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부터 페스트는 우리들 전체의 문제가 되었다고 말할 수가 있다. 그때까지는 그 이상한 사건들이 빚어 놓은 놀라움과 불안에도 불구하고, 시민들은 각자가 평소와 마찬가지로 맡은자리에서 그럭저럭 일을 계속하고 있었다. 그리고 아마도 그상태는 그대로 이어질 것이었다. 그러나 시의 문들이 폐쇄되자 그들은 모두 (서술자 자신도 포함해) 같은 독 안에 든 쥐가 되었으며 거기에 그냥 적응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서 가령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 같은 개인적인 감정도, 처음 몇 주일부터 당장 모든 사람들 전체의 감정이 되었고, 공포심이 가세하면서 저 오랜 귀양살이 시절의 주된 고통거리가 되었다.
시의 문을 폐쇄함으로써 생긴 아주 중요한 결과들 중 하나는, 아무런 마음의 준비도 없이 당한 사람들이 맞이할 돌발적인 이별이었다. - P9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