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조한 가짜 이북 쌀과 두 실향민 노인 사이에 이루어지는 역사적인 해후 장면은 극적이다 못해 괴이쩍기마저 했다. 노인들은 양손으로 욕심껏 퍼 올린 쌀을 마치 모래놀이 하는 어린애들처럼 손가락 새로 줄줄이 흘러내리게 하는 장난질을 몇 차례고되풀이했다. 그런 다음 쌀 속에다 코끝을 박은 채 킁킁 냄새를맡아보기도 하고, 쌀을 움켜 뺨에 대고 살살 비비대기도 했다.혀끝에 대고 쌀의 겉 맛을 살피는가 하면 실제로 입안에 넣고는조심조심 씹어 그 속 맛을 두고두고 천천히 음미하기도 했다.마치 보석을 감정하듯이 낱알 몇 개를 집어 올려 일일이 형광등불빛에 비춰보는가 하면 그것도 모자라 아예 확대경까지 동원해서 쌀알의 표면을 세밀히 관찰하기도 했다. 아무리 너그럽게잘 봐주고 싶어도 그것은 온전한 사람들이 말짱한 정신으로 벌이는 정상적인 행동이 아닌 것 같았다. - P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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