 1954년 소비에트 연방의 지도자 니키타 흐루쇼프(Nikita Khrushchyov)는 이 크림반도를 연방 소속의 우크라이나 사회주의 공화국에게 갑작스럽게 양도했다. 표면적으로는 카자크족이 모스크바 대공국에 충성을 맹세한 1654년 이후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에 공식적으로 합병된 지 300주년이 되는 해를 축하하기 위해서라 했지만 당시 흐루쇼프는 1년 전 스탈린이 세상을 떠난 후 벌어지고 있던 권력 투쟁에서 우크라이나 공산당의 확실한 지지가 필요한 입장이었다.
물론 소비에트 연방 시절에는 크림 반도를 선물로 내주었다 해서 주권과 관련해 문제될 것이 전혀 없었다. 그렇지만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별개의 국가로 갈라지고 나자 상황이 복잡해졌다. 이제는 그저 휴양지나 과거의 향수가 문제가 아니었던 것이다. 크림 반도의 항구 도시 세바스토폴(Sevastopol)은 러시아 해군이 사용할 수 있는 흑해 유일의 부동항(不速港)으로 당시 우크라이나와 일종의 임대 계약을 맺은 상태였다. - P151

루블화의 가치 하락은 러시아 석유 산업에 오히려 큰 도움을 주었다. 수출 대금이야 달러화로 결제되지만 근로자들의 급여나 장비와 관련된 지출의 대부분은 가치가 떨어진 루블화로 지급되었기 때문에 석유 가격 하락 자체는 러시아 국내 석유 산업 활동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못했던 것이다. 실제로 2014년에서 2016년 사이 러시아의 석유 생산량은 오히려 늘어났다.
가치가 떨어진 루블화를 써야 하는 러시아 소비자들은 수입품 가격이 예전보다 훨씬 더 비싸졌기에 그와 관련된 지출은 크게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동시에 루블화의 가치가 그렇게 떨어진 덕에 제조업과 농업 분야에서 러시아가 생산하는 제품들의 경쟁력은 국내는 물론 국제적으로도 이전보다 크게 늘어났다. 특히 농업 분야에선 이를 통해 광범위한 개혁이 이루어진 덕에 러시아는 전 세계에서 밀을 가장많이 수출하는 국가가 되었다. 1970년대 소비에트 연방이 미국으로부터 밀을 사들이느라 석유 수출 수익금의 상당량을 써야 했던 것과 비교하면 대단한 변화라 할 수 있을 정도였다. 게다가 제재 조치와 관련해 러시아 정부 역시 유럽으로부터의 식료품 수입을 금지하는 일종의 제재 조치를 취한 덕분에 러시아의 농업 종사자들은 큰 혜택을 보았다.
- P159

그렇지만 이런 모든 상황들을 고려했을 때 러시아 경제는 석유 가격폭락과 제재 조치에도 예상보다 더 유연히 대처하고 있음이 곧 드러났다. 2017년 러시아 경제는 다시 조금씩 성장세로 돌아섰으며 2019년에는 1.6퍼센트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이번 위기는 역시 석유에대한 의존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다시 한 번 보여주었다. 또 경제 개혁에 대한 러시아의 희망은 사라져버렸는데, 과도한 경제 제재와 세계 경제 체제로부터의 이탈도 문제였고 개혁으로 곤란을 겪을 국내 기득권들의 반발도 일부 영향을 미쳤다. 세계 경제로부터 고립되면서 러시아기업들은 국가 경제에서 정부가 갖는 역할에 더 많이 의존하게 되었다.
경제성장에 활기를 불어넣으려는 러시아의 희망은 이제 기반 시설,
교육, 보건 등 다양한 경제 분야 모두를 목표로 하는 일련의 ‘국가적 계획들‘에 의해 좌우되고 있으며 이런 계획들은 주로 정부의 지출과 관련된다. 경제는 재차 국가 주도의 체제로 바뀌고 있었고, 러시아의 개혁은 다시 한 번 때를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 P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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