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에는 그 위대한 바빌론 위로 높이 솟아 있는 거대한 지구라트인 에테메난키 Etemenanki가 보였다.
에테메난키라는 이름은 ‘하늘과 땅의 기초를 이루는 집‘이라는 뜻이다. 우리가 도시적 오만과 혼란의 궁극적 상징으로 여기는 바벨탑이 바로 에테메난키다. 그 고대의 마천루를 쌓는 데 1,700만 개의 벽돌이쓰였다. 에테메난키의 높이와 폭은 같았을 것으로 추정되고, 토대의크기는 가로와 세로가 각각 91미터였다. 꼭대기는 도시와 하늘이 만나는 곳이었다.
- P104

낭만주의 시대부터 할리우드 시대에 이르는 기간에 서양 문화에는 강력한 반 도시적 편견이 있었다. 유럽과 미국이 거센 도시화의물결에 휩쓸리고 있을 때와 정확히 일치하는 그 기간에 서양인들은 도시를, 인간을 원자화하고, 공동체를 파괴하고, 인간 본성의 자연스러운 요소를 왜곡하는 힘으로 여겼다. 20세기의 사회학자들도 그런 선례에 따라 도시 생활에서 유발되는 병리 현상을 연구했다. 유럽인과 미국인 들은 도시 생활에 대한 반감을 물려받았다. 반면, 유럽과 미국을 제외한 여러 문화권에는 그런 반감이 없고 오히려 도시 생활이 비교적 흔쾌히 수용된다. 메소포타미아, 중앙아메리카, 중국, 동남아시아 등지에서는 도시가 신성한 곳으로, 신이 인간에게 준 선물로여겨졌다. 유대 기독교적 세계관에서, 도시는 하느님에게 적대적인필요악이다. 이 같은 차이는 역사 면면히 이어진 현상이다.
- P113

대도시는 우리의 선의와 이성적인 판단에 따라 작동하는 만큼, 우리의욕망과 악덕, 이기심을 동력 삼아 움직이기도 한다. 대도시는 우리를위협하는 곳, 우리가 이해할 수 없는 곳인 만큼 우리의 정신을 고양하고 의욕을 자극하는 곳이기도 하다. 대도시는 크고, 나쁘고, 잔인한곳이다. 그러나 대도시는 번창하는 곳이자 강한 힘을 지닌 곳이기도하다. 대도시에는 성인용품점과 오페라 극장이 있고, 도박장과 대성당, 스트립쇼장과 미술관이 있다. 분명히 우리는 도시에 훌륭한 하수도 시설이 있기를 바라고, 매춘부들의 수가 줄어들기를 바란다. 그러나 위생처리된 도시는 전기 불꽃이 일어나지 않는 도시다. 한 도시의모순과 대립적 요소와 상스러움은 그 도시에 강렬한 자극과 맥동하는에너지를 선사한다. 도시에는 위생처리가 필요한 만큼 오물도 필요하다. 도덕적 기준이 낮은 곳, 저열한 퇴폐업소가 있는 곳, 매력과 재력을 갖춘 곳. 이것은 대도시에 에너지를 불어넣는, 대도시의 상반되고 불온한 성격이다. 도시는 유토피아인 동시에 디스토피아이다.
- P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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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루크에 당도하기 한참 전에 나그네는 도시의 존재를 알아차리게되었을 것이다. 우루크 사람들은 주변 지역을 경작했고, 그 시골 지역을 이용해 필요한 부분을 채웠다. 인공 수로로 물을 대는 수천 제곱킬로미터 넓이의 들판에서는 대도시 우루크를 먹여 살리는 밀과 양, 대추야자 그리고 일반 주민들이 마시는 맥주의 원료인 보리가 자랐다.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사랑과 전쟁의 여신 에안나 Eama와 하늘의신 아누 , 에 바친, 우뚝 솟은 신전들이었다. 신전들은 도시 높은 곳의 넓은 토단 위에 세워져 있었다. 피렌체의 종탑과 반구형 건물 혹은21세기 상하이의 마천루 숲처럼 신전들도 대단한 볼거리였다. 석회석에 석고 반죽을 덧칠해 만든 아누의 거대한 백색 신전 White Temple은 현대의 여느 마천루만큼 햇빛이 눈부시게 빛났다. 백색 신전은 주변의평원을 밝히는 봉화처럼 문명과 세력의 메시지를 뿜어냈다.
고대 메소포타미아인들에게 우루크는 자연에 대한 인간의 승리를 대변했다. 그 고압적인 인공의 풍경은 명명백백한 승리의 증거였다. 곳곳에 성문이 나 있고 돌출형 망루가 솟아 있는 성벽은 둘레가 9킬로미터, 높이가 7미터였다. 성문을 거쳐 안으로 들어오자마자 그곳주민들이 어떻게 자연을 상대로 승리를 거뒀는지 알 수 있었다. 도시주변에는 과일과 약초, 채소가 자라는 깔끔한 정원이 있었다. 대규모의 용수로망을 통해 유프라테스 강의 물이 우루크의 심장부까지 흘러들었다. 지하에 체계적으로 매설된 토관을 통해서는 수만 명의 주민들이 배출하는 폐수가 성벽 밖으로 빠져나갔다. 정원과 대추야자는 자연스레 도시 중심부에서 밀려났다. 창문이 없는 조그만 집이 빼곡히 들어선, 좁고 구불구불한 미로 같은 거리와 골목은 무척 갑갑하게보였을 것이다. 이렇듯 도시 안에는 공터가 거의 없었다. 하지만 그런지면 구획은 비좁은 거리와 촘촘히 들어선 집 덕분에 생기는 그늘과산들바람이 메소포타미아의 뜨거운 햇볕의 위력을 잠재우는 도시 미기후 微氣候(지표면 상태나 지물의 영향을 강하게 받아서 미세한 발생하는 기상이2나 기후상태의 차이)를 조성하도록 고안된 것이었다.
- P36

최초의 도시는 비옥한 초승달 지대의 가장자리인 메소포타미아남부 지역에서 탄생했다. 그 이유를 설명해주는 유서 깊은 이론이 있었다. 메소포타미아 남부는 토양과 기후가 그리 좋지 않다. 강수량은적다. 땅은 메마르고 평평하다. 유프라테스 강과 티그리스 강의 물을이용해야만 그 불모지의 잠재력이 꽃필 수 있었다. 사람들은 유프라테스 강과 티그리스 강에서 물을 끌어오려고 관개사업에 서로 힘을보탰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 황무지에서 다량의 잉여 곡물 생산이 가능해졌다. 이렇듯 도시는 온화하고 풍요로운 환경의 산물이 아닌 최대한 협력하고 독창성을 발휘해야 하는, 비교적 혹독한 지대의 산물이었다. 세계 최초의 도시들은 역경을 이겨낸 인간 승리의 결과로 메소포타미아 남부에서 탄생했다. 그 중심에 신전이, 그리고 풍경을 바꾸는 작업과 고도로 밀집된 인구를 관리하는 작업을 조율하는 고위사제와 관료 들이 있었다.
- P41

우루크가 이 세상에 선사한 선물은 바로 도시화와 문어文語였다.
첫 번째 선물이 두 번째 선물로 이어졌다. 우루크는 기존의 확고한 사고방식에 대한 근본적인 혁신이나 타격을 두려워하는 사회가 아니었다. 표기와 수학은 도시라는 가마솥에서 탄생했다. 표기와 수학은 복잡성을 관리하는 행정 기법이었다. 지금까지 발견된 가장 오래된 서판 가운데 하나는 점토에 쓴 영수증이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보리 2만 9,086자루, 37개월, 쿠심 Kushim."
- P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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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해! 저주받은 내 머리에 증오를 쏟아붓기 전에 내 말을 한 번만들어다오. 당신이 굳이 더 불행하게 만들려 하지 않아도, 나도 이만하면 충분히 괴로움을 겪지 않았는가? 삶이 고뇌의 연속에 불과하더라도, 내게는 소중한 것이니 지킬 생각이다. 기억하라, 당신이 나를 당신자신보다 더 강력하게 창조했다는 것을, 내 키는 당신보다 크고, 관절은 더 유연하다. 하지만 당신과 대적하고 싶지는 않다. 나는 당신의 피조물이니 당신이 내게 빚진 의무를 다하기만 한다면, 나 역시 본연의영주이자 왕인 당신의 뜻을 고분고분하게 따를 생각이다. 오, 프랑켄슈타인, 모든 이에게 공평하게 대하면서 나만 짓밟지는 말란 말이다. 나야말로 당신의 정의, 심지어 당신의 관용과 사랑을 누구보다 받아 마땅한 존재니까. 기억하라, 내가 당신의 피조물이라는 사실을, 나는 당신의 아담이 되어야 하는데 오히려 타락한 천사가 되어, 잘못도 없이 기쁨을 박탈당하고 당신에게서 쫓겨났다. 어디에서나 축복을 볼 수 있건만, 오로지 나만 돌이킬 수 없이 소외되었다. 나는 자애롭고 선했다. 불행이 나를 악마로 만들었다. 나를 행복하게 만들어라, 그러면 다시 미덕을 지닌 존재가 될 테니."
- P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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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말 
대도시의 세기

오늘 하루, 세계의 도시 인구는 또 20여 만 명이 늘었다. 내일도 그럴 것이고, 모레도, 글피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2050년, 인류의 3분의 2가 도시에 살고 있을 것이다. 지금 우리는 지난 6,000년간 이어진과정의 정점인 역사상 최대의 인구이동 현상을 목도하고 있고, 앞으로 21세기 말쯤이면 도시 종족으로 탈바꿈할 것이다.
- P8

자칫 개성 강한 최근의 도시들을 둘러싼 희미한 미래상에 현혹되기 쉽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수직형 생활에 대한 뜨거운 욕망은 매우 부유한 사람들의 특권이 되었다. 그것은 지저분하고, 혼잡하고,
정신 사나운, 저 아래의 거리에서 벗어나 구름 속의 안식처를 마련하려는 욕구의 징후다. 유엔UN에 의하면, 기본적인 편의시설과 기간시설이 부족한 빈민가와 비공식 거주지가 인류의 지배적이고 독특한 거주지 유형‘으로 자리 잡고 있다. 하지만 대다수 인류의 향후 생활방식은 상하이나 서울의 번쩍거리는 중심 업무지구나 넓게 팽창한 휴스턴 혹은 애틀랜타보다는 자가 건축과 자기조직화가 이뤄지는 뭄바이나 나이로비의 초고밀도 구역에서 더 쉽게 찾아볼 수 있다.
- P15

집적효과는 미국의 월스트리트나 상하이 푸동 신지구의 은행업자들, 런던 소호 거리의 창의적인 광고인들, 실리콘밸리와 방갈로르Bang-lore(인도 가르나타카 주의 주도 옮긴이)의 소프트웨어 공학자들에게만 이득을 안겨주지는 않는다. 도시화가 확대되고 강화되면서 생긴집적효과는 세계 전역의 수많은 사람들의 삶과 생활방식을 바꿔놓고있다. 자급자족적, 비공식적 도시경제는, 그 무대가 급성장하는 라고스의 길거리이든 로스앤젤레스 같은 부유한 대도시이든 간에, 그야말로 맨땅에서 도시를 세우고 사회를 조직해 작동시킬 수 있는 인간 능력의 증거다. 그것은 지난 6,000년 동안 우리 인간이 도시를 체험하며 얻은 본질이기도 하다.
- P17

미국의 도시들이 그러했던 것처럼 중국 도시들의 중심부 밀도가낮아지고 있다. 도로와 사무단지의 개발로 인해 사람들이 밀도가 높고 다용도로 쓰이는 도심의 동네를 벗어나 교외로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저밀도적, 자동차 의존적 도시화와 도시 팽창 현상이라는 세계적 추세의 일환이다. 형편이 나아질수록 사람들은 더 많은 생활공간을 요구하기 마련이다. 만일 중국과 인도의 도시 거주자들이 미국인들처럼 저밀도적 생활을 선택한다면 차량 이용 시간과 에너지 사용량이 늘어나 전 세계의 탄소 배출량이 139퍼센트 증가할 것이다.  - P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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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점을 시애틀 추장만큼 명확하게 짚은 사람은 없다고 생각한다. 백인들을 상대로 들려준 그의 연설문으로 내 글을 끝맺음하련다.

"우리가 우리 아이들에게 가르쳐 온 것들을 당신들도 당신들의 아이들에게 가르치십시오. 이 대지가 우리의 어머니라는 사실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대지가 우리의 소유가 아니라 우리가대지의 일부라는 것을, .…... 이 땅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이 땅의아들딸 모두에게 벌어질 것입니다. 우리가 이 생명의 그물을 엮은것이 아닙니다. 우리는 단지 그 그물을 이루는 하나의 그물코일 뿐입니다. 우리가 이 생명의 그물에 저지르는 일은 곧 우리 자신에게 저지르는 일입니다."
- P236

추사가 제주도로 유배당한 후 인품이나 학문 모두에서 한층 더 성숙해졌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정약전도 마찬가지인것처럼 보인다. 나도 몇 년간 어디 경치 좋은 곳으로 귀양이나 갔으면 좋겠다.
- P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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