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의 불평등 수준을 옹호하는 몇몇 사람들은 이런 불평등이 불가피한것은 아니지만 불평등 해소 대책을 적극적으로 도입하는 데는 큰 대가가 따른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자본주의의 기적을 이루기 위해서는 심각한불평등은 불가피하며, 심지어 이는 자본주의 경제의 필연적 특징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은 보상을 받아야 마땅하다. 단, 그것은이들이 쏟은 노력과 투자가 사회 전체를 이롭게 할 때의 이야기다. 약간의 불평등은 실제로 불가피하다. 어떤 사람들은 남들보다 더 열심히, 더 오랜시간을 일한다. 제대로 돌아가는 효율적인 경제 시스템은 이런 노력을 기울인 이들에게 보상을 해주어야 마땅하다. 하지만 이 책은 오늘날 미국의 심각한 불평등과 이런 불평등을 초래한 방식이 성장을 저해하고 효율성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 그렇게 된 이유 중 하나는 미국의 불평등은 대부분 시장 왜곡의 결과이기 때문이다. 즉 미국의 시장은 새로운 부를 창출하는 행위 대신에 다른 사람들에게서 부를 빼앗는 행위를 장려하는 방향으로 왜곡되어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불평등이 심각하지 않았던 시기, 모든 소득 계층이 더불어 성장하던 시기에 미국 경제가 강력한 성장을 이룬 것은 지극히 당연한 결과다.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수십 년간의 상황이 이러했고, 최근 들어서는 1990년대의 상황이 이러했다. - P87

미국 사회는 이미 불평등이 심각할 뿐 아니라 그 추세가 악화되고 있기때문에, <일인당 소득>(혹은 국내 총생산)과 관련한 수치만으로는 일반적인 미국인들이 처한 상황을 제대로 파악할 수 없다. 예컨대, 빌게이츠와 워런버핏의 소득이 증가하면 미국인의 <평균 소득 역시 증가한다.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것은 <중위> 소득, 즉 중간 위치에 있는 가구의 소득이다. 앞서 보았듯이, 중위 소득은 최근 몇 년 사이에 계속 정체되어 왔거나, 심지어 하락하고 있는 추세다. - P107

(1) 최근 미국의 소득 성장은 주로 소득 분포도상 상위 1퍼센트 계층에서 일어나고 있다.
(2) 그 결과 갈수록 불평등이 심화되고 있다.
(3) 지금 하위 계층과 중위 계층은 금세기가 시작될 때보다 경제 형편이더 나빠졌다.
(4) 부의 불평등은 소득의 불평등보다 훨씬 더 심각하다.
(5) 불평등은 소득뿐 아니라 불안정과 건강 등 생활 수준을 반영하는 여러 다른 변수들에서도 뚜렷이 나타난다.
(6) 특히 어려운 하위 계층의 삶은 경기 침체 때문에 더더욱 어려워졌다.
(7) 중산층에서는 공동화 현상이 진행되고 있다.
(8) 소득 계층 간 이동은 거의 일어나지 않고 있다. 미국이 기회의 땅이라는 개념은 신화일 뿐이다.
(9) 미국은 선진 공업국들 가운데 불평등이 가장 심각하고, 이런 불평등을 개선하는 일에도 가장 적은 자원을 투입한다. 또한 미국은 다른많은 나라들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불평등이 심화되고 있다. - P110

안타까운 일이지만, 성실하게 부를 창출하는 사람들 역시 대개는 혁신이나 사업 능력으로 손에 넣은 부에 만족하지 못한다. 이들 중 일부는 훨씬더 많은 부를 획득하기 위해서 독점 가격 형성이나 지대 추구와 같은 부정한 방법으로 갈아탄다. 예컨대, 19세기에 철도사업으로 부호가 된 사람들은 철도 건설이라는 중요한 서비스를 제공했지만, 이들이 획득한 부의 대부분은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여 거둔 결과였다. 이들은 정부로부터 철도양편 토지에 대한 무상 불하 승인을 따냈다. 철도 부호들이 경제를 좌지우지하던 시절로부터 백여 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미국 상위 계층이 획득한 부의 태반은 (그리고 저소득층이 겪는 곤경의 일부는 부의 창출이 아니라 부의이전에서 비롯한 것이다. - P122

 정부의 역할이 원활히 수행되는 경우, 어느 노동자 혹은 어느 투자자가 받는 보수는그 사람의 활동이 낳은 사회적 수익과 정확히 일치한다. 우리는 이 두 가지가 일치하지 않는 경우를 시장 실패market failure라고 부른다. 시장 실패란 시장이 효율적인 결과를 산출하지 못하는 것이다. 경쟁이 불완전한 경우에는 개인이 받는 보수와 사회의 수익이 정확히 일치하지 않는다. 경쟁이 불완전한 경우란 <외부 효과>가 존재하는 경우(어느 한 사람의 행동이 다른 사람들에게 막대한 부정적 혹은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데도, 그 사람은 이런 결과로 인해서 어떤 대가도 치르지 않고 어떤 이득도 얻지 않는 경우), 정보의 미비함이나 불균형이 존재하는 경우(어떤 사람이 시장 거래와 관련해서 남들이 알지 못하는 것을 알고 있는 경우), 위험 보장 시장 혹은 기타 시장이 부재한 경우(예컨대 사람들이 눈앞에 놓인 중대한 위험에 대한 보험에 가입할 수 없는 경우)를 들 수있다.
거의 모든 시장에는 이런 조건이 하나 이상 존재한다. 시장이 전반적으로 효율적이라고 추정할 만한 근거는 거의 없다. 따라서 정부는 이런 시점실패를 바로잡는 중차대한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 P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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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빈부 격차는 스티글리츠가 지적하듯이 교육 기회의 격차와강 격차, 사회적 이동성의 축소로 이어지고 있다. 지면관계상 여기에서는 교육 기회의 격차만을 따져 보자. 한국은 공교육 비중이 낮아 세계에서 사교육비 비중이 가장 높은 나라인데, 이에 따라 집안의 재력에 따라 학생들의 진학 기회가 크게 달라진다. 이른바 포커판에서처럼 판돈(=사교육비)을많이 댈 수 있는 학부모와 학생들이 승승장구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에따라 사립 초등학교와 국제중, 특목고, 명문대 등으로 이어지는 <성공 경로>에 일찍 진입할 가능성이 높은 학생들이 명문대에 진학하고 고소득 직장에 취직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른바 교육의 <승자 독식 구조가 굳어지고 있는 것이다. 개천에서 용난다는 말은 이미 환상이 된 지 오래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서울대 의예과 신입생의 43퍼센트, 법대 신입생의 38센트가 자신이 상류층 출신이라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적인 상류층 응답 비율보다 매우 높은 수준이다. 더구나 이처럼 상류층 출신들이한국의 지배 엘리트로 성장해 <그들만의 리그>를 형성하는 현상이 곳곳에서 목격되고 있다. 법조계가 대표적인데, 특목고가 생겨난 이후 외고→ 서울대 → 법조계로 이어지는 엘리트 코스는 유행이 되다시피 했다. 실제로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이미 대원외고를 나온 현직 판검사가 129명으로 전통의 명문고인 경기고 55명의 두 배가 넘는다고 하지 않는가. 계층 이동의 사다리가 점점 끊어지고 기회 격차가 구조화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의 대학 등록금은 공식적으로는 경제협력개발기구소속 국가들 가운데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 하지만 미국 대학생의 67퍼센트가량이 국공립대 등록금을 내는 반면 한국 대학생의 78퍼센트가 사립대 등록금을 낸다는 점을 감안하면 한국의 대학 등록금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소득은 미국의 절반밖에 안 되고 대학 교육의 수준도 훨씬 낮은 나라에서 학부모와 학생들의 부담은 더 높은 것이다. 스티글리츠가 개탄하는 미국의 등록금 현실도 한국에 비하면 약과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된 데에는 대다수 국민들을 희생해 경제 성장의 과실을 재벌 대기업과 극소수 상류층에 몰아준 탓이 크다. 특히 상시적인 정리 해고 등을 통해 가계 소득의 주축인 일자리를 뿌리째 흔들어 버린 것이 국민 대다수의 빈곤화에 결정적 기여를 했다. 일자리 불안에는 부동산 거품, 수출 편향 경제, 저출산, 고령화 등 여러 요인들이 고루 작용했지만 무엇보다 재벌독식 구조가 가장 크게 작용했다고 봐야 한다. 재벌 독식 구조가 강해지다보니 중견, 중소기업 등을 중심으로 일자리를 만들어 내는 산업생태계가 사라지고 골목 상권까지 무너지는 상황이 되었다. 일자리의 88퍼센트 가량을 중소기업과 자영업이 담당하는데 이들 일자리가 점점 위축되거나 불안한 일자리가 되어 버린 것이다. 일례로, 두부 시장에 CJ나 대상과 같은 대기업이 들어와 수많은 중소 두부 공장이 문을 닫은 것이나 동네 구멍가게와 재래시장이 대형 마트나 기업형 슈퍼마켓SSM 등에 밀려난 것이 대표적이다. 재벌 그룹의 부와 이익은 늘어났으나 많은 일자리를 만들어 내던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는 무너졌다. 그렇다고 재벌 대기업들이 이익이 늘어나는 만큼 고용을 확대한 것도 아니다.  - P16

서문

세계 도처에서 사람들이 떨쳐 일어나 <뭔가가 잘못되었다>고 외치며 변화를 요구하는 역사의 순간이 있다. 격동의 시기였던  1848년과 1968년에 이런 일이 일어났고, 그 두 해는 각각 새로운 시대를 여는 출발점이 되었다. 2011년이 또 다른 그런 순간이 될지도 모른다.
아프리카 북부의 작은 나라 튀니지에서 시작된 젊은이들의 시위는 인접한 이집트로 확산되고, 뒤이어 중동의 다른 나라들로 확산되었다. 어떤 곳에서는 시위의 불꽃이 얼마 가지 않아 사그라졌지만, 어떤 곳에서는 이집트의 호스니 무바라크와 리비아의 무아마르 카다피 같은 장기 독재자를무너뜨리고 근본적인 사회 변화를 불러왔다. 얼마 후 스페인, 그리스, 영국, 미국, 그 밖에 세계 도처의 사람들이 제 나름의 이유 때문에 거리로 뛰쳐나갔다. - P25

월스트리트 금융계를 겨냥하던 시위운동의 초점은 얼마 지나지 않아 미국 사회 전반의 불평등 문제로 옮겨 갔다. 시위대는 <우리는 99퍼센트다>라는 슬로건을 내걸었고, 내가 배너티 페어 Vanity Fairs지에 썼던 기사의 제목 〈1퍼센트의, 1퍼센트를 위한, 1퍼센트에 의한〉을 구호로 외쳤다. 당시 나는 이 기사에서 미국의 심각한 불평등 문제와 상위 계층에게 지나치게 큰 발언권을 주고 있는 정치 시스템의 문제를 파헤쳤다.
3세계 도처의 사람들은 다음 세 가지 주제에 공명하고 있었다. 첫째, 시장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었다. 누가 보기에도 시장은 효율적이지 않았고, 안정적이지도 않았다. 둘째, 정치 시스템은 시장 실패를 바로잡지 못했다. 셋째, 현재 경제 시스템과 정치 시스템은 근본적으로 공정하지 않다.
이 책은 오늘날 미국을 비롯한 여러 선진공업 국가들의 심각한 불평등 문제에 초점을 두고, 이 세 가지 주제가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설명한다. 불평등은 정치 시스템 실패의 원인이자 결과다. 불평등은 경제 시스템의 불안정을 낳고, 이 불안정은 다시 불평등을 심화시킨다. 우리는 이러한 악순환의 소용돌이로 빨려들어 가고 있다. 여러 가지 정책들이 조화롭게 결합하여 시행될 때에만 우리는 이 소용돌이에서 빠져나올 수 있다.  - P27

우리 시스템이 훼손하고 있는 또 다른 근본적인 가치가 있다. 그것은 바로 <공정한 승부> 의식이다. 금융업자들은 빈곤층에게 약탈적인 대출을 시행하거나, 시한폭탄이나 다름없는 주택 담보 대출을 제공하거나 초과 인출 수수료라는명목으로 국민들로부터 수십억 달러의 거액을 뽑아냈다. 정상적인 인간이라면 이러한 일을 저지른 것에 대해 조금이나마 양심의 가책을 느꼈을 것이다. 하지만 놀랍게도 이들 가운데 양심의 가책을 느낀(그리고 지금까지 양심의 가책을 느끼는 사람들은 극소수로 보였고, 내부 고발에 나선 사람들도 극소수에 불과했다. 이들은 대부분 더 많은 돈을 벌 수만 있다면 어떤 수단도 마다하지 않았다. 이들의 관행을 확인할 때마다 사람들의 가치관에는 조금씩 변화가 일어났다. 서브프라임 사태는 가난하고 못 배운 미국인들이 약탈 대상으로 이용되어 나타난 결과였다."
이런 상황은 대부분 <윤리적인 타락>이라는 말로밖에 설명할 수 없다. 금융업을 비롯한 모든 경제 부문에 종사하는 많은 사람들의 도덕성이 훼손되었다. 규범이 변화하여 많은 사람들의 도덕성이 훼손된 사회는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는 사회다. - P35

시장이 대다수 국민의 생활 수준을 개선하겠다는 약속을 제대로 이행했다면, 우리는 기업들이 저지른 모든 죄악과 불의, 환경 훼손 행위, 빈곤층착취를 묵인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시장 자본주의는 공언했던 약속을지키지 않았고, 오히려 우리 사회에 엉뚱한 비용을 떠안겼다. 시장 자본주의는 불평등, 환경 오염, 실업을 낳았고, <무엇보다도> 모든 것이 용인되고어느 누구도 책임을 지려 하지 않는 가치의 타락을 낳았다. - P36

효율적인 사회 보호 시스템은 현대 사회를 지탱하는 중요한 근간이다. 시장이 실업 혹은 장애 등에 대해 적절한 보험을 제공하지 못했기 때문에 정부가 개입한 것이다. 실업 급여나 장애 급여를 받는 사람들은 대부분 그대가를 이미 직간접적으로 지불했다. 다시 말하면 이들과 이들의 고용주들은 실업 보험과 장애 보험 기금의 구축에 필요한 실업 보험 분담금, 장애보험 분담금 등을 납부했다. 실업 및 장애 보험 기금 조성에 기여한 만큼그 혜택을 받을 권리가 있다는 점을 차치하더라도, 사회 보호는 사회의 생산성 향상에 기여한다. 사람들은 일이 잘못되더라도 자신을 보호해 줄 안전망이 있다는 믿음이 있을 때에만 고위험 고수익 활동에 도전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사회 보호가 제대로 보장되는 일부 국가들은 최근의 침체기에도 미국보다 훨씬 높은 경제 성장을 이루고 있는 것이다. - P57

노예제 폐지 운동, 시민권 운동, 여성 운동, 성소수자 인권 운동 등 미국에서 전개되어 온 위대한 운동들은 개인적 이익에 대한 올바른 이해의 필요성을거론한 적이 없다. 개인적 이익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부각시킨다고 해서 흑인 차별의 관행이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이런 운동들을 추동한 것은 전혀다른 힘, 즉 강한 도덕적 힘과 강한 정신적 힘이었다. 이런 운동들의 전개 과정에서 미국인들은 미국이라는 국가와 관련해서, 국가적 정체성과 관련해서, 무엇이 인간적인 것인가와 관련해서, 그리고 미국이 다른 나라들과 맺고 있는 관계와 관련해서 강한 도덕적 힘과 정신적 힘을 발휘했다. • 삶의 기술, 사랑의 기술, 다른 사람에게 봉사하는 기술과 관련한 풍요로운 이야기들이 뒷받침되지 않는 한, <개인적 이익에 대한 올바른 이해>는 아무런 역할도 할 수없다.

내가 보기에 웨스트는 불평등 위기의 진정한 해법은 단순히 개인적 이익이 아니라 <공동체 > - 단순히 번영을 위한 수단이 아니라 목적 그 자체로서의 공동체에 초점을 두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 같다. 나역시 그의 의견에 동의한다. 우리는 공동체다. 모든 공동체는 내부에 불행한 사람들이 있으면 그들을 도와준다. 소득이 없거나 충분치 않아 생계가불안하기 때문에 정부 지원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 많다면, 그것은 미국 경제 시스템이 부실하다는 것, 따라서 정부의 개입이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 P59

나는 우리가 경로를 이탈한 시점이 언제냐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 우리가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경로에 접어들게 된 시점이 대체 언제냐고 참으로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이다. 그러나 단언컨대 미국에서는 레이건 대통령의 당선이 중요한 전환점이었다. 금융 규제 완화와 조세 제도의 누진성 축소는 불평등의 신화를 촉진시켰다. 규제 완화는 경제의 과도한 금융화를 야기했다. 2008년 경제 위기가 발생하기 전까지 미국의 전체 기업 수익 가운데 무려 40퍼센트가 금융 부문으로 흘러들어 갔다. 유감스럽게도 후임 대통령들도 역시 규제 완화 정책 기조를 유지했다. 부자 감세 정책도 마찬가지였다. 소득세 최고 세율은 레이건 행정부 때 처음으로 70퍼센트에서 28퍼센트로 인하되었고, 1993년 클린턴 행정부 때 39.6퍼센트로 다시 인상되었다가 조지 W. 부시 행정부 때 다시 35퍼센트로 인하되었다. 하지만 당시 부유층 소득에서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자본 이득(상위 0.1퍼센트가 올리는 소득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에 대한 세금은 1997년 클린턴 행정부 때 20퍼센트, 부시 행정부 때 15퍼센트로 대폭 인하되었다. 부유층이 선호하는 또 다른 소득인 지방채 이자소득에는 세금이 면제된다. 미국 상위 400대 소득자의 평균 세율은 19.9퍼센트에 불과하다. 상위 1퍼센트 미국인들의 실효 소득 세율은 20퍼센트 초반으로, 중위 계층이 부담하는 실효 소득 세율보다 낮다. - P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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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적인 굴곡이나 고뇌가 너무도 부족한 탓에, 그 몫만큼 놀랍도록 기교적인 인생을 걷게 되는 부류의 사람들이 있다. 그 수는 그리 많지는 않지만 우연한 기회에 눈에 띄곤 한다. 도카이 의사도 그중 한 사람이었다.
그 같은 사람들은 굴곡진 주위 세계에 (말하자면) 올곧은 자신을 끼워맞춰 살아가기 위해 많든 적든 저마다 조정작업을 요구받게 되는데, 대부분 본인은 자신이 얼마나 번거로운 기교를 부리며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는지 깨닫지 못한다. 자신이 지극히 자연스럽게 숨기는 것도 없고 꾸미는 것도 없이 있는 그대로살아가고 있다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리고 어느 순간 어디선가 꽂혀들어온 특별한 햇빛을 받아 그들이 자기 삶의 인공성을, 혹은 비자연성을 퍼뜩 깨달았을 때, 사태는 때로는 비통하고 또한 때로는 희극적인 국면을 맞이한다. 물론 죽을 때까지 그런 빛을 목도하지 않는, 혹은 목도하더라도 딱히 별다른 느낌을 받지않는 축복받은 (이라고밖에 말할 도리가 없다) 사람들도 허다하게 존재하지만. - P117

그녀의 마음이 움직이면 내 마음도 따라서 당겨집니다. 로프로 이어진 두 척의 보트처럼 줄을 끊으려 해도 그걸 끊어낼 칼같은 것은 어디에도 없어요.
그는 잘못된 보트에 이어졌던 거라고 우리는 뒤늦게 생각한다. 하지만 그렇게 간단히 단언할 수 있을까? 생각건대 그 여자가 (아마도) 독립적인 기관을 사용해 거짓말을 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물론 의미는 얼마간 다르겠지만, 도카이 의사 또한 독립적인 기관을 사용해 사랑을 했던 것이다. 그것은 본인의 의지로는 어떻게 할 수 없는 타율적인 작용이었다. 제삼자가 나중에야 뭘 좀 아는 척 왈가왈부하고 자못 서글프게 고개를 내젓는 것은 아주 쉬운 일이다. 하지만 우리 인생을 저 높은 곳으로 끌어올리고, 나락으로 떨어뜨리고, 마음을 뒤흔들고, 아름다운 환상을 보여주고, 때로는 죽음에까지 몰아붙이는 그런 기관의 개입이 없다면 우리 인생은 분명 몹시 퉁명스러운 것이 될 것이다. 혹은 단순한 기교의 나열로 끝나버릴 것이다 - P1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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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조가 초조한들 어쩌겠는가. 승려는 드나들어도 군관들은 계속 실패하는 것을..…. 심기성은 결국 12월 28일에 관직과 임무를 반납하며 반성문을 겸한 사직서를 올렸다.
"신은 양반답지 않게 걸음이 나는 듯했다지만 그건 옛날일입니다. 근래 큰 병을 앓은 터라 신체기능이 예전 같지 않습니다. 승려나 백성들은 혼자도 움직이므로 포위망을 빠져나가기 쉽지만 신은 양반입니다. 몇 되밖에 되지 않는(혼자서도 충분히 멜 수 있는 양의 식량이나 단 한 벌의 옷이라도반드시 하인이 메고 가야 합니다. 호위를 위해 선전관이 같이 가는데 그 친구도 양반이라 하인에게 짐을 들립니다. 자연히 인원이 최소 4~5 명 이상이 되어 경계선을 넘기가 힘들어집니다. 신이 벌써 몇 번이고 시도했지만 목책에서 번번이 적의 초병에게 발각됐고 서너 번은 죽을 고비를 넘겼사옵니다."
심기성의 사직서를 본 인조는 너무 괘씸했는지 사직을 허락하지 않고 심술궂은 처벌을 내렸다.
"다 용서할 테니 다시 출발하라."
절반은 비겁한 변명이었다고 해도 중요한 점은 양반이라 배낭을 멜 수 없다는 말이 당당히 핑계가 될 수 있는 사회가 바로 조선이었다는 점이다.  - P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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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여자가 운전하는 차를 적잖이 타보았지만, 가후쿠가보기에 여자들의 운전습관은 대략 두 가지로 나뉘었다. 지나치다 싶을 만큼 난폭하거나 지나치다 싶을 만큼 신중하거나, 후자가 전자보다-우리는 그 점에 감사해야 할 것이다-훨씬 많았다. 일반론을 말하자면, 여자 운전자는 남자보다 조심스럽고 신중하다. 물론 조심스럽고 신중한 운전에 불만을 제기할 이유는없다. 그래도 그런 운전은 때로 주위 운전자들을 답답하게 만들지도 모른다. - P9

다른 때는 옆에 누가 있으면 긴장해서 도저히 소리 내어 대사연습을 할 생각도 못 하지만, 미사키의 경우에는 그 존재가 신경쓰이지 않았다. 그런 의미에서 가후쿠는 그녀의 무표정하고 무뚝뚝한 면이 감사했다. 그가 옆에서 아무리 큰 소리로 대사를 읊어대도 그녀는 마치 아무것도 귀에 들어오지 않는 것처럼 굴었다. 어쩌면 정말로 아무것도 귀에 들어가지 않는지도 모른다. 그녀는 항상 운전에 신경을 집중했다. 혹은 운전이 가져다주는 특수한 선의 경지에 빠져 있었다. - P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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