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와 비슷하게 많은 사람이 노숙자나 극빈자의 곤경을 무시하기도 한다. 이들의 상황이 통제할 수 없는 사회적, 경제적 요인 탓이 더 크다는 불편한 생각을 떠올리기보다는 그들이 본질적으로 결점이 있다고 확신한다. 타인의 불운이나 나쁜 짓은 그들이나쁜 사람이기 때문이라고 믿는 경향이 지배적이며, 여기에 개입했을 상황 요인은 생각하지 않는다. 자연에의 호소 오류는 변명의 여지가 없는 행동과 형편없는 추론을 합리화하는 편리한방편으로 너무 자주 활용된다. 또한 모든 민족에게 카인이라는뚜렷한 표식을 남겨 유혈이 낭자한 억압적인 결과로 이끌었다.타인을 비인간화하는 짓을 정당화하고 싶다면, 그들에게 본질적으로 결함이 있다고 주장하는 것이 가장 강력한 방법이다.
우리가 인간이라는 종으로서 마주한 문제를 해결하려면 무조건 반사처럼 튀어나오는 본질주의를 조심해야 한다. 사람과상황은 본질적으로 복잡하고, ‘좋다‘ ‘나쁘다‘처럼 지나치게 단순화한 개념은 사람이나 주장 어느 것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다.주장이나 상황에 마주쳤을 때, 우리는 선입견에서 벗어나야 한다. 장점을 보고 주장을 평가해야 하며 부적절하게 매도해서는안 된다. 그렇지 않으면 복잡한 문제를 무언의 익살극으로, 온갖미묘한 뉘앙스를 가진 사람들을 이차원적 영웅이나 악당으로 단순하게 격하할 수도 있다. 적어도 이는 무수히 많은 사람과 다양한 관점이 존재하는 세상에서 서로에게 더 친절해지는 원동력이될 것이다. - P164

다윈의 이론이 현대 진화생물학의 주춧돌이 되었으므로 오늘날에는 그의 업적이 미치는 영향력을 부정할 수 없다. 다윈 이론의 핵심은 우아하고 강력하다. 집단에서 나타나는 무작위 돌연변이는 각 개체 사이에 심각한 변이를 일으킨다. 가끔 부모는 이런특성을 자녀에게 물려준다. 먹이와 자원 경쟁이 치열해지면 환경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한 개체는 살아남아 번식하기가 어렵다. 반대로 환경에 잘 적응한 개체는 번식할 가능성이 더 크며 그들의 특성을 후손에게 전할 수 있다. 이 과정을 자연 선택 natural selection 이라고 하며, 서서히 시간이 지나면 돌연변이와 변이가 축적되면서새로운 종의 탄생으로 이어진다. 철학자이자 생물학자인 허버트스펜서 Herbert Spener는 이를 ‘적자생존‘이라고 했고, 다윈과 진화론의 선구자적 동료인 앨프리드 러셀 윌리스 Alfired Russel Wallace가 이단어를 채택했다. 자연 스스로 활발하게 선택하고 있다는 오해를피하려는 의도였다. - P167

다윈의 주장을 왜곡하는 오언의 비뚤어진 전략은 허수아비strawman argument의 전형적인 사례다. 이 논증의 가장 기본은 ‘미끼와 바꿔치기‘ 전략이며, 상대방의 주장을 반박하는 대신 무너뜨리기 더 쉬운 대체물을 공격해서 반박했다는 인상을 준다. 허수아비 논증은 특히나 적절한 이름인데, 검사가 자신의 공격을막아낼 수 있는 적 대신 짚으로 만든 모형을 상대로 기량을 뽐내는 풍경을 떠올리게 한다. 모형은 쓰러뜨리기 쉽고, 바꿔치기한대상에 진짜 주장과 표면적으로나마 비슷한 점이 있다면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본래부터 항상 악의가 있지는 않으며, 기량이 부족해서 다른 두 개념을 실수로 융합했을 수도 있다. 위대한 수학자이자 철학자인 러셀은 종종 일어나는 이 문제를 두고 피곤하다는 듯 이렇게 말했다.
"어리석은 사람이 현명한 사람의 말을 정확하게 전달하기란불가능하다. 어리석은 자는 자신이 들은 말을 무의식적으로 자신이 아는 말로 바꾸기 때문이다" - P172

슬프게도 진화는 이 공허한 수사법의 주요 표적으로 남았다. 1860년의 난폭했던 논쟁 이후, 다윈의 주장은 증거가 쌓이면서 완벽하게 정당성을 입증했고, 진화는 여러 도전을 극복하면서 근본적인 생물학 원칙이 되었다. 그러나 150년이 넘는 시간동안 진화를 거부하는 종교단체들의 허수아비 논증식 반박도 빠르게 이어졌다. 진화론은 인간이 현대 원숭이에서 진화했다고언급한 적 없어도 혹은 새로운 종이 출현하려면 특정 종이 멸종해야 한다고 언급한 적 없어도, 무시든 고의적 악의든 "만약 인간이 원숭이에서 진화했다면 왜 여전히 원숭이가 존재하는가?"라는 주제의 변주는 끝없이 쏟아진다. - P1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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