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가지고 간다! 그건 못 가지고 가. 이 망할 놈아!」 촌장이 빠르게 성큼성큼 걸었고, 등이 굽고 사나운 노파가그 뒤를 숨을 헐떡이며, 거의 넘어질 듯 말 듯하면서 쫓아갔다. 숄이 노파의 어깨에서 흘러내렸고, 군데군데 푸르스름한흰머리가 바람에 헝클어졌다. 갑자기 노파가 멈춰 서더니, 마치 진짜 폭도처럼 자신의 가슴을 주먹으로 치면서 더 큰소리로 리드미컬하게 울부짖었다. 하느님을 믿는 정교도 여러분! 놈이 날 모욕한다오! 마을사람들, 놈이 날 박해한다오! 오, 오, 제발, 나와 보시오!」「할멈, 할멈」 촌장이 엄격하게 말했다. 「정신이나 차리시오!」 사모바르가 없는 치낄제예프 농가는 아주 적적했다. 빼앗겼다는 게 어쩐지 수치스럽고 모욕적이어서 마치 집안의 명예가 갑자기 사라진 듯했다. 촌장이 차라리 탁자나 의자나그릇을 가져갔다면 이렇게까지 황당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노파는 소리를 질러 댔고, 마리야는 눈물을 흘렸으며, 아이들은 그런 마리야를 바라보며 울었다. 노인은 자신이 잘못했다고 느끼며 고개를 떨군 채 구석에 앉아서 아무 말도 하지않았다. 니꼴라이도 말이 없었다. 평소에 노파는 니꼴라이를 사랑하고 또 귀하게 여겼지만, 지금은 그런 마음을 잊고 그에게 갑자기 욕설과 잔소리를 퍼붓고 그의 얼굴 바로 밑에대고 주먹을 흔들어 댔다. 노파는 이 일이 다 니꼴라이의 탓이라고 악을 썼다. 편지로는 슬라뱐스끼바자르에서 한 달에 50루블을 번다고 자랑해 놓고 돈은 왜 그렇게 조금 부쳤냐? 뭣 때문에 이곳에 가족들까지 이끌고 왔느냐? 죽기라도 하면 무슨 돈으로 너의 장례를 치르겠느냐...? 노인은 니꼴라이와 올가와 사샤를 바라보기가 민망했다. - P278
여름과 겨울동안 이 사람들이 사는 것이 돼지보다 못하며 이들과 지내는 것이 끔찍하다고 생각하던 때가 있었다. 그들은 거칠고 성실하지 못하고 더럽고 술에 취해 있었으며, 서로를 존중할 줄모르고 꺼려 하고 의심했기에 화합하지 못하고 언제나 다투기만 했다. 누가 술집에서 사람들을 취하게 하는가? 농부들이다. 누가 마을과 학교와 교회의 기금을 술을 마시는 데 탕진하는가? 농부들이다. 누가 보드까 한 병을 위해 이웃의 것을 도둑질하고 불을 지르며 법정에서 거짓 증언을 하는가? 누가 자치 회의를 비롯한 여러 회의들에서 제일 먼저 농부들과 싸우는가? 농부들이다. 그렇다, 그들과 함께 지내는 것은 끔찍했다. 그렇지만 그들도 모두 사람이고, 고통당하고 우는 존재이다. 그들의 삶에서 해명될 수 없는 것은 하나도 없다. 힘든 노동, 그로 인해 밤마다 아픈 몸, 혹독한 겨울, 부족한수확, 협소한 집, 전혀 기대할 수 없는 도움. 그들보다 더 부유하고 힘 센 자들도 실은, 거칠고 성실하지 못하고 술에 취해 있으며 마찬가지로 혐오스럽게 욕지거리를 해대기 때문에 도울 수가 없다. 아주 하찮은 관리나 지주의 하인도 농부들을 마치 부랑자처럼 취급하여, 심지어 마을의 노인들과 교회의 집사들에게도 하대하면서 그것을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모욕하고 강탈하고 위협하려고 마을에 마차를 타고 오는 탐욕스럽고 음탕하며 게으른 사람들에게서 무슨 도움이나 좋은 모범을 바라겠는가? 올가는, 끼리약이 겨울에 태형을 받으러 끌려갈 때 노인들이 보인 애처롭고 굴욕적인 표정을 잊을 수가 없었다.... 이제 올가는 이 모든 사람들을 안타까워하고 애처롭게 여겼다. 올가는 걸어가면서 자꾸 농가를 뒤돌아보았다. - P2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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