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인지 과정을 규정하기 위해 피부나 뼈의 경계에 집착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다음을 보자.
우리가 어떤 과제에 직면했을 때, 세계의 한 부분이 마치 그것이 우리 머릿속에서 행해졌었더라면 우리가 그것을 인지과정의 한 부분으로 인정했을 과정처럼 작용한다면, 세계의 그 부분을 우리는 바로 인지 과정의 부분으로 보아야 한다. 인지 과정이 (모두) 머릿속에 있는 것은 아니다! (Clark &Chalmers, 1998, p. 8)
우리는 계산을 할 때 암산이 아닌 종이와 펜으로 계산을 하곤한다. 그리고 머릿속이 아닌 휴대폰으로 친구의 전화번호를 검색하고, 길을 찾기 위해 기억보다는 네비게이션에 의존하며, 노트북을 열어 동료의 이메일 주소를 알아낸다. 클락과 차머스의 위의 주장을 받아들인다면, 종이, 펜, 휴대폰, 네비게이션, 노트북 같은 것들 속에서도 머릿속에서 일어나는 것과 같은 종류의 인지 과정이 일어난다고 보아야 한다. 나아가 뇌가 인지 체계인것과 마찬가지로 그것들도 인지 체계이다. 이것이 바로 그들이 주장하는 등가성 원리의 핵심이다." - P262
하지만 내부 과정과 외부 과정이 정말로 같은 종류의 인지 과정인가? 외장 메모리(가령, USB)와 인간의 기억을 비교해보자. 외장 메모리의 상태 또는 과정이 인간의 뇌 속에서 벌어지는 기억하기 과정remembering process과 동일하다고 볼 수 있는가? 아닌 것같다. 우리의 뇌는 탄소로 되어 있지만 외장 메모리는 실리콘으로 되어 있기 때문만은 아니다. 그리고 계산 과정이 일어나는추상화 수준에서 공히 튜링 기계 Turing machine 가 작동하고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도 아니다. 외장 메모리와 인간의 기억 과정이 동일하지 않은 것은, 인간의 기억 과정은 진화와 발생 과정의 산물로서 그 자체가 수많은 유관 정보들의 총합인 반면, USB와 같은 외장 메모리에는 그런 식의 배경 정보들이 전혀 없기때문이다. 다시 말해 둘의 기능은 유사할 수 있지만, 그 기능이수행되는 맥락은 전혀 다르다는 것이다. 따라서 외부장치와 환경에서도 내부의 인지 과정과 동일한 방식의 일들이 일어날 수있다는 등가성 원리는 문제가 있다(Rupert, 2004). - P263
EMT를 뒷받침해주는 또 다른 논변은 이른바 ‘결합 논변couplingargument‘이다. 간단히 말해, 결합 논변은 마음, 몸, 그리고 환경이하나의 결합된 체계(couplet system로서 하나의 인지 체계를 형성한다는 주장이다. 클락과 차머스의 다음 진술을 보라.
외부 도구를 사용하는 경우에 인간 유기체는 외부의 존재자와 쌍방적 상호작용을 통해 하나의 인지 체계로 간주될 수 있는 ‘결합된 체계‘를 만들어낸다. 그 체계의 모든 요소들은 각각 적극적인 인과적 역할을 담당하며, 다 합해져서는 인지가일반적으로 하는 방식과 동일하게 행동을 통제한다. 만일 우리가 외부의 요인들을 제거한다면 그 체계의 행동능력은 떨어질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우리가 뇌의 일부를 제거했을 때벌어지는 일과 똑같다. 이러한 종류의 결합된 과정은 인지과정과 동일하며 그 과정이 뇌속에서 일어나는지 아닌지는 상관없다. (Clark & Chalmers, 1998, pp. 8~9) 결합 논변은 뇌, 몸, 그리고 환경 간의 인과적인 상호작용으로인해 인지 과정이 생겨난다는 발상으로서 다음과 같이 단계를거친다.
(a) 뇌, 몸, 환경 간의 중요한 인과적 결합이 있다. (6) 뇌, 몸, 환경이 하나의 인지 체계를 형성한다. (c) 따라서, 뇌뿐만 아니라 몸과 환경도 인지 과정의 한 부분을 구성한다. - P265
또한, 컴퓨터의 발열장치도 다른 요소들과 인과적으로 결합되어 있긴 하지만, 그것을 ‘계산을 하는 과정들‘이라고 보긴 힘들다. 다시 말해외부 A가 인지를 구성한다고 말하기는 힘들다는 것이다. 반면뇌가 인지를 구성한다고는 할 수 있다. 이렇게 EMT 옹호자들은인과적 결합causal coupling 과 구성을 동일한 것으로 혼동하고 있다(Adams & Aizawa, 2009, p.17). 결합 논변에 대한 또 다른 문제점이 있다. 그것은 EMT 옹호자들의 주장만큼뇌, 몸, 환경이 서로 결합되어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뇌, 몸, 환경간의 상호작용에는 늘 ‘시간 지연‘ 문제가 발생한다. 또한 환경이 늘 투명 transparent 해서 뇌가 언제나 원하는 때에 조작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환경은 많은경우에 반투명(ranslucent 하거나, 심지어 적대적이기 때문에 마음이 환경에 대해 ‘분리된 표상 decoupled representation‘을 갖도록 진화했을 수 있다(Sterelny, 2004). 즉, 뇌, 몸, 환경 간의 인과적 결합이늘 용이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 P268
추락하는 유전자에는 날개가 있을까? 최근 몇 년 사이에 활발히 논의되고 있는 DST는 실추된 유전자의 위신에 오히려 마지막 주먹을 날리는 격이다. DST의 핵심 주장은 다음의 여섯 가지로 요약될 수 있다(Oyama et al. 2001).
(a) 다양한 원인들에 의한 연대 결정 : 모든 형질은 유전자를비롯한 다른 많은 발생 자원들 간의 상호작용으로 인해 산출되며 ‘유전자/환경‘의 이분법은 이런 상호작용자들을 나누는하나의 방식일 뿐이다. 유전자는 수많은 발생 자원들 중 단지하나일 뿐이다. 따라서 ‘천성/양육‘, ‘유전자/환경‘ 등과 같은이분법은 틀렸을 뿐만 아니라, 그런 이분법에 대한 대안적 설명으로 제시된 상호작용론마저도 틀렸다. (b) 맥락 민감성과 우발성: 수많은 원인들 중에 어떤 것이 중요한지는 체계의 나머지 상태에 따라 우발적으로 결정된다. 즉, 발생 과정은 맥락에 민감하며 우발적으로 일어난다. (c) 확장된 대물림 유기체는 유전자뿐만 아니라 다른 여러 발생 자원들을 대물림하며, 그 자원들 간의 상호작용을 통해 자신의 생활사를 구성한다. (d) 구성으로서의 발생 발생 과정에서 다음 세대에 전달되는것은 형질도, 형질의 표상도 아니다. 형질은 발생 과정에서매번 만들어지고 재구성된다. (e) 분산 통제 유전자만이 발생을 통제하지는 않는다. 통제는분산되어 있다. (f) 구성으로서의 진화: 진화는 환경으로 인해 형성되는 개체군에 관한 문제라기보다는, 시간이 지나면서 ‘유기체-환경체계‘가 어떻게 변하는가에 관한 문제다. - P271
지난 40억 년 동안 지구 상의 생명체는 자연의 혹독한 문제들을어떻게든 해결해왔기에 진화할 수 있었다. 물론 복잡하게 변화된 환경에 적절히 대처하지 못해 사라져간 종들이 훨씬 더 많은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자연은 융합을 통해 수많은 혁신들을 실험해왔다. 최초의 복제자로부터 출발하여 단세포를 거쳐 현재의 이런 복잡한 생명체들로 진화하기까지, 자연의 융합 실험은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예컨대 원래는 독립적으로 생활하던 미토콘드리아가 다른 원핵세포prokaryote cell와 융합되어 최초의 진핵세포cukaryote cell가 된 사건이나, 발생 과정을 통제하는 Hox 유전자 Hex gene 가 새롭게 재조직됨으로써 복잡하고 다양한 생명의 세계가 열린 것들은 모두 ‘진화적 융합‘을 통해 자연이 이룩한 창의적 혁신들이다. - P2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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