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민지 시대 이전 악기들은 주로 토착 재료를 썼다. 전시관을 돌아다니면 사람들이 주변에서 구한 재료에서 온갖 방법으로 소리를 뽑아냈음을 알 수 있다. 진흙을 빚어 불에 구우면 사람의 숨과 입술의떨림을 증폭된 음으로 바꿀 수 있다. 돌로 만든 종과 금속 현은 땅과의 야금술적 관계를 드러낸다. 식물성 재료는 깎은 나무, 당겨 늘인야자나무 잎, 뽑아낸 섬유의 형태로 목소리를 부여받는다. 온갖 동물이 팽팽한 가죽과 조각된 이빨과 엄니를 통해 노래한다.
각각의 악기는 국지적인 생태적 맥락에 뿌리를 둔다. 남아메리카팬파이프의 콘도르 깃털, 아프리카 북, 하프, 류트의 케이폭나무 목재, 뱀 가죽, 영양 뿔, 가시도치 바늘, 유럽 오보에의 회양목과 황동.
중국의 타악기와 현악기 슬), 석(石), 운(雲)의 목재, 비단, 청동. 음악은 인간이 인간 너머 세상과 맺는 관계에서 생겨났다. 전 세계에서 울려퍼지는 그 다채로운 소리는 여러 형태의 인류 문화뿐 아니라 바위, 흙, 살아 있는 존재의 낭랑하게 울려퍼지는 성질을 나타낸다. - P360

숲에서 생물 다양성을 빠르게 평가하기 위해 가장 흔히 쓰이는 방법은 조류를 조사하는 것이다. 새들은 식생, 곤충 개체수, 서식처의물리적 구조가 달라지면 민감하게 반응한다. 조류 개체수는 서식처의은밀한 성질을 들여다보는 탐침과 같다. 이 역할을 할 수 있는 종이많긴 하지만 조류에는 특별한 이점이 있다. 그것은 노래한다는 것이다. 몇 분간 귀를 기울이면 새 무리의 윤곽을 짐작할 수 있다. 이에 반해 다른 종의 표본을 얻으려면 몇 시간 동안 흙을 체질하거나 덫을 놓거나 표본을 손바닥이나 현미경에 놓고 살펴보거나 DNA 염기 서열을 분석해야 한다. - P388

소리의 감소는 생물 다양성의 상실을 나타내는 증상이다. 하지만 상실의 지표만은 아니다. 소리는 지금 이 순간 동물들을 연결하고, 그들을 생산적 소통망으로 통합함으로써 활력을 유지한다. 생태계를침묵시키면 개체들이 고립되고 군집이 분열되고 생명의 생태적 회복력과 진화적 창조력이 약해진다. - P394

소리는 형체가 없지만, 그럼에도 강력하다. 디지털 음성 파일의 재생 위치를 숲의 한밤중에 맞추고 곤충의 어른거리는 소리에 빠져든다. 적어도 열다섯 종이 노래하고 있는데, 그들의 음성은 초저역을 제외한 거의 모든 가청 범위를 포괄한다. 소리꾼마다 소리의 질감이 달라서 어떤 것은 보들보들하고 어떤 것은 거칠거나 뻣뻣하지만, 하도빡빡하게 뭉쳐 있어서 짙고 윤기 나는 구름 속에 떠 있는 느낌이 들정도다. - P397

소리경관 녹음은 오늘날의 연구자와 관리자들에게 잠재적 유용성이 있을 뿐 아니라 미래를 위한 자료실, 즉 오늘 지구의 소리에 대한디지털 기억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미래 세대는 이 소리를 들으며 우리가 상상도 못할 질문을 던질 것이다. 저장된 녹음 하나하나는 오늘이 내일에게 건네는 선물이다.
미래의 소리경관에서는 지구의 목소리 중 일부가 빠져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가 녹음하는 것의 일부는 멸종의 서문이다. 디지털 음성 파일은 우리가 그 상실을 애도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또한 부분적으로 ‘기준선 이동‘ 문제에 대한 예방 접종 역할을 해줄 것이다. 기준선 이동이란 각 세대가 노래의 감소에 익숙해져 기대 수준자체가 낮아지는 현상을 일컫는다. 나의 할아버지는 소싯적 잉글랜드북부의 들판과 읍내에서 들었던 새와 곤충의 풍성한 소리가 그립다고말씀하셨다.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듣지 않았다면 나는 현대의 소리경관을 ‘정상‘으로 여겼을 것이다. 녹음 하나하나는 우리가 이런 망각의 물결에 휩쓸리지 않게 해주는 닻이다. - P407

현재의 숲 인증 체계는 ‘지속 가능성‘과 ‘책임성‘이라는 애매한 기준을 적용한다. 감독관들은 현장에 할애하는 시간이 제한적이며, 도로가 침식이 최소화되도록 건설되었는가, 노동자가 안전 장구를 착용하고 있는가, 관리사무소에 비치된 지도가 관리 계획에 부합하는가,토지의 권리 관계가 명확한가, 개울과 습지 같은 특수 구역이 보호되는가, 서면 계획이 숲의 장기적 생존을 지향하는가 등 비교적 쉽게 관찰할 수 있는 지표 위주로 점검한다. 이것들은 중요한 판단 기준이지만 숲에 서식하는 대다수 종의 존재 여부를 평가하지 않으며 그들의안녕이나 흥망은 더더욱 고려하지 않는다.
이에 반해 소리경관 녹음은 기술과 통계학이라는 매개체를 통해살아 있는 지구 공동체의 목소리에 귀 기울인다. 하지만 이러한 우림소리의 우레 같은 다양성은 서류 작업에서는 침묵의 더미로 쌓일 뿐이다. 이 부조화한 결합에서 벗어나면 모두에게 더 활기찬 미래가 펼쳐질 것이다. - P413

이 고래의 노래가 포착된 것은 냉전 덕분이었다. 당시 동물학자와음악학자들의 작업은 이 소리로 대중적 상상력을 자극했으며 우리의바닷속 사촌들에 대한 인류의 윤리적 관심을 일깨웠다. 훗날 노래는고래잡이 금지라는 형태로 바다에 돌아갔다. 이 음반은 한 종이 다른종에게 귀 기울일 수 있음을 보여주는 개가다.
하지만 내 턴테이블에서 돌아가는 레코드판은 바다의 소리경관이내 생전에 얼마나 망가졌는가를 보여주는 기록이기도 하다. 1950년대의 바다는 지금보다 몇 배나 고요했다. 음향 지옥이라는 것이 있다면그것은 오늘날의 바닷속일 것이다. 우리는 음향적으로 가장 정교하고예민한 동물의 보금자리를 아수라장으로, 벗어날 수 없는 인간 소음의 도가니로 만들었다. - P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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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채굴 현장 위로 철망을 밟은 채 인간 삶의 이 기록을 응시한다. 놀랍게도 내가 경험하는 것은 구석기 시대나 그 밖의 고대에 대한글을 읽을 때 으레 느껴지는 감정인 경외감이나 시간 감각 상실이 아니라 차분함이다. 인류의 오랜 선사를 이렇게 맛보면서 깊숙이 묻힌불안감의 매듭이 풀린다.
내 삶은 거의 전적으로 현대성의 템포에 속박되어 있다. 분 단위로살고, 몇 시간과 (때로는) 몇 년에 집중하고, 21세기 안에 무너질 주택에서 살고, 10년을 채 넘기지 못할 전자 제품을 이용한다. 우리 문화는21세기가 끝나기 전에 스스로와 지구의 대부분을 개조할 기세다. 우리의 감각, 상상력, 열망을 몇 년 이상 끌어당기는 것은 찾아보기 힘들다. 수천 년의 척도에 대해 생각하더라도, 지금과 그 먼 미래 사이에인류 이야기의 연속성을 상상하기 힘들다. 과거도 낯설긴 마찬가지여서, 감각이 미치지 못하며 몸으로 이해할 수도 없다. 인류 역사가 수만년간 존재했다는 물리적 흔적은 내 몸에 말한다. 또 다른, 더 긴 서사가 있다고. - P323

이렇게 오래 끄는 잔향은 성당, 텅 빈 공장, 거대한 물탱크처럼 넓고 벽이 단단한 공간의 음향 특성이다. 벽은 소리를 반사하며 밀폐된공간의 한쪽에서 다른 쪽으로 소리가 되튀는 동안 잔향을 지속한다.
물론 돌처럼 효율적인 음향반사판도 음파의 일부 에너지를 고갈시킬수밖에 없다. 하지만 넓은 공간에서는 소리가 공중에 머무르는 시간이 길어서, 벽과의 충돌로 잃어버리는 에너지가 거의 없이 흐를 수 있다. 이렇듯 넓은 용적은 소리를 오래 지속시킨다. 음파가 멀리 떨어진벽 사이를 왔다갔다 하면서 공기 중에 오래, 때로는 몇 초간 머물기때문이다. 두꺼운 커튼처럼 소리를 흡수하는 재료가 없으면 잔향은더욱 오래간다. 홀레 펠스 동굴의 용적은 6000세제곱미터로, 큰 교회와 맞먹는다.
이 동굴의 잔향은 가이센클뢰스테를레보다 훨씬 오래 지속된다.이 때문에 매우 빠르고 섬세한 소리는 쉽게 뭉개진다. 다른 관람객과몇 미터만 떨어져도 그들의 말소리가 우단(羽緞)처럼 먹먹해진다. 이곳에서 강연하면 끔찍할 것이다. 마찬가지로 복잡한 바이올린 곡도 형편없이 들릴 것이다. 빠르게 변하는 음이 서로 뒤섞일 테니 말이다. 하지만 단순한 가락은 근사하게 들린다. 내 휘파람 소리가 이렇게 훌륭하게 들린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동굴 밖 초원에서 나의 손뼉과 휘파람소리가 얇고 바싹 마른 빵 같다면 안에서는 달콤한 케이크 조각처럼 기름지고 두툼하다. 피리 음악 또한 이곳에서 근사하게 들릴 것이다. - P326

알려진 최초의 악기는 악기 소리와 어울리는 장소에서 제작되었다.적어도 현대인의 귀에는 그렇게 들린다. 오늘날 많은 플루트 실황 연주와 녹음은 전자 장비를 이용하여 잔향을 더함으로써 소리가 동굴이나 방에서 들리는 것처럼 한다. 그렇다면 동굴의 잔향 특성이 최초의 피리가 발명되는 데 촉매 역할을 했을까?  - P327

이 밀접한 관계는 공간이 음악사에서의 혁신과 벌이는 상호작용의일부를 보여준다. 구석기 후기 동굴에서 발견된 악기-피리, 긁개, 불로러(bull-roarer)"는 수십 명이 모인 자리에 잘 어울렸다. 소리가 더큰 악기는 인간 사회가 성장하여 소리가 더 멀리 전파되어야 했을 때등장했다. 북과 뿔은 사람들을 전쟁, 사냥, 종교 회합에 불러 모았다.
최초로 기록된 북은 기원전 4000년경 중국 동부 다원커우의 기장, 쌀재배 문화로 거슬러 올라간다. 알려진 최초의 나팔은 기원전 1500년경 이집트의 강성한 제18왕조에서 발견되었다. - P339

우리는 스마트폰이나 집의 CD 플레이어에서 ‘재생‘을 누를 때마다 음향공간을 창조하는 셈이다. 우리는 음악을 얼마든지 고를 수 있다. 앨범과 트랙들이 우리의 눈길을 끌려고 다툰다. 가장 시끄러운 음악이 대체로 승리한다. 심지어 우리가 생각하기에 우리 자신이 시끄러운 소리를 선호하지 않는 것처럼 보일 때도 말이다. 우리의 뇌는 요란한 음악을 더 ‘좋은‘ 것으로 한결같이 판단한다. 게다가 조용한 악구의 음량이 커져 곡 전체의 음량 균형이 흐트러지더라도 그쪽을 선호한다.
이 심리적 기현상은 ‘음량 전쟁‘을 촉발했다. 이 경쟁은 1990년대에CD 분야에서 시작되어 오늘날까지 계속되고 있다. 제작자들은 음악의 모든 주파수에서 진폭을 증가시켜 곡의 가변적 음량을 이른바 ‘벽돌벽(brick wall)‘으로 바꾼다.‘ 이 최종 결과물에서는 트랙의 모든 부분이 최대 음량으로 높아져 있다.
이렇게 만든 음성 파일을 컴퓨터 화면에 띄우면, 대다수 생음악의음량이 커졌다 작아졌다 하는 것에 반해 높고 일정한 벽이 표시된다.
이렇게 하면 더 시끄럽고 생동감 있는 음악이라는 전반적 인상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스네어 드럼 같은 타악 효과의탁 소리가 사라져 마치 악기를 어딘가에 욱여넣은 듯한 느낌이 들며 극단적인ㅍ경우에는 음악이 백색잡음으로 뿌예진다. - P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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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성문화는 개체군의 진화적 분리를 촉진하거나 지연시키는 역할이외에도 위험에 처한 종을 멸종에 더욱 취약하게 만들 수 있다. 개체군 밀도가 너무 낮아지면 동물이 서로를 찾기가 힘들어지며 어린 새들이 종의 노래를 온전히 배우지 못한다. 이를테면 오스트레일리아블루산맥에서는 몸이 검은색과 황금색이고 꽃꿀을 먹는 조류인 으뜸꿀빨기새의 개체수가 수백 마리까지 줄었다. 그런데 최근 상당수가다른 종의 노래를 비롯하여 특이한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지난 몇십 년간 녹음한 것과 비교하면 지금의 새들은 노래가 더 단순해졌다.적절한 선생이 없어서 어린 새들은 다른 종의 소리를 훔치거나 제멋대로 지어낸다. 이렇게 기형이고 종종 엉성한 노래를 하는 수컷들은암컷에게 매력이 떨어진다. - P240

인간과 명금의 성숙한 뇌는 형태가 매우 다르지만, 발성학습에 필요한 신경망의 일부는 같은 유전자에 의해 만들어진다. 학습의 패턴과 과정도 비슷하다. 그렇다면 우리가 새들의 떨리는 미숙한 노래를 듣고 미소를 짓는 것은 단순히 감정에 이끌려서는 아니다.
내면에서 솟아오르는 기쁨은 차이를 넘어선 동류의식을 떠올리게한다.
동류의식뿐 아니라 독특함도 있다. 우리는 별난 종이다. 우리와 가까운 친척인 영장류 중에서 우리만큼 발성 학습에 능한 종은 없다. 나머지 영장류의 복잡한 행동과 문화는 발성 학습이 아니라 시각적·촉각적 관찰을 바탕으로 한다. 인간 아닌 영장류는 뇌 기능도 다른 듯하다. 인간의 발성 학습에 필수적인 뇌 부위는 다른 영장류 종의 발성에서는 사소한 역할에 머무른다. 자연 질서에서 인간의 특별한 위치를마련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이 고유함에 주목한다. 하지만 조류와 고래 같은 발성 학습자에게서 소리의 문화적 진화가 일어나는 것을 보면 인간의 발성 학습은 고유하다기보다는 유사한 듯하다. 동물계에서발성 학습과 문화로 이어지는 길은 여러 가닥이다. - P247

수백만 년에 걸쳐 분기들은 지역 전체에 저마다의 소리 특성을 부여할 정도로 규모가 커진다. 이 과정은 물, 암석, 바람의 소리를 빚어내는 과정과 대조적이다. 일정한 크기의 빗방울은 아메리카의 암석에떨어지든 이스라엘의 암석에 떨어지든 오스트레일리아의 암석에 떨어지든 똑같은 소리를 낸다. 반면에 이 장소들에 서식하는 동물의 노래는 설령 크기와 생태가 매우 비슷하더라도 물리 법칙으로 도출할 수없다. 동물 소통의 역사와 변칙 또한 생명의 음성에 우연과 변덕의 흥미로운 층을 더한다.
지구상의 어느 장소에서든 토착 동물과 이주 동물의 음성을 둘 다들을 수 있다. 이러한 조합 중에는 최근에 형성된 것도 있지만-이를테면 북아메리카 전역에서 미국까마귀와 나란히 노래하는 유럽찌르레기처럼-동물의 생물지리 이야기들은 대부분 더 깊은 뿌리가 있다. 수천만 년 전, 수억 년 전을 돌아보면 모든 동물군의 현재 분포는일부 종이 보금자리를 지키고 다른 종이 새 땅을 찾아 나선 결과임을알 수 있다. 그런 다음 각 유형 중 일부가 새 종으로 갈라져 지리와 분류의 풍성한 착종)을 만들어낸다. - P272

숨으로 이루어지고 찰나에 사라져버리는 소리가 바위보다 오래될 수 있다.
주변 동물 음성에 귀를 기울이는 것은 공기 진동으로 이루어졌으되 대륙 이동과 고대 동물의 대륙 이주로 다양해진 소리의 지질학이남긴 유산을 듣는 것이다. 암석과 달리, 소리의 여러 형태를 (시간의 흐름에도 불구하고) 간직하는 영속적인 물리적 실체는 존재하지 않는다. 대신 동물 소리의 형태는 연약한 DNA 가닥 속에서 전달되었으며, 노래를 배우는 종의 경우) 새끼와 연장자의 끊임없는 연결 사슬을 통해 세대마다 새로 만들어졌다. - P281

뼈, 상아, 숨
4만 년 전 지금의 독일 남부에 있는 빙기(氷期) 동굴에서 새로운 종류의 소리가 탄생했다. 이 소리는 휘파람 한 소절에 불과할 만큼 단순했으며 동굴 밖에서 노래한 새와 곤충의 복잡성과 범위에 비하면 보잘것없어 보였다. 하지만 그 소리는 혁명이었다. 그 소리가 창조된 순간 지구의 생성력은 문화적 진화를 발판삼아 솟구쳐 뻗어갔다.
들어보라. 영장류의 입술이 알맞은 모양의 새 뼈와 매머드 엄니에숨을 불어넣는 소리를. 이로써 키메라가 생겨난다. 사냥꾼의 숨이 먹잇감의 뼈에 생명을 불어넣는다. 이제껏 지구 어디에도 없던 원천에서공기가 진동하여 가락과 음색을 만들어낸다. 악기가 탄생한 것이다. - P2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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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정원과 들판에서 듣는 새들은 여섯 달도 더 전인 지난여름에처음으로 들은 소리를 실험하고 있다. 갓난새끼일 때와 갓 날개가 돋았을 때 그들은 부모와 이웃의 노래에 귀 기울였다. 그들은 무아지경의 속삭임으로만 노래했지만, 깩깩 보채는 소리와 다양한 형태의 짹짹 음과 트릴을 구사하기도 했다. 그들이 지난여름 들은 성체의 노래에 대한 기억은 이제 자신의 시도를 평가할 잣대가 된다. 새들은 몇주에 걸쳐 여러 조합을 시험하여 최종판을 추린 뒤 그 노래를 자신의것으로 쓸 것이다. 이것은 인간이 소리를 배우는 방식과 딴판인 기억술의 위업이다. 우리는 순간순간 듣고 발화하는 주고받기의 방식으로소리를 가다듬는다(단, 유아는 소리를 따라할 수 있기 전에도 많은 소리를 알아듣는다).
인간 부모와 걸음마쟁이에게 귀 기울여보라. 아이가 어린애 말투로시도한다. 부모는 미소 지으며 어른 말투로 고쳐준다. 아이가 고집한다. 어른이 다시 한번 되풀이한다. 몇 달, 몇 년에 걸친 이중주는 유아의 말소리를 어른의 형태로 다듬는다. 이에 반해 참새의 듣기와 발성은 시간과 공간 면에서 훌쩍 떨어져 있다. 6월에 퀘벡 북부에서 들은노래는 새끼 참새의 뇌에서 겨울을 난 뒤에 그해 후반 테네시에서 두살배기의 머뭇거리는 발성 시도로 되살아난다. 몇 달간의 기억이야말로 참새의 노래를 숙성시키는 선생이다. - P228

이렇듯 연안의 문화 단위가 작은 규모인 것은 노래 방식들의 조각보를 만들어내는 소규모의 교란 때문이다. 화재 같은 재난이 일어나지 않는 시기에는 순응주의자 흰정수리북미멧새 사회 안에서 발성학습을 통해 각 동네 안의 노래 차이가 유지된다.
산지나 북방림 가장자리 출신의 흰정수리북미멧새들은 겨울마다남쪽으로 이주하기에, 안정된 공동체를 이뤄 살아가지 않는다. 그들의 노래는 지역마다 다르지만 그 규모는 수십 미터가 아니라 수백 킬로미터다. 이것은 분포 범위가 넓은 이동성 조류 특유의 패턴이다.
여행의 즐거움 중 하나는 각 조류 종의 지역적 변이형을 듣는 것이다. 친숙한 길의 바깥으로 발을 디디면 친숙하게 듣던 노래에 새로운변화가 더해지거나 특이한 요소가 덧붙는다. 이러한 소리의 지리는종마다 규모와 짜임이 다르며, 각 종의 창조성과 순응성이 어떻게 균형을 이루는가에 따라 정해진다. 가장 조밀하고 지방색 짙은 지리적분포를 나타내는 것은 대부분 거의 이동하지 않고 새끼들이 근처에자리 잡는 집돌이들이다. - P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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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스크바의 신사
에이모 토울스 지음, 서창렬 옮김 / 현대문학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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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2년 6월 21일

알렉산드르 일리치 로스토프 백작이 내무 인민위원회 소속 긴급 위원회에 출두함

주재: V. A. 이그나토프, M. S. 자콥스키, A. N. 코사레프
검사: A. Y. 비신스키

비신스키 검사 - 이름을 말하시오.
로스토프 -성 안드레이 훈장 수훈자, 경마 클럽 회원, 사냥의 명인인알렉산드르 일리치 로스토프 백작입니다. - P13

이그나토프 알렉산드르 - 일리치 로스토프, 당신의 증언을 모두 고려해보면 우린 그 시 「그것은 지금 어디 있는가?」를 썼던명민한 영혼이 자기 계급의 부패에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굴복했으며, 지금은 한때 자신이 지지했던 바로 그 이상에 위협이 되고 있다고밖에 생각할 수 없소. 이를 근거로 한다면 우리로서는 당신을 이 방에서 내보내 총살하는 게 온당할 것이오. 하지만 당의 고위직 중에는 혁명이전 단계 영웅의 범주에 당신을 넣는 사람들이 있소. 그래서 위원회의 의견은, 당신은 당신이 그리도 좋아하는그 호텔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이오. 하지만 절대 착각하지 마시오. 만약 당신이 한 걸음이라도 메트로폴 호텔 바깥으로 나간다면 당신은 총살될 테니까. 다음 사건.

서명.
V. A. 이그나토프
M.S. 자콥스키
A. N. 코사레프 - P17

 어린 백작이 비참한 마음으로 이불을 움켜쥐고 있을 때할머니가 방으로 찾아왔다. 침대 발치에 앉은 할머니는 얼마간 동정심을 나타냈다. "지는 것은 정말 속상하고 억울한 일이지." 할머니가 말했다. "게다가 그 오볼렌스키 가문 아이는 말썽꾸러기니까. 그런데 사샤, 왜 그 아이가 기분 좋아할 만한 행동을 하려는 거니?" 백작과 할머니는 페테르고프의 부두에서 바로 이런 정신으로 눈물을보이지 않고 헤어졌다.  - P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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