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는 뭐가 그래서요? 그런 형편이니까 그자 생각으로는자기가 내 목숨을 노리는 이상 내가 틀림없이 무서워서 벌벌 떨면서 목숨을 뺏기지 않겠다고 아등바등 도망칠 거라고 예상하고 있잖겠소."
"그래서요?"
"그래서 나는 그자 속셈을 거꾸로 이용할 생각이요. 도망치긴커녕 외려 즐거운 맘으로 그자가 원하는 것을 선뜻 내주는 거요. 그자 예상을 완전히 뒤엎어버린다 이거요. 그렇게만 한다면그자는 제 마누라한테 배반당했을 때만큼이나 쓴맛을 보게 될것이고, 나는 또 살아서 못 한 세번째 복수를 죽어서 귀신이 돼서라도 본때 있게 할 수가 있잖겠소."
내 방법이 과연 어떠냐는 듯이 그는 득의양양한 표정을 주체하지 못했다. 나는 한동안 벌어진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어리석을 정도로 선량한 인간이 악마의 손아귀에서 벗어나기 위해스스로 자기 목숨을 내맡기는 방법뿐이라고 한다면 그 이상 소름 끼치는 노릇이 달리 또 어디 있단 말인가. 악마는 역시 악마였다. 그로 하여금 그런 계교를 짜내게 만든다는 그것부터가 벌써 악마가 지닌 탁월한 능력이자 선량한 인간들을 마음대로 괴롭힐 수 있는 확실한 자격인 셈이다. - P2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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